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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작품등록일 :
2020.01.08 14:53
최근연재일 :
2020.09.18 03:58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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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23,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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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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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세계정복도 한걸음 부터.

DUMMY

“세상에서 제일 만만한 도시도 멀쩡할때는 볼만하네.”

칼리번의 공간이동을 통해 불법 입국한 준영은 뉴욕의 대표적인 랜드마크중 하나인 타임 스퀘어 광장에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관광객과 거리 에술가들이 가득한 광장은 건물벽면엔 붙어있는 광고판의 브랜드들이 처음 보는 거라는 위화감만 제외하면 딱 영화에서 보던 타임 스퀘어 그대로였다.

“만만한 도시라는게 무슨 뜻인가요?”

엘레나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자 준영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영화에서 허구언날 부서지는 동네거든.”

실제로 종말의 날이 타임 스퀘어 한복판에 나타난 괴물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휩쓸렸고 차마 도시를 폭격할수 없었던 미 정부는 인력을 갈아 넣어 생존자를 구출하고 괴물을 제거했다.

물론 그 모든 노력과 희생이 허무하게도 죽은 괴물의 사체에서 흘러나온 오염물질로 인해 뉴욕시는 죽음의 도시로 변해버렸지만.

그래서 오염 제거와 철옹성 건설을 위해 폐허가 된 뉴욕을 방문했던 준영에게 멀쩡하고 활기찬 뉴욕이란 의미가 남달랐다.

엘레나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일 때 하와이안 셔츠에 선글라스를 쓴 플로네가 쪼르르 날아와 투덜거렸다.

“야 이왕 휴가왔으면 베가스를 가야지!”

“내가 진짜 놀온줄아냐?”

“아냐? 그럼 여긴 왜 왔는데?”

“누굴 좀 만날려고.”

“응? 너도 아는 사람이 있어? 그것도 미국에?”

“난 아는 사람 있으면 안되냐?”

“뭐하는 놈인데?”

“그냥 뭐 믿을 만한 사람?”

비록 막판에 뒤통수 쳐맞기는 했다만 차원 이동물의 정석인 현실과 이계의 거래를 통한 재화 획득엔 성공했다. 다만 이 금괴를 현금화 하면 할 방법이 문제였다.

일단은 군인 신분이라 행동의 제약이 많은데다가 출처불명의 금괴를 몰래 몰래 팔기에는 시간도 오래 걸린다. 거기에 금은방에 금 팔다 조폭들이랑 엮이고 정의구현하는, 이제는 아주 식상해져 도입부만 봐도 결만이 뻔히 보이는 클리셰를 따라갈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필요한게 바로 전문가였다. 뭔가 이슈가 하나 터졌을 때 뉴스에서 전문가들을 섭외해 떠들어 대는건 그들이 전문가여서였다.

“마침 너 아는 사람이 그 전문가다? 이거 너무 편의주의식 진행같은데?”

플로네가 팔짱을 낀채 고개를 갸웃거리자 몰래 듣고 있던 엘레나와 칼리번도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아는 사람중엔 가장 똑똑한 사람이야.”

고아 주제에 하버드 갔다고 꽤 시끌벅적 했었지. 인간은 남 잘되는 꼴, 특히 자기보다 못한 신세라 여기던 놈이 잘되는 꼴은 절대 못 보는 족속이라는걸 그때 알았다.

“그럼 빨리 연락해.”

“연락처 모르는데?”

“몰라?”

“별로 안 친했거든.”

플로네는 이게 뭔 개소린가 싶어 준영을 게슴츠레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면 어떻게 연락하려고?”

“전능상점이란거 이런데도 쓸수 있는거지? 내가 아는 감상용의 현재 연락처 구매를 원한다.”

[······]

시스템이 아무런 응답이 없자 준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야 시스템도 렉 같은게 있냐?”

“원주민 연락처를 포인트 주고 사는 미친놈은 시스템도 처음이라 얼마를 받아야 할지 고민하는 거겠지!”

그 말이 정답이라는 듯 플로네의 말이 끝나자 마자 시스템의 음성이 들려왔다.

[원주민 연락처 조회 10회 쿠폰을 1포인트에 구입하시겠습니까?]

“오! 이거 좋은데? 이거만 있으면 대통령 전화번호도 알수 있는거 아냐?”

[사용자의 개인 인맥지도를 바탕으로 연관성이 멀수록 쿠폰 소모량이 달라집니다.]

“됐어. 대통령 연락처 알아서 뭐할라고. 상용이형 연락쳐나 줘.”

[개인 단말기에 요구하는 인물의 연락번호가 저장됩니다.]

“누구와 다르게 일처리 참 편하네.”

준영이 핸드폰을 꺼내들 때 플로네는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쥐어 뜯으며 소리쳤다.

“으아! 포인트 아까워!”

“아니 자기 웃겼다고 포인트 팍팍 쏘면서 1포인트에 그렇게 아까워 하냐?”

“낙수효과 모르냐! 나같이 돈 많은 사람이 팍팍 뿌려야 경제가 돌아가지! 그리고 넌 돈 한푼 아껴야 하는 그지 새끼고!”

“와 선 넘네.”

“선은 개뿔 1포인트가 없어서 피눈물 흘려봐야 포인트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지.”

준영은 엘레나와 칼리번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는걸 무시한채 상용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야 상용이 형! 오랜만이야. 응? 누구긴 나야 나. 에이 왜 전화하기는 미국 왔으니까 연락한거지. 어우 뉴욕은 물맛도 다른거 같아. 응. 아무튼 왔으니 만나자고. 아하하 재미있네. 바쁘면 어쩔수 없지. 문자로 주소 보내줄테니까 일 끝내고 잠시 들려. 얼굴 좀 보자고.”

자기 할말만 하고 전화를 끊은 준영이 일행을 둘러보며 말했다.

“이 양반 늦을거 같으니까 그때까지 관광이나 하고있자.”



@



상용은 끊임없이 욕설을 내뱉으며 거칠게 차를 몰았다. 악명 높은 트래픽으로 유명한 뉴욕이지만 새벽의 거리는 한산했고 상용은 그게 마음에 안 들었다. 조금이라도 더 늦게 가고 싶었으니까.

이제 미국생활에 적응해 안정된 직장도 생기고 언제 데이트 신청을 해야할지 간보는 미녀도 생겼는데 갑자기 숨기고 싶은 과거가 나타난 발목을 잡았다.

“젠장! 젠장!”

신호에 걸려 멈추자 상용은 운전대를 턱을 고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엿같은 세상은 고아에게 그렇게 친절한 세상이 아니었다. 아무리 재능이 있고 능력이 있어도 그걸 뒷받침 해줄 배경이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 치열한 경쟁을 뚫고 하버드 합격통지를 받았을땐 세상을 다 가진 듯 기뻐했지만 현실적인 문제에 절망했다. 지들이 대신 갈수있는것도 아니면서 고아새끼가 하버드에 가는꼴은 못보겠는지 갖은 압력과 방해에 학교 등록금은커녕 비행기 표값조차 구하지 못했다.

그때 나타난게 준영이었다. 같은 보육원 출신이지만 함께 지낸 시간은 1년 남짓. 대화한번 제대로 나눠본적 없었다.

그런 준영이 다가와 한 제안을 상용은 거절할수 없었다. 자신은 돈이 필요했고 준영은 돈이 있었으니까. 어차피 사람들에게 정나미가 떨어진 상용은 한국에 돌아올 생각이 없었기에 결정은 더 쉬웠다.

그 후 미국에서 공부한뒤 하버드 동문과 선배들의 도움으로 쉽게 시민권을 따고 좋은 직장에서 고액의 연봉을 받으며 성공한 인텔리로서 인생을 즐기는 일만 남았는데 이렇게 갑자기 연락도 없이 갑자기 찾아오다니. 아니 그보다 대체 전화번호는 어떻게 안거지?

머릿속에 무럭무럭 피어나는 의문들을 뒤로한채 문자에 찍힌 주소에 도착한 상용은 친절한 주차요원에게 차 키를 맡기고 호텔을 올려다 보며 다시 한번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사실 위치를 아는 순간 욕이 나올 수밖에 없었는데 가뜩이나 호텔비 비싼 뉴욕에서도 5성급을 자랑하는 더 마크 호텔. 재개장을 거쳐 5.5성급으로 올라가 일반룸이 일박에 천달러, 스위트룸은 하룻밤 숙박료가 7만5천 달러로 세계에서 스위트룸이 가장 비싼 호텔중 하나였다.

근데 이런 호텔의 스위트룸으로 오라니. 설마 호텔비 떠넘기려는건 아니겠지? 아니야 그래도 걔가 돈은 많았어. 그래도 이런 호텔 스위트에 처박힐정도로 많은건 아닐텐데? 상용은 스멀스멀 기어 올라가는 의심에 계좌 잔고를 떠올리며 스위트 룸으로 향했다.

고급호텔답게 가고 싶다고 해서 바로 갈수있는것도 아니고 프론트에서 신원 확인하고 연락해서 허가를 받은 다음에야 보안 요원들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타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했는데 엘리베이터에 탄 순간 모든 근심과 걱정은 사라지고 두려움만이 남았다.

상용의 기억속에 준영은 참 특이한 아이였다. 상용이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을 포기한 이유중엔 준영을 향한 두려움도 한 몫을 했었다. 그런 제안을 하고 실행에 옮기는거 자체가 보통 사람은 하지 못할 짓이니까.

보안 요원을 따라 스위트룸안으로 들어간 상용은 화려한 내부의 모습에 두려움은 사라지고 욕부터 나왔다. 확실히 억에 가까운 돈값을 하는 시설이었지만 고작 잠자는데 그 돈을 쓴다 생각하니 자기돈 아닌데도 아까워서 잠이 안올거 같았다.

“형 오랜만이에요. 얼굴 보니 좋네.”

그래서 상용은 준영이 환하게 웃으며 반겨주자 대뜸 물었다.

“너 돈은 있지?”

예상치 못한 말인 듯 준영은 살짝 당황하다 피식 웃었다.

“일단 앉아요.”

응접실의 소파에 먼저 앉으며 재촉하자 상용은 어쩔수없이 준영의 맞은편 소파에 몸을 기댔다. 비싼 방인 만큼 소파 또푹신하고 편안했지만 상용은 부드러운 소파를 감상할 여유가 없어 지그시 준영을 바라보았고 그 시선에 준영은 어깨를 으슥거렸다.

“동생이 오랜만에 놀러 왔는데 형이 알아서 해 주겠지.”

그 말에 상용이 현기증이라도 난 듯 살짝 비틀거리는걸 보고 준영은 큭큭거리며 웃었다.

“많이 흥분한거 같은데 차라도 한잔 해요. 이거 맛있어.”

준영의 손짓에 나타난 한 칼리번과 엘레나를 보고 상용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보아하니 스위트룸에 딸린 버틀러 서비스 같은데 대체 왜 이일을 하는지 모를정도로 아름다운 선남선녀들이었다.

칼리번이 정중하고 우아한 몸짓으로 차를 따르는 모습이 한폭의 그림같았고 헐리우드 스타들도 빛이 바랠 엘레나의 미모에 상용의 가슴은 더욱 무거워 졌다. 이 자본주의 세상에선 아름다울수록 비싸다는게 정해진 공식이었으니까.

“아 감사합니다.”

엘레나가 건넨 찻잔을 받으며 인사하자 싱긋 웃는데 와 진짜 가슴 떨리게 이쁘지만 전부 돈으로 보인다.

“아니 보통 이런데는 아무나 주는 방이 아닐텐데 대체 어떻게 예약한거야? 아무튼 내가 하룻밤 정도는 감당할수 있으니까 오늘은 푹 쉬고 내일 수준에 맞는 곳으로 옮기자.”

“내 수준이 어때서?”

“너 돈 많은건 알이만 이정도 급은 아니잖아! 그리고 평생 놀고 먹으려면 아껴야지!”

돈은 많은데 아껴 살아야 한다는 모순된 말에 준영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돈은 없는데 다른건 있어요.”

준영이 눈짓하자 칼리번은 방으로 들어가 하얀 천을 덮어씌워 내용물을 알 수 없는 한 파렛트 분량이 실린 카트를 밀면서 다가왔다.

“이게 뭔데?”

끽끽 거리는 마찰음이 어째 꽤 무거워 보인다 생각하며 묻자 준영은 장난스레 말했다.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거.”

칼리번이 천을 걷자 상용은 오색찬란하게 빛나는 황금의 자태에 들고있던 찻잔을 떨어트리고야 말았다.

“아고 저 아까운거.”

무려 한잔에 5포인트짜리를 쏟아버리다니. 솔직히 저건 좀 아까웠다.

“이 이게. 아 아니 이게 뭔······”

과부하가 왔는지 말도 제대로 못한채 얼떨떨한 표정으로 금괴와 준영을 번갈아 보던 상용의 모습에 준영이 엘레나에게 눈짓을 하자 엘레나는 고마운 고객님을 향한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새로운 차를 한잔 내밀었다.

“이거 한모금 마시면 진정되실거에요.”

“아 예. 감사합니다······ 헉! 한국말 할줄 아시네요?”

상용이 놀라자 엘레나는 영업용 미소를 지우지 않은채 꾸벅 인사하곤 상용이 떨어트린 찻잔을 정리했다.

“으악! 죄송합니다.”

그제서야 자신이 찻잔을 떨어트렸다는걸 깨달은 상용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이런데서 쓰는 물건들은 가격이 장난 아닐텐데 망가트리다니. 청구서에 얼마가 찍힐지 몰라 아찔해지던 정신을 여전히 자태를 뽐내고 있는 황금빛이 돌려놨다.

거기에 차를 한모금 마시자 와우!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는데 시원한 청량감이 입안에 맴돌고 꿀꺽 삼키자 마자 머리가 맑아졌다.

“좋죠? 비싼거에요.”

“그래 비싼거 같았어. 아니 그보다 뭐야 저 금괴는! 어디서 가져온거야! 너 밀수 하냐?

준영의 말에 수긍하던 상용은 곧 정신을 차리곤 준영을 추궁했다. 금은 중요한 전략물자라 일반인이 저만한 양을 가지고 움직일수가 없었다.

“음······ 엄밀히 따지면 밀수라 할수있죠.”

준영의 말에 상용은 한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이 대책없는 놈이 지금 무슨짓을 하는거지? 그보다 버틀러 서비슨줄 알았는데 저 남자와 여자도 다 같은 한패일줄이야.

“원하는게 뭐냐?”

상용의 물음에 준영은 히죽 웃으며 말했다.

“우리 일 하나 같이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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