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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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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09.08.16 09:43
최근연재일 :
2009.08.16 09:43
연재수 :
8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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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741
추천수 :
192
글자수 :
330,864

작성
09.08.07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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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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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WGRS - In the past(6)

DUMMY

이윽고 도착한 양복들. 나는 시큰둥한 얼굴로 팔짱을 끼고 있다가 녀석들이 한쪽 손에 끼고 온 것을 보고 눈을 휘둥그레 떴다. 저, 정말이네.

“…정말 데리고 왔네.”

살짝 놀라움이 서린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자 남자는 자랑스레 한 손을 펼쳐보였다.

“당연하죠. 그녀의 눈은 틀린 적이 없답니다.”

“괜히 비행기 태워도 국물 없어.”

여자는 입을 비죽였고 남자는 피식 쓴웃음을 지었다. 뭐, 그것을 신경 썼을 리는 없었다. 당장 내 눈엔 눈물을 글썽이는 동생만 보였을 뿐이었다.

“도, 동생아!”

너무 급한 나머지 이름 부르는 것도 잊은 채 동생이라는 명사를 당당하게 외쳤고 양복들은 나의 갑작스런 동작에 놀라 동생을 놓아주었다. 그 동생을 꼭 안아주었다.

“미안해. 제대로 찾지도 않았어.”

괜찮다는 어른스러운 말을 기대하는 건 아니었다.

“무, 무서워?! 이, 이 사람들 뭐야?”

“아, 도와준 사람들이야. 너무 무서워하지 마.”

두려움에 떠는 동생을 가볍게 어르는데,

“뭐하시는 거에욧!!!!”

뒤에서 쩌렁쩌렁 울리는 여자 목소리. 나는 물론이고 그 자리의 모든 이들이 놀라 고개를 들었다. 단, 팔짱을 끼고 있던 장신의 여자만이 가만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

검은 양복 벽을 뚫고 뛰쳐나오는 한 여자. 내 기억 속에는 조금 이쁘장한 정도로 남아있었다만, 다름 아닌 김현지였다는 걸 이때 알았을 리가… 없지, 참.

“갑자기 사람을 데려가 버리면 어떻게 해요?!”

제 3자로 등장한 여자의 당찬 의견에 미소쟁이 남자는 어깨를 으쓱였다. 이때는 내가 나서야겠지.

“무슨 소리세요? 얘는 제 동생이라고요.”

그러자 제 3자의 여자는 잠시 날 뚫어져라 노려보다가,

“참 바보네.”

윽, 뭣이라?

“바보 같다고요. 동생 관리도 못하나요?”

그런 소릴 들으면 당연히 기분이 나쁘다. 나도 따라서 인상을 찌푸리자,

“이때까지 그쪽 동생 데리고 고생한 사람은 바로 저라구요. 알긴 아나요?”

바로 사실 여부 확인.

“사실이야?”

내 진지한 물음에 동생은 순수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응.”

“사실이네요.”

능청을 떨며 내가 말하자 여자는 혀를 찼다.

“울며불며 난리도 아닌 그쪽 동생, 내가 계속 달래서 겨우 진정시키고, 잠깐 얘기 좀 하다가 그 한심한 오빠라는 사람 찾아줄려 했어요. 그런데 난데없이 웬 검은 양복들이…”

주절주절, 여자는 열심히 입을 열렸다. 흐응. 그렇군.

“잘못했습니다. 다 제 잘못이에요.”

이번에도 능청이라고 해야 하나. 나는 멋쩍은 미소를 띄우며 손을 내밀었다. 여자는 살짝 놀라며 당황한다.

“고맙습니다. 동생을 맡아주고. 실은, 찾으려고 부단히도 노력했지만 어딜 돌아다녀 봐도 보이지 않아서, 이런저런 사람들한테 휘둘린 것 같아요.”

여기서 포인트는 뒤통수 긁적이기. 정확한 매치 포인트다. 그리고 이 말은 거의 진실이다. 동생 찾기에 혈안이 되어 정말로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지쳐 보온병을 든 이상한 녀석을 만났고 그 녀석이 쓸데없이 손가락질을 하는 바람에 그 손가락질이 가리킨 곳으로 갔더니 관람 열차가 있었고 거기에 천리안을 가진 비현실적인(이때는 믿지도 않았다만 동생을 찾아오는 걸 보고 조금은 믿었다) 여자와 조우, 후에 알게 될 이준수라는 재밌는 녀석까지 만나게 되었다. 이거 참, 동생을 찾으려는 목표와는 점점 멀어지는 쓸모없는 상황이 피크가 되어 폭발하는 찰나였다. 뭐, 결국 이상하게도 동생을 찾게 되긴 했다.

나의 엉망진창 쓰레기 같은 설명을 들은 제 3자의 여자는 잠시 고개를 갸웃하다가 가늘게 뜬 눈으로 팔짱을 끼고,

“뭐, 대충, 동생을 찾으려고는 한 것 같네요. 그럼 됐어요.”

휴, 대충 된 건가.

“그런 것 같네요.” 핸섬 스마일을 날리며 남자가 앞머릴 툭 쳐낸다. 조금 화가 나는 건 어째 서지?

“해결이 돼서 다행이야.”

천리안 여자는 여전히 방관자 스타일의 마이 페이스를 고수하며 웃고 있었다. 흐음, 아름다운 미소다.



“후, 동갑이었네. 반가워.”

제 3자의 여자, 아니 김현지는 내 손을 잡고 슥슥 흔들었다. 나는 불안한 미소를 띠고 있었고 옆에는 동생이 헤실헤실 웃고 있었다.

“이 언니, 무지 멋있고 착해.”

그래, 그래.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은 놀이 공원 근처의 카페다. 동생에게 불상사가 생길 뻔한 나로선 더 이상 거기 있고 싶지 않았고 아직 이른 오후였지만 나와 버렸다. 따라서 동생의 임시 보호자였던 김현지도 같이 나왔는데 그녀의 의견에(거의 강요) 따라 이 카페에 오게 된 것이다. 참고로 돈은 내가 낸다.

나는 맛도 없는 아이스티를 빨아들였다. 젠장.

“오빠 없는 동안 이것도 해주고 저것도 해주고!”

두 손을 좍 벌리고 신나서 떠든다. 나는 그런 동생을 가볍게 무시해주기로 하였다. 문제는 그 언니다, 이 녀석아.

“동생이 참 예쁘네. 그리고…”

말끝을 흐리며 나를 힐끗 쳐다본다. 뭘 말하고 싶은 걸까. 퀘스천 마크를 떠올렸지만 해답은 찾지 못 했다.

나와 김현지는 옆에 동생을 앉혀둔 채 이런저런 이야기를 시작했다. 분위기는 날 어떻게든 쪼려는 김현지와 그것을 어떻게든 방어하려는 나로 인해 100분 토론의 분위기와 흡사했다.

동생을 실종시켜버린 나의 책임은 당연히 질책 받아 마땅했으므로 달리 변론은 못했지만 말이다. 김현지는 그런 나를 열심히 쪼며 동생의 어른스러운 점을 칭찬했지만 별로 귀담아 듣지는 않았다.

그 다음으로 넘어간 화제가 일상과 관련 된 학업 이야기였다. 김현지는 덜 녹음 얼음만 들은 카페오레의 잔만 흔들어대며 쓸쓸하게 말했다.

“대한민국의 고등학교는 마음에 안 들어….”

참 진지한 그녀의 목소리에 나는 의외다 싶어 귀를 기울였다. 보통 만난 지 몇 시간도 안 된 상대한테 이런 형태의 이야기는 드무니까 말이다.

“정말 꿈도, 미래도 딱, 틀을 잡아놨어. 미리 거푸집을 만들어 놓고 우리가 거기 녹아들기를 기다리고 있단 말이야.”

입술을 딱딱 씹으며 화를 낸다. 낸들 아남요.

“뭐, 나도 불만이야 많지. 무슨 학교가 그 모양일까. 아직 입학조차 안 했지만 무지 독하다고 들었다. 중학교와는 비교도 안 된 다지?”

“음. 이게 다 대한민국이 문제야. 이놈의 교육 제도부터…”

이 이상은 잘 기억이 안 나는 건 신기하다. 교육 제도와 관련된 어떤 것일 텐데 이상하게 기억이 안 나네.

“그래서 말인데, 나는 이번에 가기로 한 고등학교가 있어.”

호오.

“어딘지 알아 맞춰볼래? 꿈과 희망이 가득한 곳이야. 내가 생각하기엔 그래. 뭐, 우리 같은 서민에겐 조금 고통스러울 곳이기도 하지만.”

“그런 데가 있긴 있었냐?”

나의 시큰둥한 반응에 김현지는 넌 그래서 안 되는 거야, 하는 얼굴로 혀를 찼다.

“너도 올 거면 와라. 난 거기로 갈 거야. 이미 결심했어. 내 꿈의 길이 바로 거기거든.”

“어딘데 그래?”

턱에 손을 괴고 나는 물었다. 그러자 목을 쭉 펴고 몸을 살짝 앞으로 기울이며 자랑스레 말하는 김현지.

“리치 스쿨이라는 곳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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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에 이어질거라고 믿는 주인공의 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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