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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WG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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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09.08.16 09:43
최근연재일 :
2009.08.16 09:43
연재수 :
8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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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30,8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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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5.05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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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WGRS - 제 8장(16)

DUMMY

"너 때문에 두 번째 경기를 못 했잖아."

차갑게 쏘아붙이는 엘리샤의 목소리에 나는 힘없이 고개를 숙이는 '척'했다. 내가 다친 건 다친 거지만 미안해 해야 할 이유를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뭐, 당당하게 홀드 업 하고 있으면 엘리샤가 인정사정 없이 발길질을 할 것 같기에 뉘우치는 척을 해주는 것이다.

"네가 다치면 모두가 얼마나 걱정하는 지 알기나 하는 거야?"

그런 내 마음을 읽기라도 했는지 핵심을 꼭 집어서 하는 말이었다. 그래, 모두가 걱정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그런 과분한 대우를 받기에는 겸손을 찾을 필요가 있다.

"알았어. 이번에 열심히 하면 되잖아."

내가 그렇게 말하자 엘리샤는 흥, 콧방귀를 뀌며 옆머리를 쳐냈고 지켜보고 있던 김현지는 발그레한 얼굴로,

"열심히 하는 거야."

라고 말했다. 당연히 고개를 갸웃한 것은 나였다만,

"모르는 거니?"

나라의 여유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끄덕였다. 그러자 나라는 호호 웃더니,

"어머나, 무지해라. 그러니 여자 맘을 모르지."

에? 뭐가 몰라? 아직 표현하지 않았다 뿐이지 그런…

나라에게만 들리게 작게 중얼거리자 그녀는 팔짱을 끼고 빙긋 미소를 지었다.

"아직 어린애네. 누군가를 좋아한다면 확실하게 말해야 하는 거 아냐? 왜 질질 끄는데?"

그 말에 대꾸할 단어를 찾기 위해 머릿속을 뒤집고 있는데,

"뭐하는 거야? 이제 시작한다. 가자."

엘리샤의 약하면서도 억센 손이 내 손을 잡아 끄는 바람에 생각은 거기서 끊어지고 말았다. 가만가만, 확실하게 말해야 한다고? 그게 아니다. 난 말하려 하고 있다. 그때도 노래를 통해 말했고…

하지만 바로 반박이 날아왔다.

상대방이 알아듣지 못 했잖아? 게다가 이대로 언제까지 끌 생각이지?

아, 쓸데없는 소리로 나를 혼란스럽게 하지 마라. 아직 긴장의 끈을 놓고 있을 수도 없는 상황이고 여유롭게 그런 소리나 하고 있을 새는 없다.

나는 살며시 양 옆의 엘리샤와 김현지의 얼굴을 훔쳐보았다. 두 여자 모두 기분이 좋아 보이는 얼굴들이다. 그야, 나도 대충은 알고 있다. 이 여자 둘이 내게 관심이 있다는 것을. 그것은 주위 사람들과 분위기가 알려주었기 때문에 겨우 안 사실들이다. 그래도 그것들을 인정하고는 있지만 제대로 신경 써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상기하며 나는 한심한 내 자신을 마음속에서 실컷 때려 눕혔다. 그렇다. 확실하게 말을 해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는 뜻이다. 언제까지 이럴지는 스스로 지켜보며 잔소리를 해야 할 것이다.

그러는 사이, 미리 준비하기라도 했는지 잘 마련된 세트 장 안으로 우린 이미 도착한 후였다. 많은 사람들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는 것은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으리라.

여기서도 어김없이 등장한 교장과 학생회장 이준수는 뒤에 많은 선생들을(아마 잘 나가는 녀석들일테지) 거느린 채 단상에 자리를 했다. 마이크를 잡은 것은 이준수였고 이렇게 지껄였다.

"자, 이번 경기는 풍선 터트리기입니다. 풍선 안에는 각각 보물종이가 들어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풍선에 들어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제한시간을 둘 겁니다. 참고로 풍선은 두 사람이 꼭 몸으로 비벼 터치셔야 합니다. 나머지 방법으로 풍선을 터트리면 자동 실격 패로 자격이 박탈됩니다. 그리고 제한 시간 안에 되도록 많은 풍선을 터트려야 보물종이를 얻을 수 있겠죠? 남녀가 함께하면 더욱 돈독한 사이를 다질 수 있을 겁니다. 2인 1조 형식으로 총 2라운드로 하니 너무 걱정마세요. 충분히 애정과 풍선을 만끽하시고 선물을 받아 가세요. 선물은 과연 뭘까요?"

능글능글한 목소리로 능글능글한 미소를 지은 채 말하니 저런 건 정말 이준수에게 어울리는 역할이었다. 그런데 뭐라고? 풍선을 터트리는 거라고? 그렇다면 나는 이…

"이리 와."

순간 엘리샤가 굉장한 힘으로 몸을 잡아 끄는 바람에 시야가 흐려지며 몸이 휘청하고 말았다.

"1라운드는 우리가 나가니까 제대로 해야 해. 뭐, 2라운드 때도 넌 나가겠지만…"

그렇게 말 끝을 흐리며 손을 흔들던 엘리샤는 바닥에 나뒹구는 풍선을 하나 집어 재빨리 배로 밀어넣어 날 잡아 끌었다.

"우왓."

나의 외마디 비명과 함께, 펑!

종이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자, 다음 풍선!"

엘리샤는 왠지 모르게 흥분한듯 상기된 얼굴로 이리저리 몸을 놀렸다. 손에 잡히는 풍선은 빛의 속도로 집어 터트려댔다. 그럴 때마다 서로 포옹하는 자세로 스킨 쉽을 했는데 난 낯이 간지러워서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래도 엘리샤의 괴력 덕분에 별 어려움 없이 풍선을 터트려나갔다. 중간중간에 내가 힘을 빼서 풍선이 터지지 않을 때가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엘리샤는 날 잡아먹을 기세로 잔소릴 해댔다.

"똥개! 제대로 안 해?!"

예이, 예이.

어쩔 수 없지. 힘 좀 내볼까. 나는 엘리샤와 함께 호흡을 맞춰 적절한 힘을 넣어 풍선을 터트려 나갔다. 이거, 생각보다 재밌는데?

그러다가 마침내 보물종이를 하나 얻을 수 있었다. 미처 펴 보기도 전에,

"시간이 얼마 안 남았습니다."

빌어먹을 이준수가 초를 놓았다. 알았어, 빨리 할게.

우리는 좀 더 서두르기로 했다. 이제 난 별 어려움 없이 엘리샤와 풍선을 터트렸다. 펑펑, 잘도 터진다. 배에 약간의 데미지가 들어가긴 하지만 별로 상관없다.

"자, 시간 다 됐습니다."

제길.

이준수가 그렇게 지껄이자 모두들 천천히 몸을 멈춰섰다. 나는 땀으로 가득한 몸을 살피며 손에 들려있는 보물종이를 폈다. 과연 보물이란 무엇일까.

"토끼 인형 당첨?"

왜 이런 건데? 좀 더 좋은 건 없냐?

내가 불만을 토해내고 있자 지친 얼굴의 엘리샤가 다가왔다.

"보물, 뭐야?"

"응? 어..."

나는 말없이 몸을 돌려 선물을 나눠주고 있는 검은 양복에게 갔다. 여긴 심부름꾼이 검은 양복인가. 조금 무섭군. 그런데 다른 경기에선 금 반지니 과자 세트니 비싼 걸 걸더니 이건 왜 인형인지 모르겠다.

그런 생각을 하며 검은 양복에게 종이를 내밀고 커다란 토끼 인형을 하나 받아냈다. 이런 걸 받을 줄은 나도 몰랐다만, 흰 털이 복슬복슬하고 부드러운 것이 무척 귀여운 토끼 인형이었다. 나는 그것을 멀뚱하니 서있는 엘리샤에게 내밀었다.

"자, 받아라."

"그, 그건?"

갑자기 정색을 하는 엘리샤. 뭐지?

"토끼 인형이지 뭐냐."

"아, 알고 있어. 바보야."

입술을 비죽 내밀고 화를 내던 엘리샤는 낚아채듯 내 손에서 인형을 받아갔다.

"고, 고마워. 저, 정말로."

얼굴을 붉히며 겨우 인사를 한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허리에 손을 짚고 후훗 웃었다. 엘리샤 녀석이 저러면 정말 고마운 거다. 말 그대로 말이지. 껴안고 자는 거 아냐?

밤에 침대에 누워 인형을 껴안은 채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엘리샤를 상상해 보는데,

"이제 2라운드가 시작 됩니다. 보물을 타지 못한 그룹은 좀 더 분발하세요!"

"어, 2라운드 시작한다. 어서 가봐."

엘리샤는 기쁜 듯 방긋방긋 웃는 얼굴로(처, 처음 본다) 나에게 경기장을 가리켰다. 그리고 바로 뒤에서 내 목덜미를 낚아채는 손길은 다른 누구도 아닌,

"자, 이번엔 나랑 하는 거니까 힘 내야 해. 알겠지?"

김현지였다. 나는 고개를 돌려 뒤에 서있는 나라에게 구원을 요청하는 눈길을 보냈지만 그녀는 손가락을 흔들고 혀를 차더니 크큭 웃기만 했다. 그때서야 이건 이것들이 서로 짜고 날 데리고 다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만 뭐, 그건 지금 상황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저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만 있을 뿐.

제 2라운드를 맞아 지껄이는 이준수의 쓸데없는 목소릴 들으며 난 바로 풍선을 집을 준비를 하며 힐끗 김현지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매우 행복해 보이는 얼굴로 미소를 지은 채 날 쳐다보고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피한다. 그런 반응은 오히려 내가 창피한데.

어쨌든, 이번에도 선물을 타주겠다. 뭐가 나올까나? 나는 찌릿한 호루라기 소리를 들으며 몸을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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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끝나려면 멀은 8장이군요. 8장이 끝나면 번외편 스토리 나가겠습니다. 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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