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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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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작품등록일 :
2020.01.08 14:53
최근연재일 :
2020.09.18 03:58
연재수 :
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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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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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23,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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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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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플랜 B

DUMMY

저벅 저벅. 제식이 생활화된 군대에서 이동할때는 본능적으로 발을 맞추기 마련이라 수십의 인원이 하나 되어 걸으면 당연히 발자국 소리도 커진다.

준영이 막사를 벗어나 면회객들이 기다리는 위병소까지 이동하는 동안 소문이 퍼졌는지 점점 준영의 뒤에 따라붙는 이들이 많아졌다.

“아 진짜! 구경났습니까! 넌 언제 낀거냐?”

준영은 임중위는 물론이고 노재식을 비롯한 당직사관들과 민원후 병장의 뒤에 쪼르륵 달라붙어 눈치를 살피면서도 흩어질 생각은 없는지 기웃거리는 병사들을 향해 눈을 부라리며 벌컥 소리를 질렀지만 그거 무섭다고 서양미녀를 볼 기회를 놓칠 군인은 없었다.

“아. 당직만 아니면 나도 여자친구 만나서 데이트 하러 가는건데.”

“와 섭섭하게 형수님 소개도 안시켜 줄겁니까? 얼마나 아름답길래 지금까지 숨긴건지 확인할검다.”

“소개팅! 소개팅!”

준영은 눈이 벌게진 남자놈들을 노려보다 한숨을 내쉬곤 포기한 듯 위병소를 향해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군계일학. 위병소 한쪽 면회객 대기소에 홀로 고상하게 서있는 엘레나는 밤바다에서 오징어들을 유혹하는 불빛처럼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었는데 옥에 티처럼 엘레나에게 말한마디 붙여 볼려고 집적거리는 박승화중사의 행동에 다들 인상을 찌푸렸다.

“와······ 저 양반도 참······”

그저 감탄뿐. 임중위를 비롯해 준영을 따라온 이들이 전부 박중사의 추태에 인상을 찌푸릴 때 준영을 발견한 엘레나가 준영을 향해 움직였고 박중사는 준영을 보고는 잠깐 갈등하다가 호들갑을 떨었다.

“이야. 기다린다는 분이 김준영 중사였습니까? 진작 얘기하시지. 김준영 중사는 제가 아끼는 후배입니다. 하하.”

미녀와 어떻게 엮여 볼거라고 체면과 자존심마저 버리게 만드는 남자의 본능에 다들 감탄할 때 엘레나가 준영을 향해 정중한 태도로 허리숙여 인사하며 말했다.

“모시겠습니다.”

“······그래 일단 가자.”

여자친구인거 같아 인사도 하고 말도 걸어보려 했는데 뭔가 분위기가 이상한 눈치라 다들 눈만 굴릴 때 준영은 임중위를 향해 말했다.

“나 퇴근합니다.”

“어 어 그래.”

준영은 모두가 보는 가운데 엘레나를 따라 주차장에 세워진 롤스로이스를 향해 다가갔고 어디거 구했는지 집사복장을 한 칼리번이 준영을 향해 정중히 인사하며 열어준 문을 통해 차 안으로 들어가자 문이 닫히고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어캣처럼 위병소 안쪽에서 목만 쭉 뺀채 바라보는 군상들을 지나쳐 달리기 시작하자 준영은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정경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래서 뭐가 어떻게 된거야? 파리시키는 어디갔고?”

준영의 추궁에 엘레나는 한 뭉치 서류를 건네며 말했다.

“저도 이 세상은 처음이라 아는게 없습니다.”

“이건 뭔데?”

“부재중에 발생한 중요 사건과 특이점들을 정리한겁니다.”

“······알았어 차나 한잔 줘.”

묻고 싶은게 많았지만 이 세상이 어떻게 변했는지도 궁금한건 마찬가지라 엘레나가 신난 표정으로 차를 타는 동안 시트에 몸을 파묻고 서류를 살핀 준영의 감상은 딱 한마디였다.

“······아오 병신들.”

흔히 장르소설에서 자주 써먹는 버블이나 사고, 전쟁, 테러등 세계사의 주요 사건을 가지고 주식이나 선물, 옵션으로 돈버는 클리셰는 아무도 모르는 미래를 혼자 알고 있을때나 효과가 있는거다.

두명 이상 알면 더 이상 비밀이 아니라는 말처럼 가는데는 순서가 없었지만 오는건 동시에 와버린 회귀자들이 바글바글 하니 그들이 알고 있던 미래는 더 이상 미래가 아니었다.

그래서 이미 세상을 장악했으리란 준영의 예상과는 달리 회귀자들은 세상에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고 종말의 날 이전에도 상류층이었던 금수저 회귀자들이 미래에 잘나갈 회사들이나 기술들에 투자하고, 선점하는게 다였다.

그 결과 스마트폰을 비롯한 통신 전자기술이 급격히 발달했지만 그게 다였다. 딱히 세상을 바꾸지도 못했고 혁신도 없었으며 오히려 세상은 본래 역사보다 더 각박해졌다.

“그래도 이정도면 양호한겁니다.”

“이게?”

엘레나가 건넨 차를 한모금 마시던 준영은 엘레나가 위로하듯 한마디 하자 복잡한 표정으로 엘레나를 바라보았고 엘레나는 그 시선에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과학문명 차원에선 딱히 비싼 상품을 안사도 된다는건 저도 처음 알았습니다.”

마법이나 무공이 상식인 문명에서야 미래의 경험 하나만 가지고도 급격히 성장해 깽판 부릴수 있을테지만 이런 과학문명에선 각성했을때나 슈퍼맨이지 각성하기 전에는 그냥 80억 인구 중 한명일 뿐이었다.

“그래도 위로가 안돼.”

준영은 짜증을 담아 서류를 손등으로 툭툭 치며 인상을 찌푸렸다.

종말의 시대. 착한놈들은 초기에 다 죽어 나갔고 마지막까지 살아남은건 원래 나쁜놈들과 미친놈, 그리고 착했던 놈들뿐이었다.

그래서 회귀자들은 대충 세가지 부류로 나눌수 있었는데 하나는 속세를 벗어나 은신해 조용한 은둔자의 삶은 사는 회귀자들로 그나마 가장 양호한 축에 속했지만 나머지 두 부류는 준영의 골치를 아프게 만들었다.

하나는 처음 회귀했을 때 준영을 붙잡은 회장님처럼 클랜이나 길드의 간부급으로 활동하던 금수저나 엘리트들. 이들은 자신들이 가진 재력과 권력, 인맥등을 활용해 지식과 기술들을 독점하며 부를 싾고 그들만의 이너서클을 만들었다.

다른 하나는 범죄조직이나 테러단체에 흘러 들어간 놈들이었다. 살벌하기로 유명한 범죄조직이라 하더라도 종말의 시대를 겪은 회귀자들에 비하면 그저 귀여운 놈들일 뿐이었고 회귀자들 중에는 이런 범죄자와 테러조직 소속도 있었다.

“비행기를 빌딩에 꼴아박는건 누구 아이디어야? 거기다 이란이 아니라 이라크랑 전쟁을 하고 시리아랑 리비아는 내전중이고 isis는 또 뭐하는 병신들이야?”

준영은 원 역사와 회귀후의 역사를 중동쪽 하나만 봤는데도 비교하면 비교할수록 머리가 아파와 다른 지역은 또 얼마나 엉망일까 싶어 볼 엄두가 안났다.

“내가 궁금해서 그러는데 회귀하는 상품이 비싼거면 뭐가 다르냐?”

준영의 물음에 엘레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일단 최고급 제품 사용할 정도의 자금력이 있으면 인수합병 자체가 안 일어납니다.”

“하긴. 이왕이면 만만한놈 노려야지.”

“그리고 평범한 제품은 상태창을 쓰는 회귀물이 가장 비슷하다고 할수 있습니다.”

“상태창도 없고 별다른 혜택도 없이 발목 잡는 회귀자들만 잔뜩 있는게 가장 싸구려라 이거지?”

준영의 투덜거림에 엘레나는 오랜 경험에 따라 자연스럽게 말을 돌렸다.

“도착 했습니다.”

“음? 여기가?”

준영은 힐긋 창밖을 내다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디 주택가나 도심지도 아니고 뭔가 음모를 꾸미기 좋은 굴다리 밑에서 도착했다고 하니 이해가 안갔다.

“어차피 공간이동을 하는지라······”

“아항. 하긴 칼리번을 따라 편하게 공간이동을 할수 있는데 굳이 차타고 다닐 필요는 없지.”

준영이 수긍하며 내리자 뒤이어 엘레나와 칼리번도 차에서 내렸고 칼리번은 게이트를 열어 롤스로이스를 조심스레 집어넣었다.

“그냥 주차하는게 싸게 먹히지 않아?”

그 광경을 본 준영이 한마디 툭 던지자 칼리번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렌트라서요. 흠집나면 곤란해 집니다.”

“······”

뭔 소린가 싶어 바라보던 준영은 엘레나와 칼리번의 난처해 하는 표정에 한숨을 푹 내쉬곤 빨리 가자는 듯 손을 휘젓자 칼리번은 곧 게이트를 하나 만들었다.

굴다리에서 순식간에 흔한 도심지 주거지역의 다세대 주택 옥탑방으로 이동한 준영은 신기해서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니들 들키면 어쩌려고 이러냐?”

“이동시 인식제거가 자동 적용됩니다.”

“거 너무 편의주적 전개 아닌가?”

엘레나의 말에 피식 웃던 준영은 옥상 한쪽 평상에 팜팡가가 널부러져 있는걸 보고 말했다.

“얘는 또 왜이래?”

“산만하다 보니 수면을 취하는 중입니다.”

“그럼 하루종일 잔다는거네?”

이거 뭔가 문제가 있는거 아닌가 싶다가 인간도 아니고 정신적인 문제도 감기약처럼 대충 알약 하나로 치료하는 차원계니 걱정할 필요는 없을거 같았다.

작게 드렁드렁 코까지 골며 자는 팜팡가가 자다 팽개친 이불을 다시 토닥여 주고 옥탑방 안으로 들어가자 원룸답게 방안이 한눈에 다 보였는데 헤드셋을 낀채 책상 컴퓨터로 한창 게임중인 플로네를 보니 왜 같이 안왔는지 알거같았다.

게임에 열중하느라 준영이 들어온걸 알면서도 눈인사만 잠깐 하던 찰나에 뭐가 마음에 안드는지 플로네는 벌컥 소리질렀다.

“정글! 야이 엄마가 돈까스도 안사주고 데려간 시키야! 똑바로 안하냐!”

와 너무하네. 돈까스는 사주고 데려가야지.

“그래! 그거지! 미드 너는 엄마가 돈까스 사줬나 보다? 모두 미드만큼만 해! 이판 지면 내가 전부 돈까스 멕이러 간다!”

음······ 나쁜건가? 준영이 엉뚱한 고민을 할 때 이겼는지 플로네가 만족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짜식들 하면 되잖아. 앞으로도 누나 만나면 말 잘들어라. 안그러면 돈까스 멕인다.”

무서운 협박으로 게임을 마무리한 플로네는 헤드셋을 벗고 준영을 향해 다가오자 갑자기위 아래로 준영의 옷차림을 훝어보고는 풉! 하고 웃더니 왼손으로 코를 쥐어잡고 오른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어우 짬내! 옷이라도 갈아입고 오지 그게 뭐냐?”

준영은 플로네의 환대에 마땅히 해야할 일을 했다.

[컴플레인이 감지 되었습니다.]



@



“그러니까 내가 잘못했다?”

“당연하지!”

준영은 엘레나가 타준 차를 한모금 마시며 세상 억울한 표정으로 씩씩거리는 플로네를 바라보았다. 살로만의 제안을 거절한 순간 시스템은 준영이 승리했다 판단했기에 결투를 종료시켰고 임시전장이 헤제되며 자연스레 자신이 사는 세상으로 복귀한거였다.

“그런데 왜 예상보다 시간이 더 지난거냐?”

덕분에 인형이 끔찍한 군생활을 늘려 버렸다. 말년이긴 하지만 아직 9개월을 더 군대에 있어야 한다 생각하니 숨이 턱! 하고 막힐 정도였다.

“임시전장은 공짠줄 아냐! 진것도 서러운데 사용료까지 내라고 하는건 불쌍하니까 보통 결투에서 승리한 측이 부담한다고!”

그래서 일반적인 결투였다면야 문제가 없을테지만 준영은 이기긴 했지만 돈이 없기에 보호기간을 대신 징수했다는 거였다.

“내 돈은? 나한테 베팅한 돈 있잖아?”

준영의 물음에 플로네는 짠하게 준영을 바라보았다.

“너 대박 터진건 맞는데 그렇게 대박은 아니야.”

“그건 또 뭔소리냐?”

“예를 들어 배당이 100배라고 해 봤자 베팅금액이 10원이면 고작 천원 번거란 소리야.”

돈이 돈을 부른다는 말처럼 아무리 대박이 터져봤자 기초 투자금 자체가 초라해서야 대박이 터져도 별 의미가 없으니 그 돈 다 쓰고도 모자라서 시간까지 썼다는 소리였다.

임시전장은 시스템이 강제로 환경을 조성한 자유도 높은 샌드박스 게임 같은거였다. 다만 게임과 다른점은 복구하는데는 돈이 든다는 거였고 파손 상태에 따라 요구하는 금액이 달랐다.

“······아니 그걸 승자가 다 부담하는데 오크가 도시 박살내고 다닌건 말이 안돼잖아!”

오크놈이 처음부터 힘자랑 하듯 시원하게 박살내고 다니던걸 떠올린 준영이 따지듯 묻자 플로네는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구직활동 한다고 개인광고 하는거 못봤냐? 말년을 누가 말려? 그 돼지도 최소한의 상도덕은 있다고. 그리고 건물이나 장비 이딴건 얼마 안해.”

플로네가 하려는 말을 눈치챈 준영이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소리쳤다.

“안 죽었잖아!”

“님 양심 어디감? 아 원래 없었나? 숨쉬기도 귀찮아 하는 재활용도 불가능한 쓰레기로 만들어 놓고 죽이지는 않았다고 하면 끝이야? 상도덕 없는 놈들도 그 정도는 아니거든?”

엘레나와 칼리번이 동의 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플로네가 거 보라는 듯 거들먹 거리는게 참 얄미웠다.

“후. 어쩔 수 없지. 꼬인만큼 급하게 움직여야 하니까 나 제대할 때 까지 두 사람이 수고를 좀 해줘야 겠어.”

“······”

준영은 어색하게 내려앉은 침묵에 작게 한숨을 내쉬곤 말했다.

“왜 또 뭐가 문젠데?”

준영의 추궁에 엘레나와 칼리번은 시선을 외면했고 플로네는 힘내라는 듯 격려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너 지금 철옹성주 아니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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