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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WG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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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09.08.16 09:43
최근연재일 :
2009.08.16 09:43
연재수 :
8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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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744
추천수 :
192
글자수 :
330,864

작성
09.05.31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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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쪽

WGRS - 제 8장(20)

DUMMY

생각보다 싸움은 쉽게 결판이 났다. 내가 이겼다는 소리가 아니다. 너무나 참담한 결과가 내 눈앞을 가렸기 때문이다.

"윽."

배를 감싸쥐고 바닥을 굴렀다. 피를 토한 다음 일어나려 했지만 손과 발이 말을 듣지 않았다. 바닥의 풀만 쥐어 뜯으며 나는 쓴맛을 삼키고 굽힌 무릎을 움찔거렸다. 틀렸어. 움직이질 않는다.

"실력은 그리 좋지가 않네. 쯧."

가면을 쓴 여자는 씨익 웃으며 손가락을 흔들었다. 이게 뭔가. 결국 난 이런 역할이란 말인가. 잔뜩 얻어 터지고 엎어지다가 상황은 종결- 된다는 결말. 뭐, 나쁘지 않다. 좋게만 마무리 된다면. 하지만 이젠 내가 싫다. 언제까지 그런 결말만 바라고 난 손가락이나 빨아야 하는 거냐? 게다가 결코 상황은 좋다고 할 수 없다. 보건 선생도 저 뒤편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지 날 도와줄 여건이 안 된다. 다른 녀석들이 도와주러 와야만-

아니야!

나는 입술을 깨물고 다시 풀을 쥐어 뜯었다. 손가락이 따가웠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이런 게 아니라고! 언제까지 이럴 테냐? 쓰레기.

나한테 실컷 욕이나 지껄이기로 했다. 그래, 말 나온 김에 계속 욕해보자. 언제까지 이럴 거냐고. 언제 한 번 네가 신나게 적을 때려 눕힌 적이나 있냐? 생각해봐. 응? 쓰레기 자식.

순간 눈에 불이 튀는 것 같이 분노가 치밀어오는 것이 온 몸이 뜨거워졌다. 여자에게 맞은 상처의 고통은 순식간에 날아갔다. 마치 신경 세포가 마비된 것 같은 감각이었다. 손가락이 서서히 꿈틀거리며 내 몸을 받쳤고 굽혀졌던 무릎은 천천히 움직였으며 발은 내 몸을 지탱하기 위해 뼈를 움찔거렸다. 그래, 이런 거라고. 그리고 한 가지 말해둘 것이 있다.

"아리야, 잘 봐두라고."

숙연한 얼굴로 미소를 지으려 애쓰며 말했다.

"이제 난 눈앞의 위기에 더 이상 쓰러지지 않겠어. 왜냐하면 난 널 좋아하니까."

아~! 이런 제기랄. 말해버렸네. 아까 분위기 잡고 말하려 했는데 왜 이런 식이 됐는지 모르겠다. 야, 아리야. 그런 얼굴 하지 마. 내가 다 창피해진다. 그럴 땐 살짝 고개를 옆으로 틀며 화를 내는 것이 네 스타일 아니었냐. 왜 멍한 얼굴로 날 쳐다보는데?

"청춘의 꽃인가."

여자가 어깨를 으쓱였다.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킨 다음 어깨를 폈다. 뼈가 우두둑거린다.

"야. 부탁할 게 있는데."

내 목소리에 여자는 어리둥절해졌다.

"뭔데?"

"가면, 남는 거 있냐? 나도 쓰고 싶은데."

"어머나, 웃기시네."

"뭐, 너와 같은 논리야. 사람을 패기엔 가면을 쓰는 것이 더 편할 것 같거든."

"그래. 상관없지."

여자는 날 한껏 깔보는 태도로 쿠쿡거리고는 품에서 검은색 줄무늬가 그려진 은빛 가면을 꺼내어 내게 던져주었다. 뭔가, 저번 파티장에서 봤던 녀석이랑 비슷해 보였지만 신경 쓸 필요는 없지.

"이, 이기고 와야 해?"

뒤에서 문득 아리야가 말했다. 나는 느릿하게 손을 들고 재빠르게 가면을 얼굴에 착용했다. 숨이 가면에 닿아 내 코에서 머문다. 호흡히 거칠어진다. 시야가 좁아졌다. 온 몸의 근육이 꿈틀거린다. 어서 움직이라고.

시야가 좁아지면 오히려 편하다. 앞의 놈에게만 집중할 수 있을 테니까.

나는 가면을 손가락으로 톡 두드리고 주먹을 쥐었다. 이어서 도약을 하여 여자에게 뛰어들었다. 내가 날린 주먹은 여자의 얼굴 쪽으로 날아갔으나 여자는 피했다. 하지만 거기서 내가 멈출 리는 없었고 왼다리를 옆구리로 박아 넣었다. 여자는 아픈 듯, 크윽 신음을 내뱉었다.

"파괴력이 아까 같지가 않은데?"

"글쎄."

가면을 쓰니 왠지 냉정해지는 느낌이 생기는 건 뭘까. 확실히, 이대로라면 좀 과장하여, 사람을 하나 때려 죽여도 아무렇지도 않을 것 같은 느낌이다. 으음.

"그럼 다시 간다."

내가 조용히 말했고 여자와의 싸움은 다시 시작됐다.

정신을 차렸다고 해서 여자를 압도적으로 이긴 것은 아니었지만 어째서인지, 내 몸은 상당히 가볍게 움직였다. 분명 잔뜩 얻어 터져서 바닥에 뒹구는 입장이었는데 몸에서 기운이 샘솟는다. 주먹이나 발이 나갈 때마다 여자를 강타하는 확률도 높아졌다. 마치 누군가 내 몸을 이끌어주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 수록 여자는 지쳐만 갔고 나는 기운차게 움직였다.

"쳇."

흩으러진 옷 매무세를 정리하며 여자는 기분 나쁘다는 소리를 냈고 약간은 여유로운 자세로 서있던 난 이제 웃을 수 있을 정도로 당당해졌다.

"훗, 아까의 그 기세는 어디로 갔을까."

"거짓말이야. 너, 약한 척을 했던 거냐."

"글쎄."

무거운 목소리로 여자에게 대꾸하고 주먹을 휘둘렀다. 여자의 가면을 쓴 뺨에 주먹이 가격됐고 여자는 저 멀리로 나가 떨어졌다. 내가 이렇게나 세게 친 건가, 살짝 의아해졌지만 별로 상관은 없었다. 적이니까. 아리야를 노리는 적이니까. 무찌른다.

쓰러져 신음하는 여자의 멱살을 잡고 다시 주먹을 내려 찍으려는 순간,

"오, 대단해요."

뒤에서 기분 좋게 지껄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지.

"일단 이걸 드시죠. 릴렉스엔 이것 만한 것이 없답니다."

흰 가운을 입은 흑발의 남자가 미소를 지으며 내게 물이 담긴 컵을 내밀고 있었다. 뒤에는 전통 예복 복장으로 추정되는 독침 남자가 팔짱을 끼고 서있었다. 보건 선생이 내민 컵을 받아드는 데엔 조금 시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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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편은 조금 짧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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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WGRS - 제 8장(25) +4 09.06.17 366 2 9쪽
78 WGRS - 제 8장(24) +2 09.06.14 393 2 8쪽
77 WGRS - 제 8장(23) +5 09.06.07 331 2 7쪽
76 WGRS - 제 8장(22) +5 09.06.06 393 2 8쪽
75 WGRS - 제 8장(21) +4 09.06.04 386 2 8쪽
» WGRS - 제 8장(20) +4 09.05.31 295 2 6쪽
73 WGRS - 제 8장(19) +2 09.05.30 315 2 7쪽
72 WGRS - 제 8장(18) +2 09.05.30 405 2 7쪽
71 WGRS - 제 8장(17) +7 09.05.10 220 2 11쪽
70 WGRS - 제 8장(16) +5 09.05.05 381 2 9쪽
69 WGRS - 제 8장(15) +7 09.05.02 417 2 7쪽
68 WGRS - 제 8장(14) +6 09.04.29 292 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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