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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작품등록일 :
2020.01.08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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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3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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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비지니스의 꽃

DUMMY

“예? 다시 말씀해주시겠습니까?”

“못 들었어? 유격 뛰다 가라고.”

예외는 용납할수 없다는 중대장의 단호한 표정에 행정반 분위기가 싸늘해 졌고 준영도 믿을수 없다는 표정으로 중대장을 멍하니 쳐다봤다.

임중위의 전역일이 공교롭게도 유격훈련 마지막 날이라 주말인 내일이나 내일모래 회식을 하고 임중위는 유격에서 빠져 대대에 잔류해 있다가 전역할 예정이었다.

“······이유를 말씀해 주실수 있습니까?”

임중위 뿐만 아니라 임중위의 동기들 전부 대대장의 허가를 받고 유격에 빠지는거였는데 이제 와서 중대장이 갑자기 헛소리 할줄은 몰랐다.

“명예로운 육군 장교로서 요령피울 생각 하지 말고 유종의 미를 거둘 생각을 해야지!”

“······예 뭐 알겠습니다.”

별다른 반발 없이 임중위가 수긍하자 다들 놀란 눈빛으로 임중위를 바라봤는데 중대장은 자신의 권위를 보였다 생각했는지 기분 좋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 거 얼마나 보기 좋아. 주말에 푹 쉬면서 훈련준비 하고 마지막까지 군인으로서 본보기를 보이라고. 아참. 그리고 일요일 당직이 누구지?”

보통 이런 큰 훈련의 시작과 끝의 당직은 행보관이 맡아주는게 관례였지만 전장비 검열기간 동안 짬에서 밀리고 이리저리 치이며 멘탈이 털린 행보관은 지금 결산회의도 귀에 안들어 오는지 그냥 멍하게 앉아만 있었다.

따라서 이제 전입 온지 한달 도 안된 소대장들한테 시킬수도 없고 포반장은 없는 사람이나 마찬가지고 박중사는 당연하게 짬 때리니 남은건 준영밖에 없었다.

“······제가 당직입니다.”

그 말에 노골적으로 못미더운 표정으로 준영을 바라보던 중대장은 누구 다른 사람 없나 둘러보다 체념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임중위를 향해 말했다.

“부중대장은 이번 주말에 병사들 정신교육 확실하게 시키면서 텐트 치는법도 반복 숙달시켜. 내가 확인해 보니까 아주 엉망이야. 엉망!”

“······예. 알겠습니다.”

이 양반이 미쳤나. 왜 갑자기 순종적이지? 준영이 이해가 안간다는듯 임중위를 바라볼 때 중대장이 다시 말했다.

“그리고 유격행군중에 낙오하는 병사가 나오면 안되니까 예행연습 삼아서 주말에 단독군장으로 대대 행군코스 한번 돌아.”

저게 미쳤나······ 준영은 대체 무슨깡으로 저러는건지 이해가 안가 중대장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정신교육이랑 텐트치는거 까지야 나름 명분도 있고하니 대충 시늉이나 하면 되는일인데 행군까지 지시할줄이야.

딱 봐도 우리 중대는 이렇게 전 병사들이 유격훈련을 대비해 주말도 반납하고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어필하려는 속셈이 뻔히 보였지만 무리수라는 생각은 왜 못할까?

“예. 알겠습니다.”

이번에도 임중위가 순순히 명령을 받아들이는게 마음에 들었는지 중대장은 특별히 허락한다는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오늘은 일찍 퇴근하고 다들 유격준비 똑바로 해.”

휑하니 나가버리는 중대장을 따라 행보관과 포반장도 퇴근을 하고 박중사는 어수선한 분위기에 살살 눈치를 살피다 조용히 사라졌다.

“뭐해 당직은 근무준비 하고 나머진 밥이나 먹으러가.”

그나마 짬 안되는 소대장들은 영내대기라 퇴근이 없어서 어영부영 눈치만 보고 있다가 임중위의 말에 움직이기 시작했고 준영은 임중위에게 다가가 말했다.

“담배나 한 대 피러 갑시다.”

“어이구 담배라면 극혐하는 우리 김중사가 담배 피러 가자고 할줄은 몰랐네.”

별로 빡친거 같지도 않고 여유로운 임중위는 피식 웃으며 준영을 데리고 흡연장으로 향했다.

자판기에서 커피를 두잔 뽑아 준영에게 한잔 주고 입에 문 담배에 불을 붙인 임중위는 한모금 길게 빨았다가 천천히 내뱉으며 말했다.

“중대장 속셈이 뭔지 알지?”

“다들 대충 눈치챘을겁니다. 아. 다는 아닌가?”

전역일을 미루면서 까지 훈련을 마치고 제대하는 미담이 가끔씩 나온다. 속사정은 알수 없지만 그런 미담의 관계자로 남은 사람들의 인사고과는 좋아지니 중대장이 노리는거야 뻔했다. 아니 참 추했다.

준영의 중얼거림에 피식 웃음을 터트린 임중위가 살짝 풀린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자기 딴에는 뭐 좀 잘해보잔 생각일텐데 적당히라는걸 몰라요 진짜.”

한숨을 푹푹 내쉬며 담배만 뻐금뻐금 피워대는 임중위를 말없이 바라볼 때 꽁초를 재떨이에 비벼끈 임중위가 말했다.

“주말에 텐트치는거나 교육시키고 행군은 하지마. 아니 아예 다 하지말고 그냥 애들 푹 쉬게 놔둬.”

“중대장은 어쩌시렵니까?”

“말년은 건드리는게 아니라는거 알려 드려야지.”

임중위의 말에 준영은 그럴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군 계급 사회에서 제대일이 가까워질수록 파워가 강해지는게 말년들이다.

아무리 중대장이 육사출신의 성골이라지만 제대하면 민간인이고 그냥 아저씨다. 작정하고 뒤집어 엎어 버릴 속셈이면 헌병이나 언론, 요즘은 인터넷까지 방법은 많았고 그렇게 되면 사람 여럿 피곤해진다.

말년들을 방치하다시피 아무일도 안시키다 제대하도록 편의를 봐주는 대신 함부로 떠들지 말라는 암묵적인 합의 이자 거래를 중대장이 건드려 버렸으니 들이박을 필요도 없이 그냥 소문만 퍼트리면 된다. 그러면 진급심사를 앞둔 대대장이 중대장을 갈아마셔버리려고 하겠지.

준영은 여기 저기 전화하며 중대장의 지시를 소문 퍼트리는 임중위를 보고 이왕 떠넘기는 김에 불쌍한 인형한테 당직근무도 떠넘기고 퀘스트나 하러 가야겠다 마음 먹었다.



@



“피요르드를 여기서 볼줄은 몰랐네.”

준영은 절벽 끝에 서서 U자형 강줄기가 뱀처럼 구불구불 이어진 협만을 내려다 보며 중얼거렸다. 종말의 날. 빌어먹을 괴물들이 새계 각지에서 지랄 염병을 떨자 국가들은 도시 중심으로 방어계획을 세울 수밖에 없었고 마을 단위로 흩어져 있는 지역들은 순식간에 쓸려나갔다.

그래서 철옹성을 건설하러 세계각지를 돌아다닐때도 북유럽은 이미 괴물들의 땅이라 못 가봤는데 그 유명한 피요르드를 여기서 보게될줄이야.

잠시 경관을 감상하던 준영은 몸을 돌려 오솔길 끝에 자리잡은 도시를 향해 내려갔다. 푸른 초원에 양떼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있는 목가적인 풍경이 참 평화로운 느낌이라 찬찬히 산책하듯 걷던 준영은 도시가 가까워 지자 진짜 요정처럼 들판을 신나게 날아다니던 플로네를 향해 말했다.

“내가 영업해야 될 신이 누구냐?”

“그딴게 어딨냐.”

플로네의 시큰둥한 대꾸에 발걸음을 멈춘 준영은 이해가 안간다는 표정으로 플로네를 바라보았다.

“없다고?”

종교를 만들고 신을 찬양하며 기도를 해야 포인트를 버는거 아닌가?

“종교적인 관점으로다가 생각하면 안되지.”

“그러면?”

준영의 물음에 플로네는 검지로 관자노리를 툭툭 치며 거만하게 말했다.

“비지니스적인 마인드로다가 접근을 해야지.”

고객들이 어떤 신을 섬기던 상관없는 이유는 어차피 해당 지역 상권을 장악한 회사가 결국 모든 포인트를 다 가져가기 때문이었다.

이걸 광맥이라고 불렀는데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은 대기업에게 이 광맥의 채굴 허가를 받고 영업을 하는거였다.

“뭐 어떤 영업인데?”

사람취급 안해주는 차원계가 아직 적응이 덜 돼서 그런지 광맥이니 채굴이니 하는 단어가 영 마음에 안들었다.

“사람은 신한테만 기도하는게 아냐.”

그 어떤 종교든 상징이라는게 있다. 그렇기에 종교를 믿는 자들은 자신의 신에게 기도하기도 하지만 신을 상징하는 성물을 붙잡고도 기원하는데 특히 대표적인 신의 무기나 장비같은건 강렬한 믿음을 받는다.

즉 디멘션 워커들이 하는 일은 돌아 다니면서 이런 신의 상징이나 무기, 장비등을 만드는 거였다.

“그래서 영업이다?”

준영은 피요르드 지방이라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노르드 신화를 생각하며 중얼거렸다.

오딘과 토르, 로키등등 노르드 신화의 메이져급 신들이 사용하던 장비들만 해도 참 유명했다. 아니 오히려 신보다 장비가 더 유명한 경우도 있었다.

“쉬워 보이지? 영업이라는건 전쟁이야 전쟁!”

이제 막 부족국가가 형성되던 시대.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곳에서 죽을 때 까지 살다가니 정보의 전파력은 없는거나 마찬가지였다.

거기다 과학 문명에서나 사람 손에서 불이 나가고 하늘을 둥둥 떠다니고 그러면 오오 신의 기적이다! 신앙의 증거다! 이러면서 쉽게 속여먹을수 있지만 이미 4대 문명중 하나를 받아들인 차원에선 일반 상식일 뿐이었다.

어차피 신화와 전설은 이야기의 집합. 그래서 디멘션 워커들은 먼저 자신이 있는 구역에 거주하는 고객들을 어느 정도 장악했다 싶으면 다른 지역을 공략했다.

물론 직접적으로 치고박고 싸우는 전투는 아니었다. 그보단 좀더 복잡한 선동과 모략이 필요한 일로 서로를 이단이다! 가짜다! 악마다 주장하니 이게 바로 장대한 신과 악마의 싸움이었다.

“원래 신화라는게 다 그런거야. 이기면 신 지면 악마.”

어차피 무슨 신이던 상관은 없으니까 디멘션 워커들은 고객들의 눈 앞에서 서로 싸웠다.

그 전투를 목격한 고객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파되면서 어떤 신인지는 고객이 정하는 거고 이야기가 구전될수록 좀더 살이 붙고 거창해지면서 신화와 전설, 영웅의 일대기가 만들어 지는 거였다.

“메이져급 신이 될수록 무기나 갑옷, 엑세서리같은거에 일종의 프리미엄이 붙어서 더 비싸져.”

거짓 신이라 주장하고 악마라 선동해 성공하면 경쟁자의 모든 기반을 통째로 꿀꺽할 수 있고 세력이 커질수록 장비들도 비싸게 팔수 있으니 영업직들은 치열하게 싸울 수밖에 없었다.

원래 이일 하던 뉴비도 초반에 제대로된 세력도 만들지 못한채 악마로 몰려 화형 당하곤 못해먹겠다고 도망쳐서 준영이 땜빵으로 들어온 거였다.

“그러면 내가 할 일도 다른 디멘션 워커들을 이단이니 악마로 몰아서 막 누명 씌우고 선동하는거네?”

준영의 말에 플로네는 코웃음 치며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결투 한번 운 좋게 이겼다고 기고만장한 모양인데 그 돼지새끼는 우리 디멘션 워커들중에서 최 약체였어!”

무슨 사천왕도 아니고 헛소리하는 플로네는 짜증을 담아 노려보자 플로네는 재미 없다는 듯 툴툴거리며 말했다.

“이런건 내가 백날 떠들어 봐야 한번 경험해 보는게 이해가 빠르다는거 알지? 일단 한번 해봐. 영업 쉬운거 아니다.”

준영은 플로네의 의미심장한 표정에 찝찝해졌지만 프롤네 말대로 여기서 떠드는것보다 어떻게 굴러가는지 몸소 겪어보는게 더 큰 경험이라는건 맞는 말이라 묵묵히 걸었다.

피요르드를 관통하는 강의 한 지류에 자리잡은 도시가 점차 가까워 질 때 준영의 어깨에 앉아 콧노래를 흥얼거리던 플로네가 말했다.

“근데 진짜 안데려올거야?”

“걔들은 돈 벌어야지.”

엘레나와 칼리번은 벌써 수익이 억대를 넘긴 초 히트 슈퍼 루키로 방송가의 블루칩으로 떠올라 섭외요청의 문자와 메일이 터져나갈 정도로 쏟아졌다.

거기에 팜팡가도 재미있어 보인다고 끼어들어 하루 세시간 꼬박 방송에만 투자해 일부업계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고 있었다.

이 세사람이 방송을 빠지면 그만큼 수익이 줄어드니 아까워서라도 계속 해야만 했다.

“그래도 걔들 없으면 힘들텐데? 이쁜게 통하는건 이 세상도 마찬가지거든. 너 혼자서 뭐 어쩌려고?”

“너무하네 나도 나름······”

[요정왕 플로네가 10포인트를 지급합니다.]

말 끝나기도 전에 포인트를 주자 준영은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썩을년.

준영이 속으로 꿍얼거리는 사이 도시가 가까워 지면서 몇 번 교차로를 거치며 도로는 점점 커졌고 오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어째 분위기가 참 평화롭다?”

준영은 자신을 향해 웃으며 인사하는 사람들의 반응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보통 처음 보는 이방인이 나타나면 경계와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봐야 하는거 아닌가?

도시 밖 농장으로 일나가는지 농기구를 들고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환대에 얼떨떨해 하자 플로네도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이상하네. 잠깐 살펴볼까?”

하늘 위로 날아 올라 정찰병처럼 여기저기 바삐 움직이는걸 멍하니 바라볼 때 맞은편에서 소가 끄는 수레를 가지고 다가오던 순박하게 생긴 농민이 준영을 보곤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신의 축복을. 환영합니다 이방인이여.”

“아 예 감사합니다.”

콰직! 얼떨결에 고개를 숙이던 준영은 강렬한 고통과 함께 신이시여 오늘도 이단자를 한명 축복했나이다! 하는 말을 흘려 들으며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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