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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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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작품등록일 :
2020.01.08 14:53
최근연재일 :
2020.09.18 03:58
연재수 :
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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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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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
글자수 :
223,385

작성
20.06.10 06:17
조회
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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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글자
12쪽

일하나 같이하자.

DUMMY

습기를 머금어 축축한 공기가 가득찬 지하. 3M정도의 복도 양 쪽으로 죽 늘어선 횃불들 덕분에 어둡지는 않은 길을 준영은 신기하다는 듯 두리번 거리며 천천히 걸었다.

“앗 차거!”

준영의 어깨에 앉아 시골 촌놈을 바라보는 도시 사람처럼 거만 떨던 플로네는 천장에 고여 있던 물방울이 정수리에 뚝 떨어지자 깜짝 놀라며 호들갑을 떨며 인상을 찌푸렸다.

“아오 진짜 신기한건 알겠는데 좀 빨리 가면 안돼냐?”

“나 동굴은 사진으로나 봤지 실제론 처음 본다고.”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던전을 탐험하는거 같은 기분에 살짝 미소지으며 걷는 준영을 보며 플로네가 작게 중얼거렸다.

“어차피 망하면 여기서 살텐데······”

“응? 뭐라고?”

“아 아무것도 아냐. 천천히 구경 하세요.”

갑자기 어색하게 웃는 플로네가 의심스러웠지만 준영은 시선을 거두곤 다시 발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가 가는곳이 한 마디로 차원계 가장 밑바닥이다 이거지?”

자본의 논리로 돌아가는 차원계는 당연하게도 자본에 따라 나뉘어진 보이지않는 신분이 지배하는 세상이었다. 대략 다이아몬드 형태로 이루어진 계급도에서 가장 상위계층인 상류층은 대기업의 회장과 사장, 임원급들이 자리잡은 곳.

현재의 차원계 산업구조를 완성시킨 대기업들이 아득한 옛날부터 축적해온 자본은 상류층을 차원계의 실질적인 지배자들이자 주인으로 만들었다. 한가지 이해할수 없는 사실은 플로네도 상류층이라는 거였다. 대체 기준이 뭔지······

가장 많은 주민들이 분포한 중산층은 대기업 직원들과 중소기업, 자영업, 프리랜서들이 오늘도 열심히 돈벌이에 열중하는 계층이었다.

그리고 준영이 찾아온 이 지하도시는 차원계 가장 밑바닥에 자리잡은 빈민층들이 거주하는 도시로 경쟁에서 패배한 차원, 파산한 회사, 관리자가 포기한 차원, 빚쟁이, 차원유민등등 다양한 사정과 사연을 가진 종족들이 바글바글한 계층이었다.

“솔직히 여기서 파는건 다 쓰레기야.”

그야 고귀한······ 아 이건 아니고 풍족하다 못해 넘치는 부를 가진 상류층은 아껴쓴다는 개념 자체가 없을테지만 상류층이 아니라면 아껴야 잘산다.

“원래 중고시장이 잘 뒤져보면 쓸만한게 많아.”

저마다의 사연과 사정을 가지고 빈민층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딱 한가지 공통점은 돈이 없다는 거였다. 돈이 없으니 가진걸 내다 팔아야 했고 그렇게 중고시장인 마켓이 만들어졌다.

“그래봤자 중고지.”

“······”

플로네의 코웃음에 돈 없는 설움을 추스르며 걸어간 끝에 동굴을 벗어난 준영은 거대한 공동의 천장부근으로 나왔는데 천장에 자리잡은 종유석들이 태양처럼 환하게 빛을 뿌렸고 어찌나 넓은지 지평선이 보일정도로 거대한 대지가 한 눈에 들어왔다.

“오오! 셔틀이다! SF구나!”

까마득한 절벽 위라 여길 어떻게 내려가나 고민할 때 투명한 물방울 모양의 이동용 무인 셔틀이 날아와 호버링 하면서 출입구를 여는 광경에 준영은 감동했고 플로네는 질색을 하며 모르는 사람이라는 듯 멀리 떨어졌다.

“그만좀 해라! 내가 다 쪽팔리다!”

셔틀에 타서도 비행기 처음 타보는 어린아이처럼 창문에 찰싹 달라붙어 떨어질줄 모르는 준영의 모습에 플로네가 플로네가 빽 하고 소리를 지르자 그제서야 준영은 헛기침을 하며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아무도 없구만······”

“그래서? 사람 많은데선 촌놈 티 안낼 자신 있어?”

“아니.”

준영은 단호하게 대꾸하며 SF영화의 인트로 장면처럼 발밑으로 스쳐 지나가는 빌딩숲을 바라보았다.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에 도시 중심부로 들어가며 점점 늘어나는 셔틀들이 자동차처럼 줄 지어 이동하는게 딱 미래도시였다.

“근데 생각했던거랑 이미지가 좀 다르다?”

빈민층이라면 자연스레 연상되는 더럽고 복잡한 거리와 무거운 분위기, 음침한 뒷골목등을 상상했는데 희망찬 미래도시를 볼줄은 몰랐다.

“다양한 종족들이 흘러 들어오는 곳이라 문명 수준도 가지각색이고 온갖 괴랄한 기술들이 튀어나오거든. 그거 하나는 꽤 재밌어.”

“이 건물들이랑 셔틀도 그런 기술들이겠네?”

“그렇지. 뭐 하나 성공하면 먹고 살만은 해. 그래서 다들 특허 받을만한 신기술을 개발하려고 하는데 시스템의 공증을 거쳐야 하니까 쉬운일은 아냐.”

“시스템이 특허까지 인정해줘?”

“그럼! 아이디어 제공이나 기반특허, 디자인 특허등등 모든걸 계산해서 지분을 나눠주니까 기술 탈취나 알맹이만 쏙 빼먹는 수법같은건 안 통해. 아니 오히려 그러면 지분이 깍일수도 있어.”

“거 철저하네.”

“웃긴건 만약에 니가 차원계에서 핸드폰을 처음으로 만들면 넌 그 특허의 소유자가 되는거야.”

“······고객은 사람취급 안해주니까?”

“역시 관련업계 종사자라 이해가 빠르다니까.”

“그거 말만 들어도 복잡한 문제가 생길거 같은데?”

“아냐 누가 이의제기를 해도 시스템의 결정에 따르면 되니까 복잡할건 없어.”

시스템이 갑 오브 갑이라는 거네. 준영은 들으면 들을수록 그 시스템의 정체가 궁금해 졌다.

“대체 시스템은 뭐야?”

“그건 나도 모르지.”

별 고민도 없이 제깍 튀어나온 대답에 오히려 할말이 없어졌다.

“뭔지도 모르고 쓴다고?”

“이건 아주 전설적인 얘긴데 옜날에 시스템이 뭔지 제대로 연구해서 통제해보려는 시도가 있었어.”

“어떻게?”

“돈만 있으면 못할게 없으니까 시스템에 관한 정보를 돈주고 사자는 거였지.”

“그거 기술을 만들어 내는 기술이랑 비슷한 말 같은데?”

“그때 시스템이 요구한 금액이 1경 포인트였나?”

“헐? 그거 모을수 있는 금액이긴 하냐?”

“모았으니까 전설적인 얘기지.”

“근데 왜 몰라?”

“그게 웃긴게 당시 차원계 전체가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포인트를 죄다 쏟아부었거든. 진짜 탈탈 털어가지고 1경을 만들어서 지불했는데 시스템이 준 정보가 ‘시’ 이거 단 한 글자였어.”

“그게 뭔데?”

“하도 황당해서 이게 뭐냐고 또 돈주고 물어봤지.”

“그랬더니?”

“전체 정보료가 아니라 한글자당 1경 포인트라고 시스템이 뒤통수를 쳐버린거였어.”

“······‘시’가 시스템의 시? 본문도 아니고 타이틀을 1경이나 주고 산거야? 총 몇글자인지도 모르고?”

“법전 두께의 책으로 10만 3천권 정도.”

“그냥 꺼지란 소리네?”

“그래서 우리도 그냥 쓰는거야.”

그 말에 준영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것들은 만약에 시스템이 갑자기 멈추거나 폭주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도 없나? 하긴 지금 누가 누굴 걱정하는건지.

준영이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던질 때 플로네가 말했다.

“아참. 깜빡할뻔 했다. 잘 들어. 직원들 고용하는데 나는 아무런 도움을 줄수 없어.”

“언제는 도움이 됐고?”

“거 말이 너무 심하네. 컴플레인 있다고 막나가는 거냐?”

“요정은 원래 양심이라는게 없는 종족이냐?”

“돈버는데 양심은 별로 도움이 안돼.”

“그래도 있다는 소리는 안하는구나.”

서로를 노려보며 으르렁 거리다 플로네가 먼저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아무튼 그게 중요한게 아니고 계약은 시스템이 주관하는 거라 제 3자가 훈수 두거나 참견할수 없는 영역이야. 그러니까 계약 잘해야 한다.”

“뭐 표준 계약서 그런거 없어?”

그 말에 플로네는 한심하단 시선으로 준영을 타박했다.

“그런건 중산층에서 정식으로 용병일 하는 애들이 쓰는거고 지금 준영이 가는곳은 인력시장이야.”

“차이가 뭔데?”

“어떻게든 어수룩한 뉴비 하나 꼬드겨서 한탕 해먹으려는 이력서에 등록도 못하는 놈들이 수두룩하다는거?”

이력서에 신분을 확인할수 있는 사진이 없다는 점을 노리고 계약을 중간에 나꿔채려는 놈들이나 하이에나처럼 뉴비를 찾아 인력시장을 어슬렁 거린다.

그렇게 어수룩한 뉴비 하나 꼬드겨 계약을 한뒤 일 잘하면 모르겠는데 대부분은 지들 돈벌이에만 열중해 뉴비들에게 계약은 신중히 하라는 뼈아픈 교훈을 남겨줬다.

“그냥 시스템에다 이 계약이 내가 생각하던 계약인지 확인하고 공증 받으면 되는거 아냐?”

그 말에 플로네는 경악한 표정으로 준영을 바라보았고 그 모습에 준영도 놀랐다.

“어? 뭐야 설마 진짜 몰랐다고? 이런걸?”

“와 씨! 나 방금 소름 돋았어. 설마 이걸 단번에 통과할줄은 몰랐는데.”

“······통과?”

차원계는 사기가 안 통하는건 이 거래가 사기인지 아닌지는 시스템을 통해 확인할수 있어서였다.

기본적인 절차조차 확인 안했다면 당해도 싸다는게 차원계의 상식이라지만 준영이 보기엔 그저 호구 잡아 사골까지 푹 우려 먹으려는 의도로 밖에 안보였다.

“그러면 차원계가 뭐 호구들을 위한 세상인줄 알았냐? 이건 일종의 걸러내기야. 회사가 필요로 하는 인재는 순진하게 시키는 일만 잘하는놈 따위가 아니니까.”

하긴, 이용당하기 딱 좋은 호구들은 언제나 세상 살기 험하지. 나름 납득이 가는 이유라 고개를 주억거릴 때 어느덧 셔틀은 천천히 하강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그래도 미래도시랑 중세 시장은 갭이 너무 큰거 아니냐?”

셔틀에서 내린 준영은 관광객처럼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두리번 거렸다. 중세는 중센데 판타지풍 중세라 그런지 아주 이국적인 시장이었다.

다양한 종족의 행인들이 거리를 지나다니고 도로 양 옆에 자리잡은 노점상들의 좌판엔 각종 서적과 무기류, 잡화등등이 진열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이상하게 물건 파는 상인들이 호객행위를 하기는 커녕 입 꾹다문채 눈치를 살피며 시선 안 마주치려고 딴청을 피우고 있었다.

“어째 시장 왜 분위기가 이러냐?”

처음부터 이랬으면 모르겠는데 준영과 플로네가 시장에 들어 서자 마자 어색한 침묵이 감돌더니 행인들도 도망치듯 멀어지고 있었다.

“나 때문일걸?”

“무슨 깽판을 치고 다닌건데?”

“깽판이라니! 원래 빈민층 애들은 나같은 상류층은 눈 마주치는것도 어려워 해서 그런거야.”

“말이 나와서 말인데 니가 왜 상류층인거야?”

“어? 이거 활활검이네? 이야 이거도 매물로 나오는 구나? 준영아 이거 사. 가성비 좋기로 소문난 거야.”

무시하기냐. 못 들은척 하며 한 노점으로 날아간 플로네는 주인의 허락도 없이 검 한자루를 가져왔다.

“노점상에서 파는게?”

“노점상 무시하냐? 여기니까 노점에서 파는거지 딴 데선 하나 하나가 다 보물급이라고.”

포지션을 하나만 정하면 안될까? 어쩌라는 건지 원. 준영은 속으로 투덜거리며 검을 살펴보았다. 이름처럼 불꽃문양이 검집에 새겨진 꽤 고풍스런 장검이었지만 검도학원은커녕 태권도도 군대서 억지로 대충 배운게 다린 준영에겐 그냥 장식품일 뿐이었다.

차원계에서나 빈민층이지 출신 세상에서는 나름 목소리에 힘좀 주는 위치에 있던 자들이 파는 물건 들이라 그런지 대부분이 가문이나 국가의 보물급, 레전드급, 물품들이랜다.

준영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자 플로네도 흥미가 떨어졌는지 검을 내동댕이 쳤는데 도난방지 시스템이라도 있는지 검은 노점상에게 자동으로 날아갔다.

“야 내가 어지간해서는 이런 말 안하는데 저거 진짜 쓸만한거야.”

“내가 몸 쓰는 스타일같냐?”

그 말에 은근히 기대했는지 판매자가 시무룩해졌다. 너무 당당하게 엳듣는거 아닌가?

“그럼 이 목걸이는? 후광에 매혹 효과있어서 구라치는덴 이게 딱이야.”

“사람이 정직해야지.”

푸핫!

[요정왕 플로네가 10포인트를 지급합니다.]

“······내말이 그렇게 웃겼냐?”

노점상이 같이 웃어서 더 상처받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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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18 연어럼블
    작성일
    20.06.10 12:09
    No. 1

    티키타카ㅋㅋㅋ 시스템 저 양아치 놈들 어떻게 저 한글자에 그 금액을ㅋㅋㅋㅋ 저 세상에 살면 엄청 계산적으로 움직이게 될 것 같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희미한너
    작성일
    20.09.21 16:00
    No. 2

    차원계에서 핸드폰 처음 만들면 인정해주는 것과 고객을 사람 취급하지 않는 것이 어떤 관계인지 모루겟소요ㅠ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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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세계정복도 한걸음 부터. +1 20.09.03 368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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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차원이동물의 정석. +3 20.08.15 372 16 12쪽
28 차원이동의 정석 +2 20.07.30 424 1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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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비지니스의 꽃 +2 20.07.17 457 2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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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플랜 B +2 20.07.06 511 25 12쪽
21 플랜 B +2 20.07.03 527 2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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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플랜 B +4 20.06.25 594 2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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