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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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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작품등록일 :
2020.01.08 14:53
최근연재일 :
2020.09.18 03:58
연재수 :
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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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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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23,385

작성
20.06.17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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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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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결투를 신청한다!

DUMMY

콰광! 배를 붙잡고 웃다가 날벼락을 맞은 플로네가 기절한 듯 허공에 둥둥 뜬 채로 팔 다리가 축 늘어지자 지켜보던 돼지가 기회라는 듯 끼어들었다.

“보아하니 인수합병 막으려는 뉴비가 뭣도 모르고 계약하러온거 같은데 후회하기전에 그만두는게 좋을거야.”

“진짜? 이력서 보니까 조건이 좋던데?”

“흥! 그렇게 조건이 좋으면 이렇게 인력시장 구석에 처박혀 있지도 않았지!”

돼지의 말에 반박도 못 한채 마른 침만 꿀떡꿀떡 삼키며 간절히 바라보는 엘레나의 눈빛에 준영은 피식 웃었다.

이건 생각보다 더 심각한 호구였다. 아무리 착해 빠져도 여기선 한마디 변명이라도 해야 하는거 아닌가?

“원래 후회할줄 알며서 저지르는게 인간이야. 한치앞을 못 보거든.”

그 말에 엘레나의 표정이 눈에 띄게 환해지며 자리에서 일어나려하자 돼지가 다시 소리쳤다.

“100만 포인트!”

“응?”

“어차피 인수합병 막는게 목적이지? 100만 포인트면 어지간한 업체는 얼씬도 못하게 준비할수 있을거다.”

“진짜야?”

준영이 엘레나를 향해 고개를 돌려 묻자 엘레나는 잠깐 머뭇거리다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 100만 포인트면 인수합병을 대비해 고급 용병을 고용할수도 있고 문명수준을 성장시킬수도 있습니다.”

“와. 아무리 호구라도 여기선 아니라고 해야하는거 아닌가?”

호구대장급 호구가 또 있을줄이야. 준영이 감탄하며 엘레나를 바라볼때 돼지가 말했다.

“들었지? 돈 줄테니까 당장 저 파리년 데리고 꺼······”

“누가 파리야! 이 돼지새끼야!”

파리라는 말에 고개를 번쩍 든 플로네가 돼지를 향해 분노의 드롭킥을 날렸다.

“꽤액!”

“오오 헥토파스칼 킥!”

돼지는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포탄처럼 날아가 건물 벽을 부수고 처박혔고 플로네는 감탄하는 준영을 향해 소리쳤다.

“아니거든! 아재감성 뿜어대지말고 최신 드립좀 공부해라!”

씩씩거리는 플로네를 무시하고 자신을 멍하니 바라보는 엘레나를 향해 말했다.

“어때요? 계약 하실라요?”

“저 정말입니까?”

100만 포인트를 포기하고 계약을 하자고 할줄은 몰랐는지 엘레나의 표정이 환해졌다가 곧 시무룩해졌다.

“살로만은 반드시 보복할겁니다.”

누가 누굴 걱정하는건지 모르겠지만 엘레나가 걱정스런 어조로 말하자 준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살로만이 누구에요?”

“······”

“아 저 돼지?”

무너진 잔해에 처박혀 보이지도 았는 돼지를 향해 시선을 던질 때 잔해가 분수처럼 솟구치며 얼굴이 새빨갛게 변한 돼지가 꾸익 거리며 튀어 나왔다.

“아오! 상류층이라고 대접해주니까 진짜 대단한줄 아나! 하청이나 받아먹고 사는 주제에!”

“뭐래? 하청도 못받는 놈이 부럽냐?”

“뭐? 야! 너 내려와! 확 씨!”

길길이 날뛰며 플로네를 붙잡으려는 살로만과 그런 살로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도발하는 플로네를 잠시 바라보던 준영은 그냥 무시하곤 엘레나에게 말했다.

“그래서 계약 할거죠?”



@



“두고봐! 내가 반드시 보복한다!”

살로만과 플로네가 투닥거리는 사이 계약이 완료돼자 살로만은 씩씩거리며 준영을 노려보다 3류 악당같은 대사를 내뱉으며 사라졌다.

“헹! 두고보자는놈 하나도 안무서운건 국룰이죠!”

멀어지는 살로만의 뒤통수에 제3자인 준영이 들어도 어우야 빡치겠다 싶은 도발적인 멘트를 날리던 플로네는 살로만이 완전히 사라지자 정색을 하며 준영을 타박했다.

“넌 어쩌자고 저 돼지를 적으로 삼은거야?”

“······내가?”

억울하고 황당한 심정에 뭐라 말좀 해보라고 엘레나를 봤더니 플로네의 말에 동의하는 듯 심각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준영은 진짜 자신이 뭘 잘못했나 싶었다.

“아씨 저 돼지새끼 진짜 끈질긴데 골치아프게 됐네.”

근심어린 표정으로 걱정하는 플로네를 무시한채 준영은 계약을 한게 얼마나 좋은지 아까부터 실실 새어나오는 웃음을 억지로 참으려고 노력하는 엘레나를 향해 말했다.

“나머지는 어디 있어요?”

“아! 호출했으니 곧 올겁니다. 그리고 고용준데 편하게 대해주세요.”

어지간하면 어디 찻집이라도 가서 기다리겠는데 엘레나나 준영이나 돈없는 처지인건 마찬가지라 그냥 어디 안가고 그 자리에서 멀뚱히 서 있어 어색한 침묵이 흐르자 플로네가 대단하다는 표정으로 박수를 쳤다.

“와. 니들도 참 어지간하다. 원하는놈 계약 했으니까 이제 쓸만한 애들 계약하러 가자.”

플로네의 재촉에 준영은 심드렁하니 말했다.

“난 이거면 충분한데?”

“뭐?”

“네?”

“······플로네가 놀라는거야 그렇다 치고 댁은 왜 놀라는데?”

“왜기는! 지들도 쓸모 없다는걸 아니까 그렇지!”

플로네의 외침에 엘레나는 부끄러운지 고개를 푹 숙였다.

“왜? 이력서 보니까 나한테 필요한 능력들 가지고 있던데?”

준영의 말에 플로네는 코웃음 치며 말했다.

“허이구 퍽이나 쓸만하겠다. 계약도 했으니 말해주는건데 싸움 못하는건 알고 있을테고 엘드족이 가진 특성알지?”

“당연하지 그거 때문에 고른건데.”

엘드족은 엘프족의 한 갈래로 각종 비약이랑 물약의 제작에 뛰어난 능력을 가진 종족이었다.

“하지만 이력서에는 약발이 떨어진다는건 안적혀 있었지.”

“약발?”

“엘드족이 참 손이 커서 엑기스 만들고 이런걸 못해 그냥 만들었다 하면 대량생산이야.”

“······좋은거 아닌가?”

“대신 물탄거처럼 다른 종족들이 생산한 제품보다 효과가 심각하게 떨어지는데 그걸 누가 사냐? 근데 얘네는 할줄 아는게 그거 뿐이거든.”

플로네가 신나게 떠드는 말에 엘레나는 고개를 푹 숙인채 계약을 파기할까봐 걱정이 되는지 준영의 눈치만 살필 때 담벼락의 갈라진 균열같은게 생겨나더니 푸른빛을 내뿜으며 반투명한 타원형으로 변했고 그 안에서 한 사람이 나타났다.

약간 창백한 피부에 몽환적인 아우라를 가지고 길쭉길쭉한 팔다리와 여자들이 환장할거 같이 잘생긴게 마음에는 안드는 남자는 나타나자 마자 정중히 허리를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문댄스족의 칼리번 인사드립니다.”

정중하게 인사하는 모습 마저도 고귀한 귀공자처럼 품격이 뚝뚝 묻어나는게 참 마음에 안들었다.

인사도 안 받아 준채 뚱하니 바라보자 칼리번은 당황한 듯 어ᄍᅠᆯ줄을 몰라하다 조용히 엘레나 곁으로 갔고 참 선남선녀가 모여있는 한폭의 그림같은 아름다운 광경에 심술이난 준영은 퉁명스레 말했다.

“쟤도 문제가 있는거야?”

준영의 말투에 칼리번은 시무룩하니 엘레나를 따라 고개를 푹 숙였고 이거 잘하면 마음 바꿔서 고용을 더 하겠다 싶은지 플로네가 신난 표정으로 말했다.

“있지. 그것도 엄청.”

문 댄스 족은 뱀파이어 일족에서 갈라져 나온 소수 분파로 공간을 이동하는 포탈과 차원간 연결이 가능한 게이트를 만들 수 있는 독특한 능력을 가진 차원계에서도 몇 없는 종족이었다. 즉. 귀하신 몸이라는 거다.

“그래 이력서에도 그렇게 적혀 있어서 내가 고른거야. 차원계에서도 흔한 능력이 아니면 아무리 하자가 있어도 감당할만한거 아냐?”

공간을 연결하는 포탈과 차원을 연결하는 게이트라니! 이력서에서 그 특성을 본 순간 고용을 결정했을 정도로 아주 아주 쓸만한 능력이었다.

“쓸만한 능력이긴 한데 딱히 대체 불가한 능력도 아니거든. 정 급하면 돈주고 시스템이 제공하는 서비스 이용하면 되는거고 데려다 쓰자니 가성비가 끔찍하거든.”

흡혈을 거부한 문댄스 족은 체질개선에 성공은 했는데 흡혈을 대신할 에너지 보충에 문제가 생겼다.

흡혈말고 음식물을 섭취해야 하는데 너무나도 잘 먹어서 문제였다. 식량의 자체공급이 한계를 넘어서자 끔찍한 굶주림에 차원 마저 팔아서 포인트로 식량을 구매할정도로.

당연하게도 남의 약점은 돈벌 기회라 포인트로 식량을 구매한다는 미친 짓거리에 폭리가 더해지자 얼마 못가 파산한 문댄스 족 대부분이 불공정 계약을 맺으며 팔려 나갔고 남은 종족들은 간신히 엘팜스 동맹에 합류했다.

“······아니 얼마나 잘먹길래?”

준영의 황당하다는 표정에 칼리번은 부끄러운 듯 시선을 피했고 플로네는 아련한 기억을 떠올렸다.

“내가 예전에 회사에서 문댄스족이 밥먹는걸 본적이 있지. 앉은자리에서 쌀 한가마니를 처먹더라. 거기다 반찬이 뭐였는지 알아? 조미료야 조미료! 그것도 간장 있으면 많이 먹는다고 설탕이랑 소금, 딸랑 그거 두 개 주는데도 좋다고 밥 퍼먹는데 그게 간식이라는 말 듣고 내가 진짜 할말을 잃었다.”

“그 그래도 지금은 능력을 사용할때만 에너지가 대량으로 소비된다는걸 알아서 그 정도 까지는 아닙니다.”

“그래서 한번에 햄버거 최대 몇 개?”

“햄버거로 배가 찹니까?”

되려 경악한 듯 되묻는 칼리번을 보고 플로네가 봤지? 하는 표정으로 준영을 바라보았지만 준영에게 그런 단점은 별로 문제될게 없었다.

“나머지 하나는? 뭐가 문제야?”

아직 안온 팜족은 이력서에 손재주가 좋아서 무었이든 만들 수 있다고 나와 있으니 철옹성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면야 어떤 문제건 상관없었다.

“팜족은 드워프 일족의 한 분파야. 드워프 핏줄 답게 뭐 만드는건 잘 해. 근데 ADHD알지?”

“물건 만드는 애들이 집중력 결핍이라고?”

“응. 한 3시간 일시키면 ADHD가 와서 못써먹는데 종족특성이라 약도 안통해.”

“그 그래도 요즘 많이 훈련해서 6시간은 일할수 있습니다.”

엘레나가 애써 변호했지만 별 효과는 없었다.

약발 떨어지는 약품만 생산할줄아는 엘드족에 가성비 안좋은 문댄스족, 집중력을 요하는 능력을 가진 애들이 집중력 결핌장애를 가진 팜족이라니. 확실히 아무도 고용 안하는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하자에도 불구하고 준영의 입장에서는 아주 싼값에 부려먹히는데도 일 시켜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는 수준이니 정말 유용한 노예. 아니 직원들이었다.

그런 준영의 심정을 착각해 엘레나와 칼리번은 준영이 계약 파기 할까봐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준영의 눈치를 볼 때 게이트에서 마지막 인물이 나타났다.

“나는 만드는자 팜팡가. 잘 부탁한다!”

밀짚모자를 쓴 검은머리의 소녀의 씩씩하지만 앳된 음성에 준영은 턱을 쓰다듬으며 소녀를 훝어 보았다.

드워프 혈통의 특징인 작달막한 체구에 귀여운 얼굴, 풍만한 몸매를 가진 미소녀. 이건 이거대로 쓸만한 케릭터였다.

활기차게 등장한 팜팡가는 준영이 지그시 쳐다보자 조용히 입다물고는 엘레나와 칼리번 곁으로 갔고 준영은 나란히 서 있는 세 사람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이렇게 엘팜스 동맹?”

“그렇습니다. 혹시 계약조건이 마음에 안드시면 저희가 좀더 양보를······”

준영은 혹시나 계약이 취소될까봐 조심스러워 하는 태도에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냐 됐어. 딱히 문제될 것도 없고 어차피 계약했는데 뭘 그렇게 걱정하는거야?”

그 말에 머뭇거리는 세 사람을 대신해 플로네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그야 지금은 가계약이니까 그렇지.”

“가계약? 어째서?”

“동맹이니까 전원 계약에 동의해야 하거든.”

“하면 돼잖아?”

뭐가 문제냐는 준영의 반응에 엘레나와 칼리번, 팜팡가의 표정이 환해졌다.

“정말입니까!”

“열심히 하겠습니다!”

“나도!”

세 사람의 반응에 준영은 시큰둥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계약은 어떻게 아까처럼 악수하면 되는거야?”

“예 그렇습니다!”

준영의 말에 카리번과 팜팡가가 쪼르르 달려와 악수하려 할 때 짜증나는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잠깐! 누구 마음대로!”

“으엑. 이 돼지새끼 왜 또 왔어!”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언제 왔는지 살로만이 기세등등한 태도고 버티고 서 있는데 그 뒤에 2미터정도 되는 연녹색 피부의 근육질 떡대를 데려왔다.

불만가득한 표정으로 팔짱을 낀채 끼어들기 싫은 티를 팍팍내는 돼지식 오크가 송곳니가 인상적인 전사형 오크는 딱 봐도 계약 잘못해서 살로만에게 등골 뽑히고 있다는 종족중 하나로 보였다.

“와······ 엄마 불러 온거야?”

준영의 말에 오크는 피식 웃었고 살로만은 발끈하며 소리쳤다.

“엄마라니! 내가 자랑하는 챔피온이다!”

“챔피온?”

“그래! 결투를 신청한다!”

살로만의 자신만만한 선언에 플로네가 뭉크의 절규와 같은 표정으로 소리쳤다.

“야이 미친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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