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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WG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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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09.08.16 09:43
최근연재일 :
2009.08.16 09:43
연재수 :
8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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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761
추천수 :
192
글자수 :
330,864

작성
09.04.09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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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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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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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WGRS - 제 8장(8)

DUMMY

길고 긴 이야기가 끝난 그 길로 난 집으로 돌아가 다음 날을 기다렸다. 그리고 그 다음 날, 학교로 당장 달려가 누군가를 찾아갔다. 이런 일엔 뭔가 전문적으로 보이는 녀석을. 이미 그 이름을 언급했을 것이다.


"흐음, 그런 것입니까."

건방지게도 잘생긴 미소가 싱글거리며 빛을 발산하고 있다. 나는 살짝 치뜬 미간을 조절하며 아이스 티를 한 잔 했다. 이 아이스 티, 한 잔에 20만원이다. 물론 나에게 부담 능력이 있을 리가 없고 누가 내냐하면,

"제일 싼 걸 드시다니, 비싼 거 드셔도 됩니다."

라는 헛소리를 하는 이준수의 몫이다. 이 녀석이 내기로 한 것이지. 마음같아선 있는 대로 다 시켜보고 싶었지만 그래봤자 다 먹을 수도 없었고 이준수에겐 새 발의 피일 것이다. 돈 많은 녀석. 건방지다.

그걸 증명하듯 이준수 녀석은 200만원짜리 아메리칸 카푸치노를 마시고 있었다. 무슨 커피 한 잔에 200만원이냐?

그러고 보니, 이 학교의 가게 비슷한 곳은 다 부숴놓기로 다짐했었는데 그만 까맣게 잊어먹고 있었네. 언젠가 반드시 실행에 옮겨야겠다. 피해를 보는 건 나 하나로 족해야하리라.

다시 아이스 티를 홀짝이고 턱을 괸 채 잔을 내려놓았다. 이준수는 여전히 미소를 유지하고 있었다. 옆에는 우리 반 담임 김준이 보디가드처럼 서있었다.

"확실히, 괜찮은 아이디어입니다. 모든 진상을 드러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그렇게 말하며 턱을 쓰다듬고는,

"하지만 한 가지 의문점이 생깁니다."

뭔데?

"왜 그걸 저한테 말하는 거죠?"

"그야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서지."

당연한 질문이라면 그렇겠고, 나로서도 당연한 대답을 하였다. 하지만 이준수는 어느새 실실거리는 미소는 거둔 채 진지한 미소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뭐든 간에 미소는 유지하는 게 이 녀석의 마이 페이스인가보다.

"만약 제가 적이라면?"

헛소리하고 있네.

내가 간단히 대답하자 이준수는 한숨을 내쉬며 어깨를 으쓱였다.

"농담입니다. 뭐, 제게 이렇게 도움을 요청하러 와주신건 오히려 제 쪽에서 환영인사를 해도 모자랄 겁니다."

오냐.

"이런저런 소린 다 제쳐두기로 하고, 제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건…"

잠시 뜸을 들이다 입을 연다.

"그 정은이라는 아가씨를 믿어도 되냐는 거죠."

응?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설마 그게 거짓이겠어?

"뭘 모르시는군요. 상위 계급 사회의 사람들도 당신의 계층과 전혀 다를 바 없습니다. 더럽고, 지저분하며, 비리가 난무하죠. 어린 여자 아이 왜곡하는 건 쉬운 일입니다."

"개소리하는 거라고 생각하겠다."

나는 아이스 티를 목구멍으로 넘겨 머릴 식히며 말했다. 이준수는 빙긋 웃었다.

"저도 대충은 알고 있습니다만, 자세히는 모르기에 돌다리 건너듯 해보는 소리입니다. 물론 신빙성은 없는 소리입니다."

"그럴거면 왜 하는 거야? 사람 짜증나게."

다시 아이스 티를 마셨다. 은은한 향기가 코를 간지린다.

"정확하게 파악된 건 아니지만 리치 그룹 내에 서열 순위는 아마 넘버 50을 망라하는 다수 관료들로 이루어져 있을 겁니다. 그들은 언제 어디서 서로를 노릴 지 모르는 처지지요. 특히 이번 제리의 2차 음모를 발발로 꽤나 정세는 어지럽게 돌아가고 잇습니다."

그런 소리는 머리가 아프니 그냥 넘겨 짚으면 안 되냐?

"그럼 간단하게 말하죠. 확실히, 당신의 말을 정리해서 보자면 정은 양이 당신에게 한 말은 거의 사실일 겁니다. 물론 전 미젠다 씨와 나라 씨를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정말로 그 뒤에 암묵적인 세력이 있을 거라 보거든요?"

호오.

"그러므로, 이런 거죠. 저도 끼워주세요."

설마 그 말 하려고 이렇게나 떠들어댄거냐?

다 마신 아이스 티의 빈 잔을 내려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준수는 그런 내게 키득거리는 기분나쁜 소리를 들려주더니,

"왜냐하면 전 나름대로 갚아야 할 빚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1차 음모 사건과 전혀 관계가 없는 건 아니겠죠. 아직 아리야 양은 모르나요?"

"그래. 모른다. 하지만… 아마도 서로서로들 이야기가 돌고 있겠지."

진래를 포함한 누님들을 떠올리며 나는 복잡한 심정으로 빈 잔을 감싸 쥐었다. 힐끗 곁눈질로 옆의 김준을 훔쳐보았다. 그는 굳은 얼굴로 침묵을 지키고 있었지만 뭔가 분노의 아오라가 느껴졌다. 으으음.

"한 잔 더 하시겠습니까?"

문득 빈 잔을 쥐고 있는데 그가 말했다.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더 마시고 싶지 않아.

"비를 뿌리는 하늘에 필요한 건 뭔지 아십니까?"

더 할 말이 있기라도 한 건지 쓸데없는 소리를 한다. 뭘 묻고 싶은 걸까.

"뭔데?"

일단 물어봐주자.

"우산입니다."

이봐. 그건 어린애도 맞출 수 있는 문제야.

"네. 간단한 문제죠. 하지만 이건 이치입니다. 비가 내리면 우산이 필요하다."

우비도 있지.

그러자 이준수 녀석은 쓴웃음을 짓고는 말을 이었다.

"일단 우산으로 통일해보죠. 그러니까, 지금 우리는 현재 우산의 역할을 떠맡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산 밑에 있는 사람은 당신이 무척이나 소중히 여기는 아리야 양이 있죠."

듣기 거북하군.

"어쨌든, 하늘은 비를 뿌려대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 우리가 우산이 된 이상 확실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말입니다."

이 녀석은 참 쓸데없는 말을 잘도 늘어놓는다.

"기대하고 있어도 되는 거겠죠?"

이준수는 후훗 웃으며 아메리칸 카푸치노를 마저 마셨다. 나는 그 모습을 쳐다보며 양껏 숨을 들이마셨다. 에라, 나도 잘 모르겠다. 이 녀석이 이렇게나 활달히 내게 손을 내밀 줄은 몰랐는데.

잘 모르겠지만 이준수에겐 굉장히 쌓인 게 있는 모양이다. 뭐, 그건 둘째 치고 이준수와는 이야기가 대충 끝났다. 그렇다면 남은 인물은 찾아가야겠지? 나는 후우, 들이마셨던 숨을 토해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나중에 보자고."

손을 흔들고 바로 발걸음을 옮겼다.

시계를 보니 아직 이야기할 시간은 어느정도 남아있었다. 이 리치 스쿨은 쉬는 시간은 많이 주는 건 마음에 든다. 음, 아마 그 녀석은 자고 있겠지.

내가 보기엔 가장 정보통스러운 녀석인, 에드워드에게 서둘러 향했다. 그 녀석이라면 뭐라고 할까. 적어도 이준수 녀석처럼 쓸데없는 말을 늘어놓을 것 같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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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진화를 향해 날아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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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WGRS - 제 8장(7) +6 09.04.05 366 2 8쪽
60 WGRS - 제 8장(6) +5 09.04.02 377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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