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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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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09.08.16 09:43
최근연재일 :
2009.08.16 09:43
연재수 :
8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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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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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
글자수 :
330,864

작성
09.04.23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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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WGRS - 제 8장(12)

DUMMY

이미 운동장엔 갖가지 현수막과 장식물들이 곳곳을 채우고 있었고 반 별이 아닌 그룹 별로 모두 모여 각자 머릴 맞대고 소란스럽게 떠들고 있었다. 이래야 운동회라고 할 수 있겠다.

나는 진정으로 운동회의 맛을 느끼며 중학교 때를 떠올렸다. 그때도 이런 기분이었지만 지금이 더 신나고 더 즐겁다. 왜냐하면, 아리야를 비롯, 모두와 함께 있었기 때문이다. 정은이 말한 암살 음모론만 없다면 정말 최상의 기분일 텐데. 젠장.

뭐, 일단 즐기자.

통과의례라도 되는 것처럼 슬슬 교장이 등장할 때가 됐는데.

구름 한 점 없는 맑고 맑은 하얀 하늘을 올려다보며 나는 이마에 가볍게 맺히는 땀방울을 떨어트리고 주변을 살폈다. 전교생이 모여있으니 굉장한 인파가 운동장을 메우고 있었다. 중학교땐 반티도 입고 그랬는데, 이 학교는 어찌된 것인지 반 끼리의 결속력은 매우 약한 것 같았고 저마다 가지각색의 개성을 펼치고 있었다. 화가 나는 점은 하나같이 사치스럽다는 것이었다. 어이, 다 찢어버린다.

참고로 여자는 제외인데, 남자면서도 칭찬해 줄 녀석들은 조금 있었다. 김민현과 에드워드였다. 저 멀리서 보이는 김민현은 평범한 일반인이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려는듯 평범한 트레이닝복 바지에 셔츠였는데 약간 통통한 체형인 그에게도 어울리는 복장이었다. 그리고 나머지 한 녀석은,

"여, 리치 스쿨의 운동회에 첫 참가하는 쭉정이."

누가 쭉정이라는 거냐? 네놈.

낡아보이는 반바지에 헐렁한 흰 티셔츠 차림의 에드워드가 밝은 얼굴로 싱글거리며 다가왔다. 기분이 무척 좋아 보인다. 그나저나 보초는 잘 서고 있는 거야?

아리야에겐 아직 한마디도 안 한 터라 최대한 조용히 말했다. 에드워드는 여전히 웃는 얼굴로 내게 귓속말을 했다.

"걱정마. 모든 준비는 완벽해. 그나저나,"

라고 지껄이더니 옆구리에 끼고 있던 농구공을 한 번 탁 튀기고는 손에 잡았다.

"나, 농구 나간다."

자랑이냐?

"그건 아니지만 구경 정돈 와달라는 거지. 내가 얼마나 잘하나 너에게 보여주마."

별로.

"엥, 그러지말고."

갑자기 떼를 쓴다. 얘가 귀찮게 왜 이러는 거야? 난 얼른 화제를 돌리기로 했다.

"그런데 이 학교 운동회가 원래 이런 건가?"

살짝 찌푸린 채 불만에 서린 목소리로 토로하자 에드워드는 잡고 있던 내 팔을 놓고 고개를 휙 돌리곤 어깨를 으쓱였다.

"뭐, 원래 이렇지. 여기 녀석들은 원래 사치스럽잖아. 진짜 남아도는 게 돈인데."

죽을래?

"왜 나보고 그래?"

음, 아니야.

"으음, 아무튼 간에 주변 녀석들이 얼마나 사치를 부리든 별로 신경 쓸 거 없어. 그저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니까. 그것들이 전부 지들 목구멍을 쳐넘어가 기름띠가 되는 줄도 모르지."

말 잘한다 에드워드.

"나야 원래 대단하니까. 하하핫."

한 번 뛰어주니 겁나게 웃어댄다. 에드워드는 한참 후훗거리더니 농구공을 또 튀긴다.

"그래, 열심히 해라. 뒤에서 지켜보고 있을 테니. 농구할 때 꼭 보러 와라?"

오냐.

"음!"

셔츠 에드워드는 곧 사라졌다. 나는 그 뒷모습을 쳐다보며 기분좋게 숨을 토해냈다. 오, 좋아. 평화롭기만 하군. 이대로 가면 정말 아무 불만 없다.

"…………."

나는 에드워드 녀석과 한참을 신나게 잡담을 나누는 사이에도 굉장히 조용한 아리야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녀석치곤 엄청나게 조용한 거였다. 분명 사이사이에 잔소리나 가시돋힌 목소리가 들릴 줄 알았는데.

별로 상관은 없나? 약간 홍조가 서려있는 그녀의 얼굴을 보며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재차 훔쳐냈다. 더워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아리야는 온실 속의 꽃과도 같으니, 이런 햇빛엔 익숙치 않을지도 모른다. 내 주관적인 견해다만.

따지자면 다 꽃과도 같지만 유독 아리야만이 아름다운 꽃이라고 표현하고 싶은 건 단순한 내 마음 때문이리라.

"야 똥개. 무슨 생각하는 거야?"

문득 들려오는 날카로운 목소리. 이 톤은 엘리샤다. 나는 한숨을 내쉴 준비를 하며 몸을 돌렸다.

"어…."

엘리샤가 있긴 있었다. 하지만 김현지와 같이 있었다. 너희 둘이 같이 여긴 무슨 일이야?

"똥개. 요즘 들어 건방져졌어."

엘리샤는 잔뜩 불만이 서린 표정을 한 채 내게 손가락질을 하였다. 의미불명. 뭘 말하고 싶은 거냐.

따져물을 자세를 하려는 날 깨끗이 무시하며 엘리샤의 시선은 아리야에게로 돌아갔다. 약간 넋이 나간 듯한 얼굴의 아리야에게 또 손가락질을 하며,

"너 혼자 독차지하게 두진 않을 테니 각오해두라고."

나는 퍼뜩 고개를 들고 현지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난처한 얼굴로 고개만 돌렸다. 억지로 끌려오기로 한 건가. 뭐, 어쨌든…

"뭐가 뭔진 잘 모르겠지만 같이 노는 것이 있다면 같이 놀아야지. 안 그래?"

내가 소리치듯 말했고 세 여자는 날 쳐다보았다. 각각 개성적인 얼굴들로 말이다. 아리야는 살짝 놀란 얼굴, 엘리샤는 당황한 얼굴, 김현지는 그럴 줄 알았다는 얼굴. 프로이드의 몽상 실험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참나."

자신의 머리카락을 탁 치며 뒤로 넘기는 엘리샤.

"똥개. 언제까지 똥개로 남으려고 그래? 줏대가 없어."

그러면서 엘리샤는 바로 몸을 돌려버렸고 현지는 빙긋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난 언제나 네 편이야. 그리고 언제나 믿고 있어."

여자 속은 알 수가 없다는 말이 있었는데, 그 말이 사실로 증명이 됐다. 정말이다.

이윽고 들려온 엷게 울려 퍼지는 쇳소리에 나는 여자의 심리에 대해 파해치다 말고 소리가 들린 정면 쪽 단상으로 고개를 돌렸다. 마치 주목을 하라는듯 들린 그 쇳소린 너무나 감미롭고 설득력 있게 다가온 것이다. 저절로 고개가 돌아간다.

어느새 단상 위는 선생들과 학교 관계자들로 가득 차 있었다. 누구든 막론하고 모두들 개성이 뚜렷하여 하나같이 강렬한 인상들이었다. 조폭 같은 녀석에 이어 온화한 조각상 얼굴까지. 너무나 다양했다. 보온병을 손에 든 채 꼼지락대는 보건 선생과 과묵한 분위기를 과시하며 콧등에 손가락을 올리고 있는 담임 김준도 있었다.

마이크를 붙잡고 음질 테스트 중인 사람이 있었으니, 그는 아마도 이 리치 스쿨의 교장- 이라고 생각되는데. 누굴까?

"안녕하십니까."

굉장히 차분한 목소리로 인사는 건내는 남자. 찰랑거리는 앞머릴 넘기며 씨익 웃는다. 뭔가 기분 나쁘다.

"모두들 알고 계실 테지만, 소개하자면 이 리치 스쿨의 교장, 이제천이라고 합니다."

난 얼른 주변을 살폈다. 모두들 긴장한 얼굴들로 집중을 하고 있었다. 단순히 저 이제천이라는 교장 녀석이 대단하거나 잘 생긴 탓은 아닐 거라고 생각이 된다. 뭐냐? 나도 은근히 몸이 떨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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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6일 만의 귀환인가요. 늘어나는 선작 수를 보고 있자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나저나 이전부터 등장시키려 했던 교장이 드디어 나타났습니다. 당분간은 조용할 녀석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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