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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라 돌아라 강강수월래

왕녀의 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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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어스름달
작품등록일 :
2014.12.01 23:43
최근연재일 :
2017.11.24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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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880,019

작성
15.07.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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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글자
9쪽

합동 훈련

DUMMY

문득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이 생각났다. 결국 바이우스는 자기가 직접 만들어 나에게 주었던 머핀을 선물로 받았다. 메담이 어떻게 그걸 가지고 있었는지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머핀을 받았을 때 그 사람 반응이 어땠어? 놀라거나 하진 않았어?”

“아니, 그렇진 않았어.”

메담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사실 바이우스가 놀라고 당황했다는 게 더 믿기 힘든 말이었을 것이다.

“혹시 너에게 이런 걸 어디서 구했는지 안 물어봤어? 네가 직접 만들었다고 생각하진 않았을 거 아냐?”

“아니. 머핀을 보자마자 티나가 만들어 주었냐고 말했어.”

무사히 넘어간 건가? 하긴 머핀의 모양은 다 거기서 거기니까 바이우스가 자신의 작품을 알아보지 못했을 수도 있다. 게다가 그는 하녀들에게서 요리를 배웠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 말은 하녀들 중에 똑같은 머핀을 만드는 사람이 있다는 뜻이고 아마 그녀가 바로 티나인 것 같다.

바이우스가 내 이중생활을 알고 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일단 메리일 때 마주친 적이 한 번도 없다. 이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그리고 나는 메리가 될 때마다 비밀통로를 이용했다. 그 시각 기사들이 내 방을 철통같이 지키면서 휘렌델이 안에 있다는 걸 간접적으로 입증해주고 있으니 내가 성 안을 돌아다니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할 것이다. 생각지도 않았던 머핀 때문에 정체를 바이우스에게 들킬 뻔 했다. 앞으로 더 주의해야지.


메담은 오후 훈련을 위해 기사단 훈련장으로 갈 준비를 했다. 이번에야말로 녀석의 종자 역할을 완벽히 수행하기로 마음먹은 나는 그에게 따라가겠다고 했다. 그러자 메담은 매우 난감해 했다.

“굳이 오지 않아도 돼. 너는 내 종자도 아니잖아.”

“괜찮아. 너의 종자는 아니지만 전담 하녀야. 청소와 빨래를 네가 먼저 해버렸으니 이런 일이라도 해야지.”

좋은 말로 설득하려 했지만 메담은 탐탁지 않은 표정을 풀지 않았다. 나를 따돌리려는 마음이 반영되었는지 메담은 훈련장으로 가는 내내 서두르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내 앞에선 소용없었다. 난 달리기라면 자신 있으니까. 덕분에 우린 훈련장에 매우 빨리 도착했다.

훈련장에 도착한 뒤 우리는 먼저 와 있던 발리언트를 발견했다. 그 옆에는 단 하루 만에 얼굴이 퀭해진 맥스도 보인다.

“왔네?”

발리언트는 인사인지 아닌지 도통 알 수 없는 말을 한 마디 건넸다. 그렇게라도 메담을 맞이해주는 기사는 이 녀석 하나뿐이었다.

수호기사로 임명된 발리언트는 이제 무보직 기사들과 함께 훈련을 받을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몇몇 기사들이 보직을 얻은 후에도 그러는 것처럼, 실력을 갈고 닦기 위해 자진해서 훈련장에 나왔나보다. 어린 녀석이 기특하기도 하지.

이윽고 메담을 비롯한 무보직 기사들이 본격적으로 훈련을 하기 위해 훈련장으로 들어간다. 그런데 훈련장에 입장하는 건 기사들만이 아니었다. 어디선가 갑옷이 아닌,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개미떼처럼 몰려나왔다. 윈더민 왕성에 상주하며 왕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생활하는 병사들, 즉 근위병이었다.

훈련장이 한 순간에 붐비는 바람에 한 쪽에서 조용히 훈련에 매진하던 발리언트는 밀려나 버렸다. 맥스는 검을 회수하고 우리 쪽으로 돌아온 발리언트에게 달려가 땀을 닦아주며 안타깝게 외쳤다.

“왜 갑자기 예정에도 없던 합동훈련을 한답니까? 도련님 훈련도 제대로 못하시게....”

예정에도 없던 합동훈련? 과연 이 훈련이 갑작스러운 것일까?

“예정에는 없었지만 이번 합동 훈련은 어느 정도는 예상되었는데....”

사실 바로 옆에 있는 맥스가 그 큰 목소리로 말하고 있기에 누군가 내 중얼거림을 들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예상되었다고?”

어떻게 들었는지 발리언트가 반짝거리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호기심에 가득 차 있는 것이 영락없는 어린아이의 눈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차갑게 빛나는 것이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얼른 말하라고 강요하고 있었다. 나는 이 무서운 꼬마에게 내 가설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어제 갑자기 수호 기사를 선발했어요. 그 이유는 바로 앤디 경과 크루거 경이 더 이상 경호를 맡을 수 없기 때문이었죠.”

발리언트는 ‘그랬나?’ 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 녀석... 그 수혜자가 되었지만 정작 수호 기사 선발전이 열리게 된 배경 같은 건 전혀 신경 쓰지 않았구나.

“기사단장 후보 두 분이 경호를 그만 두신 까닭은 분노하는 자들 수사에 총력을 기울이기 위해서였어요. 분노하는 자들의 규모는 정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일단 3~5인이 한 조로 활동하는 것으로 보아서는 일정 크기 이상의 조직을 갖추고 있을 것 같아요. 그러니 기사와 근위병이 합동 훈련을 통해 호흡을 미리 맞추어 두어야하는 거죠.”

사실 말을 하면서 나도 놀랐다. 내가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갖고 나름 분석까지 하고 있다니.... 어쩐지 씁쓸한 기분도 든다. 이는 내가 얼마나 좋은 왕이 되고 싶었는지에 대한 방증이기 때문이다.


발리언트는 내 말을 듣고 꽤 그럴싸하다고 생각했는지 감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당분간은 훈련장을 이용하기 힘들겠네?”

“아마 그럴 것 같네요. 유기적인 조직력을 갖추려면 하루 이틀로는 안 되겠죠.”

우리가 이런 대화를 나누는 사이 합동훈련이 시작되었다. 그 내용은 일사불란한 움직임을 목표로 하는 제식훈련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를 보며 발리언트와 나는 내 가설을 조금 더 신뢰하게 되었다.


훈련장에는 수많은 사람들로 빼곡히 차 있는데 메담은 여기서도 눈에 띄었다. 똑같이 걷고 뛰는데 녀석의 동작에는 시선을 강하게 빨아 당기는 힘이 있다. 그리고 나는 또 하나 기묘한 점을 찾아냈다.

그동안 메담과 함께 다니면서 나는 다른 사람이 그를 무시하는 광경을 수없이 목격해왔다. 그의 동료인 기사들은 말할 것도 없고, 복도에서 마주쳐서 그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는 하녀와 하인들도 그를 은근히 무시했다. 그들은 갖가지 방법을 동원하여 자신이 메담을 두려워하지 않다는 사실을 피력하곤 했다. 자신을 귀족도 아니고 평민도 아니라고 말한 메담의 고충이 얼마나 심각한 것이었는지 나는 시간이 지나면서 십분 이해하고 있었다.

그런데 근위병들은 달랐다. 멀리서 보아도 느낄 수 있다. 그들은 메담을 신뢰하고 있다. 메담을 좋아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긴 합동 훈련이 끝난 후에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다른 기사들은 마치 해방되었다는 표정으로 곁에서 함께 훈련했던 근위병들 곁을 떠나는데, 메담은 웃는 얼굴로 그들에게 수고했다고 말하고 있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메담은 내가 달려가 건네준 물을 자신은 한 모금도 마시지 않고 가장 숨소리가 거친 병사들부터 차례로 나눠주었다. 곧 그들은 왁자지껄 떠들면서 우물가로 이동했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워 나는 이들이 합동 훈련 때마다 이렇게 해왔음을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 우물가에 도착한 병사들은 일제히 땀에 젖은 상의를 훌훌 벗고 엎드리기 시작했다.

불편한 판금갑옷을 입은 메담은 아예 벗을 생각도 안하고 바가지부터 찾았다. 힘 좋아 보이는 병사 둘이 줄을 당겨 물을 길은 두레박을 끌어올리면 메담은 바가지로 그 물을 퍼서 엎드린 사람의 등에 끼얹어 주었다. 병사들은 앞 다투어 메담이 뿌려주는 물을 받으려 한다. 기분 좋은 비명소리가 우물가에 떠들썩하게 울렸다.

저렇게 즐거워하는 메담의 표정은 처음 본다. 그는 병사들과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입고 있는 판금갑옷만 아니었으면 누가 기사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다. 그래서인지 그들과 헤어질 때 메담은 잔뜩 아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병사들과 굉장히 사이가 좋네?”

“응. 이상하게 날 잘 따르더라.”

나는 단번에 눈치 챘는데 정작 본인은 병사들이 자신을 좋아하는 이유를 잘 모르는 것 같다.

“내일도 근위병들과 같이 훈련을 할 것 같아.”

“그걸 어떻게 알아?”

“아아... 그냥 느낌이야. 오늘 제식훈련을 받으면서 이건 단지 시작일 뿐이라는 기분이 들었거든.”

꿈안개가 말한 대로 메담에게는 확실히 꿰뚫어 보는 재능이라는 게 있는 것 같다. 내가 여러 가지를 계산한 끝에 도달한 결론을 추측만으로 저렇게 간단하게 도출해 내다니. 이건 반칙이잖아.


메담의 종자 역할을 완벽히 수행한다는 목표는 이루었다. 그러나 내가 느끼는 기쁨은 단지 그 목표를 달성한 것 이상이었다. 처음으로 메담의 행복한 얼굴을 보았기 때문이다. 메담에게 호의를 보이는 자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어쩐지 이 기쁨이 이어져 이후의 일도 잘 풀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또 다시 꿈안개의 도움을 받아 테드들에게 줄 음식을 자루에 채우고, 메담에게 준 뒤 작별인사를 하고 내 방으로 돌아왔다. 오늘은 조금 일찍 휘렌델이 되어야 했다. 일곱 시부터 시작될 연회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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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말

갑자기 감기에 걸려버렸습니다.

그래도 저번주 휴재한 것 때문에 더 이상 연재를 빼먹고 싶지가 않아

필사적으로 썼습니다.

분량이 좀 적어도 이해해 주세요 ^^;


메담 : 내가 휘렌델을 훈련장에 데리고 가고 싶지 않은 건, 형편없는 실력을 보이기 부끄럽기 때문이야. 성격상 밝히지는 않았지만....

휘렌델 : 안물....안궁....

메담 : 헐!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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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두 개의 초 +8 15.07.24 2,166 5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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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에콰빌리타스 +4 15.07.20 2,134 52 9쪽
78 응급처치 +6 15.07.19 2,122 51 11쪽
77 미끼 작전 +12 15.07.17 2,015 57 18쪽
76 호박 머핀 +6 15.07.16 2,092 63 12쪽
75 첫 번째 대장 +12 15.07.14 2,235 54 11쪽
74 윈더민의 우상 +8 15.07.12 2,249 48 11쪽
73 흘러가는 나날 +8 15.07.10 2,354 79 11쪽
72 시행착오 +6 15.07.09 2,335 66 16쪽
» 합동 훈련 +8 15.07.07 2,129 58 9쪽
70 선물 +14 15.07.06 2,307 55 12쪽
69 감당 +12 15.07.04 2,343 61 11쪽
68 최선의 선택 +6 15.07.03 2,248 6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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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순서 +10 15.06.22 2,617 78 14쪽
65 세 번째 계급 +10 15.06.20 2,246 56 16쪽
64 열세 살의 고백 +6 15.06.18 2,071 61 18쪽
63 승자와 패자 +4 15.06.17 2,291 74 11쪽
62 정과 동 +4 15.06.16 1,890 60 12쪽
61 발리언트의 소원 +2 15.06.12 2,088 60 13쪽
60 청혼 +6 15.06.10 2,099 67 11쪽
59 무서운 꼬마 +8 15.06.09 2,162 63 9쪽
58 벨포트의 정령검 +4 15.06.06 2,757 65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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