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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아 - 괴물이 된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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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야
작품등록일 :
2020.05.11 22:38
최근연재일 :
2021.07.05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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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5,7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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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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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마귀' 이야기 -2-

DUMMY

아르타니아의 왕은 신권을 갖지 아니한다. 이는 왕 또한 모든 국민처럼 법적인 절차를 거쳐야 함을 의미한다. 즉, 아르타니아의 왕은 신권을 통해 강제적인 토지 압수 등을 할 수 없다. 또한 아르타니아의 국민들은 모두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평등하다. -823년, 최초의 워든 ‘에이마’의 헌장-






[911년, 2월 6일, 13시 43분, 아르타니아 동부, 마르타, 게르단 사유지, 게르단 대저택(아리아)]


“하지만 신분이나 계급, 차별적 시선은 분명 존재해. 너와 내가 몸소 겪었듯이 말이야.”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커튼을 흔든다. 셰일즈의 설명을 들었다. 너도 그렇게까지 아는 게 많진 않았다. 알 수 있었던 몇 가지 사실이라면...


내가 밟고 있는 땅은 아르타니아. 정식명칭은 ‘아르타니아 왕국’. 사계절이 있고, 신이 빚어낸 땅에서 만들어졌다는 나라.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닌 국가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가이아’로 불리며, 아르타니아는 가이아 서쪽에 위치해 있다. 정치 체제는 조금 복잡하다. 치안유지는 주로 ‘보안관’으로 불리는 사람들이 담당한다. 그리고 타국의 군대와는 다른 ‘기사단’이란 별도의 군 조직이 국방을 담당한다. 그리고 눈여겨볼만한 건 ‘워든’이라는 사람들에 대한 말.


“참 신기한 게 뭔 줄 알아? 그 위대하신 워든 에이마님이 ‘워든’이란 계급을 만들었단 거야. 문제는 그 양반이 썼던 헌장에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다고 써 있다는 거고. 개뿔이.”


네 말을 조금 빌리자면... ‘워든’의 정식 명칭은 ‘아르타니아 왕국 중부 성문 수비대’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강한 사람들이 올라가는 자리라고 한다. 힘이 센 사람들. 무거운 걸 잘 드는, 그런 힘센 사람들이 아니다. 순수하게, 사람을 잘 죽일 수 있는 사람들의 자리. 그리고 그 자리에 올라선 사람들은 국민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된다. 부와 명예를 모두 가질 수 있고, 정치권도 가진다. 의회에 참석하여 강력한 발언권을 가질 수 있고, 왕실 내부에서 원탁회의를 할 권리도 있다.


워든은 여러 명이지만 성문 수비대 단장을 맡을 수 있는 건 단 8명이다. 이 역시 그들 사이에서 누가 더 강하냐로 정해지며, 가장 강한 워든은 나라의 실권도 가질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현재 그 사람은 ‘유리아 아우레스’라고 한다.


“그러면 셰일즈. 왕은 이름이 뭐야?”


내가 묻는다. 여러 사람들의 이름을 들었는데 왕의 이름은 못 들었다. 왕이 뭘 하는지도 못 들었다. 하지만 셰일즈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한다.


“나도 몰라. 신비주의에 찌든 노인이겠지 뭐. 적어도 내가 밖에서 지낼 땐 왕의 얼굴도 이름도 아는 사람이 없었어.”


왕이 국민들 앞에 얼굴을 드러내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내가 다른 상식을 갖고 있는 걸까? 왕을 믿고 따르는 게 국민이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는 사람에게 앞날을 맡길 정도로, 아르타니아의 사람들은 생각이 다른 걸까? 너는 내 얼굴을 유심히 보더니 말한다.


“네가 무슨 생각인진 이해하는데 세상이 그래. 어쨌든 나라는 세계에서 제일 잘 굴러가고, 왕도 왕인데 워든이란 선망의 대상도 있고. 국민들 눈 돌리기엔 좋은 선전수단이잖아.”


너도 눈치가 빠른 편이구나. 그런 걸 느낀다. 아니면 내가 너무 없는 걸까. 그런데...


“너는 어떻게 그렇게 잘 알고 있어?”


너와 나 모두 어리다. 그런데 너는 어떻게 그렇게 잘 알고 있을까. 나는 어떻게 이 정도로 모르고 있고. 원래 모든 사람들이 우리 나이 때 많은 걸 알아야 할까? 내가 뒤쳐진 걸까? 네가 답한다.


“남의 지갑 털고 나면, 읽을 게 바닥에 버려진 공짜 신문밖에 없었어.”


신문. 뭔가 글은 읽기 싫은데... 넌 대단하구나.


“아무튼 이 정도야. 나라 돌아가는 꼬라지는 뭐. 밖에서 엿듣고 있는 부잣집 따님이 더 잘 알겠지.”


어? 네가 갑자기 손으로 턱을 받히고, 의자에 몸을 맡기며 얘기한다. 네가 앉은 의자가 흔들거린다. 밖에서 누가 엿듣고 있다고?


“들어와. 밖에 있으나 안에 있으나 그게 그거거든.”


네가 창문을 보고 말한다. 그러자 창문 쪽은 아니고 네 등 뒤에 있는 문이 열린다. 그리고 보이는 건 주황색 드레스 끝자락. 그리고 빼꼼 내밀고 있는 세라의 눈... 사냥감이라도 쫓듯 찡그린 눈.


“너. 눈치 되게 빠르구나.”


세라가 말한다. 그리고 문을 활짝 열고 우리 앞으로 걸어온다. 셰일즈는 뒤도 안 돌아보고 답한다.


“내가 빠른 게 아니라 네가 존나 티가 나는 거겠지.”


“뭐...? 존나?”


세라가 셰일즈 바로 옆에 선다. 그리고 셰일즈를 허리까지 굽혀 쏘아본다. 셰일즈는 한숨을 내쉬더니 세라랑 정면으로 마주본다. 두 사람 모두 서로의 눈을 잘만 마주본다. 나는... 그 정도까진 아닌 것 같은데. 둘이 어색한 사이는 아닌 것 같다. 잠시간의 침묵. 그 끝에 먼저 입을 연 것은 세라다.


“너. 방금 나한테 욕한 거야?”


마치 울분을 삭히는 목소리. 셰일즈는 세라의 모습을 보며 실실 웃다가 답한다.


“존나가 욕이 아니면 뭔데. 왜. 문제 있어?”


세라가 이를 꽉 문 게 느껴진다. 턱의 움찔거림이 보여. 상황이 좋지 않다. 이러다가 둘이 방을 뒤엎고 싸울 것만 같다. 말려야한다.


“저기, 세라. 셰일즈. 모두 진정하는 게 좋지 않을까?”


그랬더니 이번엔 시선이 내게 향한다. 눈에서 바늘이 나오는 것만 같아. 그래도 세라는... 얼굴을 풀었고. 셰일즈는 상황을 자신이 이끌어나간다는 듯, 한가로운 표정이다. 어딘가 만족한 것 같기도 하고.






[같은 날, 18시 00분, 아르타니아 동부, 마르타, 게르단 사유지, 게르단 대저택(셰일즈)]


시계만 보고 있다. 너무도 지루하다. 뭐하지? 할 것도 없다. 저택 안을 돌아다니는 이름모를 하녀한테 신문을 갖다 달라고 했다. 1개월치였지만 주간지라 받아온건 4부 정도다. 시간이나 때울 겸 침대에 걸터앉아 읽었다. 특별한 내용은 딱히 없었다. 어느 지역에서 사고가 나고, 마차 접촉사고가 났는데 하필 비싼 마차가 망가졌단 내용 정도. 다만 딱 한 가지. 읽을만한 내용이 있었다. 인신매매장이 있던 땅, 플랙시티 외곽이 지진으로 인해 복구가 불가능할 정도의 폐허가 됐다는 점이다. 유리와 논시티에선 플래시티의 합병을 두고 논의 중이란 점도.


의문이 든다. 지진? 지진이라기엔 규모가 작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내가 겪은 그 진동은 절대로 지진이 아니다. 분명 무언가가 폭발했다. 이를테면 아르타니아 곳곳에 설치된 증기 파이프 라인이라든가.


하긴 의문을 가져도 무의미하다. 어차피 기자 나부랭이들이 쓰는 신문에서 진실이 얼마나 될까. 잡생각을 집어 치우고 방에 놓은 괘종시계를 본 게 벌써 40분. 6시 정각이 되고, 종소리가 6번 울리겠지. 그런데 종소리가 2번 울렸을 즈음,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 아리아? 딸내미 게르단?


“셰일즈님. 오류 릭 체이서입니다. 식사 준비가 되었습니다. 식사하러 내려오십시오.”


그리고 들리는 발걸음 소리. 식사? 평생 동안 처먹은 것 중 제대로 된 요리가 없었는데... 뭐. 많이 다르겠어?






[같은 날, 18시 10분, 아르타니아 동부, 마르타, 게르단 사유지, 게르단 대저택 (아리아)]


보이는 모든 요리들은 요 며칠 간 새로운 세상을 보여준다. 썩은 옥수수나 말라 비틀어진 빵을 먹을 필요가 없어진다. 베이컨, 훈제 오리, 샐러드에 감자 조림까지. 듣기론 주방장님이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란다. 그럼 어느 나라 사람일까. 그 얘기를 처음으로 꺼냈던 세라는 아르타니아 요리는 맛이 없단 말도 덧붙였다.


그보다, 세라는 아까부터 키득키득 웃는다. 처음엔 이유를 몰랐다. 그런데 세라가 말했다. 셰일즈가 분명 길을 잃어서 늦게 왔을 거라 생각하니 꼴 좋다고. 나도 처음엔 저택 내부를 꽤 헤맸다. 그도 그럴 것이 저택에 방만 몇 십 개다. 게다가 복도 폭도 내가 2명 이상 누워도 남을 정도로 넓다. 복도를 수놓은 레드카펫. 그리고 중앙 홀과 원형계단. 아름다운 저택 내부에 유일하게 단점을 꼽자면... 뭔가 주변 지형을 보고 구분하기엔 다 똑같이 생겼다는 점이랄까.


아직 밥에 입을 못 대고 있다. 오류 씨도, 하녀 분들도, 게르단 씨도, 세라 너도 맛있게 먹고 있다. 하지만 영 꺼려진다. 근데 밖에서 누군가 들어온다. 갈색 코트 차림에 페도라. 그리고 노란 콧수염... 낯이 익다.


“아리아. 왜 안 먹어? 혹시 속이 안 좋은 거야? 아침 점심도 못 먹었을 텐데.”


바로 옆자리에 앉은 세라가 걱정하듯 묻는다. 내 팔까지 잡고. 바로 답한다.


“그... 셰일즈도 안 왔고. 아까 오류 씨가 죽을 갖다줘서 먹기도 했고...”


왠지 네 앞에선 셰일즈 얘길 하기 어려워. 세라. 얘기 나눈 것도 오늘이 처음일 텐데 평생 원수처럼 그러고. 게다가 네 답은 예상처럼...


“그 녀석, 너무 신경 쓰지 마. 너부터 챙겨야지. 고기 좀 덜어줄까?”


서로 너무 노골적으로 싫어한다. 모두 친하게 지내면 좋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조금 멀찍이 앉은 게르단 씨에게 누군가 다가간다. 아까 밖에서 들어온 사람이다. 그는 모자를 벗더니 게르단 씨께 인사하며 말한다.


“식사 중에 죄송합니다. 소장님. 워낙 큰일이 생겨서 말입니다.”


상대방이 아는 지인이었는지 게르단 씨는 놀라지 않은 모습으로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말한다.


“브레민. 자리를 옮기지. 오류, 따라오게.”


자리를 옮기자는 말까진 작게. 그리고 오류 씨를 부를 땐 크게. 게르단 씨는 벌써 다 먹은 건지 가볍게 일어난다. 오류 씨는 셰일즈한테 갔다 오느라 조금 늦게 먹기 시작했다. 접시를 비우지도 못했을 텐데 버벅임 없이 칼 같이 일어선다. 그리고 세 사람은 식당 문을 열고 나가, 차츰 시야에서 사라진다. 무슨 일이 있는 걸까?


“브레민 아저씨는 아빠가 있는 보안소 후배야. 아마도 보안관 일 때문일 것 같은데?”


세라가 세 사람이 사라진 쪽을 보며 말한다. 브레민 씨의 이름은 처음 듣지만 분명 안다. 인신매매장에서 날 구해줬던 사람 중 하나다. 감사하단 말도 못 드렸다. 기회가 되면 꼭 드려야겠다. 그보다... 일... 좋은 일이겠지?






[같은 날, 18시 14분, 아르타니아 동부, 마르타, 게르단 사유지, 게르단 대저택 (셰일즈)]


식당 앞 코너에서 뻘쭘하게 서 있었다. 문을 살짝 열어보긴 했다. 그런데 인간들이 너무 많아 불편하다. 결국, 제자리에서 5분 간 서 있었다. 배도 고프긴 한데 말 그대로 뻘쭘해서. 괜히 들어갔다가 20명은 넘어 보이는 인간들한테 눈초리 받기엔...


그것도 그런데 식당 입구에서 아저씨 게르단, 집사 양반. 그리고 처음 보는 콧수염이 나온다. 벌써 다 먹었나? 그런 것 치곤 집사 양반은 식사한지 10분도 안 됐을 테다. 뭔가 일이 있나. 아재들 모두 어느 방으로 들어간다. 문이 닫히고, 걸쇠 닫히는 소리가 난다. 비밀 얘기라도 하나? 궁금하게시리.


아무튼 지금 들어가면 그나마 좀 낫겠다. 3명이나 빠졌으니까. 시간도 그렇게 안 늦었고. 그런데 하필 그 방을 지나가던 도중, 이상한 얘길 듣는다.


“소장님. 플랙시티 일당이 오늘 아침에 검거되었다고 합니다. 지금 재판을 위해 일당을 송치 중인데... 일당의 부두목인 뷔르멘 게슈탈트와 포주였던 밀타 발로사까지 잡혀서... 가까운 시일 내에 제판을...”


짜증나게 뚝뚝 끊겨서 들린다. 밀실은 밀실이다 이건가. 어느새 문에 귀까지 대고 있다. 숨소리도 내지 않고 그들의 말을 엿듣는다. 분명 방금 목소리는 모르는 목소리. 아마도 그 콧수염.


“그런 쓰레기들을 재판할 게 있습니까? 한시라도 빨리 처형해야 합니다!”


이건... 한껏 고양되긴 했지만, 아는 목소리. 집사 양반.


“오류. 참게. 안 그래도 화기 격발 문제까지 생겨 조심히 접근해야 할 문제일세. 자칫하면 국제법을 어긴 게 될 수도 있네. 특히 밀타 발로사. 그녀야말로 생각보다 큰 문제야. 자네는... 알잖나.”


화기... 화기라고? 그럴리가 없다. 분명히 사용이나 개발이 금지당했을 텐데...? 그때였다. 누군가 내 어깨에 손을 댄 건.




작가블로그 https://m.blog.naver.com/PostList.nhn?blogId=openobserver


작가의말

파파존스는 근본이에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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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고양이' 이야기 -10- 20.05.28 42 2 9쪽
20 '고양이' 이야기 -9- 20.05.27 35 2 13쪽
19 '고양이' 이야기 -8- 20.05.26 39 2 13쪽
18 '고양이' 이야기 -7- 20.05.25 37 2 12쪽
17 '고양이' 이야기 -6- 20.05.23 38 2 13쪽
16 '고양이' 이야기 -5- 20.05.22 49 2 16쪽
15 쉬어가는 이야기 -1- +1 20.05.21 67 3 10쪽
14 '고양이' 이야기 -4- 20.05.20 44 2 13쪽
13 '고양이' 이야기 -3- 20.05.19 40 1 10쪽
12 '고양이' 이야기 -2- 20.05.18 41 1 14쪽
11 '고양이' 이야기 -1- 20.05.16 57 2 15쪽
10 '찢어진 종이' 이야기 -2- 20.05.15 50 2 12쪽
9 '찢어진 종이' 이야기 -1- 20.05.14 48 2 13쪽
8 '너와 나' 이야기 -에필로그- 20.05.14 47 2 7쪽
7 '너와 나' 이야기 -6- 20.05.13 51 2 19쪽
6 '너와 나' 이야기 -5- 20.05.13 54 3 13쪽
5 '너와 나' 이야기 -4- 20.05.12 56 2 13쪽
4 '너와 나' 이야기 -3- 20.05.12 65 3 10쪽
3 '너와 나' 이야기 -2- 20.05.12 84 7 11쪽
2 '너와 나' 이야기 -1- 20.05.11 157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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