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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WG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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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09.08.16 09:43
최근연재일 :
2009.08.16 09:43
연재수 :
8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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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749
추천수 :
192
글자수 :
330,864

작성
09.06.14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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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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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8쪽

WGRS - 제 8장(24)

DUMMY

"…………………."

긴 침묵 부호를 흩뿌리며 조용히 잔을 기울이고 있는 여자가 있었다.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내 스승님이 되어버린 언제나 기운이 넘치는 야성적 성질의 소유자, 미젠다 누님이었다. 그녀는 약간 기운이 빠진, 어울리지 않는 얼굴로 조용히 바닥만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그걸 잠시 쳐다보다가 보다못해 그 옆으로 다가갔다.

"스승님. 왜 그리 기운이 없으신지?"

진지한 말투로 그렇게 멘트를 던지며 들어가자 그녀는 컵을 손가락을 톡톡 두드렸다.

"아무래도 졌다는 사실이 분해서."

아하아, 네에. 그, 그런가요.

이 스승님이란 작자는 졌다는 사실이 분한 모양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에드워드인가? 뭔가 복합적인 의미가 담긴 어미 같다. 내가 끼어들기엔 임펙트가(?) 부족한데.

"그래도, 언제나 이기던 건 스승님 아니었나요?"

나는 크큭 웃으며 잔을 들어 올렸다. 미젠다는 그런 내 손을 따라 고개를 들었다.

"응? 그렇지."

에드워드가 못 들은 걸 좀 고맙게 생각해야 하나. 저만치서 술잔을 기울이며 농구공을 튀기는 시늉을 하고 있는 한 바보를 흘낏 살펴보고 난 그대로 미소를 유지했다.

"그럼 문제 없는 거에요. 나중에 이겨버리면 되죠. 저번에 이긴 것은 요행이었다. 순전히 운이 좋았다. 이것을 증명하면 간단한 이야기가 되는 거라고요."

나의 그 말에 미젠다는 기운을 차렸다. 살짝 고개를 기울이고 고민하는 눈치를 보이다가 들고있던 잔을 단숨에 들이키고는 원래의 미소로 돌아온 것이다. 다행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고 말았다.

"그렇지! 그렇고말고! 기운 빠진 난 있을 수 없어!"

자신감이 가득 찬 목소리로 소리치고는 상 위에 다리 하나를 올리고 우라차차, 소리를 질러댄다. 그러더니 잔에 술을 콸콸 따르고는 이리저리 흔들며 밝은 미소를 흩뿌려댔다. 그 분위기에 맞추려는 듯 나라가 환호로 응답했고 어느새 에드워드는 박수를 치고 있었다. 이것들 생각보다 웃기게 노는군.

그와 동시에 문득 뇌리를 스쳐지나간 감상이 있었다.

'돈 많은 놈들도 노는 건, 그리 다르지가 않네."

천천히 어깨를 으쓱이며 흘려들어도 괜찮을, 그런 시원찮을 소리였지만 말이다. 나는 한숨을 내쉬고 파이를 집었다. 달콤하면서도 쌉싸름한 것이 특이한 맛이다. 분명 나는 듣도보도 못한 고급품이겠지. 흐음.

가만히 '고급'파이를 노려보고 있는데,

"그 파이, 맛이 어떤가요?"

턱, 컵을 내 옆에 내려놓으며 자릴 잡는 사람이 있었다.

"네?"

어떤 의미로는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한 진래 누님이었다. 그녀는 작은 크기의 파이를 조신한 손길로 들고 있었다.

난 가볍게 고개를 기울였다.

"맛이요? 아주 좋은데요."

솔직하고도 태평한 감상이었다만, 진래는 빙긋 햇살 미소를 지었다. 자애로운 상은 여전하다.

"그래요? 그럼 다행이네요."

무슨 의미지.

"엘리샤와 현지도 거들은 거니까 맛있게 먹어야하죠. 그렇고 말고요."

진래는 미소를 잃지 않은 채 나에게 말했다. 나는 이 파이의 조재원에 대해서 대충 파악하고 뭔가 기발한 생각을 해낸 과학자 같이 웃었다.

"아, 네에. 맛있게 먹도록 할게요. 감사합니다. 남은 사람들에겐 따로 인사를 해야겠죠."

파이 조각을 떼어 입에 던져 넣고 말했다. 그래, 정말로 해야 할 것이다. 아직 공략기회가 있다는 걸 알려줘도 나쁘지 않을 테니까. 아니, 내가 무슨 소릴 하는 거래.

"그건 그렇고 말이죠."

진래는 내 옆으로 바짝 몸을 붙이며 목소리를 죽였다.

"언제 말한 건가요?"

네?

"아이, 참. 정말 눈치 없네요."

누, 눈치라뇨.

"아리야에게 언제 고백한 거냐고요."

나는 손가락을 까딱였다. 순간 심장이 탭댄스를 추었지만 바로 진정을 시키고 진래를 따라 목소리를 죽였다.

"아니, 어찌 아셨어요?"

"후훗. 아리야에게 있어서 저의 존재는 뭐겠어요?"

굳이 따지자면 언니나, 뭐 그런 존재 아닐까.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면 무척 가까운 사이일 것이다. 물론 미젠다, 나라도 같은 사이라는 것을 한치의 오차도 없이 의심하지 않겠다.

"그런 의미에서 진호 군과 진지한 이야길 나누고 싶어요."

도끼날이 서려있어 스치면 잘릴 것 같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날 쳐다보는 진래. 하지만 입은 반달 모양으로 보기 좋게 웃고 있다. 이래서 내가 이 사람이 무섭다는 건데….

내가 오한에 몸을 떨듯 밀리미터 단위로 움찔거리자 진래는 흠, 눈썹을 꿈틀거렸다. 이, 이런 표정은 또 처음 보는데.

"이제 아리야를 어떻게 할 건가요?"

그게 무슨 소리신가요.

"상대방에게 좋아한다고 말했으면 그만한 책임을 져야죠. 안 그래요?"

그 말엔 장난스럽게 대꾸할 수 없었다. 나는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옆에 놓여있던 컵만 꼭 쥐었다. 차가웠다.

"당연히 책임 져야죠."

"어떻게요?"

대답을 유도하듯 진래는 달콤한 목소리로 내게 속삭였다.

"예를 들면 어떤 위험이 닥쳐와도 같이 해야겠죠. 저, 저는 자세히,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저라고 사랑이 뭔지, 책임이 뭔지 카운슬러처럼 말할 수는 없어요. 그래도…"

"그래도?"

"그래도, 방패 정돈 될 수 있어요. 어떻게 보면 전 아리야의 발치에도 못 미치는 서민이지만 아리야에겐 없는 것이 있어요. 무엇인지는 진래 씨도 잘 알거에요. 전 그걸 이룰 거에요."

"뭘 이루려구요?"

"그건…"

당장 할 말을 찾지 못하고 더듬대고 있는데 옆에서 이쪽을 살피고 있던 이준수가 천천히 다가왔다. 위기에서 구출해주려는 거냐.

고맙다고 인사라도 하고 싶은 내 마음은 일단 저만치로 눌러버리고,

"응? 왜?"

얼른 시선을 돌렸다. 진래는 뚱- 하니 입술을 내놓고 준수를 노려보았지만 준수는 멋쩍게 웃어 넘긴 다음 나에게 말했다.

"이제 이야기를 해야겠지요. 분위기도 충분히 무르익었습니다. 마지막 장식을 향해 달려가야죠."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다만 뭐, 여기서 진래에게 계속 심문당하는 것보단 낫겠지.

나는 나라와 미젠다에게 싸여 어쩔 줄 몰라하는 아리야를 쳐다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진래는 그런 내 뒤에서 들릴듯 말듯 나에게만 들리게 말했다.

"아리야에게 이상한 짓 하면 제가 용서 못해요."

네. 알고 있어요. 아니, 그런 짓을 안 합니다.

시커먼 아우라를 느끼며 난 식은땀을 등으로 흘려야만 했다. 자자, 얼른 이준수나 쫓아가자.

앞서 걸어 나가버린 녀석의 뒤를 쫓아 내가 나간 곳은 밖이었다. 운동회의 흔적이 아직은 어렴풋이 남아있는 넓은 공터. 리치 스쿨의 부지이기도 한 땅이었다. 가끔 에드워드와 함께 가는 예의 그 벤치로 이준수는 날 인도했다.

"밤하늘이 참 맑군요."

여유로운 소릴 내뱉으며 옅에 낮의 채색이 남아있는 밤의 하늘을 올려다본다. 나도 봐주었다. 오늘따라 유난히 밝은 별들이 떠있다. 달도 무척이나 밝다. 기분 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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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얼른 완결 내고 싶습니다만, 계속 길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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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GRS - 제 8장(24) +2 09.06.14 394 2 8쪽
77 WGRS - 제 8장(23) +5 09.06.07 331 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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