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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상 한 컵 망상 한 수저

현신 무당과 함께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parkpd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3.12.03 15:45
최근연재일 :
2024.09.03 00:29
연재수 :
1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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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47
추천수 :
103
글자수 :
672,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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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5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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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86화. 오전이 지나고.

본 콘텐츠는 픽션으로 내용에 등장하는 모든 상황은 가상이며, 브랜드, 단체, 기관, 이름과 상황은 모두 허구입니다. 현실과 단 하나의 연관성도 없음을 밝힙니다.




DUMMY

강한 햇살이 카페 안으로 내려오고 있을 무렵, 다연의 입에서 나올 말을 기다리고 있던 세 사람은 다연을 바라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그녀들의 모습에, 한심함이 느껴졌지만, 내심 다연의 입에서 나올 말이 궁금하기는 했다.


어느샌가 나도 다연의 투명한 입술 밖으로 나올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녀의 입술에서 나온 말은...


“관계라는 말은 좀. 뭐라 정의하기엔 마땅한 단어가 없는 것 같아요.”


다연의 말을 들은 세 여자는 실망한 눈치였다.

물론, 난 실망이라기보다는 담담했지만, 뭔가 허탈한 느낌도 조금은 있었다.


‘명명할 수 없는 관계란 건가? 흠.’


내가 커피잔을 들려할 때, 현지의 입술이 열렸다.


“그, 말은 오빠와 아무런 관계가 아니란 소린 거죠? 후훗.”


현지는 결과를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나를 보며, 짧게 비웃었다.

그 모습에 내 인상은 조금 꾸겨졌지만, 나도 예상 못 한 건 아니었다.


다연의 대답에 모두 안심이 되는지, 한 것 앞으로 숙였던 상체는 의자 등받이에 등을 대고는 편하게 커피잔을 들었다.

그러나, 다연의 대답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관계를 딱히 정의 할 수는 없지만, 호감을 갖고 있어요. 현신씨에게...”


다연의 말에, 모두가 커피를 마시다 말고, 입 밖으로 쏟아 낼 뻔했다.


“뭐라고요? 오빠에게 호감을?”


현지는 있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다연에게 다시 물었다.

다연은 나를 힐끔 보고는 얼굴을 붉혔다.

그 모습에, 세 여자는 막장드라마의 한 장면이라도 본 듯,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당신 같은 미녀가, 왜 저 찌질한 백수에게 호감을 가져요?”


현지가 날 폄하며 묻자, 갑자기 지우가 끼어든다.


“야! 현지야, 그건 아니지, 찌질 이라니. 어떻게 하나뿐인 오빠에게 그런 표현을 쓰냐?”


지우가 내편을 들자, 나의 찌그러졌던 얼굴이 다리미로 핀 듯 펴졌다.


“뭐? 지우 언니야 말로, 요즘 오빠하고 너무 친하게 지내는 거 아냐? 누가 보면 여자 친군줄... 쳇!”

“맞아, 친구. 내가 여자잖어. 하하하.”

“뭐야. 그 말도 안 되는 개그는...”


지우와 현지의 대화에 무안한 것은 나와 다연이었다.


‘저것들, 괜히 와서 주책을 떠네. 떨어.’


다연의 눈치를 살피니, 다연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야. 니들 다 가. 난 다연씨랑 할 말이 있으니,”


내가 퉁명하게 세 여자에게 말하자, 세 여자는 내게 인상을 쓴다.

그리고, 지현은 현지와 지우에게 먼저 가라며, 자신은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지 않았다.

지현이 꼼짝 않고 앉아 있자, 현지와 지우도 일어서려 하지 않았다.


“니들 왜들 이래, 빨리 니들 자리로 가라니까? 빨리.”


내가 낮은 목소리로 힘주어 얘기하자, 현지는 일어서려 했지만, 지현과 지우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오빠는 다연씨와 사건 얘기하려는 거잖아. 틀려?”


지현이 나를 지긋이 보며,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지, 지현이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았어?”

“뻔하지, 노인 변사체 나왔고, 오빠는 한참 뭘 조사하는 듯하고는, 다연씨에게 연락한 거잖아.”

“그건, 또 언제 봤냐? 형사 아니랄까 봐. 추리력은...”

“그래서, 뭘 본 건데? 돌아가신 할아버지라도 봤어?”


지현의 말에 지우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대화에 끼었다.


“뭐? 돌아가신 할아버지라니? 설마, 변사자 노인을 말하는 거야?”


지현은 잠시 망설이더니,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곤 나에게 허락이라도 구하듯 물었다.


“얘기해도 되지?”


난, 특별히 비밀이 아니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언니, 현지야. 뭐 현지는 알고 있겠지만, 사실 오빠는 영혼을 봐.”

“뭐?”


지우가 놀라며, 지현을 빤히 봤다.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야. 그게 말이 되냐? 영혼을 보다니, 그 말은 귀신이 존재한다는 거잖아. 지금이 21세기다 21세기, 무슨 조선시대도 아니고, 귀신을 본다는 게 말이 되냐? 하하하.”


지우는 멋쩍게 웃으며,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커피를 한 모금 입안으로 밀어 넣었다.


“귀신이라니... 하하하.”


지우는 지현의 말을 믿지 못했다.

아니,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믿기 힘들 것이다.

귀신, 영혼, 이딴 건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말이다.

지우의 반응은 일반적인 반응이었다.


“언니, 내가 보여준 동영상 기억해? 오빠가 출연한 영화라고 생각한...”

“응? 응, 맞다. 그거 정말 잘 만들었더라, 난 진짜인 줄 깜빡 속을 뻔했잖아. 현실감있게 너무 잘 만들어서, 이젠 헐리웃 보다 한국이 그래픽 기술이 더 뛰어난 것 같아. 완전 뛰어넘었어. 헐리웃을 말이지... 하하하.”


지우는 아직도 그 영상을 그저 영화의 한 장면으로 생각하는 듯했다.

그녀가 마시는 아이스아메리카노에 얼음이 녹으며, 딸깍하고 잔의 표면을 때렸다.

그 소리 뒤로 지현이 중대 발표라도 하듯, 진지한 표정으로 대화를 이엇다.


“그거, 특수효과나 CG가 아니야. 오빠가 마물과 싸우는 진짜 영상이야.”


지우의 커피잔의 얼음이 또 녹아내리며 소리를 냈다.


“야. 하지현,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 농담은 접지? 내가 변사 사건 처음이라고 놀리는 거면, 실패야. 재미가 하나도 없어.”


지우가 마른 목을 적시려 커피잔을 들어 마른 목을 축였다.

한모금씩 마시던 커피를 갈증을 날리려는 듯 상당한 양을 마셔버렸다.


지우는 믿을 수 없었지만, 지현이 실없는 농담을 하는 성격이 아니기에, 당황한 지우였다.

그녀의 복잡하게 엉켜돌아가는 머릿속이 얼마나 시끄러운지, 그녀가 쥐고 있는 커피잔을 보면 알 정도로 많이 당황한 것 같았다.


조심스럽게, 잔을 내려놓았지만, 그녀는 얼굴이 굳어져 생동감이 없었다.

지현이 시간을 보는 줄 알았지만, 걸려온 전화를 받는 것이었다.


그녀에게 걸려온 전화는 신세계 경감의 전화였고, 지우와 함께 출근하라는 연락이었다.

통화가 끝나고, 출근할 곳의 주소가 문자로 왔다.

문자를 본 지현.


“어? 특수본이 왜 경찰서에 꾸려지지?”


지현의 혼잣말에, 지우가 반응했다.


“왜? 뭐, 문제 있어?”

“아, 중요한 건 아니라, 같이 가면서 얘기하면 될 것 같고, 일단 일어나야 할 것 같아.”

“뭐? 왜?”

“출근하래.”

“출근?”


지우는 지현의 말에, 저도 모르게 큰소릴 냈고, 그 바람에, 방금까지 당황과 긴장, 복잡함을 날려버릴 수 있었다.


“어디로?”

“마홍서. 그건 가면서 얘기하고, 오빠는 오후에 오면 되니까, 내가 전화할게.”

“응? 응. 그러고 보니, 오늘 연휴 아녔어?”

“공무원이 그런게 어딨어. 암튼, 오빠는 오후에 출근하라고 하니까, 전화할게.”

“알았어.”


지현과 지우가 자리를 뜨고, 현지와 다연 그리고, 나만이 자리에 남게 되었다.


.

.


지현과 지우가 사라지자, 현지는 조금 전까지 가볍고 농담만 던지던 장난기 어린 표정이 아닌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다연에게 물었다.


“저기, 우리 오빠 괜찮은 거죠? 다연씨.”

“어떤, 문제라도 있어요?”

“아니, 그건건 아닌데, 그냥. 정상이 아니잖아요. 귀신을 본다든가, 거대한 괴물과 싸움을 한다던가, 상식에서 벗어난 일들이니까...”

“그렇기는 하죠, 상식에서 많이 벗어난 일이죠, 저도 현신씨와 비슷한 능력은 있지만, 현신씨의 경우는 아주 드물죠, 마물이라든지 악마, 악귀와 싸우는 사람은 저도 처음 봤으니까요,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런 거대한 힘을 가진 사악한 것들이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는 것에 저도 놀라울 정도니까요. 현신씨가 특별한 힘이 있어요. 그래서 그들과 맞설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르죠.”

“설마, 오빠가 죽는다거나 하지는 않겠죠?”

“네?”


현지는 입을 오물거리며 수줍은 표정과 행동을 했다.


“왜, 그렇잖아요. 영화에서 보면, 갑자기 귀신을 보거나, 영혼을 보면 죽을때가 되어서...”

“야! 현지야!”


현지의 말에 내가 울컥해서 큰소리를 내고 말았다.

주변 사람들이 우릴 바라보았고, 나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고개를 숙이며, 주변의 눈치를 살폈다.

사람들은 순간 바라보곤, 서로의 대화에 집중할 뿐, 더는 우릴 신경 쓰지 않았다.


“오빠. 미안. 그래도 걱정되니까 그래. 저기 다연씨, 혹시 점도 봐요?”

“네?”

“다연씨는 무당이니까, 신점 그런 거 있잖아요. 미래를 본다던가... 운명을 점친다던가, 그런... 저의 오빠는 몇 살까지 살까요?”


현지의 황당한 물음에, 다연이 나를 바라보았다.

자리를 비켜달라는 눈빛이었지만, 난 그 눈빛의 뜻을 알지 못했고, 반대로 현지의 물음에 대한 답이 궁금하기도 했다.


내가 엉덩이에 접착제를 발라 놓은 것처럼 움직이지 않자, 현지와 다연이 내게 눈치를 주었다.


‘뭐, 뭐야. 내가 들으면 안 된다는 건가?’


나의 엉덩이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그 망설임에, 다연의 입술을 움직이게 했다.


“천기누설. 그러니, 미안하지만 현신씨는 자리 좀...”


다연의 입으로 직접 들으니, 나의 엉덩이는 아주 가볍게 의자에서 떨어졌다.

내가 자리를 옮기자, 다연은 현지와 진지하면서도 다정한 표정을 지으며, 두사람은 대화를 지속했다.


두 사람의 대화는 내가 커피 두 잔을 모두 마시고 나서야 끝났다.

정작 다연에게 듣고자 했던 나의 궁금증의 답은 듣지 못했다.


노인의 영혼이 왜 반만 남은 것인지, 무슨 일이 있었길래 노인의 영혼 반이 날아갔는지를...


두 사람은 대화를 마치고는 한결 친해진 듯했다.

이웃이 친구가 된 듯한 느낌이었다.


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로 왔다.

그리고, 미소를 짓더니, 돌아가자는 말과 함께 우린 카페를 나섰다.


난, 집으로 오면서 두 사람의 대화가 궁금했다.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둘의 대화를 들려달라는 눈치를 보냈지만, 두 사람은 내게 알려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두 사람은 나에게 들려주고 싶지 않은 것 같지만, 난 얘기를 꼭 듣고 싶었다.

그래서 꾀를 냈다.


“저기, 다연씨, 우리 배도 출출한데, 별일 없으시면 브런치 어때요?”

“브런치요?”

“네.”


다연은 잠시 망설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이른 아침부터 움직였더니, 배가 고픈 건 사실이었다.

우린 빵과 샐러드가 맛있다는 집 근처 카페로 향했다.


카페 안으로 들어가니, 마치 화원에 온 것 같았다.

건물 안에는 푸른 나무와 관엽식물들이 자리하고 있었고, 화려하진 않지만, 단아하면서도 마음을 정화 시켜주는 듯한 다년생 꽃들도 눈에 들어왔다.


“와, 이런 곳이 있었네요.”


다연은 마음에 드는지, 카페 곳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우린, 창가 자리에 앉았다.

현지는 카페에 자주 왔었는지, 카페에서 잘나가는 인기 메뉴를 잘 알고 있는 듯했다.


메뉴는 현지가 정하고, 우린 자리에 앉아 시킨 음식이 오기를 기다렸다.


“저기, 다연씨 음식 먹기 전에 이런말 하긴 그런데, 그 노인 영혼 말입니다. 반이 없어진... 그런 경우는 어떤 경우일까요?”


다연은 나의 물음에, 카페의 분위기에 들떴던 표정이 진지하게 변했다.

그리고, 그녀의 입에서는 좀더 진지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영혼이 불안정하여 폭주한다거나, 빙의된 영혼이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다거나, 이런 일들은 아니, 사례는 즐비하지만, 영혼이 반쪽인 경우는 저도 잘 알지 못하지만, 이런 경우는 저도 처음이라, 시간 될 때 할머니 뵈러 가요.”

“아, 할머님은 아실지도 모르겠군요.”

“네.”


나의 궁금증을 풀 하나의 희망이 생겼다.

다연을 바라보는 나의 눈빛에선 희망이 있었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현지는 알수 없는 미소를 입에 물고 있었다.

현신무당과함께0276.jpg




항상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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