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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WG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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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09.08.16 09:43
최근연재일 :
2009.08.16 09:43
연재수 :
8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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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7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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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30,864

작성
09.05.10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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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WGRS - 제 8장(17)

DUMMY

2라운드의 스타트를 알리는 신호를 시작으로 곳곳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자끼리는 별 상관 없지만 남자끼리 몸을 부비는 그런 불상사는 보이지 않아 다행이었다.

"뭐하는 거야?"

문득 현지의 목소리가 들려 나는 흠칫 놀라며 몸을 돌렸다. 그녀는 선물을 타겠다는 의지가 투철한 정신을 눈빛으로 내게 보여주며 양 손엔 풍선을 쥐고 있었다. 가만, 설마 두 개를 동시에 터트리겠다는 건?

그런 내 의문은 바로 적중했다. 김현지 녀석은 풍선 두 개를 바로 가슴과 배 쪽으로 밀어넣고 바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맞부디치는 바위처럼 터치기를 시도했다. 나도 질세라 몸을 움직였다. 선물을 타겠다는 의지는 내게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가지 생각이 있었다.

"자, 어서 서두르자."

터진 풍선에서 아무것도 나오지 않은 것을 확인하며 바닥으로 시선을 던지며 말했다. 김현지는 신나서 고개를 끄덕였다. 의지가 충만하군.

그렇게 우리는 쉬지 않고 풍선을 터쳤다. 생각보다 김현지의 괴력이 엄청났던 덕분에 엘리샤와 했을 때보다 더 많은 풍선을 터트린 느낌이다. 확실히, 그러했고 말이다.

자, 어서 나와라. 나오라고. 두 개가 나오지 않으면 곤란하다. 나는 마음속으로 두 개의 보물쪽지를 떠올리며 눈을 부름떴다.

"엄청 열심히네."

뒤쪽에서 엘리샤와 짝을 이루고 있던 나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쪽도 열심히네."

이마에 흐르는 땀을 딱으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이런, 인사할 새도 없다. 곧 시간이 다 된다고.

풍선은 제일 많이 터친 것 같은데 어째 보물쪽지가 나오지 않냐? 누군가가 함정이라도 파놓은 게 아니라면 이럴 리가 없는데.

"아, 나왔다."

김현지는 순간 터친 풍선에서 나온 보물쪽지를 발견하고 기쁨에 겨워했다. 아직 기뻐하긴 이르다. 하나가 더 필요해.

"더 터치자."

"응? 응."

"많이 터칠수록 좋은 거니까."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이준수 녀석이 슬슬 호루라기를 손에 쥐기 시작했다. 아직이라니까 이 자식아. 타임 없냐? 시간 좀 더 내놔.

나중에 생각해보면 이때의 나는 정말 집중한 셈이다. 기억을 더듬어본다면 더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내 생에 최고로 집중하며 몸을 움직인 것 같다. 아 정신없다. 말까지 꼬이는 느낌이다.

"슬슬 끝내야겠죠. 시간이 다 되가고 있씁니다."

이준수가 건방진 소릴 지껄이며 호루라기를 물었다. 아직!

그러다가 옆에서 뒹굴고 있던 풍선이 눈에 들어왔다. 검은색으로 정성들여 칠한 풍선은 리치 스쿨의 풍부한 노동력이라도 증명하려는 듯 안이 보이지 않게 처리가 되어 있었다.

"아직이라는 말 안 들리냐?!"

나는 그렇게 소리치고 그 풍선을 집어들었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는 사람 없냐?! 그럼 공감이라도 해줘라!

"자, 이것만!"

보물쪽지를 손에 꼭 쥔 채 김현지에게 풍선을 내밀었다. 거의 끝난 줄 알고 있던 모양인지 그녀는 흠칫 놀라며 얼른 고개를 끄덕이고 앞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너무 서두른 걸까.

"우왓."

난 소리치고 말았고,

"어머나."

김현지 역시 외마디 비명을 내질렀다. 이건 누가 준비한 에피소드인걸까. 장난치지 말라고 경고하고 싶지만, 이거 뭐.

다름이 아니라, 난 김현지와 입을 부딪치고 만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미스테이크 키스다. 그래,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미스테이크라고.

"음."

그런데 더 웃긴 것은,

"끝입니다! 오, 저길 좀 보세요!"

이준수 녀석이 건방지게도 큰소리로 외치며 나와 김현지를 가리킨 것이다. 나는 얼른 얼굴을 떼었다. 김현지 역시 창피한 듯 고개를 돌렸다. 저번엔 날 덮치더니 이런 건 당황스러운 모양이다.

"조용히 해."

나는 이준수에게 쏘아붙이고 바닥에 떨어져 있는 보물쪽지를 주웠다. 이걸로 두 개인가. 말을 정정하겠다. 아까 누군가의 함정이라고 했지? 아니다. 이건 함정이라기 보단 그냥 깜짝 스테이지다. 그런 거다. 정말로 깜짝…

"지금 뭐한거야?"

"이런 건 반칙이라고."

다시 정정하지. 이건 함정이다.

날 노려보는 두 여자, 아리야와 엘리샤를 쳐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변명거린 있다. 내가 어째서 이렇게 땀이 나게 뛰었는데? 마지막에 운좋게 나와준 보물쪽지에게 감사하겠다.

"우연한 사건이라고. 고의는 없었어. 그리고 이것을… 우악."

갑자기 안긴 아리야에게 놀라고 말았다. 아니, 그러고 보니 네가 왜 여기 있는 거냐?

아리야는 내 물음엔 대답않고,

"바보야. 뭐하는 짓이야?"

내 옆구릴 껴안은 손에 힘을 주며 말했다. 나는 손을 내저었다. 아팠다.

"아, 아니. 이것은 있지…?"

슬쩍 주변인들을 쳐다보니 김현지는 발그레한 얼굴로 자기 뺨을 감싸고 있었고 엘리샤는 팔짱을 낀 채 발을 바닥에 두드리고 있었다. 아리야만 아니었다면 발로 찰 기세다. 자제 좀 부탁드립니다.

"실수 맞아?"

나라는 크큭 웃으며 팔짱을 끼고 있었고 미젠다는 그 옆에서 키득대고 있었다. 웃지 마라!

"너무하시네요. 교육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진래 역시 웃고 있었지만 저건 웃는 게 아니다. 다시 새록새록이 피어오르는 그녀에 대한 공포. 누님도 자제 좀….

아니, 잠깐만. 왜 분위기가 이렇게 흘러가는 거야? 왜 내가 이렇게 되어야 하는데?

"확실하지가 않으니까."

아리야가 문득 말했다.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뭐?

"확실하지가 않으니까 그렇지. 멍청아!"

그러면서 내 사타구니를 걷어찼다. 순간 눈앞이 하얘졌다. 이것도 오랜만이군. 새록새록이 피어오르는 고통. 아리야, 너한테 여기 차인 거 몇 번째더라.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제발 그것만은… 아니, 너도 자제해라.

도대체 뭘 자제해달라는 건지 나 자신도 정확히 모른 채 나는 바닥에 쓰러져 손에 든 쪽지를 들었다. 터벅터벅 다가 온 이준수가 그것을 받아들었다.

"저기, 잠깐만요."

선물을 나눠주고 있던 검은양복을 그가 불렀고 검은양복은 바로 달려왔다.

"당신이 마지막 투혼을 살려서 얻은 것 만큼 그 값어치가 클 거라 믿습니다."

사이비 교주마냥 말하고는 쪽지를 검은양복에게 내밀었다. 양복은 그것을 받아들고 잠시 훑어보다가 이준수에게 금빛 테로 둘러친 작은 박스와 붉은 튤립을 한 송이 내밀었다. 이준수는 그것을 받고 쓰러져 있는 내 손에 쥐어주었다.

"자, 원하시는 여성 분에게 나눠주시죠. 원래 그럴 생각 아니었나요?"

나는 힘겨운 신음을 내뱉으며 겨우 몸을 일으켰다. 뭐냐, 이준수. 눈치 하난 좋아가지고.

어깨를 으쓱이는 이준수 녀석은 내버려두기로 하고, 나는 이마를 톡톡 두드렸다. 확실히, 이건 누군가가 파놓은 함정, 아니면 깜짝 스테이지가 틀림없다. 그 누군가가 누구인지는 차치하도록 하자. 나도 모르겠으니까.

가만보자. 이건 뭐냐? 튤립은 그렇다 치고, 금색 상자는?

"그것은 핀란드에서 들여온 목캔디입니다. 품질은 최고급, 하나만 먹어도 한동안 입냄새 걱정은 없으실 겁니다."

상품 광고를 나온 샐러리맨처럼 사기성이 묻어나오는 멘트로 소개를 한다. 이준수 녀석, 여러가지로 위험한 놈이다.

나는 금색 테가 둘러진 그 상자를 아직도 얼굴이 발그레한 김현지에게 내밀었다.

"아, 아까는 미안했어. 완벽한 내 실수. 자, 이거…."

사과를 하며 내민 그 상자를 김현지는 조심스럽게 받아들고 약간 슬픈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왜 슬픈 얼굴이지?

"으응. 실수였단 말이지? 너란 녀석은…."

후, 달콤하게 느껴지는 한숨을 내뱉으며 바로 포장을 풀고 노란색 빛깔의 캔디를 하나 입에 넣는다. 그리고 하나를 더 꺼내 내 입에 기습적으로 찔러넣다. 우왓.

달콤하면서도 은은한 아로마가 느껴진다. 그 향기의 구성 성분에 대해서 파해지는데,

"앞으로 이러기 없기야."

짖궃어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흔든다.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미안. 내 실수였어. 자, 그런데 말이지. 문제가 남아있다.

나는 험상궂은 얼굴로 날 쳐다보는 아리야에게 시선을 돌렸다. 바로 폭발 직전으로 보이는 것이 또 내 사타구니를 걷어찰 것만 같다. 자제 좀 하라니깐.

그리고 말이지. 넌 이걸 모르고 있어.

"자, 이거 받아."

깨끗하게 포장된 튤립 한 송이를 정중하게 내밀었다. 옆에 서있던 이준수가 부연설명.

"그것은 네덜란드에서 들여온 품질 보증이 된 튤립입니다. 왠만해선 시들지 않고 향기가 좋지요."

그래. 넌 조용히 하고 있어.

"아리야. 이거 알고 있어?"

아직 튤립을 받지 않은 아리야가 고개를 갸웃했다.

"뭘?"

"붉은 튤립의 꽃말을 말이야."

"뭐였드라?"

이 박식한 여자아이가 모를 리는 없다고 본다. 아마 모른 척 하고 있는 게 아닐까. 아니면 내가 내 입으로 직접 말하길 기다리고 있는 걸까.

피처럼 타오르듯 붉은 색을 내뿜고 있는 튤립을 꼭 아리야의 손에 쥐어주었다. 이어서 그녀의 귓가에 대고 조용히 속삭였다.

"꽃말, 당신을 사랑합니다."

"드디어."

내 말을 들었나, 나라가 손뼉을 쳤다. 엘리샤와 김현지의 얼굴을 슬쩍 훔쳐보니 두 여자는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엘리샤는 부득부득 이를 갈며 날 노려보고 있었는데 무슨 뜻인지 모르겠고 김현지는 얼굴을 옆으로 돌린 채 꼭 주먹을 쥐고 있었다. 그것 또한 무슨 뜻일까나?

"자, 마지막 대회가 남아있습니다. 그 대회를 즐기러 가볼까요."

다 끝난 행사장을 정리중인 검은양복들을 둘러보며 이준수가 양 팔을 벌리고 기분좋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나는 칫 입소리를 내고 기지개를 폈다.

"그래. 어서 즐기러 가주자."

"그러죠."

모두가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시끌벅쩍했던 운동회를 끝내기 위해서, 마지막 대회를 하러 가기 위해서.

이때의 나는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고 할 수 있겠다. 아리야를 노리는 적들과 그들의 정체에 대해서. 아니, 정체까진 모르더라고 적들에 대한 경계 정도는 해줬어야 했다. 이준수와 에드워드 녀석을 너무 믿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 녀석 둘은 알고 있었으니까.

그래, 운동회의 즐거움과 여자들의 따가운 눈초리 속에서 나는 잊어버리고 만 것이다. 처음 정은이 내게 말했던 아리야를 노리는 세력에 대해서. 그리고 그들은 천천히 그 정체를 드러냈다. 운동회가 끝나려 하는 이 마지막 대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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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편은 좀 길었습니다. 어서 즐기러 가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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