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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WG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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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09.08.16 09:43
최근연재일 :
2009.08.16 09:43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36,735
추천수 :
192
글자수 :
330,864

작성
09.07.05 09:15
조회
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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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WGRS - In the past(1)

DUMMY

그녀와의 이야기가 이걸로 끝이라면 당연히 이상하겠지. 물론 나도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충분히 수상함을 느끼고 의심을 해봐야 할 것이다. 그래, 이걸로 끝은 아니다. 하지만 아리야와 정신 없이 뛰어다니던 이야기는 이쯤 해두고 잠시 시간 역행을 해볼까 한다. 그것은 모든 것의 원인이라고 표현해도 될 일이었지만 그때의 나는 전혀 몰랐다고 할 수 있었다. 그 일은 아리야를 만나기 한참 전이었고 아직 중학교 3학년의 마지막 방학을 즐기고 있던 나에게 일어난 일이었다.

모월 모일 모시. 아직은 추운 겨울 날씨였다.

인간의 기억이란 어찌 이리 미약하단 말인가. 창피하게도 날짜가 자세하게 기억은 나지 않는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날에 있었던 일들이 생생하게 살아나 내 눈앞에 펼쳐지듯 하는 것은 어찌된 일이냐. 그러니까 설명해주겠다.

그 당시의 상황은 방학이 거의 다 끝나가는 것을 새삼스레 느끼며 바보 같이 믿기 싫어 고개를 돌려 애써 외면하려 하던 때였다. 그 사실을 일깨워주려는듯 엄마는 내게 동생과 함께 놀이공원에 가라는 명령을 내렸다. 명령이라, 표현이 조금 그렇다만 내가 집에 언제까지 틀어박혀 있을 생각인지 알고 싶으셨던 모양이다. 그런 고로 나는 억지로 집을 나와야 했다. 좀 나가서 놀라는 잔소리와 함께 말이다. 덤으로 옆엔 동생도 있었다.

동생은 나와 놀이공원을 간다는 소릴 듣고 어찌나 좋아하던지 단순하다고 해야 할지 순진하다고 해야 할지 나는 조금 동생이 부러워졌다. 젠장, 재미없는데.

"그럼 갈까."

나는 무덤덤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듯 말했지만 동생은 신나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갔다. 놀이공원에. 규모는 조금 작은 편이었지만 동네 근처에 있던 관계로 오고가기엔 편한 곳이었다. 이런 공공 시설이 거주 지역 근처에 있으면 편해지긴 하는데, 집값이 비싸지는 것이 문제다.

내가 천천히 부동산 투기 문제에 대해 생각하며 앞으로의 전망을 걱정하는데 내 옆에 딱 붙은 동생이 기대에 가득 찬 목소리로,

"재밌겠다! 빨리 가자!"

라는 여전히 단순 50% 순진 50%인 모습으로 재촉하고 있었다. 알겠다고.

뭐, 우리 집이 워낙 이런 데를 안 가니까 동생도 무척 놀고 싶어 하는 마음은 이해하겠다. 내 기억에도 집에서 어딜 간 것은 별로 기억이 없다. 고작해야 등산을 좋아하는 아버지의 덕분에 나와 동생이 쌍으로 고생한 것이 대부분의 야외 활동 기억을 차지하고 있다.

그게 뭐냐는 말을 해도 소용없다. 이미 일어났던 과거니까. 게다가 현재 진행형으로 언제 아버지의 등산행이 우릴 괴롭힐 지 모른다. 그러니 언제나 정신 바짝 차리며 어떤 핑계를 댈 지 미리 생각하고 있어야 한다.

쓸데없는 소릴 마음 속으로 웅얼대는 사이 나와 동생은 놀이공원에 도착했다. 앞서 말한대로 규모는 작지만 갖출 건 모두 갖추고 있다. 자, 그럼 뭐부터 타볼까.

곧바로 자유 이용권을 끊어주고 동생에게 한 장을 나눠주며 주변을 살폈다. 아직 백케이션 시즌이 끝나지 않은 모양인지 인파는 생각보다 많았다. 게다가 주말이기도 한 지라, 아무래도 여러가지 시간 여건이 좋았던 모양이다. 아이를 데리고 즐겁게 웃는 부모들과 쓸데없이 뭉쳐다니는 한심한 놈들도 보였다.

동네 어르신 같은 기분으로 그런 무리들을 쳐다보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한심했다만 어쩔 수 없었다. 아리야와 만난 후의 나라면 간단히 무시해주거나 저런 가소로운 것들 하고 지나쳤겠지만 지금의 나는 평범한 고등, 아니 중학생이었다.

일단 나는 동생과 함께 회전목마를 탔다. 조금 창피하지만 동생이 타고 싶은 것에 맞춰주기로 했다. 뭐, 좋은 오빠 노릇을 하는 것도 나의 임무 중 하나일 테니까. 동생을 내 앞에 태우고 목마의 고정대를 꼭 잡고 창피해 고개를 숙였지만 동생은 신나서 얼굴에선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그걸 보고 있자면 마음이 기쁘긴 했지만.

회전목마 다음엔 동생에겐 군옥수수를 사주었다. 겨울 시즌엔 이런 음식이 인기였다. 동생이 먹으라고 한 입 줘서 베어 물었더니 단 맛이 진하게 느껴졌다. 달면 맛이 있긴 하지만 이러면 걱정이다. 여러가지 화학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았을까. 이때도 아리야를 만난 후의 나라면 아리야에게 말해서라도 시정 요구를 부탁했을지 모른다.

군것질을 끝낸 다음엔 그, 뭐냐? 이름은 모르겠지만 찻잔 모양의 탈 것이었다. 그것을 탔다. 일정한 구역을 찻잔(?)이 돌아다니며 주변을 구경하는 것이었는데 벽에 장식된 그림을 구경할 수 있었다. 안정된 속도가 편안했고 동생도 꽤 재밌게 탄 모양이었다.

다음 코스로 풍차를 추천했지만 동생은 높은 건 무섭다고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그러냐. 나는 끄덕이고 그렇다면 저것은 어떻겠냐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동생의 시선이 내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을 보았다.

범버카였다. 어이, 나쁘지 않잖아. 나도 좀 탈만한 것을 타보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동생도 저런 것은 나빠하지 않을 것이다. 동생을 치려는 놈은 내가 다 쳐주면 그걸로 끝 아닌가.

꽤나 대단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처럼 나는 자신만만하게 어깨를 펴고 동생을 인도하려고 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였다.

"퍽."

사람의 몸끼리 부딪치는 것 치곤 꽤나 둔탁한 소리가 났다.

"앗."

나는 아픈 나머지 신음을 내뱉으로 살짝 뒤로 물러났다.

"뭐야?"

부딪친 녀석은 굉장히 험악한 얼굴로 날 노려보았다. 나는 그것에 뭔가 울컥하였다.

"부딪쳤으면 사과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초면부터 반말을 지껄이는 것은 교양 없는 놈들이나 하는 짓이므로 신사 답게 따져주었다. 그러자 상대편은 더욱 얼굴을 험상궂게 일그러트리며,

"개소리하고 있네. 네놈이 건방지게 내가 길 가는 곳에 서있었잖아?"

그 말에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을 받았으나 겨우 참고 대답했다.

"그건 그쪽의 멋대로인 의견이죠. 제가 서있는 걸 못 봤나요?"

"멍청한 놈. 내가 가는데 네가 알아서 피해야 하는 거야. 알겠어?"

이때 나는 좀 더 침착하게 주변을 살폈어야 했다. 확실히, 이 녀석 말대로 사람들은 길을 비켜주고 있었다는 것을. 이 화난 얼굴을 하고 있는 건방진 녀석이 갈 길이 모세가 연 물길처럼 열려 있었다는 것을. 그래, 사람들이 비켜주었다는 말이 된다. 하지만 나는 그런 녀석의 길을 막은데다가 따지기까지 하고 있다.

물론, 후에 이 녀석이 극악무도한 제리라는 사실을 안 것은 한참 뒤였다. 워낙 재수 없던 터라 금방 잊어버렸고 아리야에게 넌지시 과거 이야기를 할때 흘러나온 것을 아리야가 알려주지 않았다면 이때의 이 녀석이 제리라는 것은 영원히 알지 못 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이 건방진 녀석이 후의 여러 사건의 주동자인 제리라는 사실을 내가 알 턱이 없었다. 저놈 덕분에 앞으로 입학할 학교까지도 바뀌게 된다.

"난 바쁜 관계로 오늘은 그냥 넘어간다만, 앞으론 조심하라고. 더러운 놈."

참 기분 잡채가 되게 바닥에 침까지 뱉으면서 사라지는 건방 1호를 보며 나는 어이가 없어 멍한 얼굴로 벙벙하게 서있었지만 그렇다고 옆에서 위로해주거나 대신 화를 내 줄 사람은 없었다. 미젠다나 나라가 있어야 했다.

어쨌든 인파 속으로 사라진 미래의 제리의 뒷모습을 멍- 하니 바라보다가 뒤늦게서야 동생이 없어진 것을 깨달았다. 그걸 깨달은 순간 시공이 멈춘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내 정신 상태는 머엉 해졌다. 아예 넋을 놓았다고 해도 좋았다.

동생의 이름을 뒤늦게 소리치며 발을 움직이는데엔... 조금 시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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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드디어 본편을 끝내고 외전에 돌입하였습니다. 시험철에 게임만 하다가 겨우 한편 쓰네요. 이, 이러면 안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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