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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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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작품등록일 :
2020.01.08 14:53
최근연재일 :
2020.09.18 03:58
연재수 :
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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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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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23,385

작성
20.07.01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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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플랜 B

DUMMY

준영이 반사적으로 멱살잡은 놈의 눈깔을 파버리려다 멈춘건 갑자기 머릿속에 때려박히는 지난 기억들 때문이었다.

박승화 중사. 어느 부대에나 하나씩 존재하는 엿같은 새끼로 자기 이득만 생각하는 참된 양아치.

“또 웃어봐 새끼야!”

“에헤이! 애들 봅니다 그만혀요.”

기억에 따르면 중대 부중대장인 임중위가 짜증이 담긴 표정으로 준영의 멱살을 잡고있던 박중사의 손을 억지로 풀게 만든후 준영에게서 멀찍이 떨어트렸다.

“아 저 새끼 표정 봤잖습니까!”

“그렇다고 쪽팔리게 애들 보는데서 싸웁니까?”

“아 싸우긴 누가 싸웁니까? 후배 교육시키는 거지. 표정관리 안하지? 짬 먹을만큼 먹었다 이거냐? 어!”

준영은 자신을 향한 말을 무시한채 머릿속의 기억을 정리했다.

군에 입대해 남다를 것 없는 평범한 군생활을 보내다 병장으로 전역하기 직전 부사관으로 지원해 임관한지 벌써 3년 2개월째. 전역할때까지 9개월 가량 말년으로 장기복무를 신청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하던 중이라는 기억에 어처구니가 없어 한숨을 내쉬었다.

“하! 시발.”

“뭐 이 새끼야? 너 지금 뭐라 그랬어!”

준영은 자신을 죽일 듯이 길길이 날뛰는 박중사를 심드렁하니 바라보았다. 분명 모르는 놈인데 3년 넘게 같이 지내온 놈이라는게 참 신선하면서도 짜증나는 기억이었다.

“아 애들 보는데서 하지 말고 따로 나가서 하라고!”

양아치 답게 임중위가 짜증을 담아 소리치자 찍 소리도 못한채 궁시렁 거렸고 임중위는 피곤한 표정으로 작게 한숨을 내쉬곤 말했다.

“중대장알면 일 시끄러워지는거 알면서 왜 그럽니까. 오랜만에 일찍 퇴근하는건데 술이나 한잔 합시다.”

임중위는 준영에게 참으라는 눈빛을 보내곤 못이기는척 움직이는 박중사의 등을 떠밀며 사라졌다.

아직 머릿속 정리가 덜된 준영이 우두커니 서 있을 때 힐끔힐끔 눈치보는 시선이 거슬려 주위를 둘러보다 인상을 찌푸렸다.

나라에서 병사들의 편안한 잠자리를 위해 무려 1조를 퍼부은지가 언젠데 아직까지 이런 구식 내무실이라니! 아! 아직 그 사업 하기 전인가? 회귀를 하다보니 시간대가 헷갈린다.

디지털 무늬 전투복이나 베레모 쓰기 전의 국방무늬 전투복 입은 병사들이 중앙 통로 양옆의 평상에서 분주히 움직이는걸 멍하니 바라볼때 한 병사가 준영에게 다가와 조심스레 말했다.

“저기 행정반에 가보셔야 할거 같습니다.”

그 말에 어차피 여기 더 있을 이유가 없어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 내무실을 벗어나 행정반으로 가는 동안 소문이 퍼졌는지 스치고 지나가는 병사들이 전부 준영의 눈치를 살피는데 행정반으로 들어가자 인사계원인 민원후 병장이 준영에게 당직사관 완장을 채워주며 투덜거렸다.

“와 진짜 너무한거 아닙니까? 애들 보기 쪽팔리지도 않나. 그래도 뭐 잘하셨습니다. 진작 이러시지.”

한번에 모든 기억이 쏟아지는게 아니라 뭔가 트리거가 있을 때 마다 관련 기억이 생각나는 방식인지 킬킬거리는 민병장의 말을 듣고나서야 왜 처맞았는지 그 이유가 떠올랐다.

당직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지지만 그 중에서도 금요일, 토요일의 주말 당직은 다들 기피하는 요일이었는데 금요일 당직인 준영에게 토요일 당직이 예정된 박중사가 당연하게 짬 때린거였다.

금요일 당직을 서고 토요일도 니가 서라는 어처구니없는 요구가 가능한 이유는 그간 준영 대신 살아온 인형이 눈에 띄지 말고 중간만 하라는 명령에 충실하다 보니 분란을 일으키키 보다는 군소리 없이 받아들이는 호구였기 때문이었다.

이런일이 한두번이 아니어서 이번에도 당연히 알겠다고 할줄 알았던 준영이 인형과 교대되면서 말없이 서 있는 모습에 그간 싾인 불만이 폭팔할 듯 보이자 지도 찔리기는 하는지 더 길길이 날뛴거였다.

노린거 같은 타이밍이 참 엿같아 작게 한숨을 내쉰 준영은 민병장에게 카드를 던져줬다.

“애들 저녁 먹는거 챙기고 야식거리나 좀 사와라.”

“얼마까지 가능함까?”

준영은 능글은 민병장의 말에 피식 웃었다.

“무제한.”

“정말임까?”

“그래. 먹는걸로 스트레스나 풀어야 것다.”

“카드 내역서 보면 스트레스 싾일텐데 말임다.”

“그때는 널 조지면서 풀어야겠지.”

그 말에 민원후 병장은 궁시렁거리며 행정반을 나가는테 뒤통수가 참 때리고 싶은 뒤통수라 나갈 때 까지 지켜본 준영은 다시 한번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일이 뭐 어떻게 꼬여가지고 팔자에도 없는 장기 복무를 하고 있는건지 이해가 안가는데 뭐 그거야 그렇다 쳐도 주변 배경설정이 정말 치 떨릴정도로 끔찍했다.

징계 기록이 있는 올해가 마지막 진급 기회인 3사관 학교 출신의 대대장에, 공부만 잘해서 육사를 간게 분명한 무능한데 의욕만 앞선 중대장에, 쏘가리라 불릴 수밖에 없는 전입 온지 한달도 안돼 무조건 예스맨인 ROTC 소대장에, 연대에서 가장 짬이 낮은 행보관에, 중대장과 한판 뜨고 전출이 확정된 중대 부사관 최선임 포반장에, 이를 대신해 지가 중대 내 실세인척 하는 양아치 박중사와 그 새끼한테 하인취급 받으며 군생활 하는 등신호구 준영까지.

“뭐 이런 시발스러운 환경이 다 있냐.”

일부러 만들려고 해도 불가능할 정도로 아름다운 설정에 준영은 절로 욕이 튀어나왔다.



@



처음 해보는 건데 익숙하다는 건 참 소름끼치는 경험이었다. 당직은 얼마나 많이 섰는지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몸이 기억하고 있는 수준이라 저녁 점호와 순찰은 아무일 없이 끝났다.

인사계원인 민병장은 뭐가 그리 할 일이 많은지 쉴새 없이 문서를 작성하면서 PX에서 잔뜩 사온 과저들도 하나씩 해치웠다. 그러면서도 비서처럼 커피나 주전부리들을 챙겨주는게 일 잘한다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준영의 기억에 따르면 대대 왕고였던 전 중대장이 힘써서 데려온 명문대 출신의 귀하신 몸으로 이등병때부터 행정계원으로서 일 잘한다 소리 들었는데 무능한 지금 중대장의 끊임없는 삽질에 가중되는 업무와 짬 안되는 행보관이 짬처리 당한 업무들을 군소리 하나 없이 착착 해결하는 중대의 숨겨진 실세라 할수 있었다.

“······너도 참 대단한 놈이야.”

“예? 뭐가 말입니까?”

“······아무것도 아니다.”

준영은 천연덕 스런 표정으로 해맑게 웃는 민원후 병장의 미소에 입을 다물었다. 양아치 박중사가 설치고 다닐정도로 중대 분위기는 개판이었는데 무능한 중대장은 자기 명령을 수령님 말씀으로 착각하는 인간이었고 보급대에서 징계먹고 보병부대로 쫒겨난 짬 안되는 행보관은 아는게 없었다.

이 상황에서 민원후 병장은 자신의 유능함을 마음껏 발휘해 중대 행정을 장악했고 전역하 날이 한달 남은 놈이 군인정신을 발휘해 후임에게 인수인계 안하고 모든 일을 직접 혼자서 다 처리했다.

이거도 이유는 모르겠지만 자신에게 호의적인 민원후 병장이 비밀이라며 자기는 제대하는 날까지 일하다 갈거라고 알려줘서 눈치챈거지 모든 일을 다 떠넘긴지 오래인 중대장이나 행보관은 민병장이 인수인계도 착실하게 하는중인줄 알고 있었다.

말년 임중위도 어느 정도는 눈치챈 분위기지만 먼저 제대하는 입장에서 무능한 중대장을 대신해 부대를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임중위가 민병장을 막을 이유는 없었다.

빰 빠 빠빠빠∽

“아우 소름.”

이 나팔소리를 또 듣게 될줄이야. 준영은 내무실의 부산함에 자리에서 일어나 의아한 듯 바라보는 민병의 시선을 무시한채 밖으로 나갔다.

“이 똥파리 새끼는 왜 또 안 나타나는거야? 근데 이거 현실이 아니라 전장 아냐? 제발 그랬으면 좋겠는데······”

잠시 나와 있었는데 빠릿빠릿한 이등병들부터 연병장으로 하나둘 튀어나와 각잡고 서는걸 멍하니 바라보았다. 짜증나는게 분명 처음해보는 일인데 익숙하다는 점이었다.

언제나와 똑같은 점호 절차를 마치고 애들 밥먹이러 보내고 민병장이 당직 인수인계 한다고 분대장 하나 데리고 사라진 사이 어차피 그 양아치 새끼가 올리 없어 당직이 이어질테니 행정반 의자에서 잠깐 자려는데 옆 중대의 후배가 대충 경례하며 행정반 안으로 들어왔다.

“뭐냐?”

이름이 노재식이었던가? 기억에 따르면 옆 중대에서 근무하는 대대 맞 후임으로 준영과는 한달차의 후배라 모르는 놈이지만 친한 놈이었다.

“소문 들었습니다. 어제 드디어 한판 하셨다면서 말입니다?”

“오늘 당직이냐?”

“민기랑 현식이도 곧 출근할겁니다.”

군대도 소문이 참 빨리 퍼지는 동네였는데 어제 대대 당직인원 중 준영만 부사관이었기에 장교들은 의외라는 반응만 보였지 세계가 달라 다들 모른척 했는데 오늘 대대 당직인원들은 전부 부사관 후배들인 모양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준영을 대신한 인형이 한사람 몫은 하는 호구여서 양아치 박중사를 제외하면 딱히 기어오르는 후배도, 갈구는 선배도 없는 원만한 관계를 형성했다는 점이었다.

“애들 오면 식사하러 가지 말입니다.”

“생각 없다. 잠이나 잘란다.”

“에이 밥은 먹고 자야지 말입니다.”

“넌 가서 인수인계 안하냐?”

노재식의 추근거림이 귀찮아 쫒아낸후 다시 눈을 감으려 할 때 임대위가 행정반으로 들어왔다.

“음? 취직이 급하신 분이 어쩐 일이십니까?”

“오늘 내가 당직 설테니까 가서 좀 쉬어.”

“헐.”

이 미친 양아치 새끼가 설마 군생활 3주남은 말년 중위한테 짬 때린거야? 박중사의 머리구조가 정말 궁금해져 황당함 가득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임중위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냥 내가 한다고 했어.”

“그 양반 어제 뭐래요?”

준영이 당직사관 완장을 건네며 묻자 임중위는 완장을 팔에 차며 킬킬 웃으면서 말했다.

“내가 술마시면 진상부리는 인간이랑 술을 왜 마시냐? 오늘 당직 내가 선다 하고 헤어졌어.”

하긴. 아무리 박중사가 양아치라지만 짬 안되는 소위들도 아니고 그 누구도 건드릴수 없다는 말년 중위한테 비비적 거리지는 못하지.

임중위가 준영과 친한건 초임시절부터 소대장. 부소대장으로 같이 군생활 하면서 존경할만한 군인의 표상부터 무능한 정치군인까지 군의 좋은점과 나쁜점을 함께 겪어온 끈끈한 사이여서였다.

“근데 나 가고 원후도 가면 중대 뒤집어 질텐데 감당할수 있어?”

“나도 나름 말년입니다.”

“큭큭 아 진짜 일 터지고 나서 중대장 표정이 궁금한데.”

“내가 녹화해서 보내드립니까?”

“크크 아이디어는 좋은데 괜히 걸려서 트집 잡히지 마.”

“회의하기전에 전화해서 통화중으로 놓죠.”

“그 아이디어 좋은데? 나 갔다고 전화번호 지우지 말고 가지고 있으라고.”

“그야 당연히······”

히죽 웃으며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 보이던 준영은 머릿속에서 꼬이는 기억에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 보니 너무 황당해서 5년 넘는 시간동안 알고 있는 과거와 얼마나 어떻게 달라졌는지 알아볼 생각도 못했다.

특히. 이 스마트폰. 화성 텔레콤에서 나온 최신기종이라는 기억이 떠오르는데 당연히 원래 기억에는 없는데다 지금은 스마트폰이 나올 시기도 아니었다.

“왜 갑자기 말을 하다 말어?”

임중위가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자 준영은 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우 갑자기 피곤이 몰려오네. 내무반에서 눈 좀 붙이고 있겠습니다.”

“들어가서 편하게 자라니까.”

“지금 숙소 가면 잘수나 있겠습니까.”

“하긴. 박중사가 이를 갈고 있을텐데.”

준영의 말에 임중위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준영은 자신의 소대로 들어간 준영은 밥 먹으러 안가고 빈둥거리는 병장들과 눈이 마주쳤다.

“반찬이 부실하냐?”

준영은 어설프게 웃는 병장들을 무시한채 대충 구석에 몸을 낑겨두며 말했다.

“나 잔다. 어지간하면 깨우지 마라.”

정신적으로 꽤 피곤했는지 알겠다는 병장들의 대꾸를 들으며 꿈도 안꾸는 깊은 잠에 꼬무룩 빠져들었던 준영은 누군가 자신을 다급히 흔드는걸 느끼며 잠에서 깨어났다.

“김중사님! 김중사님!”

“아······ 뭐여.”

억지로 눈을 떠 보자 민원후 병장이 흥분한 표정으로 들떠 있는데 이상하게 병사들이 준영의 주위에 몰려 있었다.

“면회 왔습니다. 면회!”

“뭔 헛소리야. 내가 면회 올 사람이 누가 있다고.”

“와! 이 행님 그렇게 안봤는데 진짜 너무한 행님이시네! 어쩜 이렇게 감쪽같이 속일수가 있슴까?”

어째 원망마저 섞여있는 목소리에 완전히 눈을 뜬 준영은 억지로 잠에서 깬 이들의 정당한 권리인 깊은 빡침을 민원후 병장에게 행사했다.

“맞을 각오하고 자는 놈한테 장난치는 거지?”

“아 진짜 장난이 아니지 말입니다! 대체 여자친구는 언제 사귄겁니까! 그것도 아름다운 금발 미녀로! 이름이 엘레나? 캬! 이름도 아름답다. 아름다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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