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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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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작품등록일 :
2020.01.08 14:53
최근연재일 :
2020.09.18 03:58
연재수 :
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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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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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8 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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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환생트럭 드라이브

DUMMY

휴가 복귀 첫날 중대는 어색한 분위기가 흐를 수밖에 없었고 준영은 아침 회의가 끝나자 마자 대대장에게 불려가 위로를 가장한 입막음을 당부받았다.

그래도 인형이 군생활 적당히 하면서 인간관계도 적당히 싾아놔 준영을 향해 위로와 격려를 해주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중대장은 사과 한마디 없이 준영을 모른척하며 없는 사람 취급했다.

“넌 내일 제대하면서 야근이냐?”

아무리 불쌍하고 억울한 일을 당했다 하더라도 휴가를 10일이나 다녀 왔으면 복귀일에 당직을 서는건 인간의 도리다.

폭풍전야처럼 조용한 중대의 분위기는 곧 이어질 대대급 훈련도 제대로 준비 못하고 있는데 그 누구도 신경쓰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유종의 미는 거두고 가야 하는거 아니겠슴까.”

“하긴.”

준영은 신나게 키보드를 두들기는 민병장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이것도 중대장의 자업 자득이려나? 무능한 중대장은 병사를 노비와 같은 급으로 여겨서 포상휴가나 외박, 하다못해 저녁에 데리고 나가 저녁이라도 한번 사주는등 그 어떤 포상이나 당근 없이 주구장창 일만 시켜댔는데 그걸 웃으면서 버티며 빅엿을 준비하는 민병장이 대단한 거였다.

“제대하면 뭐 할거냐?”

“복학하기 전까지 돈 벌어야 함다.”

그러고 보니 민병장의 집안사정이 좀 안좋았다는게 기억났다. 그래서 휴가도 다 땡겨써서 말년 휴가도 못간채 제대 전날까지 일하는 신세가 된거고.

잠시 민병장을 바라보던 준영은 밖으로 나와 사람이 없는 으슥한 곳으로 가 플로네를 불렀다.

“야.”

“아 밥먹는데 왜 불러?”

열심히 치킨을 뜯던 중이셨는지 자기 키보다 더 큰 닭다리 몽둥이처럼 휘두르며 나타난 플로네를 향해 말했다.

“한 놈 보낼까 하는데.”

“응? 누구 보내려고?”

“민원후?”

“아 그 얍실하게 생긴 애?”

“딱 적당한 인재같지 않아?”

똑똑하고 유능하다는건 이미 입증 됐고 빅 엿을 먹이겠단 일념으로 1년여 넘게 참는 독심과 인내심을 가진데다 전형적인 인싸로 친화력도 좋고 어느 정도 장르물에도 익숙하니 보내버릴 놈으로 딱 적합한 놈이었다.

“보내는건 상관 없는데 계약은 했어?”

“응? 계약도 해야 돼?”

“당연하지. 계약안하고 사람 트럭으로 깔아 뭉게면 그건 이세계 보내는게 아니라 뺑소니지.”

“다른 세상 보내준다고 계약하자 그러면 안할거 같은데······”

“딱히 계약서 작성하고 도장찍고 그럴필요 없어. 그냥 동의만 얻으면 되는거야. 구두계약도 계약이거든. 언제 일일이 다 도장받고 다니냐?”

그 말에 준영이 편한 표정으로 행정반으로 들어가자 궁금한지 플로네도 따라갔다.

“야 너 전에 보던 이세계 먼치킹? 그거 재미있냐?”

“재미야 있죠.”

민병장은 고개도 들지 않은채 대수롭지 않은 태도로 말했다.

“너도 그런 소설처럼 다른 세상에 가보고 싶지 않아?”

“진짜 갈수 있다면 한번 가 보고는 싶네요.”

“그러면 내가 보내줄게 갈래?”

“어유 보내 주신다는데 그저 감사합니다죠.”

“그러면 가는거다?”

“예. 예.”

준영은 농담인줄 아는지 모니터에서 눈을 때지 않은채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이는걸 보고 입맛을 다셨다. 쉽게 해결된건 좋은데 뭐랄까 살짝 아쉬운 감이 있었다.

그래서 다시 행정반을 나가 플로네에게 말했다.

“야 내가 쟤 뭐 챙겨줄거 없냐? 객지에서 죽으면 내가 상당히 아쉬울거 같은데.”

“추천은 안한다만 구사일생 시스템이라고 너한테 배정된 30명분을 걸면 시스템이 즉사의 위기에서도 구해줘.”

“게임의 여유 라이프 같은거네?”

“그렇지. 대신 죽을 위기가 언제 몇 번이다 올지 모르니까 할꺼면 쟤 한테 몰빵하는거 아니면 안하는거만 못해.”

하긴 어느정도 사람 구실한다 싶어서 라이프 뺐다가 죽어버리면 허무하고 빡칠테니까.

“그렇게 해.”

“진짜? 생각 잘 해라. 원래 복권은 많이 살수록 당첨 확률이 올라가는거야.”

“어차피 될놈은 뭘 해도 되는거고 안될놈은 뭘 해도 안되는 법이야.”

“아항! 어차피 둘다 안될 놈이니까 상관 없다는 거구나!”

플로네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준영은 정답을 맞춘 보상을 주려다가 멈칫했다.

컴플레인을 꺼내들자 반사적으로 눈을 질끔 감았던 플로네는 기다리던 번개가 안오자 살짝 실눈을 뜨고 준영을 보다가 그간 자신이 처 맞았던 번개 회수를 계산하더니 씨익 웃었다.

“너 한번 남았지?”

“······”

“써야지 왜 안써? 참으면 병 된다. 시원하게 쓰고 끝내자.”

준영은 말없이 컴플레인을 집어 넣고는 계속 도발하는 플로네를 무시한채 행정반 안으로 들어가 말했다.

“너 내가 이세계 보내주면 돌아와도 나한테 충성할거야?”

“아유 그럼요 충성. 충성.”

“그래 니 가족들은 내가 책임지고 보살펴 줄테니까 가서 성공하고 돌아와라.”

그 말에 하던일을 멈춘 민병장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준영을 바라보았다.

“무슨 농담을 디테일하게 합니까?”

“난 언제나 진지하거든.”

“아 예예.”

준영은 마지막 남은 컴플레인 저 놈한테 쓸수 없나 고민했다.



@



한시라도 빨리 군대를 벗어나고픈 전역자들을 위해 부대는 아침 일찍 전역신고를 마치고 대대장이나 중대장과 티타임 한번 가진뒤 내보낸다.

중대장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개구리 마크를 친 민병장과 동기들의 제대신고를 받아 줬는데 가기전에 남은 업무 마무리 하고 가라는 미친 소리를 해 다들 벙찌게 만들었고 민병장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싫은데요.”

“······뭐?”

“싫다고요”

“너 이새끼 미쳤냐!”

“미친건 당신이지 전역날에 일 끝내고 가라는건 대체 무슨 경우냐.”

민 병장이 시원하게 반말로 까버리자 다들 속 시원해 하면서도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나 걱정스런 시선으로 바라볼 때 중대장이 새빨개진 얼굴로 소리쳤다.

“야이 새끼야! 전역신고만 하면 끝인줄 알아! 넌 오늘까지 군인이야 군인!”

“왜? 영창 보네시게요? 그러 시던가.”

민병장이 태연하게 대꾸하자 대체 뭘 믿고 저러나 싶어 흥분한 중대장이 오히려 차분해질 정도였다.

“나야 영창 갔다오고 군생활 몇일 늘어나겠지만 원래 동기사랑 나라사랑 이라고 내 동기들이 나 대신에 사회에 억울함을 호소할거 같은데 감당이 되시것습니까?”

그 말에 중대장은 움찔하며 전역자들을 바라봤다. 부대관리를 개판으로한 중대장을 좋아하는 병사들은 아무도 없었고 민병장이야 하극상을 빌미로 영창을 보낸다 해도 다른 전역자들의 입을 막을수는 없었다.

제대한 이상 명령을 해 봤자 무시할테고 기자나 인터넷, 헌병대에 투서만 던져도 간신히 잠잠해진 부대가 다시 뒤집힐거다.

그러면 대대장을 비롯해 연대장과 사단장 까지 갈아 마시려 들테고 아무리 육사 배경이 있더라도 군 생활 끝난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중대장이 입 꾹 다문채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할 때 민병장이 거 보라는 듯 참 얄미운 표정으로 가볍게 경례하며 말했다.

“자 그럼 가보겠습니다. 수고하십셔.”

준영은 눈 인사를 보내는 민병장을 향해 장하다는 듯 에어 박수를 쳐줬고 민 병장이 행정반을 나가자 마자 중대장은 괴성을 지르면서 애꿎은 쓰레기통을 걷어찼다.



@



민원후 병장이 남기고간 폭탄은 바로 그날 오후부터 터져 나가기 시작했다.

대체 어디서 이런 놈들만 골라 뽑았을까 싶었을 정도로 인수인계를 받은 계원이라는 것들은 전부 폐급이라 아는게 아무것도 없었다.

모르면 배우고 어느 정도 할줄은 알아야 하는데 이 미친것들은 민원후 병장이 모든 업무를 다 처리하니까 곁에서 배우기 보다는 그냥 심부름만 하면서 편하게 꿀이나 빨아댔다.

위 나 아래나 지들이 해야 할 일을 짬 처리 시키고 꿀이나 빨아 댔으니 부대가 돌아 갈 리가 없다.

그렇게 중대 업무가 마비된 상황에서 다른 중대 계원들의 도움으로 꾸역꾸역 돌아가기 시작했는데 중대장은 민병장이 있을때를 기준으로 갈궈대니 결국 참다못한 폐급 계원들이 폐급다운 짓을 저질렀다.

“야이 새끼야! 사고 난지 몇일이나 지났다고 병력 관리 하나 똑바로 못하는 거야!”

“이건 고의로 그런게 분명합니다!”

“닥쳐 새끼야!”

대대장에게 쪼인트를 까인 중대장은 윽! 하는 소리와 함께 쓰러졌고 그런 중대장을 밟아 버리려는 대대장을 작전장교가 황급히 말렸다.

세명의 폐급 계원들은 중대장을 제대로 엿먹이려고 작정을 했는지 사이좋게 일을 저질렀는데 한놈은 헌병대에 연락해 자살상담을 받고 한놈은 기무대에 연락해 애써 덮은 총기분실사건을 제보하고 한놈을 아예 그냥 탈영을 해 버렸다.

또다시 출동한 연대장과 사단장은 중대장을 그날로 바로 교체하고 폐급 세놈을 나란히 영창 보내는걸로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

워낙 폐급이라 별다른 말이 나오지 않았고 이번 일의 최대 피해자는 임시로 중대장직을 맡게 된 작전장교였다.

“후······ 관둘까.”

안 그래도 진급에 목숨건 대대장 밑에서 시달리던 작전장교는 얼떨결에 중대장 직은 겸직하게 되자 싫은티 팍팍 내면서도 업무파악을 했는데 완벽한 백지상태인걸 확인하곤 좌절했다.

그래도 유능한 대대 실세답게 작전장교는 각 중대에서 베테랑 계원들을 뽑아 행정업무를 맡기고 연이은 사고로 사기가 떨어진 중대원들을 다독여 망가진 중대를 어느정도 다시 복구시키는데 한달여의 시간이 지나갔다.

“이제 슬슬 시작할까?”

작전장교를 따라 한달동안 정신없이 일한 준영은 부대가 어느정도 안정되고 드디어 주말을 주말답게 쉴수있게 되자 의뢰가 생각났다.

“인형은 왜 안쓰고 고생하는거야?”

플로네가 이해가 안간다는 표정으로 묻자 준영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써보니까 가급적이면 안 쓰는 이유를 알겠더라.”

스멀스멀 모르는 기억이 떠오르는 감각은 어지럽고 메슥꺼우면서도 역겨워서 되도록 쓰고 싶지가 않았다.

“하긴. 그게 좀 쓰기 어렵긴 하지. 그러면 오늘부터 시작할거야?”

“지금 당장 시작하자. 그런데 트럭은 과학문명에만 있는거잖아. 다른 문명이면 뭐 마차를 써야 하나?”

“걱정할필요 없어. 여기랑 비슷한 과학문명의 차원이거든.”

“그거 좋은 기회군.”

이 세상에 없는 기술만 획득해도 아주 큰 도움이 될거다. 기회가 되는대로 수집해 시용이 형한테 넘기면 뭐라도 건지겠지.

“그럼 시작하자.”

플로네의 말과 함께 게이트가 열렸고 아무 생각없이 게이트를 넘어간 준영은 비명을 지르며 다시 돌아가려 했지만 이미 사라진 게이트를 대신해 차가운 담벼락이 등에 닿았다.

“아오 썅!”

“걱정하지마 얘네들은 너 인식못해.”

“그게 문제냐!”

기겁을 하며 담벼락에 찰싹 달라붙은 준영은 플로네의 말에 벌컥 소리 질렀다. 없는 사람 취급해주는건 고마운데 스크린에서 보는거랑 실제 눈으로 보는거는 징그러움이 차원이 달랐다. 거기에 딸려오는 이 냄새는 진짜······ 젠장! 갑자기 아포칼립스 좀비물이라니.

“쉽고 간단한 일이라면서!”

“왜? 좀비들한테 망한 세상에서 생존자들은 다른 세상에 가고 싶을테니까 계약하는건 쉽고 간단할거 아냐?”

[컴플레인이 감지되었습니다.]

준영은 결국 참지 못하고 마지막 남은 컴플레인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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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세계정복도 한걸음 부터. +3 20.09.07 304 20 11쪽
36 세계정복도 한걸음 부터. +2 20.09.06 292 18 12쪽
35 세계정복도 한걸음 부터. +2 20.09.05 303 21 12쪽
34 세계정복도 한걸음 부터. 20.09.04 313 18 13쪽
33 세계정복도 한걸음 부터. +1 20.09.03 368 21 12쪽
32 차원이동물의 정석. +3 20.09.01 337 19 12쪽
31 차원이동물의 정석. +5 20.08.29 352 18 15쪽
30 차원이동물의 정석. +2 20.08.24 349 13 15쪽
29 차원이동물의 정석. +3 20.08.15 371 16 12쪽
28 차원이동의 정석 +2 20.07.30 424 19 14쪽
27 비지니스의 꽃 +2 20.07.22 439 20 14쪽
26 비지니스의 꽃 +2 20.07.17 457 24 13쪽
25 비지니스의 꽃 +2 20.07.13 486 23 13쪽
24 플랜 B +2 20.07.11 570 24 14쪽
23 플랜 B +3 20.07.08 500 29 15쪽
22 플랜 B +2 20.07.06 511 25 12쪽
21 플랜 B +2 20.07.03 526 21 13쪽
20 플랜 B +3 20.07.01 556 24 13쪽
19 플랜 B +3 20.06.29 583 27 14쪽
18 플랜 B +4 20.06.25 593 25 12쪽
17 결투를 신청한다! +2 20.06.23 577 27 14쪽
16 결투를 신청한다! +2 20.06.21 567 24 15쪽
15 결투를 신청한다! +3 20.06.19 623 23 13쪽
14 결투를 신청한다! +1 20.06.17 658 27 12쪽
13 일하나 같이하자. +3 20.06.15 720 27 13쪽
12 일하나 같이하자. +5 20.06.12 732 28 14쪽
11 일하나 같이하자. +2 20.06.10 816 23 12쪽
10 일하나 같이하자. +2 20.06.08 965 2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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