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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WG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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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09.08.16 09:43
최근연재일 :
2009.08.16 09:43
연재수 :
8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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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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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
글자수 :
330,8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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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4.12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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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WGRS - 제 8장(9)

DUMMY

그 길로 에드워드의 반을 찾아갔다. 안을 들여다보니 녀석은 역시나 엎드린 채 자고 있었다. 올때마다 저러는데 깨어있을 땐 없는 건가. 나는 혀를 차며 직접 몸을 움직였다. 녀석에게 다가가 자고 있는 그 목을 덥석 잡고 흔들었다.

"응? 으음?"

그러자 잠이 덜 깬 흐리멍덩한 눈으로 바로 고개를 든다. 시뻘것이 마치 토끼 눈 같다. 인마. 일어나.

"왜 그래?"

에드워드는 날 바로 알아보고 연신 하품을 하며 씨익, 예의 에드워드가 짓는 특유의 미소를 지었다. 상대방을 좀 비웃는듯하면서도 아닌 것 같은 애매모호한 미소. 이준수의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잠깐 나 좀 보자."

내가 바깥을 가리키며 말하자 에드워드는 기특하게도 순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는 편안하게 이야기하기 위해 학교 부지 내의 공원에 있는 벤치로 갔다. 이 벤치도 나에겐 꽤나 감회가 새로운 곳이었다. 낯선 리치 스쿨에 처음와서 맞부딪친 곳이 이곳이었으니 말이다. 셔츠와 반바지 차림을 한 에드워드와 처음 만난 곳도 이곳이다.

"그래서, 무슨 이야길 하자고?"

벤치에 몸을 앉히고 아직도 졸린듯 하품을 연거푸 하는 에드워드에게 나는 설명을 시작했다. 정은에게 들은 이야기와 이 계획에 이준수도 동참하는 것과 여러가지 기타 일부 사항들을 전해주었다. 조용히, 진지한 얼굴로 이야길 듣던 에드워드는 또 하품을 하고는 하늘을 쳐다보는 모션을 취하였다. 나도 따라하기로 했다. 맑은 하늘엔 구름 몇 점이 떠가고 있었다.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태양빛에 미간이 찌푸려진다.

"음. 그것 참 대단한 이야기로군. 나도 미처 모르고 있던 이야기야."

그러냐.

"하지만 좀 이상한 것이 있어."

뭐가?

"과연 그 정보가 사실이라는 거야."

이준수도 그런 소릴 하던데, 너도냐?

"왜 그룹 내에 지위와 순위가 나눠져 있다고 생각해? 순위에 따라 손에 쥘 수 있는 권력이 달라지기 때문이야. 아리야를 예로 들어볼까. 아리야를 노리는 놈들은 수두룩한데 왜 이제까지 당하지 않았을까?"

그 물음에 나는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당황한 표정을 역력히 내보이며 머뭇거리자,

"확보하는 정보량이 다르기 때문이야.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습격해올지 다 아는 거지. 5W1H라고 하면 잘 알겠냐?"

잘 모르겠다.

"하하, 그럴지도 모르지. 넌 정말 모를거다."

가슴이 오그라드는 것 같았다. 젠장, 서민이라 미안하다.

"미안해할 것 까진 없어. 다 자기한테 정해진 입장과 역할이란게 있는 법이니까."

나는 흠, 숨을 들이마쉬고 고개를 들었다.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번엔 구름이 한 점도 없다. 그런 내 모습에서 슬그머니 눈을 떼며 에드워드는 미소를 지었다.

"난 따로 접한 소식이 없어. 아무래도 의심할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

진지함 그 자체인 목소리로 에드워드는 말했다. 손으로 자기 머리를 쓸어넘기고는 벤치 뒤에 있던 나무에 등을 기댔다. 나는 정은을 떠올렸다. 울면서 도와달라고 하던 소녀. 진지함은 지금 에드워드를 뛰어넘을 정도. 내 눈이 썩은 게 아니라면 아무리 생각해도 거짓으로 꾸민 것은 아닌 것 같았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 이준수 녀석은 덥석 받아들고 협력하겠다고 했는데.

"아, 그나저나 다른 방면으로 조사를 한 것이 있는데?"

"뭔데?"

"요즘 제리 녀석이 잠잠하다 해서 알아봤어."

으으음. 나도 그 녀석이 왜 이리 조용하나 했어. 조사 결과는?

"해외 여행 중이라는군."

에드워드 녀석이 천진난만하게 씨익 웃으며 내게 손을 흔들었다. 나는 어리둥절해졌다. 해외 여행?

"그래. 이번 2차 사건 시발자도 그 녀석이고 여러가지로 문제를 일으켰잖아. 그래서 주변인들이 그 녀석에게 책임을 물은 거야."

그, 그래?

"음. 그렇게 되서 제리는 한국엔 없다는군. 아리야에게도 안심할 수 있는 경우라 생각했는데, 네 말을 듣고 썩 기분이 좋지가 않네."

뭔가를 떠올리며 흐믓한 미소를 짓는 노인네 같은 얼굴로 턱을 긁적이다가 바로 미간을 찌푸리고 고개를 숙인다. 나 역시 거기에 동조하기로 했다. 요즘 평온한 분위기가 지속되나 했는데 말이다. 정은이 문득 가지고 온 과제로 인해 정신이 없어졌다. 또 이리뛰고 저리 뛰다가 베여서 엎어지는 게 아닐지 상당히 의심스럽다고.

"어쨌든, 간과할 수는 없어. 아리야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난…"

에드워드는 주먹을 쥐며 입술을 깨문다. 그 모습을 보며 한 가지 떠오른 사실이 있다. 맞다. 이 녀석은…

이거이거 뭔가 미묘한 분위기가 느껴지는데 그냥 단순한 내 착각인가? 그냥 착각이었으면 좋겠는데. 제발 부탁이다.

그런 내 마음을 간파했는지(엉?) 에드워드는 내 앞에서 손가락을 탁 퉁겼다.

"너무 걱정마라. 너에게 푹 빠진 것 같으니. 그래도 난 포기 안 했다고 말해두마. 넌 왠지 모르게 화를 내고 싶지 않은 녀석이야. 뭐라고 해야 하나, 화를 내기 힘든 그런 인간이 있잖아. 그 덕에 쓸데없이 경쟁의식을 불태우지 않아도 되지. 참 편하다고 할까."

어이, 잠깐만. 이거 무의식 중에 그런 말 하기냐?

나는 에드워드가 뭘 말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머리를 굴렸다. 뇌야, 움직여라. 뇌가 충실히 움직인다. 이제까지 있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흘러 지나간다. 아, 이런. 생각났다. 내가 직접 말로 하기 가장 두려워하던 말.

이건 만에하나 억에하나 혹 해서 하는 짐작인데, 그리고 안드로메다 은하와 바람개비 은하와의 거리 만큼 양보해서 힘들게 말해보건데, 에드워드는… 아무래도…

"말이 나온 김에 솔직히 털어놓을게. 나도 아리야를 좋아한다."

순간 내 머릿속이 하얘졌다. 뭐라고 했냐? 이 새키야!

"뭐야. 몰랐냐? 아는 줄 알았는데?"

"대충은 알고 있었다만."

내 목소린 조금 떨리고 있었다.

"크크큭. 넌 이래서 재밌는 녀석이야."

하나도 재미없다. 이 자식아. 장난치지 마라. 그냥 짐작으로나 남겨놨어야지. 네가 직접 뱉어내면 어쩌냐? 책임져라. 내 귀가 썩고 있다.

"오버떨긴. 뭐, 아리야가 그런 널 보면 매우 좋아할 거다. 질투란, 받는 사람이 좋은 거니까."

그 말, 어디선가 들어봤는데? 언제더라.

"아무튼 너에게 진지하게 한 말이니까 흘려듣지만 마라. 알겠지?"

……………….

나는 입을 딱 벌리고 매우 진지하고 근엄한 표정을 한 에드워드를 노려보았다. 에드워드에게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마치 자기 딸을 내주기 싫다는 장인과도 같았다. 아니, 가만가만.

"왜 이야기가 이렇게 흘러가는 건데?"

손을 휘저으며 내가 소리치자 에드워드는 훗 웃었다.

"그렇지. 하던 이야기가 있었지. 그러니까 어쨌든 난 내게 어울리는 역할을 떠맡을 테니 너도 너에게 어울리는 역할을 떠맡아라. 계획은 이미 다 세워진 거지?"

뭐, 대충은.

"그래. 근데 걱정되서 물어보건데, 너에게 어울리는 역할이 뭔지 아냐?"

대답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그거야…"

웃기게도 대답소리는 두 개였다.

"아리야를 지켜주는 거 아니겠냐?"

"아리야를 지켜주는 거지."

에드워드 녀석이 딱, 손가락을 퉁겼다.

"좋아. 그럼 시간이 지나기만을 기다리자고. 석연치 않은 점들이 있긴 하지만 있다 해도 지금으로선 어찌하기 어려우니까. 나머진 내가 다 알아보마. 넌 그냥 아리야만 지켜주면 되."

그 말에 만화 주인공이란 무엇인지 절실히 느끼며 나는 눈을 깜빡였다. 나, 이렇게 나가도 되는 건가.

살짝 걱정이 되긴 하지만, 확실히 에드워드의 말 그대로였다. 정은이 내게 한 이야기가 거짓이라 치더라도 그냥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다가 진짜면 어쩔려고? 뭐, 기타 의심 사항들에 대한 처리는 에드워드에게 맡기기로 할까. 저 녀석이 해주겠다는데 말릴 마음은 없다. 그래, 정말로 난 시간이 가길 기다리며 내 역할을 수행하면 된다. 왜냐고? 난 서민이니까.

적당한 대답이라고 생각한다. 서민이니까 그런 거다. 만약 나에게 거대한 부가 있었다면 이미 다른 짓을 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지금은 서민이라서 감사하고 있는 점도 있다. 아리야를 비롯, 이 리치 스쿨에 다니고 있으니 말이다. 하, 이렇게 따지면 제리에게도 감사해야겠는 걸? 이력서가 바뀐 것은 그 녀석 때문이니까.

나는 살며시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쉬는 시간의 끝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에드워드는 여유로운 목소리로 하품을 하며,

"난 좀 더 자다 가야겠다."

라고 지껄이고 벤치에 몸을 눕히는 것이었다. 나는 에드워드를 따라하기로 했다.

딱, 녀석의 얼굴 앞에다 손가락을 퉁기고 나서,

"너무 많이 자지는 마라."

"오냐."

학교를 향하여 기분좋게 발걸음을 옮기는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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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천자로 맞추려 했는데 4천자가 되버렸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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