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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라 돌아라 강강수월래

왕녀의 외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어스름달
작품등록일 :
2014.12.01 23:43
최근연재일 :
2017.11.24 03:18
연재수 :
417 회
조회수 :
632,306
추천수 :
14,829
글자수 :
1,880,019

작성
15.06.20 07:00
조회
2,245
추천
56
글자
16쪽

세 번째 계급

DUMMY

발리언트 람켄. 역사상 최연소로 왕궁기사단에 입단한 무서운 소년 기사. 약 한 달의 윈더민 성 파악기가 끝나고 정식 기사로 임명된 지 겨우 이틀 만에 수호기사로 선발된 기사. 생각해보면 이 녀석은 정말 어마어마한 속도의 출세가도를 달려왔다. (그래봤자 하루아침에 왕이 된 나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러나 정작 행운의 주인공 본인의 기분은 최악이었다. 이런 엄청난 업적을 달성한 바로 그날 여자에게 차였기 때문이다.

메담과 나는 상처받은 발리언트가 걱정되어 녀석을 찾아가보기로 했다. 우리는 곧 맥스의 신음소리가 흘러나오는 발리언트의 방에 도착했다. 그리고 복도에서 조금 시간을 보내다 적당한 때가 되었다고 생각될 때쯤 문을 두드렸다. 안에서 갈라진 발리언트의 목소리가 들렸다.

“....셀린이야...?”

이 한 마디가 내 마음을 더 아프게 하네. 이 꼬맹이는 이 상황에서도 셀린만 기다리고 있었나 보다.

“나 메담이야. 들어가도 돼?”

“....들어와.”

방문을 열고 들어가자 바닥에 머리를 박고 엎드려 있는 맥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발리언트가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는지 새삼 실감하는 순간이다. 자신에게 그 창피를 준 맥스를 직접 때리지 않고 벌을 세우다니.... 발리언트는 마치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맥이 풀린 채 침대 위에 걸터앉아 있었다.

“밖에 네가 울었다는 이야기가 들리더라. 무슨 일이 생겼는지 걱정되어 와봤어.”

그 말을 듣는 순간 발리언트는 울컥한 표정으로 맥스를 쏘아보았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여느 때 같았으면 벌써 맥스의 엉덩이를 걷어찼을 텐데 지금은 짧은 한숨 한 번 쉬고 말았다.

“급한대로 람켄 경께서 수호기사에 선발되신 게 너무 기뻐서 우신 것 같다고 설명을 드렸어요. 주제넘었다면 죄송합니다.”

안 그래도 우울한 발리언트의 근심거리를 덜어주기 위해 나는 이렇게 말했다. 왠지 땀을 뻘뻘 흘리며 고통스럽게 끙끙거리는 맥스가 불쌍해서 그의 과오를 덮어주려는 마음도 있었다. 물론 거짓말이었지만 발리언트는 제법 안심한 눈치였다.

“하지만 지금 람켄 경의 모습을 보니 그게 아닌 것 같네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어요?”

“아무 일도 없었어.”

발리언트는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이 자존심 강한 꼬맹이가 셀린에게 차인 걸 순순히 말하지 않으리라는 건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그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기에 굳이 불편하게 캐물을 이유가 없었다.

“정 불편하시면 말씀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힘내시기 바라요. 시간이 지나면 다 괜찮아질 거예요.”

“그래. 람켄. 혹시 우리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얘기해. 뭐든 괜찮으니까.”

우리의 목적은 단지 이렇게 위로가 될 말을 하며 옆에 있어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예상외로 발리언트가 불쑥 고양이처럼 고개를 들고 대답했다.

“정말이야? 그러면 날 위해 성 밖에 나갔다 올 수도 있어?”

이렇게 즉각적으로 대답이 나오는 걸 보니, 우리가 오기 전부터 성 밖에서 얻을 수 있는 무언가를 계속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성 밖에는 무슨 일로요?”

“골리앗 은행 옆에 보면 작은 노점상이 있거든. 거기서 꿀꽃이라는 걸 팔아. 라울 백작의 집에서 지낼 때는 매일 지나다니면서 사먹었는데, 성에 들어온 후로는 한 번도 못 먹었어.”

설명을 하는 눈빛이 예사롭지가 않은 게 정말 먹고 싶은가 보다. 단 군것질거리를 좋아하는 걸 보니 역시 어린애는 어린애다. 메담과 나는 반드시 발리언트에게 그 꿀꽃이라는 걸 사다주기로 다짐했다.

“도련님! 제게 맡겨 주십시오! 제가 얼른 다녀오겠습니다!”

“안 돼. 넌 저녁 식사 시간까지 계속 그러고 있어.”

맥스의 얄팍한 수작은 간파당하고 말았다. 우리는 발리언트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시내로 다녀오겠다고 말한 뒤에 일단 그의 방에서 나왔다.


“잘 됐네. 어차피 애들에게 급식을 전달해줄 시각이었는데.”

“그래. 비밀통로로 얼른 나갔다 오자.”

내가 메담에게 이렇게 제안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왕성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제법 귀찮은 절차를 거쳐야 했기 때문이다. 메담은 무보직 기사들을 관리하는 상급 기사에게, 하녀는 하녀장에게 허락을 받아야 한다. 이러한 과정도 번거로운데 애초에 메리는 정식으로 등록된 하녀가 아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성 밖으로 나가려다간 역사상 최초로 자기 병사들에게 붙들려 감옥에 갇히는 왕이 될 것이다.

“....그전에 메리, 혹시 다른 옷은 없어?”

“응? 왜?”

“저번에 그 옷을 입고 봉변을 당할 뻔했잖아. 그 때 널 노렸던 놈들을 분노하는 자들이라고 부르는데, 윈더민 성 안에 있는 사람들을 표적으로 삼는대. 혹시 모르니 하녀복은 입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

이야기를 들으니 메담의 말을 따르는게 좋을 것 같다. 우리는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고 비밀통로에서 다시 만나기로 한 뒤 헤어졌다. 나는 비밀의 방에 있는 옷들 중에서 하녀가 입을 법한, 수수한 노란 원피스 하나를 골랐다. 약속장소에서 만난 메담은 녹색 바탕에 노란색 무늬가 들어간 옷을 입고 있었다. 메담의 소지품답지 않게 꽤 비싸 보였다. 물론 일부 귀족들의 사치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초라한 옷이다. 어디까지나 메담의 방에 있는 물건들과 비교했을 때 비싸다는 거지, 유복한 상인 정도면 충분히 입고 다닐만한 옷이었다.

“어디서 났어?”

나는 대뜸 쏘아보며 물었다. 장난삼아 한 말인데 메담은 허둥거리며 대답했다.

“훔친 거 아냐. 이건 선물 받은 거야.”

“그래? 누가 선물해준 건데?”

“....미안. 말할 수 없어.”

메담은 멋쩍게 웃으며 대답을 얼버무렸다. 하여간 입 하나는 무거운 녀석이다. 나는 이 순간 내가 휘렌델 여왕이라는 사실을 이 녀석에게 말하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보았다. 아마 녀석은 그 비밀을 끝까지 지킬 것 같다. 내가 그에게 반말을 한다는 사실을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지만 섣불리 그 비밀을 털어놓을 수는 없다. 내가 왕이라는 걸 알게 되면 이 녀석과 더 이상 친구가 될 수 없을 것이다.


“.....메리. 오늘 내 친구들 한 번 만나볼래?”

나는 뜻하지 않은 제안에 몹시 놀랐다. 혹시 그 옷을 선물해준 사람을 말하지 않아 미안한 마음에 이러는 걸까? 분명 전에는 내가 친구들의 얼굴을 보지 못하게 숨겼었는데....

“내가 그 친구들 만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았는데....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이제 메리 너를 믿게 되었거든.”

“뭐야? 이제 믿게 되었다고? 그러면 친구가 되자고 했을 땐 날 못 믿었다는 소리야?”

“물론 믿었어. 하지만 그 때는 그 믿음에 나는 걸 수 있어도 친구들은 걸 수 없었지.”

나는 이 말을 들으며 생각했다. 그렇다면 메담이 저 옷을 준 사람을 밝히지 않는 이유는 뭘까? 친구들보다 더 중요하다는 사람이라는 뜻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

고민하는 사이 우리는 비밀통로를 빠져나왔다. 어쩌면 메담은 이미 내가 그들이 만나는 장소를 알고 있기에 밝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저번에 본 그곳에서 나는 이번에야 말로 거지소년들을 만나게 되었다.

“메담. 옆에 누구야? 여자친구야?”

오른쪽 턱에 시커먼 검댕이가 묻은 열 한두 살쯤 된 소년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메담은 그 말을 듣자마자 몹시 당황하며 손을 내저었다.

“아니야. 우리는 단지 친구일 뿐이야. 오해하지 마. 이쪽은 메리. 성 안에서 내가 유일하게 사귄 친구야. 너희에게 소개하고 싶어서 데려왔어.”

“아, 반가워. 내 이름은 토마스야.”

이름을 듣는 순간 죄책감이 몰려온다. 내가 신경 쓰지 않는 사이 태워진 메담의 자루. 그 자루는 이 소년이 아버지에게 받은 물건이었던 것이다. 나는 속으로 내심 사죄하며 토마스라는 소년과 통성명을 했다. 다른 소년들은 토마스만큼 활발하지 못했다. 그저 나를 보며 멀뚱거리기만 해서 메담이 일일이 내게 소개를 해주었다.

“이쪽은 말리. 이쪽은 한센. 이쪽은....”

더벅머리 말리와 주근깨 한센을 지나자 마침내 자기소개를 스스로 해내는 녀석이 나타났다.

“반가워, 메리. 내 이름은 테드야.”

변성기를 지난 굵직한 목소리가 귓속을 파고든다. 전에 들었던 목소리였다. 자루를 잃어버려서 사과하는 메담을 토마스가 책망할 때 말렸던 그 목소리다. 나는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내 예상대로 테드라는 소년은 메담과 나와 나이가 비슷해 보였다. 약간 곱슬 거리는 검은 머리에 조금 왜소한 체격.... 그리고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그의 하얀 눈동자였다.

“그리고 나는 앞을 볼 수 없어.”

피어오르는 의문을 테드가 먼저 해소해주었다. 그는 자신의 말을 증명이라고 하듯이 손에 쥔 나무막대기를 들어서 내게 보여주었다. 이 때 나는 순간적으로 놀라 그에게 내 소개를 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만나서 반가워, 테드. 내 이름은 메리야.”

테드는 앞으로 오른손을 들어 악수를 청했다. 그런데 앞이 보이지 않아서인지 방향이 약간 잘못되었다. 나는 소리 없이 테드의 앞으로 이동한 후에 그 손을 맞잡고 악수를 했다. 그는 매우 따뜻한 손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손을 흔들면서 훈훈하게 미소를 지었다.

“과연 메담이 믿을 만한 사람이구나.”

“응? 그걸 어떻게 알아?”

테드는 내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엉뚱한 말을 계속했다.

“너 같은 미인과 악수하게 되어 영광이야.”

“뭐야, 눈이 보이는 거야?”

“아니. 눈은 보이지 않지만 메리 네가 어느 정도의 외모인지는 대강 추측할 수 있어. 너를 발견했을 때 순간적으로 이 녀석들이 숨이 멎었거든.”

내가 테드와 얘기하는 동안 메담은 자루를 열어 아이들에게 음식을 나눠주고 있었다. 그러자 테드는 고개를 그쪽으로 살짝 돌린다.

“어디 보자.... 양젖 치즈에 거위 고기.... 오늘은 평상시보다 화려한데?”

놀랍게도 테드는 냄새만 맡고 어떤 음식인지 전부 맞추어 버렸다. 정말 대단한 청각과 후각이었다. 정령검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이 정도면 인간의 수준에서는 초감각이라고 부를만 하다.


“오늘 윈더민 시내에 갈 일이 생겼어. 같이 가자, 얘들아.”

음식을 모두 나눠준 후 메담이 말했다. 남루한 행색의 소년들은 그 말에 몹시 기뻐했다. 기사들과 있을 때는 외톨이었던 메담이 이들에게는 사랑받고 있다. 이들을 위해 메담이 음식을 훔쳐온 이유를 알 것 같다. 우리는 다 같이 윈더민 시내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메담은 왜 그렇게 좋은 옷을 입었어? 우리랑 똑같은 옷 입기 싫은 거야?”

토마스는 또 다시 난처한 질문을 했고 메담은 곤란한 표정만 지을 뿐 쉽사리 대답을 하지 못했다. 테드가 침착한 목소리로 타일렀다.

“토마스. 메담은 이제 기사야. 기사는 우리랑 똑같은 옷을 입으면 안 돼. 메담이 싫어서 이러는 게 아니란 말야.”

토마스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아무래도 그는 메담이 자신들과 다르다는 사실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았다.

“메담이 정말로 너를 싫어했다면 이렇게 음식을 가져다 줄 리가 없잖아. 사실 메담은 매일 위험을 무릅쓰고 음식을 훔치고 있었어. 너희를 위해서 말야.”

“정말이야?”

토마스와 아이들이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테드는 이를 이미 예측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메담을 향해 안쓰러운 표정을 지어 보인다.

“그래도 다행이지. 소문을 들었는데 조만간 굶주린 사람들에게 무료로 음식을 나눠준대. 이제부터는 메담이 그런 모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어졌어.”

나는 이런 말을 하면 이 소년들이 굉장히 놀라고 기뻐할 줄 알았다. 하지만 아이들의 반응이 영 시큰둥했다. 이를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을 때 테드가 조용히 내게 말했다.

“메리. 우리도 들었어. 벽보를 봤거든. 하지만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야.”

“왜 상관이 없어?”

“왜냐면 우리는 고아들이거든....”

나는 테드는 아니지만 이 목소리를 들은 것만으로 한 가지 사실을 알아냈다. 지금까지 나는 바르테인이라는 나라가 평민과 귀족 두 개의 계층으로 나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방금 전 말을 들어보니 고아들은 평민보다 더 못한 대접을 받고 있는 것 같다. 왜 그런 차별이 생겨났을까? 궁금해서 물어보려는 찰나에 테드가 한 발 앞서 대답했다.

“고아가 무슨 뜻인지 알지? 힘이 약한 애들이야. 뒤를 봐줄 어른도 없어. 자연히 밀려날 수밖에 없는 거야. 밖으로, 또 밖으로.... 행여 우리가 무료 급식을 받으러 가잖아? 그러면 거기 모인 사람들이 단결해서 우리를 쫓아버릴 거야.”

나는 흥분하여 소리쳤다.

“그게 뭐야?! 사람들 참 나쁘다. 자기들도 어렵게 살면서.... 어떻게 그럴 수 있대?”

“어렵게 사니까 그럴 수 있는 거야. 자기 배부터 채우고 보겠다는 거지.”

이야기를 들으니 참 기가 막혔다. 사실 무료급식자체가 메담과 이 아이들을 보면서 떠오른 발상이었는데.... 바로 이 애들을 위해 추진한 정책이었는데....

“그래도 나는 이번 정책 자체에는 꽤 감명 받았어. 평민을 생각하는 정책은 처음이잖아.”

“그 사람들은 너희를 싫어한다며? 그런 사람들 위해주는 정책이 감명스럽다고?”

“맞아. 나도 그 사람들 싫어해. 쪼잔하고 더러운 텃세나 부리는 놈들... 하지만 그 쪼잔하고 더러운 놈들이 굶을까 걱정해주는 마음은 잘못되지 않았어.”

테드의 그 말은 굉장히 의미심장하게 들렸다. 어쩌면 이 때 테드가 이 말을 해주지 않았다면 나는 단 하루 만에 나의 정치 철학을 바꾸었을지도 모른다. 이 때 나는 느꼈다. 내가 돕고자 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착하고 좋은 사람들만은 아니다. 하지만 그 이기적인 기회주의자들을 돕는 것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왜냐면 그것이 옳기 때문이다.

“그 사람들이 굶지 않게 되면 우리에게 기웃거릴 기회 정도는 찾아올지도 모르지.”

메담은 거지 소년들의 틈에 둘러싸여 빠져나오질 못했다. 오랜만에 만나서 할 이야기들이 참 많은가 보다. 윈더민 시내가 가까워지자 테드는 거지 소년들을 메담의 곁에서 불러들였다. 아무래도 주위에 보는 눈이 있는만큼 메담을 배려하여 여기서 헤어지려는 것이다.

“오늘 즐거웠어, 메리.”

“다음에 또 봤으면 좋겠어, 테드.”

한 치의 거짓도 없는 진심이었다. 테드는 매우 현명한 소년이었고 그와의 대화는 유익했다.


우리는 서운해하는 거지 소년들과 작별한 후에 발리언트가 말한 골리엇 은행 쪽으로 갔다. 그리고 발리언트가 말한 노점상에서 꿀꽃을 샀다.

이제 생각하니 이것이 나의 목표였다. 여왕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자연스럽게 윈더민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보는 것.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 여러 가지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이제야 처음으로 ‘왕녀의 외출’에 성공한 것이다.

메담과 함께 왕성으로 돌아오면서 나는 이런저런 생각에 감회가 새로웠다. 그래서 그들을 발견하는 것이 조금 늦었다.

“메리. 저 사람들 왕성의회 사람들 아냐?”

메담의 말을 듣고 난 저 멀리서 무리지어 이동하고 있는 그들을 발견했다. 맨 앞에 라울 백작이 앞장 서 걷는 것이 보인다. 그를 보자 나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닫는다. 발리언트가 과거에 애용했던 이 길은 바로 윈더민 왕성과 라울 백작의 저택을 잇고 있는 길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이로 미루어 생각하건데 그들은 라울 백작의 집을 나와 윈더민 성으로 이동하는 중인 것 같다.

메담의 말대로 그들은 왕성의회 사람들이었다. 총원 가운데 저 자리에 없는 사람은 고작 두 세명 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 같았다. 나는 이에 까닭모를 불길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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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말

나는 아직도 휘렌델 여왕을 처음 보았을 때를 잊지 못한다. 그녀는 마치 한 송이 수선화와 같이 화려하고 단아했다. 혹자는 내가 그녀를 처음 알현하던 날 그녀가 붉은 정복을 입고 있었던 사실을 지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여왕의 첫인상을 노란 수선화가 아닌 다른 꽃에 비유할 수 없다.

 -토마스 스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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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0

  • 작성자
    Lv.28 짜장곱배기
    작성일
    15.06.20 08:45
    No. 1

    노란수선화... 여왕의 이중생활을 눈치챈건가요? ㅎㅎ 올만에 진지한 후기 남기시니 무섭...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4 어스름달
    작성일
    15.06.21 00:38
    No. 2

    할크루에 대해 설명할 때도 그랬지만,
    오늘자 작가의 말은 만담이 아니라
    역사학자 토마스 스피어의 '기록'입니다.
    토마스가 여왕을 처음으로 알현했을 때 휘렌델은 빨간 옷을 입었지만
    메리를 만난 건 이 때가 처음이고, 노란 옷을 입었다고 나오죠.
    이것이 노란 수선화를 고집하는 이유입니다 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8 바다해미
    작성일
    15.06.20 10:37
    No. 3

    후기가 나중에 나올 이야기의 떡밥인가요ㅋㅋ언젠가는 들키겠죠 여왕이란걸ㅎㅎ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4 어스름달
    작성일
    15.06.21 00:41
    No. 4

    들킬지 아니면 밝힐 지.... 아직은 알 수 없죠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8 메틸아민
    작성일
    15.06.20 12:01
    No. 5

    테드가 악수를 엉뚱한데다 한 건 휘렌델 됨됨이를 시험해본거죠?
    소리로 휘렌델 방향을 파악했을 것 같은데
    과연 메담이 믿을만하다고 말하는 게 왠지 시험해본 거 같아요ㅋ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4 어스름달
    작성일
    15.06.21 00:44
    No. 6

    정확합니다. 오히려 휘렌델의 1인칭 시점이기에
    테드의 실수를 지적하지 않고, 일부러 소리없이 그의 정면으로 움직인
    휘렌델의 배려심이 따로 강조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테드나 예니토의 대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드러내어야 하죠 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二月
    작성일
    15.06.20 13:44
    No. 7

    정책의 합목적성과 결과와의 상이함을 드러내는 부분이네요.
    노란수선화: 내 너희들을 위해 정책을 만들었는데 너희와 상관없는 결과라니!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4 어스름달
    작성일
    15.06.21 00:52
    No. 8

    바로 맞추셨습니다.
    휘렌델 같은 이상주의자에게 꽤나 충격적인 경험이겠죠.
    또한 리더가 사회 구성원을 배려한 결실이
    선하지 않은 자들에게 돌아갈 때
    과연 그 리더가 선정을 계속 펼치는 게 옳은가 하는 물음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고 싶었습니다.
    (휘렌델은 테드의 영향을 바다 이 고민에 대한 답을 그 자리에서 바로 찾지만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2 FAD
    작성일
    16.12.19 17:38
    No. 9

    생각보다 빨리 알ᄀᆞ162312"4325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4 어스름달
    작성일
    16.12.20 01:26
    No. 10

    그러게요 ㅎㅎ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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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발리언트의 소원 +2 15.06.12 2,088 60 13쪽
60 청혼 +6 15.06.10 2,099 67 11쪽
59 무서운 꼬마 +8 15.06.09 2,162 63 9쪽
58 벨포트의 정령검 +4 15.06.06 2,757 65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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