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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아 - 괴물이 된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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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야
작품등록일 :
2020.05.11 22:38
최근연재일 :
2021.07.05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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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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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45,7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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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22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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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6쪽

'고양이' 이야기 -5-

DUMMY

[케이지 안(???)]


오늘도 케이지 안에 있어. 오늘? 오늘이란 말이 의미가 있을까. 언제부턴가 첼시와 내가 만날 일은 드물었다. 내가 돌아올 때엔 첼시가 없고, 내가 나갈 땐 첼시가 있는 것 같았다. 지친 몸으로 새우잠을 잘 때면 간간이 첼시의 숨소리가 들릴 뿐이다. 한 달? 두 달? 시간개념이 딱히 없지만 그 정도 지난 것 같다. 목적의식 따윈 없이 케이지 문이 열리면 나가고, 들어오면 닫히는 삶. 일상이란 말도 이젠 의미가 없구나. 삶 그 자체가 되었으니까.


그래도 오늘이 특별하다고 생각한 건 오랜만에 첼시와 내가 맨정신으로 이 자리에 있었기 때문이다. 방문을 열고 남자들이 첼시를 들여보냈다. 방 바깥에서 들어오는 빛, 첼시의 손에 들린 무언가. 첼시가 케이지 안으로 들어오고, 남자들은 문 밖으로 사라진다. 빛은 문틈 사이로 조용히 멎어간다.


오랜만에 너도 내 모습을 봤을 거다. 그럼에도 우리는 말이 없다. 너는 내 옆에 있는데, 없는 것 같아. 그냥 그런 생각이 든다. 그런데 가슴 언저리가 왜 이렇게 쓰라릴까. 버티다 못해 철창을 두드린다. 똑똑 아니고 퉁퉁. 그렇게 5초가 흐르고, 네가 힘없는 목소리로 말한다.


“손 뻗어볼래?”


의외의 답변. 손? 손은 갑자기 왜? 무심코 철창 사이로 손을 내민다. 그리고... 보드라운 손? 아니, 말랑말랑한 무언가가 손바닥에 놓인다. 아무런 온도도 없는 물체.


“먹어. 빵이야. 제대로 된 거 못 먹은 지 오래됐잖아.”


네 목소리는 단순히 힘이 없는 것만이 아니다. 더 많은 게 느껴진다. 체념. 첼시? 네가? 아니, 일단 손을 당긴다. 그리고 빵을 입술에 댄다. 질퍽이지 않는 걸 입술에 댄 게 얼마만일까. 향이 나지도 않는데 무심코 입을 벌려 한 입 베어문다. 폭신하고 고소한 무언가가 입안에서 녹아내린다.


“싸구려 빵이라 맛은 없을 거야.”


오랜만에 네게 수화로 말한다.


‘아니’, ‘맛있어’


그렇게 말한다. 마음에도 없는 말이 아니라, 정말 맛있어서. 눈물이 흐른다. 원래 이럴 때 흘러야 하는 걸까. 나는... 왜 아는 게 없는 거야? 그런데... 첼시.


‘빵’, ‘어떻게’, ‘구했어?‘


너, 빵 어디서 어떻게 구한 거야? 문득 든 생각. 어디서 구한 거야. 가끔 오는 배식을 제외하면 음식을 구할 곳이 없을 텐데? 그리고 놀랍게도 너는 답하지 않는다. 내가 말수가 없으니까, 한 마디라도 수화로 하면 기뻐서 얘기하던 네가, 아무 말도 없다. 철창을 두 번 두드린다. 이번엔 딱딱거리는 소리가 난다. 그제야 네가 무언가 다짐하듯 하는 말.


“나, 언젠가 이곳을 나가면... 나처럼 부모가 없는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싶어. 점자를 배워서 점자서로 또박또박. 내 또래 말고, 나보다 어린 아이들에게 말이야. 그리고 희망을 주고 싶어.”


너는... 몇 살이더라. 나보다 나이가 많았다는 것만 기억난다. 그리고 너보다 어린, 부모 없는 아이들에 나도 포함되겠지. 아니, ‘나’. 왜 갑자기 이런 생각을 하는 걸까. 빵을 먹으면서 생각에 변화라도 있던 걸까. 아니면 네가 침울한 모습에 감회가 새로워서? 그래도 이런 생각이 든다. 지금은 네게 이런 얘길 하고 싶다.


‘꼭’, ‘그렇게’, ‘된다’


꼭 그렇게 될 거야라고.


“너는 이곳을 나가면 어떻게 하고 싶어?”


네가 묻는다. 괜히 무릎을 감싸고 앉도록 자세를 바꾼다. 이곳을 나가면? 이젠 바깥에 있던 시간보다, 이런 어둠 속에서 지낸 시간들이 몇 배는 많다. 바깥 모습도 제대로 모르는 걸. 하지만 그래도 상상을 해본다. ‘나’라는 존재가 시작했던 그 폐허. 그 벽돌들이 모두 건물이란 형태를 이룬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를 걸어 다니며 서로에게 웃어주고, 서로를 안아주는 그 모습. 그리고 그곳에서 나는 어디에 있을까... 내가 서 있을 자리는... 어디에 있을까.


“아마 답하기 어렵겠지. 이곳에서 그런 걸 생각하기엔 마음에 여유가 없잖아. 그렇지?”


아마도 네 말이 맞아.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면 나랑 같이 가자. 우리처럼 고통 받는 아이들은 더 이상 없어야 해.”


그게 네 삶의 목적이구나. 그게 내 목적이 될 순 있을까. 하지만 당장의 목적은 없다. 언젠가 생길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고개를 끄덕인다. 너는 적어도 내가 만난 유일한 ‘사람’이니까.


빵을 한입에 넣는다. 그리고 씹는다. 침과 빵이 뒤섞여 흐물흐물해지도록.






[911년, 1월 23일, 18시 43분, 아르타니아 동부, 말타, 동부 보안소 본부 소장실 안(루이)]


“게르단 소장님. 플랙시티 지부에서 온 전언입니다. 18시 41분에 도착했습니다. 저와 콜트보안관이 확인을 해봤는데, 소장님께서도 직접 확인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말씀드립니다.”


브레민이 문을 두드리고 들어와서 보고한다. 플랙시티면 ‘제이콥 보안소장’ 관할 지역이다. 요즘 골머리 썩히기로 유명한 동네이기도 하다. 인신매매단과 아동매춘 관련 정황이 몇 년 전부터 보였다고 한다. 덕분에 나름대로 신도시임에도 이미지가 깎일 대로 깎여서 머리를 쥐어짜던 제이콥 보안소장의 모습이 선하다. 그리고 오랜만에 보고도 아니고 전언이 왔다는 건 다른 정황을 포착했다는 증거일 거다.


“브레민. 고생했네. 한 번 읽어보지.”


브레민은 경직된 움직임으로 탁상 위에 편지를 놓는다. 그리고 조용히 뒤돌아 나간다. 편지를 다시 펼쳐본다. 맨 윗줄의 내용이 예상대로다.


‘플랙시티 보안소에서 전합니다. 3일 전 불법아동매춘소로 추정되는 일당이 포착되어...’


잠시 편지를 덮는다. 그리고 눈을 감고 의자를 뒤로 젖힌다. 8년 전, 아르타니아 동부 지역의 대대적인 개편이 있었다. 국왕의 칙령이었다. 아르타니아 동부 지역에서 북쪽에 위치한 ‘유리’, 동쪽에 위치한 ‘논시티’. 그 사이엔 ‘플랙’ 공작의 영지가 있었다. 작은 지역 하나 정도의 크기였다. 플랙 공작의 돈과 나랏돈으로 그 영지를 신도시화하고, 다른 지역 몇 곳을 통합하라는 게 그 칙령이었다. 플랙 공작은 신도시화 이전에 사망했고 돈이 분산되어 흐지부지될 줄 알았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플랙 공작의 신도시화는 사후에 이뤄졌고, 그렇게 탄생한 지역이 플랙시티다.


보안관들에게 플랙시티는 ‘달갑지 않은 땅’이었다. 지금도 크게 다르진 않다. 신도시로 출발했지만 적은 수의 보안관들과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치안. 신도시인 만큼 여러 귀족들이 모여 들었지만, 왜인지 범죄조직이 뒷골목을 활보하는 모순적인 도시다. 귀족들이 질려서 떠날 만도 한데, 그곳에 모여든 귀족들의 세무조사를 보면 알 수 있다. 범죄자와 크게 다를 바가 없는 자들이 모여 들었다는 것. 탈세는 기본이고 더한 것도 하는 귀족들. 국격을 실추시키는 인간 이하의 존재들.


그리고 플랙시티 보안소는 나름대로 열심히 그들을 쫓고 있었다. 기억하기론 제이콥 보안소장이 굳이 플랙시티를 맡은 이유가... 아마... 그의 딸 때문이라던가.


편지를 다시 펼친다. 아래 내용들은 크게 예상에서 빗나가는 내용들이 담겨있진 않다. 그쪽에선 이미 불법아동매춘소의 소재까지 파악한 것 같다. 그리고 아동매춘소가 인신매매단과도 엮여 규모가 골치 아플 정도로 크다. 신원 파악이 된 몇몇은 살인 전적도 있다. 플랙시티 보안소의 힘으로는 역부족이다. 동부 전체를 관할하는 중앙 보안소에 연락한다. 이게 글의 골자다.


그렇다면 나는 여기서 결정을 해야 한다. 지원을 하느냐 마냐의 고민이 아니다. ‘유리’, ‘논시티’, ‘악스’, ‘마르티니’ 주변 네 지역에 모두 지원을 요청할지에 대한 고민이다. 유리와 논시티는 지원을 해야한다. 가장 가깝고 나름대로 보안소의 규모가 있어서 소수의 지원이라면 가능할 거다. 악스는 지역이 너무 넓다. 게다가 최근 ‘홉’ 호수에서 대규모 연쇄살인이 일어났다. 이곳에 지원하는 건 어려울 것 같고... 마르티니는... 톰슨 보안소장이 맡고 있다. 기억하기론 지원을 해줄 성격이 아니다. 조반니 부소장이 있으니 괜찮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는 부소장이다. 소장이 아니다.


결정했다. 지원을 요청할 곳은 유리와 논시티. 탁상 위에 서류를 왼쪽으로 몰아 치운다. 그리고 드러난 황동 벨을 누른다. 딩동 소리가 파이프를 타고 아래층으로 내려간다. 아마 30초 내로 브레민이 올라올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지 5초.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 노크 세 번, 마지막 한 번은 약한 걸 보니 브레민이 맞다.


“소장님, 호출하셨습니까. 브레민 보안관입니다.”


소장실의 고동색 문 너머에서 브레민 목소리가 들린다. 나는 큰 소리로 답한다.


“들어오게.”


소장실의 명패가 가스등 빛을 받아 빛난다. 얼마 안 남은 은퇴, 몇 번 볼일 없는 명패. ‘동부 보안소장 루이 게르단’






[더 이상 모르겠어(???)]


그날부터 첼시와 내가 있는 시간이 겹치기 시작했다. 무대에 나갔다 와서 내가 새우잠을 자려는 순간 첼시가 들어온다. 요즈음 첼시는 계속해서 무언가를 들고 온다. 보통은 빵이지만 사이에 베이컨이 껴 있는 샌드위치일 때도 있다. 어째서인지 첼시는 본인이 들고 온 걸 먹지 않는다. 철창 너머로 넘겨줄 수 있는 건 대게 내게 넘겨준다. 오늘도 너는 무언가를 들고 왔다. 덕분에 뱃가죽이 등에 붙은 일은 없지만... 너도 뭔가 먹는 게 좋지 않을까.


‘첼시’, ‘너’, ‘아니’, ‘먹어?’


‘아니’는 손가락으로 X표시를 했다. 수화를 이런 식으로 하다 보니 늘어나는 꼼수다. 물론 너는 항상 알아듣는다. 지금도 알아들은 듯 답한다.


“응. 나는 먹고 들어오거든.”


‘밖?’


고개를 갸우뚱하며 묻는다. 밖에서 먹고 온다고? 너는 그렇다고 한다. 어떻게 밖에서 밥을 먹고 들어오는 거지. 너는 밖에서 무슨 일을 하는 걸까. 하지만 너는 그것에 대해서만큼은 얘기하는 일이 없다. 물어봐도 묵묵부답. 답하기 싫은가보다 해서 나도 더 이상 묻진 않는다.


그런데 지금, 뜬금없이 네가 묻는다. 내가 예전에 답하지 못했던 질문이다.


“너는 이름이 뭐야.”


그런데 궁금하다는 말투가 아니다. 맥없는 음. 첼시? 첼시...


“나는... 뭐야?”


그 말 한마디로 알 수 있었어. 너도 점점 무너지고 있다는 걸. 그것도 아주 급속도로.





[존나 좆같다(셰일즈)]


요즘은 차라리 자는 시간이 낫다. 며칠의 시간이 또 지났다. 그동안 겪은 일. 유리창 하나를 두고, 나는 속옷만 입고 있고. 유리 건너편의 가면 쓴 남자가 침까지 질질 흘리면서 나를 쳐다보는 일. 유리창만 없었으면 당장이라도 내 몸을 핥을 기색이었다. 그랬으면 주먹질이든 뭐든 했겠지만 그럴 일은 없었다.


상대방한테 무언가를 느끼는 건 문제가 안 된다. 한 번이든 몇 번이든 언젠가는 안 볼 사람들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편하다. 그보다 그냥 내 머리카락이 길어서 짜증이 난다. 검은 머리카락이 발등까지 내려와 있다. 걸을 때마다 머리카락을 밟을 것만 같아서 기분이 더럽다.


질질 끌리는 머리카락과 족쇄. 그 모든 걸 이끌고 결국, 돌아오는 곳은 여기다. 팔다리 다 묶여서 가만히 서 있어야 하는 감옥 같은 곳. 또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에 혓바닥을 내민다. 한 방울이라도 떨어지면 시발 온 세상에 감사하면서 먹어야 하지. 어떻게 탈출해야 할까. 그보다, 밖에 매스인지 메이슨인지 아무튼 저 놈. 요즘은 통 가까이 올 생각을 안 한다. 내 시선처리에 문제가 있었던 걸까. 내 속셈을 알아챈 건지 거리 자체를 안 내준다.


슬슬 소변이 마렵다고 생각이 들 무렵, 바닥에 쥐새끼 한 마리가 찍찍거리며 지나간다. 새끼 쥐다. 꼬리는 엉덩이에 지렁이라도 꽂은 것처럼 생겼고, 털은 빳빳하면서도 다 빠진 탈모 머리 같다. 이렇게 말하면 존나 맛대가리 없는 썩은 생선 느낌이잖아. 근데 그거 알아? 저런 거 보면 진짜 맛있어 보이는 거.


무릎을 최대한 굽힌다. 여전히 땅에 닿는 일은 없다. 손목, 발목에서 타고 나가는 쇠사슬이 마찰음을 계속해서 낸다. 찰랑인지 철컹인지 그런 소리. 배가 고프다. 팔목을 잘라서라도, 저 쥐새끼의 눈깔 한쪽을 파먹고 싶다. 그럼 그렇지. 나도 돌았지. 완벽히 미쳤다. 그러다 병이라도 걸리면 어쩌려고.


잠시 눈이 돌았다. 바닥에 침을 뱉는다. 정신을 차리려는 일련의 행동이다. 뭐라도 몸에 있는 이물감을 하나라도 빼야한다. 소변 대신 침을 뺀 거다. 바닥에 지리는 건 하루 한 번이면 족하니까.


“꼬맹아. 성질 긁지 말고 가만히 있어.”


너 같으면 이 상황에서 가만히 있겠냐? 시발 놈아. 물론 입 밖으로 내뱉진 않는다. 그냥 좆같은 감정을 내면에서 표출하는 거다. 말해봤자 쳐맞을 텐데 그건 비생산적이지. 그런 일은 하지 않는다.


그런데... 메이슨, 저 남자가 갑자기 깍듯하게 오른쪽을 보며 인사한다. 내 시야에선 인사하는 대상이 보이지 않는다. 늙은 여우보고 하는 건가? 아니야. 저렇게까지 깍듯하게 하던가? 저 정도는 아니었는데. 허리가 완전 90도다. 그리고 들린다. 이질감 넘치는 목소리.


“마틴 헨리가 이 방에 있나?”


그 목소리가 나를 찾는다. 누구지?


“예. 그렇습니다. 보스.”


메이슨이 답한다. 보스? 그 늙은 여우가 보스가 아니었나? 그렇다면...


“이 녀석한테 신청자가 들어왔다. 윌리엄 백작가의 백녀다. 큰손이란 건 대충 알아들었겠지?”


“하지만 보스. 밀타님께서 마틴은 신청자를 받지 말라고...”


둘이 무슨 소리를 지껄인다. 대충 이해는 가는데 문제는 다음 상황이다. 메이슨의 얼굴에 주먹이 꽂힌다. 검은 장갑만이 시야에서 보인다. 마틴은 내 시야에서 왼쪽으로 넘어지고, 곧이어 ‘보스’라는 사람이 모습을 드러낸다. 은색 가면을 얼굴에 써서 누군진 모르겠지만, 확실히 알 수 있는 점. 적어도 보스라는 남자가 깡패는 아니라는 것. 그리고 귀족 나부랭이들 중 하나라는 것.


“말이 많아졌구나.”


메이슨. 대머리에 검은 신사복을 입은 남자다. 두꺼운 슈트에 가려졌지만 다부진 체격이라는 건 알 수 있다. 하지만 보스라는 남자는 그 정도로 힘이 넘쳐보이진 않는다. 외려 메이슨이 한 대 치면 5억 번 싸워서 5억 번은 이길 것 같다. 하지만 이 바닥의 힘의 논리로 돌아가진 않는구나. 완전 망나니 소굴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더 문제가 있어.


메이슨은 말없이 보스에게 걷어차인다. 하지만 어떠한 표정 변화도 없다. 괜히 빡친 표정을 짓는다면 실직하겠지. 아무렴. 근데 표정을 바꾸지 그랬어. 보스가 네 엉덩이 부근에서 열쇠를 뽑아들고는 철창문을 열잖아. 시발 놈아. 진짜.


보스가 들어온다. 그리고 그의 눈동자가 무슨 색인지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온다. 파란색. 어두운 바다색이라고 해야 하나. 그가 허리를 한참 구부려 키높이를 맞추더니 내게 묻는다.


“마틴. 경험은 없는 거 확실하겠지?”


하. 하하. 셰일즈라고 이 미친 새끼야. 그리고 경험? 지랄. 이건 못 참지. 보스의 얼굴에 침을 뱉는다. 나도 열 받은 걸 표현은 해야지. 그런데 다음 상황은 예상하지 못했다. 보스는 그 자세 그대로 경직되어 30초간 가만히 서 있다. 그러다 호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차라리 그게 채찍이었으면 나았겠다. 근데 칼이네? 속으로 한숨을 내쉰다. 땅이 꺼져라 가득 내쉰다. 폐에 남아 있는 공기마저 빠져나가도록. 다음을 예상할 수 있다는 건 유쾌한 일이 아니다. 곧 내게 벌어질 거다. 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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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고양이' 이야기 -9- 20.05.27 35 2 13쪽
19 '고양이' 이야기 -8- 20.05.26 39 2 13쪽
18 '고양이' 이야기 -7- 20.05.25 37 2 12쪽
17 '고양이' 이야기 -6- 20.05.23 38 2 13쪽
» '고양이' 이야기 -5- 20.05.22 49 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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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고양이' 이야기 -4- 20.05.20 44 2 13쪽
13 '고양이' 이야기 -3- 20.05.19 40 1 10쪽
12 '고양이' 이야기 -2- 20.05.18 41 1 14쪽
11 '고양이' 이야기 -1- 20.05.16 57 2 15쪽
10 '찢어진 종이' 이야기 -2- 20.05.15 50 2 12쪽
9 '찢어진 종이' 이야기 -1- 20.05.14 48 2 13쪽
8 '너와 나' 이야기 -에필로그- 20.05.14 47 2 7쪽
7 '너와 나' 이야기 -6- 20.05.13 50 2 19쪽
6 '너와 나' 이야기 -5- 20.05.13 54 3 13쪽
5 '너와 나' 이야기 -4- 20.05.12 56 2 13쪽
4 '너와 나' 이야기 -3- 20.05.12 65 3 10쪽
3 '너와 나' 이야기 -2- 20.05.12 83 7 11쪽
2 '너와 나' 이야기 -1- 20.05.11 157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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