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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WG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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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09.08.16 09:43
최근연재일 :
2009.08.16 09:43
연재수 :
8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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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748
추천수 :
192
글자수 :
330,864

작성
09.04.05 17:05
조회
365
추천
2
글자
8쪽

WGRS - 제 8장(7)

DUMMY

어째서 무서운지, 그 이유는 너무나도 간단했다. 바보같이 배에 칼도 맞아본 나로선 아리야를 둘러싼 살육전에 대한 실감은 살갗에 실로 와닿았고 절대 쓴웃음이나 농담으로는 넘길 수 없는 진지함을 느끼고 있었던 터였다. 나는 심각한 표정을 유지하며 물을 들이켰다. 머릿속이 시원해지는 느낌. 조금 냉정을 되찾았다.

"그, 김준호라는 집사가 네 오빠라고?"

조심스레 물었다.

"응."

묵직한 대답소리. 나는 뒤통수를 긁적였다. 정은은 그런 날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난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어. 하나 밖에 없는 오빠가 그렇게 갔다는 것을."

주먹을 쥐고 분노로 이글거리는 눈. 그 모습을 보고 정은이 얼마나 분해하고 있는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완전하게 공감한다는 건 힘들겠지만.

"그래서 독자적인 루트로 조사를 했어. 그때 오빠를 살해한 청부업자와 그것을 의뢰한 사람, 기타 사항까지."

음음, 그래서?

나는 학생회장이자 미소쟁이 이준수가 했던 말을 떠올리며 잔뜩 긴장했다. 그래서 누구지?

이젠 음식엔 손도 대지 않은 채 묵직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그것을 유지하고 있던 정은은 내 물음에 갑자기 눈을 마주쳤다. 눈 마주치는 것을 피하면 패배의식을 느끼곤 하는 난 이에 응하여 고개를 정은에게 고정시켰다.

"넘버 5와 넘버 6이 범인으로 추려졌어."

그 말을 단번에 알아듣지 못해 눈을 치떴다. 미간이 꿈틀거린다.

"미젠다와, 나라야. 그 두 사람이 범인이야."

어이.

제일 두려워하던 말이 튀어나왔다. 순간 어둠에 흽싸여 나 혼자만 갖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겨우 눌러 마음속 깊숙한 곳에 묻어놓았던 의혹과 불심이 다시 튀어나왔다. 나는 안면 근육이 움찔거리는 것을 느꼈다. 입이 씰룩거렸다. 뭔가가, 뭔가가… 깨어나 날뛰려는 듯한 기분이다. 뭐지?

한쪽 손으로 아파오는 이마를 누르고 있자니,

"그 두 사람이야. 그 두 사람이, 음모를 꾸미고, 서로 작당하여 내 오빠를 죽였어. 난 그것때문에 너를 찾아온거야."

찾아온 게 아니라 불러냈잖아.

여전히 이마를 누른 채 말했다. 침착하자. 침착해. 정은이 저렇게 말하고 있지만 확실한 건 아니다. 나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이준수 녀석이 했던 말을. 분명히 확실한 게 아니라고, 뒤에 숨은 세력이 더 있을 거라고, 더 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 말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나도 겉으론 드러내진 않았지만 상당히 신경스고 있었다고. 미젠다와 나라의 '악마 고발'건을.

이제까지 있던 일들을 조합해보았다. 잡힌 것으로 처리된 줄 알았던 자객 형제의 재등장과, 위기 때마다 어렴풋이 도움을 주며 숫한 돌파를 해왔던 두 여자. 아직도 감사하고 있는 사항들도 많다. 하지만…

난 말 끝을 흐리며 턱을 괴었다. 잃었던 냉정이 다시 돌아왔다. 완전히 진정된 것은 아니지만.

"아리야를 지켜주던 내 오빠의 희생을 봐서라도, 이번 2차 음모는 내 손으로 저지할거야. 아리야를 노린다는 정보를 접수했다고 했지? 그래서 말인데, 합동 전선을 폈으면 좋겠어. 협력하자는 거야."

결국 이번 만남의 취지는 그런 거였군.

정리하자면, 정은은 예전 1차 음모 때 희생되었던 자신의 오빠를 잊지 못해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었다. 그러다가 2차 음모가 발발, 아리야가 여러 위험에 쳐했고 거기서 내가 끼어들게 됐다. 정은은 그런 나를 주목하는 도중, 때마침 아리야를 노리고 있다는 정보를 접수, 나에게 만나자는 요청을 했다. 그리고- 합동전선이라는 것을 구축하잔다.

뭐, 나쁘지 않다. 그런 걸 해서 아리야가 안전해진다면 당연히 ok다. 나는 너무나 무기력한 녀석이니 베이고 엎어지는 것 밖에 못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따로 있다.

"이번에 아리야를 노리고 있는 녀석들은 누구지?"

나는 무거운 목소리로 물었다. 정은은 눈을 잠시 깜빡이다가 슬슬 내 속이 탈쯤, 입을 열었다.

"같아. 넘버 5와 넘버 6. 그들이야."

다시 머릿속이 하얘졌다. 사실이냐?

"사실이야. 확실해."

어째서 그렇게 단언하지?

"그건 네가 알 필요 없어."

젠장.

그렇게 강하지도 않은 못난 손을 주먹으로 만들어 식탁을 쾅 쳤다. 순간 주변의 시선이 내게 쏠렸으나 다시 제 각기 일상으로 돌아간다. 그 모습을 두 눈에 담고 있던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게 뭔 개소리야? 사실이라고 생각해? 그 두 사람이 그럴 리가 없다고!

"아, 너는 그 두 사람이랑 아는 사이지?"

정은은 차가운 시선으로 날 쳐다보았다. 마치 현실도피를 하려는 방구석 페인을 보는 눈이다. 뭐야?

"아는 사이 정도는 아니지. 두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그런 사람들이 아니야. 내가 잘 알아."

"그래,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보류해볼게."

건방지긴.

나는 입술을 꼭 깨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별로 이야길 듣고 싶지 않아졌어."

홧김에 내뱉고 말았다. 이대로 가면 아리야가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그만큼 나는 혼란스러웠다. 뭐가 뭔지 갑자기 헷갈리기 시작했다. 애초에 누가 잘못을 한 걸까. 그럼 미젠다와 나라는 왜 아리야의 곁에 있는 거지? 단숨에 죽이지 않고? 분명 내가 그녀에게 휘말리기 전에도 같이 있었다고 했다. 이야기의 앞뒤가 안 맞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그러니까 정은의 헛소리는 타당성이 없다. 그래, 그런 거라고.

"아리야가 위험하다고 했잖아!"

정은이 문득 소리쳤다.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정은은 울고 있었다.

"어쩔 수 없다고. 누구든 의심하고 싶어진다고! 그래, 나도 네가 그 두 사람과 어떤 사이인지 잘 알아. 그런 것도 모를 것 같애? 하지만, 하지만!"

눈물을 삼키며 말을 잇지 못한다. 나는 돌아서려던 몸을 다시 되돌렸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프랜치랙을 하나 더 입에 넣고 말했다.

"아리야가 위험하다고 한다면 나도 가만히 있을 순 없지."

그렇게 말한 뒤, 한 마디 더 했다.

"추가로 네 오빠라는 사람을 죽인 녀석들도 다 파해치겠어. 누군지 나도 매우 궁금하거든?"

에드워드와 이준수에게 조사를 의뢰해야겠다. 조사비를 요구한다면 난처해질지 모르겠다만, 난 이제 진지하다. 결코 농담으로 넘길 수 없게 됐다.

그렇다. 나는 왠지 정은이 우는 모습을 보기가 싫어진 것이다. 마치, 지치고 힘들고, 암울한 삶에 찌들은 이의 그런 울음 같았기 때문이다. 돈도 많은 집안에 태어나 부족할 것 없이 살 녀석이, 어린 나이에 저러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 나도 아리야와 만나지 않았다면, 그래- 그때 실수로 문을 열고 넘어지지 않았다면 정은은 저 멀리서 부러운 눈길로 쳐다보는 것 밖에 달리 할 일이 없는 부잣집 아가씨인 것이다. 그런 내게 합동 전선을 요구하고 있다. 도와주어도 모자랄 정도. 부족하단 말이다.

"도와줄게. 내가 뭐든 할 수 있는 걸 알려다오."

나는 깍지 낀 손 위에 턱을 올려놓으며 가늘게 뜬 눈으로 말했다. 정은은 그새 눈물을 그치고 기운을 차린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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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아후하! 주인공도 슬슬 성장해야죠? 베이고 쓰러지고 엎어지는 역할에서 벗어나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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