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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상 한 컵 망상 한 수저

현신 무당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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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pd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3.12.03 15:45
최근연재일 :
2024.09.03 00:29
연재수 :
114 회
조회수 :
10,962
추천수 :
103
글자수 :
672,519

작성
24.07.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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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9화, 한 발 다가선, 실체.

본 콘텐츠는 픽션으로 내용에 등장하는 모든 상황은 가상이며, 브랜드, 단체, 기관, 이름과 상황은 모두 허구입니다. 현실과 단 하나의 연관성도 없음을 밝힙니다.




DUMMY


냉랭한 기운이 병실 안을 맴돌고 있었다.

차가운 기운을 뿜어내고 있던 것은 정우해 대표였고, 미안함에 고개를 떨구고 슬픈 표정을 지은 피나주 할매였다.


“미안하구나, 우해야. 다 내 잘못이다.”


갑자기 피나주 할매가 정우해 대표에게 사과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나를 끌고 나가려 내게 눈짓을 주었다.

내가 병실 밖으로 나가려 몸을 움직이자, 정우해 대표가 막았다.


순간, 난 어찌할 바를 몰라 두 사람 사이에서 망설이고 있었다.

그때 병실 문이 열리고, 음식이라도 싸 왔는지, 한 손에 보자기로 싼 무엇인가를 들고 병실로 들어온 다연.


다연은 냉랭한 병실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는 것인지, 평소에도 주변 분위기에 영향을 받지 않는 성격인 것은 대강 알았지만, 병실 분위기와 달리 차분한 모습으로 안으로 들어와 보자기로 싼 것을 탁자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다연의 등장에 시선을 빼앗긴 정우해 대표가 이때다 싶은지, 피나주 할매와 함께 잠시 자리를 비켜 달라며 차분하게 얘기했고, 다연은 변함없는 표정으로, 피나주 할매와 함께 병실 밖으로 나갔다.


두 사람이 자리를 비우자, 정우해 대표는 내게 의뢰한 파주에 관한, 믿기 힘든 말을 꺼냈다.

그녀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들은 범죄라 해도 무방할 일이었다.


그녀는 기준호가 의뢰한 파주 건의 발단은 20년 전이었다고 했다.



* * * * * * * * * *



20년 전 어느 날.


잠에서 깬 피나주.

서둘러, 아들에게 전화를 걸고는 아들에게 아무 일도 없다는 걸 확인하고, 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꾼 꿈은, 그의 아들과 며느리가 함께 교통사고로 세상을 뜨는 꿈이었다.

예지몽으로 생각한 피나주는 아들 내외를 지키기 위해 지성을 드렸다.

그녀는 무당이었기에, 그녀가 알고 있는 상식을 모두 동원해 정성을 다했다.


그녀가, 정성으로 아들 내외의 안위를 기원할 때, 중년의 한 사내가 피나주를 찾아왔다.

그리고, 그녀가 꾼 꿈을 입에 올렸다.


피나주는 그의 신통력에 감탄하며, 방법을 물었고, 특별한 것은 없다며, 대신 그가 얘기한 일을 해 주면, 죽을 운명인 아들 내외의 운을 틀 수 있다는 솔깃한 말을 했고, 피나주는 그자에게 홀린 듯 넘어가 버렸다.


그가 피나주에게 제안한 일은 자신이 지정한 곳에서 큰 성불제를 올릴 예정인데, 그곳에서 성불을 위한 신성한 굿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평소에도 하던 일인 만큼 피나주는 거부하지 않고, 쉽게 결정했다.


.

.


며칠이 지나고, 성불제가 열린 당일.


피나주는 남자의 제안대로 파주의 한 야산 자락에서 성불제를 위한 굿을 올렸다.

그곳엔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상당히 많았고, 주변엔 알만한 몇 몇의 정치인도 눈에 띄었다.


피나주는 큰 성불제인 만큼 주변의 유지나, 그의 친분이 있는 사람들일 것이라 여기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지금 본인이 하는 성불제가 어떤 것인지도 모르고, 그저 시키는대로 굿을 시행할 뿐이었다.


굿을 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피나주는 너무나 힘이 들었다.

성불 되어야 할 성체, 즉 영들이 마치 원귀처럼 느껴졌다.

더 무서운 것은 주변에 검은 승합차 몇 대가 있었는데, 그 차들에게서도 원혼의 기운이 느껴졌던 것이었다.


몇 번이고, 굿을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아들 내외와 그들이 없으면, 혼자 남게 될 우해가 떠올라 멈출 수가 없었다.


그녀는 피를 토하는 굿을 마치고, 야산 중턱에 넓은 터를 만들어 놓은 성불제 제단에서 내려왔다.

피나주가 제단에서 내려오자, 굿을 제안한 남자가 피나주에게 다가오더니, 감사를 표했고, 그녀는 입에서 흐른 피를 닦으며, 굿은 잘 끝냈으니, 넓은 터가 이제 평안할 것이라며, 굿을 하며, 사용한 무령과 무검 등을 챙겼다.


짐을 싸서, 산에서 내려 갈, 준비를 마치고, 산에서 내려 가려는 때, 그녀는 엄청난 일을 목격하고 말았다.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이 승합차에서 검은천으로 두른 사람만한 덩어리 여럿을 내려 미리 파놓은 구덩이에 하나 둘 씩 넣고는 구덩이를 미리 준비한 흙으로 덮었다.

시신을 묻는 듯한 모습이었다.


피나주는 그런 모습을 보고는, 의심이 들었지만, 그대로 산에서 내려왔다.


.

.


집으로 돌아온 피나주는 뒤끝이 찝찝한 마음에, 깨끗한 물로 몸을 닦았다.

하지만, 깨끗한 물로 몸을 닦아도 닦아도 찝찝한 기운은 그대로였다.

불길한 기운이 그녀를 긴장시켰다.


잠을 자려 잠자리에 들었지만, 잠은 오지 않고, 도리어 정신이 더 또렸해 졌다.

시간은 어느덧 축시가 되었다.

그리고, 교복을 입은 여학생 여럿이 그녀의 눈앞에 나타났다.


그녀의 눈앞에 나타난 여학생들은 모두 발이 없었다.

그 모습에, 피나주는 원령이라 생각하고, 무령을 찾아 손에 쥐었다.

그 순간, 피나주의 눈앞에 펼쳐진 도심속 도로,


한 여학생이 남자들에 쫓기고 있고, 결국 여학생은 남자들에게 잡혀, 그대로 승합차에 납치 되듯 실려버렸다.

여학생은 차에서 빠져나오려 애를 썼지만, 남자들은 여학생을 물건 다루듯, 차 안에 쑤셔 넣었다.


또다른 거리, 역시나 이곳에서도 남자들이 지나가는 여학생을 잡아 승합차에 밀어 넣었다.

그러한 상황이 피나주 눈앞에서 수 차례 펼쳐지자, 그녀는 단순한 환각이 아님을 깨달았다.

그중 한 여학생이 납치되며, 피나주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마치 피나주가 보이는 듯, 피나주를 향해 살려달라 외치며, 몸부림쳤지만, 피나주는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피나주는 어찌할 방법이 없었고, 그녀 역시, 그대로 승합차에 실려 피나주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피나주는 눈앞에서 벌어진 상황에 눈을 뜨니, 집이었다.


‘꿈인 건가?’


불길한 꿈이었지만, 그녀는 그 불길함으로 화를 입을까 망설이며, 며칠을 보내버렸다.

그러던 중 밤에 찾아온 여학생이, 그녀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너의 죄가 하늘에 닿았으니, 큰 화를 입을 것이다.’


비록 꿈이었지만, 그녀의 말이, 피나주에겐 큰 비수처럼 가슴에 새겨졌다.


.

.


피나주는 그녀의 말이 너무나 불길해, 홀린 듯이 집을 나와 파주로 향했다.

그리고, 자신이 굿을 마친 그곳을 다시 찾았을 땐, 그곳에 생길 것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넓게 깎아 놓은 터는 건물을 올릴 터였고, 그곳에 묻힌 것은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이, 인주(人柱). 설마 이놈들 나를 속이고 인신공희(人身供犧)를...’


그녀가 분을 참지 못해 공사중인 곳으로 뛰어오르려니, 그녀의 앞에 검은 옷을 입은 사내들이 나타나 피나주를 제지했다.

피나주는 거친 말로 놈들을 욕하며, 당장 공사를 그만두라고 외쳤지만, 그녀의 완력으론 상대가 되지 않았다.


무기력한 모습으로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제를 올리며, 자신이 한 일을 후회했지만, 그녀의 불길한 예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매일 아들의 안위를 살폈고, 아들의 목소리를 들어야만 하루를 마칠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피나주에게 성불제 굿을 제안한 남자가 찾아왔다.

처음 피나주를 찾아왔을 때와는 달랐다.


그는 마치 신이라도 된 듯, 먼지 하나 묻지 않은 새하얀 도포를 걸치고 있었고, 그의 뒤에는 두루마기를 걸친, 건장한 청년들이 그를 보호라도 하듯 험상궂은 인상을 쓰며,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그는 자신을 천의(天意)라 소개하고, 천의사사교의 교주라 말한 뒤, 자신의 성전이 완성된 것은 피나주 덕분이라며, 뒤에 있던 남자를 시켜, 돈이든 가방을 건넸다.


피나주는 남자에게 다시 돈 가방을 집어 던지고, 막말을 퍼부었다.

그리곤, 큰 벌을 받을 것이라 외쳤다.

남자는 그런 피나주에게 다가와 조용히 속삭였다.


“천벌을 받는 것은 내가 아니라, 피나주 당신이고, 저 돈은 그 천벌의 보상이니, 어떻게 쓰든 잘 써야 할 거요.”


천의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피나주는 공포에 다리를 떨며,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피나주는 불길한 마음에 떨리는 손으로 바닥을 힘겹게 집고 일어서, 집 안으로 들어와 전화를 걸어 아들의 안위를 확인했다.


다행히도, 전화기 너머 아들의 목소리는 건강했다.

통화를 마친 피나주는 아직 온전치 않은 정신을 가다듬고, 마당으로 가 돈 가방을 가져왔다.

혼자 들기에도 엄청난 무게였다.


돈의 액수를 확인한 피나주는 너무나 놀랐다.

네 개의 가방에서 꺼낸 돈뭉치는 20억이었다.


눈 앞에 거액의 돈이 놓이자, 피나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아무리 힘든 굿을 하고, 하고, 또 해도, 이런 거금은 손에 쥘 수 없었다.

그런데, 나름 힘든 굿이었지만, 굿 한 번으로 이런 거금을 손에 넣었으니, 피나주도 눈이 돌아갔다.


그녀는 물질의 욕망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천의와 연을 맺게 된 피나주는, 이후로 천의가 제안한 제사와 굿을 하며 부를 축적했다.


그러던 중 그녀가 꾸었던 예지몽이 현실이 되어 버렸다.

그녀의 아들과 며느리가 자신을 만나러 오던 중 의문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당시 대입을 준비하던, 정우해는 큰 고통과 절망에 빠졌고 그 깊은 절망에서 빠져나오기는 쉽지 않았다.


절망하던 어느 날, 피나주는 우해에게 그간 있었던 일을 밝혔고, 우해는 그때부터 피나주를 멀리하고, 혼자 살아왔다.

그러면서, 천의사상교가 수상함을 직감하고, 천의사상교를 파고들었고, 그러면서 천의사상교에서 행한 악행들을 속속 알게 되었다.


최고 권력자와 H그룹 장남인 기준호의 관계도 이때 알게 된 것이었다.



* * * * * * * * * *



정우해 대표는 내게 파주에 얽힌 얘기를 하면서, 어두운 표정으로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마도, 부모가 생각이 났을 것이다.

슬픈 눈으로 창밖을 주시하고는 눈물을 훔치는지 손으로 두 눈을 훔치곤 나를 바라보았다.


“이건은 현신씨가 꼭 해 줬으면, 해.”

“제가 꼭 해야 하는 이유가 있나요?”

“응. 그곳에 가면 알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이 일을 해낼 수 있는 사람도 현신씨 밖에 없어.”


그녀는 슬픈 눈빛과 어두운 표정은 어느새 사라졌다.

평소의 냉소한 정우해 대표의 모습이었다.


“역시나, 대표님은 절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다니까요.”

“설마, 난 철저하게 능력과 계산으로 일을 맡길 뿐이야.”

“네, 어련하시겠어요. 일은 언제 시작하나요?”

“언제 할 수 있어?”

“그건, 신세계 경감에게도 보고를 해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래?”


정우해 대표는 나에게 잠시 기다리라는 듯 손짓을 하더니, 전화길 꺼내, 신세계 경감과 통화한다.

신세계 경감과 통화를 마친 정대표의 시선이 내게 향했다.


“들었지? 언제든지라고 하네?”

“아, 네. 그러게요.”

“그럼, 우리 쪽에서도 준비할 것이 있으니, 모레 어때?”

“네? 네. 저야 뭐.”

“그럼, 모레 파주로 출발하는 것으로 하자고.”

“네. 알겠습니다. 대표님.”


나의 대답에, 정우해 대표가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곤, 눈을 크게 뜨며, 몇 번이고 눈치를 주었다.

하지만, 난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앞으로, 기준호와 현직 대통령에게 어떻게 하면, 복수할 수 있는지와, 그들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지를 그녀와 얘기를 하고 싶어서였다.

그러려면, 나의 이야기를 먼저 꺼내야 하는데, 그것이 잘하는 일인지 의문이 들어,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정우해 대표는 병실에 남아있는 내가 의아한지, 그 큰 눈을 더 크게 뜨고는 날 주시했다.

마치, 할 말있으면 빨리 말하라는 듯한 표정으로...




현신무당과함께0284.jpg




항상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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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112화. 강철규의 CCTV 영상 PART 2. 24.08.31 15 0 13쪽
111 111화. 강철규의 CCTV 영상 PART 1. 24.08.27 21 0 12쪽
110 110화. 5년의 시간을 흘려 보냈다. 24.08.25 19 0 12쪽
109 109화. 강철규 사건. 24.08.24 1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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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102화. 작은 거래. 24.07.25 2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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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100화. 배려 없는 경솔한 조동아리. 24.07.21 1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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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93화. 근본적 원흉. 24.06.23 32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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