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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블랙 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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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작품등록일 :
2020.01.08 14:53
최근연재일 :
2020.09.18 03:58
연재수 :
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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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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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23,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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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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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세계정복도 한걸음 부터.

DUMMY

어릴적 우연히 본 재난영화는 시용의 인생을 결정지었다. 지구가 망할 위기를 주인공이 멋지게 해결한다는 흔하디 흔한 재난영화렸지만 시용의 눈을 사로잡은건 정부가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지구를 재건할수 있는 인재들을 모아 보호한다는 설정이었다.

일반인들이 살려달라고 아비규환을 이루는 가운데 군대의 보호를 받으며 안전한 벙커로 이동하는 각국에서 엄선된 인재들.

보육원에서 그 어떤 보호도 받지 못한채 살아가던 시용의 눈에 그 장면은 정말 충격이고 자신도 군대의 보호를 받는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육체적으론 안될거 같아 미친 듯이 공부에만 매달렸고 노력의 과실로 가장 유명한 대학중 하나인 MIT에 입학하는 업적을 이뤄 냈지만 과학과 현실의 벽은 너무 높아 목표를 살짝 수정했다.

일명 프레퍼족이라 불리는 생존주의자로 괴짜들로 가득한 MIT에서도 괴짜퓌급을 받았지만 뭐 결과론적으론 시용이 옳았다.

갑작스레 나타난 괴물들의 습격에 살아남을수 있었던건 열심히 준비한 생존물자덕분이었으니까.

그리고 시용은 혼자만 살아남으려 하지 않았다. 생존자들을 돕고 물자들을 나누고 공돌이집단을 만들어 생존에 필요한 물건들을 생산했다.

운이 좋았는지 꽤 오랜시간 살아 남을수 있었지만 종말 말기는 버티지 못하고 죽었는데 깨어나 보니 과거로 돌아와 있었다.

같이 활동하거나 인연이 있던 몇몇이 접촉해 오면서 자신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회귀했음을 알았고 그래도 많이 도와주고 다녀서 그런지 회귀자들은 시용에게 우호적이어서 같이 일하자는 제의가 쏟아졌지만 정신적으로 지쳐있던 시용은 조용한 은거의 삶을 택했다.

물론 은거라고 해도 어디 숲속 오두막에 처박힌건 아니고 동료 회귀자들의 소개로 텍사스주 아마릴로에 붙어있는 작은도시 캐년의 텍사스 웨스트 A&M이란 대학에 일자리를 얻었다.

화학과 물리를 가르치는 기간제 교사로 박봉이지만 회귀자들이 신세진거 갚는다며 챙겨준 돈만 해도 평생 돈 걱정 살수 있었고 정상인 코스프레를 하기에 이만한 장소도 없어 지금의 삶에 만족했다.

다만 이런 시골에선 보기 드문 고학력과 아시아인이라는 사실이 합쳐지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교수님. 오늘 저희 파티하는데 놀러 오실꺼죠?”

“죄송합니다. 제가 소란스러운건 싫어해서.”

“저랑 커피한잔 안 하실래요?”

“그게 조금전에 커피를 마셔서 다음에 하죠.”

“항상 미루기만 하고! 오늘은 꼭 약속을 받아야 겠어요.”

“저도요!”

시용은 적극적으로 달려드는 여성들 때문에 어쩔줄을 모른채 허둥거리며 도와줄 사람 없나 주위를 두리번 거렸지만 남성들의 죽어라! 빔만 쳐 맞았다.

제법 샤프하면서도 지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시용의 외모는 인기를 끌 수밖에 없었는데 전형적인 이과 테크트리를 타며 종말의 시대에서도 여자는 만나지도 못하고 연구실에서만 처박혀 있었던 시용은 이성에 관한 면역력이 별로 없었다.

처음 왔을 때 어쩔줄을 모르고 허둥거리는 반응이 의욕을 불태운다는걸 모르는 시용은 인기 없는 자들의 인종적 차별에 근거한 시기와 질투섞인 음해성 소문이 퍼지며 한시름 놨었다.

학력을 위조했다, 고자다, 동성애자다 등등 별의별 소문이 다 퍼지면서 적극적이던 여인들이 뜸해져 좀 편해졌다 싶었는데 미래정보를 이용해 신흥 기술 재벌로 부상한 옜 동료가 놀러오면서 이런 시골 대학에서 일하는 이유가 조용한 곳에서 뭔가 중요한 연구를 하기 위해서라는 생각지도 못한 소문이 퍼져버렸다.

그 결과 고급 인재에 유명인과 아주 친한 사이로 보이는 독신이 여자에게 별로 면역력이 없는 듯 하다는 사실이 아무래도 결혼 적령기의 여성은 물론이고 어린 학생들에게까지 불을 지른 듯 했다.

누가 먼저 시용을 꼬시느냐를 두고 암묵적인 경쟁이 벌어진 듯 노골적인 추파가 전보다 더 진해졌는데 수업시간에 은근히 속살을 노출하며 유혹하는건 기본이고 이렇게 퇴근길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식사 초대를 하는 경우가 많아 매일 매일이 곤욕이었다. 물론 그걸 구경하는 다른 남자들의 눈에선 매일 같이 살기가 쏟아져 나왔지만.

오늘은 또 작정을 하고 왔는지 서로 견제하던 여성들이 힘을 합쳐 시용을 압박해 와 여기서 어떻게 도망쳐야 하나 고민할 때 뭔가 주변이 어수선해졌다.

무슨일인가 싶어 사람들의 시선이 향하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니 이런 시골 촌구석은 물론 영화에서조차 본적없는 미녀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걸 보고 눈이 휘둥그래졌다.

“전시용씨 맞으신가요?”

목소리마저 당연하게 이쁜 여인의 말에 시용은 경계어린 표정으로 여인을 바라보았다. 다들 자신을 시드 리건이라 부르지 한국식 이름을 쓰지는 않는다.

그래도 달라 붙은 여인들을 뗴어낼 아주 좋은 기회라 시용은 미모에 압도당해 기가 죽은 여인들에게 말했다.

“오늘은 선약이 있어서 이만 가봐야 할거 같습니다.”

“······예. 나중에 봐요.”

“강의실에서 뵙겠습니다.”

말하기도 전에 슬슬 뒤로 물러서던 여인들은 시용의 말에 어색하게 대꾸하면서 후다닥 도망치듯 사라졌고 한시름 놓은 시용이 여인을 향해 말했다.

“그 이름은 안 쓴지 오래 됐는데 누구십니까?”

한국과 관련해 좋은 기억은 없는 시용이 노려보자 여인은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엘레나라고 합니다. 준영님께서 보내셨습니다.”

“누구요?”

“김준영님이 보내셨습니다.”

그 말에 잠시 멍하니 있던 시용은 픽 웃었다.

“준영은 무슨······ 그래서 그 자식 어디있는데요?”

“······식사중이십니다.”

그 말에 시용은 어처구니가 없어졌다. 지는 밥처먹으면서 사람을 보내다니. 위기를 탈출한건 고맙지만 사방에서 보내오는 의혹과 호기심에 찬 눈초리에 절로 한숨이 나왔다.

“역시 그놈도 돌아온건가?”

“모시겠습니다.”



@



시용은 어디 먼데로 갈줄 알았는데 힘빠지게도 엘레나는 자신을 대학 럭비팀의 훈련장으로 데려갔다.

“여! 시용이형 오랜만이에요.”

관람객 벤치에 앉아 햄버거를 씹어 먹으며 럭비팀의 훈련을 구경하던 준영은 시용이 다가오자 웃으며 손을 흔들었고 시용은 헛웃음을 날렸다.

“하 김준영? 웃기지도 않네. 그려 오랜만이다. 일단 장소를 옮기자.”

“왜요? 나 미식축구 실제로 보는건 처음이라 좀더 보고 싶은데.”

“그게 문제라는 거다.”

마초이즘이 지배하는 텍사스에서도 골수까지 근육으로 가득 찬 놈들이 가득 모여있는 대학이다. 지금도 저 봐라 어우 목소리 참 우렁차네.

한창때의 남자들이 마초적인 근육과 힘을 자랑하며 자신을 봐 달라고 열렬히 신호를 보내고 있었고 그런 마초들을 통제해야할 감독과 코치들 마저 엘레나의 미모에 홀려 몸매를 훔쳐보기에 바빴으니 훈련이 제대로 될리 없었다.

저 마초들 중엔 미국의 무너진 공교육을 입증하듯 저 허약한 새끼들과 다른 근육질의 남자다움을 뽐내면 나한테 관심을 보일거다라는 멍청한 생각에 시비걸 기회만 노리는 놈들이 있을거라는데 전재산을 걸 자신이 있었다.

시용도 미식 축구부 에이스의 여자친구가 시용한테 추파던진걸 계기로 한동안 노골적인 시비와 악질적인 장난에 시달리다 참다못해 에이스의 무릎을 박살내 인생을 끝장내 주고 나서야 편해졌으니까.

준영이 떠날 생각이 없는 듯 하자 시용은 인상을 찌푸리며 툴툴거렸다.

“너 잡아 죽이고 싶어하는 놈들 많은거 알지? 옜정을 생각해서 1시간 뒤에 연락 할꺼니까 빨리 튀어.”

준영은 시용의 협박을 무시하며 말했다.

“세상을 구해볼 생각 없어요?”

“철옹성주가 세상을 구한다고? 그걸 누가 믿냐?”

시용의 코웃음에 준영은 뺨을 긁적였다.

“철옹성주와 접촉한 회귀자도 가만 두지 않겠죠?”

그 말에 시용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모두가 싫어하는 철옹성주와 만났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탈탈 털면 철옹성주와의 연관성이 알려질텐데 그때 가서 억울하다고 해봤자 사정 봐줄 정도로 배려심 넘치는 놈들은 종말 초기에 이미 다 죽었다.

“젠장. 내가 너무 평화에 찌들었나? 왜 이 생각을 못했지?”

시용의 투덜거림에 준영인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내가 왜 엘레나를 보냈겠어요.”

할말없다. 솔직히 시용도 엘레나의 미모에 홀렸었으니까. 시용은 준영 뒤편에 경호원처럼 우뚝 서있는 엘레나를 바라보았다.

“이분은 경호원이냐?”

“경호원 업무도 같이 하는 시녀?”

“미친 새끼.”

시용이 대뜸 욕하자 준영은 억울하다는 듯 변명했다.

“아 왜요. 형도 내 말에 딱 떠올렸을거 아냐!”

한창 메이드 물이 유행할 때 특히 그중에서 무장 메이드라는게 큰 인기를 끈 적이 있었다. 보육원을 청소할 때 마다 그런 메이드가 있었으면 편할텐데 식의 잡담을 떠들어 댔었지.

“아무튼 나랑 일하나 같이 합시다.”

그 말에 시용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준영을 바라보았다.

“우리 인연은 한국에서 끝난거 아니었나? 이렇게 갑자기 나타나면 곤란해.”

“상용이 형은 이미 콜 했어요.”

“그 속물이? 대체 뭘로 꼬셨길래?”

“상용이 형 말로는 축복?”

그게 뭔 소린가 잠깐 고민하던 시용은 곧 고개를 휘휘 저으며 거절했다.

“싫다. 여기 시골에 처박혀서 조용히 살거야.”

그 말에 준영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이 형들은 왜 나랑 엮이는걸 싫어하지? 준영은 어쩔수 없이 거부할수 없는 히든 카드를 꺼냈다.

“음. 이 말은 안하려고 했는데 엘레나는 사실 외계인이에요.”

“······외계인이라고?”

흠칫! 묵묵히 서 있던 엘레나는 시용의 눈길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노골적으로 훝어 보자 살짝 등골이 서늘해졌다. 평소 남자들의 음흉한 시선과는 다른 의미로 발가벗겨진 듯 한 기분이었다.

“확실한 외계인입니다.”

다른 차원 출신이니까 외계인 맞겠지. 준영이 속으로 중얼거릴때 시용은 순수 과학도로서 요구했다.

“머리카락을 몇 가닥 주면······”

짜악! 순간적으로 엘레나가 싸대기를 날리자 시용의 뺨이 확 돌아갔고 갑작스런 행동에 놀란 준영이 눈을 휘둥그레 뜨며 엘레나를 바라보았다.

“어? 뭐야? 왜 때려?”

“그 그게 저희 일족에게 머리카락을 달라고 하는건 청혼을 하는 한다는 뜻이라······”

“흠. 맞을짓 했네.”

“아오 아파라! 야!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모를수도 있지! 그걸 꼭 때려야만 하냐!”

“청혼을 받은 그 자리에서 뺨을 때려 거절의 뜻을 보이는 겁니다.”

어우야 저 손바닥. 준영은 시용의 오른 뺨에 도장처럼 찍힌 손바닥 자욱을 보며 속으로 감탄할 때 또 다시 짜악! 소리와 함께 시용의 고개가 반대쪽으로 획 돌아갔다.

“······왜 또 때려?”

“보통 한번만 때리는건 여지를 남겨두는 거라 완벽한 거절을 위해선 양 빰을 때려야 합니다. 뺨을 두 번 맞았는데도 청혼을 한다는건 결투를 하자는 뜻으로 받아들이고요.”

“······그 결투에서 만약에 이기면?”

“결혼해야 합니다.”

“어······ 남의 문화 비하할 생각은 없지만 그거 참 과격하구나.”

“보통 그 정도까지 극단으로 다다르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사회적으로 지탄 받는데다 상대방의 연인이나 친척, 동료들이 결혼무효결투를 신청할수 있으니까요.”

“······너네 싸움 못한다면서? 뭐 이리 많이 싸우고 다니냐?”

“······”

그 말에 어째 엘레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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