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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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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작품등록일 :
2020.01.08 14:53
최근연재일 :
2020.09.18 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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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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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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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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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7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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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비지니스의 꽃

DUMMY

플로네가 도끼가 머리에 박힌채 사망한 준영의 시체를 지그시 바라보다 작게 한숨을 내쉬곤 머리를 긁적이며 데이터 패드를 꺼내자 검은 화면에 에보니가 나타났다.

“어떻게 됐습니까?”

말없이 패드를 돌려 준영의 시체를 보여주자 에보니가 한숨을 내쉬었다.

“죽었군요.”

“이제 어쩔거야?”

“대첵을 세워야죠.”

“어떻게? 솔직히 철옹성만 믿고 있었잖아.”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 말에 플로네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괜찮을까? 나중에 준영이 알면 진짜 화낼텐데?”

“감수 해야지요.”

“피보는건 나거든!”

무책임한 말에 발끈한 플로네가 벌컥 소리 지르자 에보니가 서늘한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공장에서 구해줬으면 돈값을 해야하는거 아닌가요?”

“······난 이런거 바란적 없다고!”

“그래서요? 다시 공장으로 가실겁니까?”

“에이 언니 그렇게 까지 험한 말 할필요는 없잖아요.”

플로네가 신속히 태세 변환을 하고 너스레를 떨자 에보니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러니까 좀 똑바로 일하세요. 보고 따박따박 하고!”

“넵!”

에보니는 기합 바짝든 태도로 경례를 하는 모습에 인상을 찌푸리며 짜증을 냈다.

“하여간 말만 잘해요. 말만.”

[컴플레인이 발동 되었습니다.]

“꽤약!”

마른하늘에 번개를 얻어맞은 플로네가 괴상한 비명과 축 늘어질 때 기도가 응답받았다 여긴 남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준영의 머리에서 도끼를 뽑아들고 환호했다.



@



어느날 갑자기 세계 각지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기묘한 게이트들이 생겨나더니 수억마리의 플로네들이 쏟아져 나와 사람들에게 들어붙었고 급격한 혈압상승으로 인한 심장마비와 뇌출혈로 사망자가 속출하며 결국 이세상의 인류는 종말을 맞이하고야 말았다.

“아 씨발 꿈!”

살다 살다 이렇게 끔찍하고 몸서리처지는 악몽은 처음 겪은 준영은 벌떡 일어나 식은땀이 흥건한 이마를 대충 이불로 닦았다.

“일어났네? 뭐야? 악몽 꿨냐?”

준영은 어디서 났는지 자기 키 만한 오징어 다리를 질겅질겅 씹으며 깝죽거리는 플로네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정말 끔찍한 꿈이었어.”

꿈이었다는게 정말 다행이었다고 안도하는 순간 기억이 순차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대가리가 쪼개지던 기억이 떠올라 치밀어 오르는 욕지기를 참지 못할 때 불쑥 작은 쓰레기통이 눈앞에 나타났다.

“우웨에엑!”

“쯔쯔. 거 죽었다고 유난 떨기는.”

“자 이걸로 닦으세요.”

“아 고마······”

시원하게 속을 게워낸뒤 눈앞의 수건을 받아들고 입을 닦던 준영은 엘레나와 눈이 마주쳤다.

“뭐냐 그 복장은······”

안 그래도 상위 1%라 할 수 있는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내는데 깊이 파이고 짧은 치마의 메이드복은 그저 감사. 압도적인 감사였다.

“플로네님이 이번 방송에서 입어보라고 추천한건데 역시 안 어울리나요?”

어울리긴 어울리지만 파괴력이 너무 강해서 문제다. 저 복장으로 방송을 해버리면 신고가 폭주해서 강제 종료될게 뻔했으니까.

“갈아입어.”

역시 부끄러웠는지 준영의 허락이 떨어지자 마자 엘레나의 복장이 몸매 강조가 덜한 활동적이고 펑퍼짐한 옷으로 변했다. 약간 아쉬웠지만 감사도 가끔씩 해야 감사한거란걸 알기에 준영은 미련을 버리고 말했다.

“나 왜 죽은거냐? 그리고 여기 뭐야?”

준영은 어딘가 많이 익숙하면서도 어색한 공간을 둘러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래? 멘탈케어가 싸구려라 기억력 손실이 왔나?”

“······여기가 그 옥탑방 맞아?”

“팜팡가가 옥상 전체를 개조했어.”

그 말과 함께 엘레나가 내민 등기부 등본을 확인한 준영은 실소를 터트렸다.

“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집 마련 했네?”

묻고 싶은 말은 많지만 지금 중요한건 그게 아니다.

준영은 등기부 등본을 다시 엘레나에게 돌려주며 플로네를 향해 물었다.

“그래서 나는 왜 죽은거야.”

준영의 말에 플로네는 어깨를 으슥거리며 말했다.

“스타팅 포인트를 잘못 골랐어. 알고 보니까 이미 그쪽 지역은 완전히 장악당해서 끼어들 틈이 없더라.”

“······스타팅 포인트라는것도 있었어?”

“아! 내가 말 안했나?”

그 말에 준영도 말 안했다.

[컴플레인이 감지 되었습니다.]



@



에스토아는 아주 오래전 인간들을 유혹해 타락시켜 영혼을 갈취하는 사악한 악마가 지배하던 마을이었지만 신께서 인간들을 불쌍히 여기사 선지자를 보내 악마를 처단하고 마을을 구원한 이후 교단으로부터 인정받은 성지중 하나가 되었다.

그래봤자 대륙 끝자락에 위치해 성지를 방문하려는 순례자들 말고는 찾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변방 시골마을에 불과했는데 금광이 발견되면서 지금의 도시로 발전했다.

“······이게 다라고?”

종말의 시대 인류 최후의 생존자라는 별명으로 불릴정도로 지랄 맞은 철옹성의 방어력 덕분에 준영은 당연하게도 안전 불감증인 상태였고 별 생각없이 마실 나가듯 어슬렁 거리다가 대가리가 깨졌다.

역시 사람은 맞아야 정신 차리는건지 준영도 머리가 두쪽나는 경험을 한 뒤에야 철옹성주의 능력을 되찾는게 최우선 순위라는걸 깨닫고는 진지하게 하려고 했지만 플로네가 준 정보가 너무 빈약했다.

요즘은 동네 꼬마도 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 아는데 이 지역을 장악한 종교의 특성과 교리, 신도수는 물론 신의 이름이 뭔지조차 없다니. 이건 정보라고 부르기도 아까운 그냥 일반상식이었다.

“내가 싫어서 안주는게 아니라 페어 플레이 계약 때문에 주면 안된다니까! 그거도 중간에 난입한거라 겨우 받은거야.”

돈이 권력이고 전부인 차원계는 따지고 보면 정당한 경쟁이란거 자체가 불가능했다. 무조건 돈 많은놈이 이기니까.

그래서 만들어진게 페어 플레이 계약인데 한마디로 너 잘난거 아는데 우리도 좀 먹고살자란 뜻으로 참가하는 업체들 간의 기본적인 공통 계약이었다.

회사들도 돈이면 다 해결 되는건 알지만 그래서야 적자에 파산이니까 페어 플레이 계약으로 돈도 아끼고 직원의 자질과 능력을 평가해 인사고과에 적용시켰다.

그래서 페어 플레이 룰 안에서는 포인트를 사용한 편법이 금지돼 있어서 요구하는 정보 같은건 주고 싶어도 못준다는 플로네의 설명에 준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면 나 말고 다른 놈들도 다 페어 플레이 룰에 제약을 받는다 이거지?”

“그게 공평하다는 뜻은 아니야. 과학문명에 그나마 가지고 있던 철옹성도 없는데 뭘 할수나 있겠냐?”

페어 플레이 계약이라는건 그저 포인트를 써서 일을 쉽게 해결하지 말라는 규칙일 뿐이라 철옹성이도 없으니 할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고 주장하는 플로네의 말에 준영은 납득이 안간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포인트만 안 쓰면 뭘 해도 상관없다는 거잖아?”

“그건 그렇지.”

그래서 원시에 가까운 문명수준을 견디지 못한 디멘션 워커들이 순차적인 발전 단계를 뛰어넘은 지식과 기술을 전수해 고객들이 디멘션 워커들을 신이나 천사, 신의 사도들로 숭배하고 목책 안에서 움집 생활 하는 대신 상하수도 완비에 성벽과 해자를 두르고 있는 도시에서 사는거였다.

“그러면 생각보다 일이 쉽겠는데?”

“두쪽난 좌뇌랑 우뇌가 아직 안붙었냐? 약 줄까?”

[컴플레인이 감지되었습니다.]



@



“야 내가 불만있는건 아니고 궁금해서 그러는데 왜 여기서 다시 시작하는거야?”

준영이 피요르드 절벽 위에 서서 다시 한번 절경을 감상하던 준영이 묻자 플로네는 어깨를 으슥거리며 대꾸했다.

“스타팅 포인트는 바꿀수가 없거든.”

한번 위치를 정하면 바꿀수 없기에 보통 신중하게 고르는데 사실 원래 이일 하던 뉴비도 잘못한건 없었다.

주제도 모르고 대도시급에서 시작한것도 아니고 시골 촌구석에서 소소하게 남을 구연 동화급이나 만들 생각이었는데 생각보다 다른 회사들의 진출이 더 빨랐고 정들었던 고객들 손에 화형 당한 충격에 일을 포기한거니까.

어쩔수 없이 뚱한 표정으로 플로네는 한번 노려보고 다시 도시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한 준영은 불편한 복장을 추스르며 투덜거렸다.

“이거 생각보다 너무 너무 거추장스럽네.”

준영은 인상을 찌푸리며 자신의 복장을 매만졌다. 금색자수로 종교적 문양을 새긴 화려한 자주색 사제복은 정식 서품받은 사제들이나 입을수 있는는 사제복으로 지금 이 시대의 수준으론 생산이 불가능한 기술이라 신분증 대신 쓰일 정도였다.

“근데 왜 처음부터 이거 안준거야?”

준영의 물음에 플로네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대가리 깨지기 전에 주면 입었고?”

할말이 없어진 준영은 더욱 공경해진 사람들의 인사를 받으며 도시로 향할 때 자신을 죽인 남자를 다시 만났다.

“신의 축복을. 안녕하십니까. 사제님.”

“······신의 축복을.”

자신을 죽인 남자를 만나는것도 참 신선한 경험이라 준영이 무뚝뚝하게 대꾸하자 당황한 남자가 어색하게 웃었다.

“이 근처에서는 처음 보는 분이신거 같은데······”

“저는 이제 막 사제서품을 받고 각 교구를 돌아다니며 봉사하는 봉사사제입니다.”

“봉사사제? 그런것도 있습니까?”

미심쩍은 표정으로 훝어보는 남자의 행동에 준영은 인상을 찌푸리며 남자를 노려보았다.

“설마 지금 가장 가까이에서 신을 보필하는 교단의 사제를 의심하는 겁니까?”

“아닙니다! 그럴 리가 있습니까. 다만 저는 처음 들어보는지라······”

남자가 당황해 변명하자 준영은 미심쩍은 시선으로 남자를 훝어보며 말했다.

“흐음. 그러니까 교단의 결정을 가장 먼저 그대에게 알려줘야 한다 이거군요?”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준영은 자신의 대가리를 깬 원한을 담아 매섭게 노려보며 말했다.

“알면 회개하십시오. 그대가 알게 모르게 가지고 있는 자만심을 버리시고 오직 신만을 찬양하세요.”

그 말에 바로 바닥에 무릎 꿇고 중얼중얼 기도를 올리는 남자를 뒤로한채 도시로 향할 때 플로네가 신기하다는 듯 준영을 향해 말했다.

“뭐야? 자연스러운데? 어디서 많이 해 봤나봐?”

“해본게 아니라 많이 봤지.”

플로네의 호들갑에 준영은 씁쓸하게 웃었다. 보통 세상이 혼란스러우면 사이비가 판을 친다. 그만큼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마음과 정신의 안정을 찾았고 사이비는 그런 허약하진 마음을 교묘히 파고든다.

칠영웅중 하나인 사이비 새끼가 그짓을 참 잘했는데 종말의 시대. 가뜩이나 부족한 기술자들을 신도로 만든 뒤 그들의 노동력을 무기로 호구대장을 협박했었다.

“솔직히 그 사이비새끼가 했던 짓 흉내만 내도 될걸?”

사이비들의 기본 덕목이 정당하고 논리적인 의심을 하는 멀쩡한 사람을 선동과 모략, 말꼬리를 잡아 누명을 씌워 병신으로 만들어 집단에서 축출하거나 죽게 만드는 거였다.

그러면 나중에 사이비에게 선동당해 동조한 멍청이들이 진실을 알게 되더라도 이미 지은 죄가 있기에 진실을 부정하고 자기 합리화 시키며 더욱 더 맹목적으로 사이비를 추종한다.

특히 사이비 새끼가 신도들을 현혹시키는걸 참 잘했었다. 딱히 농락당하는 병신들을 위해 나설 생각이 없어 철옹성 하나를 장악해 지들만의 교단으로 만들어버리는걸 보고 그래 거기서 살아라 하고 무시했었는데 이 미친 사이비 새끼가 준영을 대상으로 누명 씌우고 선동하려 하길레 허허 웃으며 교단이 장악했던 철옹성을 철거시켜 버렸었다.

그때 교단에 있던 인원이 30만이었던가? 간만 보려다 교단이 날라가 버렸을때 사이비 새끼 표정이 참 볼만했는데.

그 후 사이비 새끼랑은 돌이킬수 없는 관계가 됐지만 어차피 종말 말기가 시작되면서 모두가 준영을 증오하고 죽이고 싶어 했었다.

“사이비가 했던거 따라 하려고?”

그 말에 준영은 노골적으로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내가 자존심이 있지 미쳤다고 사이비 새끼가 했던짓을 따라 하겠냐? 내가 그 새끼 욕을 얼마나 많이 했는데.”

“그러면? 뭐 하려고?”

플로네의 물음에 준영은 어느덧 가까워진 성문을 바라보며 말했다.

“비지니스의 꽃이 영업이라고 했지? 그러면 사업의 꽃은 뭔지 알아?”

“뭔데?”

“사업의 꽃은 바로 독점이야.”

플로네는 과학 문명을 무시하지만 전지전능한 포인트 사용이 금지된 페어플레이 룰 안에선 과학문명이 오히려 다른 문명을 압도할수 있다는게 준영의 생각이었다.

아무리 높게 쳐줘도 중세문명인 세상을 자유롭게 오갈수 있다. 이거 딱 봐도 차원 이동물의 설정이다. 그러니 정석대로 인류가 소비자의 기호에 맞춰 생산, 판매하는 현대문명의 매콤한 맛을 보여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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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차원이동의 정석 +2 20.07.30 422 1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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