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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WG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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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09.08.16 09:43
최근연재일 :
2009.08.16 09:43
연재수 :
8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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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753
추천수 :
192
글자수 :
330,864

작성
09.07.26 09:18
조회
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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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WGRS - In the past(4)

DUMMY

정말로 우리는 산책을 했다. 참 한가로운 산책이었다. 놀이기구를 타는 가족들은 흐믓한 표정으로(나 제외) 쳐다보거나 갑자기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네거나, 어쨌든 이 녀석들, 은근히 괴짜였다. 괜히 오지랖 넓다고 해야 하나, 생판 남인 나를 도와주겠다고 하는 것도 좀 그렇다.

혹시 함정이 아닐까.

문득 든 검은 의구심. 정말 그러면 곤란하다. 이 녀석들은 동생을 납치한 녀석들과 공범이라거나!

혹하여 혹하니 의구심은 점점 커져갔다. 아아, 이러면 안 되는데. 왜 이러냐.

나는 내 머리를 흔들었다. 지나가던 꼬마가 그 모습을 이상한 듯 쳐다본다. 괜히 무안해졌다.

생각이란 정말 무서운 녀석이었군. 하긴, 소문과 비슷한 속성이다. 발 없는 말이 천리 가듯, 생각도 뒤도 끝도 없이 달려 나가는 성격인가 보다. 거듭 말하지만 이미 나 혼자 동생을 찾기엔 그 범주를 넘어버렸다. 지금 당장 신고센터에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면 이 녀석들과 같이 하는 게 더 나을 것이다. 왜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은근히 믿고 맡겨지고 싶어진다. 남자의 핸섬한 미소 때문일까, 여자의 터프함 때문일까.

“후우.”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는 그 뒤로도 계속 걸었다. 남자는 핸드폰을 한 번 만지작거린 뒤로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고 여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무슨 속셈인지 참 태평하다. 이러니 내가 의심하지.

무의미한 산책은 한동안 지속됐다. 마라톤도 이보다는 더 재미있고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건 걷기 대회가 아니란 말이다.

내가 손목시계를 보고, 주변을 살피며 안절부절 못하자 남자가 빙긋 웃었다.

“꽤나 동생을 아끼시는 모양입니다.”

흥, 나는 콧방귀를 뀌었다. 네가 무슨 상관이냐. 빨리 동생이나 찾아다오.

더 이상 신뢰감을 유지하고 있기 힘들었던 관계로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

남자는 대답대신 주머니에서 울려대는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그건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신고센터에라도 가봐야 하나, 생각하는데,

“네. 다 찾았다고요?”

녀석의 멘트가 내 귀를 간지렸다. 찾았다? 동생을 찾았다는 말인가?

내가 휙 고개를 돌리자 남자는 탁, 핸드폰을 닫고 아주 밝은 미소를 지었다.

“이거 아주 고맙게 됐습니다.”

엥?

“덕분에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았다고 해야 할까요. 아, 당신이나 저나 말입니다.

무슨 소리신지?

“제가 찾고 있던 사람이 있었는데 당신의 의뢰가 추가 활약을 해주었어요.”

추가 활약이라니… 금시초문이다. 나는 암약으로 활동하는 히어로도 아니거니와 동생 찾기도 바쁜 코가 석자인 사람인데. 혹시 못 찾아서 괜히 변명으로 둘러대는 건가?

인터넷 용어인 -_-가 떠오른다. 남자는 내 표정이 정말 그런 식이 되었던지,

“아, 이상한 소리나 변명이 아닙니다. 끝까지 들어보세요.”

손을 들어 양해를 구한다. 좋아, 들어주마. 어디 내가 납득할 수 있게 말해봐라. 나는 방청 자세를 취해주었다. 남자는 설명을 시작했다.

“사실, 저희도 사람을 한 명 찾고 있답니다. 아까 당신에게 했던 말들을 떠올려보세요.”

음, 그런 것 같았다. 나는 동생을 찾고 있었는데 너희는 누굴 찾고는 있었어. 그걸 나도 같은 사람을 찾고 있는 거라고 혼동했지.

나는 내가 한 설명이 맞나? 하는 의혹이 들긴 했지만 뭐, 적절한 맞장구였다고 생각한 뒤 다음 설명에 집중했다.

“그런데 당신은 동생을 찾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어쨌든, 그래도 저희가 오해를 한 것인 만큼 당신의 부탁을 수용하기로 했습니다. 당신의 동생을 찾아주기로요.”

이해가 갈 듯, 말 듯 한 설명이다.

“그런 고로 저희는 조금 ‘힘’을 쓰기로 했답니다. 어느 누구에게나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게 바로 저희의 생활 방침이기도 하니까요.”

그런 생활 방침이란 녀석도 있었구나.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동생은 언제 찾아다 줄래?

워낙 설명을 좋아하는 녀석이란 것을 후에는 알게 되겠지만 지금은 몰랐다. 몇 번째 하는 해설이지.

“어쨌든, ‘힘’을 동원한 결과 약간의 소란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잘 해결되었습니다. 아주 고맙습니다.”

뭐야. 이 허탈감은. 뭐가 고맙다는 건지도 모르는데 고맙다는 인사를 듣는다고 기분이 좋지는 않다.

이런 어이없는 설명에 고개를 끄덕일 녀석은 없겠지만 남자는 이걸로 설명이 끝이었는지 손짓을 했다.

“따라오세요. 다 찾았습니다.”

나는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남자의 뒤를 따랐다.

우리는 걸었다. 그 뒤, 언제까지 걸어야 하는지 궁금해지려는 찰나 이윽고 어느 한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광장이었다. 늦은 오후에나 페스티벌 및 퍼포먼스가 열릴 것 같은 곳으로 아직 사람이 없어 한산했다. 나중에 이곳은 사람들로 가득 채워지겠지. 공연이 시작된다면.

그런데 눈에 띄는 것은 그 광장의 플랫폼에 줄지어 늘어선 사람들이었다. 뭐지? 난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들을 관찰했다.

검은 양복들이 곳곳에서 이리저리 사람들을 인솔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매우 당황스러운 얼굴로 검은 양복들의 손에 억지로 이끌려 움직이고 있었고 꽤나 많은 인파들이었다.

끌려온 사람들은 전부 여자고 나이는 그리 많아 보이지 않았다. 15살에서 10살 사이의 연령의 소녀들. 두려움에 질린 상태로 줄을 서고 있었는데… 난 대충 이해를 하고 말았다.

“어이, 혹시 저기서 내 동생을 골라보라는 거냐?”

그러자 남자는 시원스럽게 대답했다.

“네, 당연하죠. 저 중에 있을 거 아닙니까? 당신에게서 들은 동생의 신상 정보를 가지고 모두 모은 겁니다. 저 중엔 반드시 있을 거예요.”

하, 참. 이런 방법을 쓸 줄이야. 한 방에 해결한다더니?

“한 방이잖아요?”

그래, 그래.

어라, 잠깐만.

나는 손가락을 들었다. 한 가지 의문이 든 것이다.

“그럼 저 애들은 모두 동명이인인 거냐?”

“뭐, 그렇죠. 저도 내심 감탄하고 있습니다. 같은 이름을 가진 동명이인들이 한 자리에 이렇게 많이 모여 있다니, 누군가 속임수라도 부린 게 아닐까 싶습니다.”

뭐냐, 그런 게.

뭐, 그건 별로 신경 쓸 게 아니니까. 그저 우연일 것이다.

줄을 서있는 소녀들을 검은 양복들이 둘러싸다 싶이 서있었고 그 주위엔 그들의 보호자나 같이 온 동행인들이 매우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당연하다. 다짜고짜 끌고 온 게 틀림없는데. 이러면 나중에 사과하기도 곤란해진다. 분명 나 때문에 이런 웃기지도 않은 짓을 하고 있는 것일 테니까. 그런데 ‘힘’을 조금 사용했다고 했는데 바로 이걸 말하는 건가.

이 녀석들 정체가 뭘까.

나는 흠, 눈을 가늘게 뜨고 생각했지만 짐작이 가지 않았다. 어디 굴지의 권력자라든가, 그런 거겠지. 별로 궁금하진 않다. 동생만 찾아준다면야.

그래, 저 중에 동생이 있을 거라고 어디 한 번 믿어보자. 나는 동생을 찾기 위해 광장을 향해 걸어갔고 그 뒤를 남자와 여자가 느릿한 걸음으로 따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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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만이군요.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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