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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수선화 님의 서재입니다.

다 부르지 못한 노래

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김한나
작품등록일 :
2017.11.20 09:18
최근연재일 :
2017.12.17 22:45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1,966
추천수 :
4
글자수 :
79,679

작성
17.12.17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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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아름다운 빛속으로

오르쉐에서의 첫 만남 그리고 유다희와 강민석의 학교 캠퍼스의 두번 째 만남으로 그들은 서로 사랑하게 된다.




DUMMY

그들은 미술관을 나와 서귀포 시내를 천천히 구경했다. 멀리 넘실거리는 바다를 보았다. 그 빛난 햇살이 윤슬로 빛나는 서귀포 앞 바다가 다희의 마음을 빼앗았다.

점심은 서귀포에 오면 꼭 가보라 했던 제주 흑돼지와 전복과 딱새우의 환상적인 조합을 맛보기위해 제주 흑돼지와 전복이라는 간판이 붙은 음식점에 도착했다.

초벌구이를 한 흑돼지와 전복과 딱새우가그녀의 입맛을 자극했다. 맛있게 먹는 다희를 보며 그가 잘 익은 고기와 전복을 작은 크기로 잘라 그녀의 수저위로 올려주었다.

“ 민석씨도 먹어요, 나만 주지 말고...”

다희가 조금은 쑥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 먹는 게 너무 예쁘다. 오랜만에 이렇게 먹는 거 본다.”

민석이가 대답하며 환히 웃어주었다. 늘 힘없이 앉아있던 다희가 안 돼 보였는데 그도 마음이 기뻤던 것이다.

그렇게 기분 좋은 식사를 하고 그들은 서귀포 바다에서 보이는 문 섬을 관광할 수 있는 잠수함을 타려고 자리를 옮겼다. 매표소에는 관광객들이 줄을 서 있었다.

잠수함은 울긋불긋 예쁜 열대어들을 보여주었고 문 섬 일대에 서식하는 맨드라미 산호 군락지도 보여 주었는데 정말 아름다웠다.

잠수함은 아래로 하강하여 어느 영화에서나 보암직한 난파선도 보여 주었다. 난파선가까이로 잠수부들이 유영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날씨에 따라서 바다 속의 밝기도 변한다는데 그날은 유난히 맑고 밝았다. 민석은 그녀가 좋아하는 것을 보고 참 잘 왔구나. 하며 그녀의 어깨를 어루만져 주었다.

바다 속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그들을 태운 잠수함은 이내 물속에서 나왔다. 그리고 바라다 보이는 문섬이 가까이에 있었다.


리조트로 돌아 와 민석은 캔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의자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았다. 수평선에 갈치잡이 배가 일렬로 사열하듯 집어등을 밝히고 밤새 작업을 하는 것이 보였다.

그 하늘에 수많은 별들이 마치 속삭이듯 반짝이고 있었다. 다희가 별을 보며 눈을 떼지 못했다.

“ 민석씨.”

곁에 있는 민석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눈을 감는다. 그렇게 오래 동안 나란히 앉

아있었다.

“ 나 먼저 샤워한다.”

“ 응. ”

민석이가 먼저 샤워를 마치고 나오더니 다희를 안고 가서 샤워를 시켰다. 그녀의 배가 이제는 제법 불러오고 있었다. 새 생명은 그래도 잘 자라고 있었다.

“ 우리 다민이 잘 자라고 있구나. 어서 세상에 태어나 엄마랑 아빠랑 만나자.”

민석이가 그녀에게 속삭이며 몸에 바디샴푸를 해주고 정성스럽게 닦아주었다. 쏟아지는 샤워기의 물일까? 다희의 눈물일까?

그녀는 민석이 모르게 넘치는 눈물을 애써 감추러 자꾸 눈물을 닦아내었다. 그도 다희의 행동으로 알 수 있었다.

‘ 그래. 실컷 울어라. 마음이 편해진다면.’

민석이가 쏟아지는 물속에서 오래도록 서 있었다. 두 사람 모두 물에 젖은 채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에 두 사람은 리조트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캔 커피를 하나씩 들고 차에 올랐다.

그들은 차를 타고 두모악으로가기 위해 네비를 눌렀다. 가는 길에 귤이 익어가는 제주의 감귤농장들을 보았다.

초록 당근이파리들과 검은돌로 구분되어진 밭둑을 보고 제주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가니 네비에서 도착했다는 멘트가 나오자 민석은 차를 맞은편 주차장에 세워놓았다.

가을 하늘은 높고 푸르렀고 두모악 입구에는 예쁜 주홍빛 원피스(?)를 입은 양철 인형이 두 사람은 반기고 있었다.

“ 외진 곳 까지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안녕, 너도 참 예쁘다.”

다희가 양철인형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삼달초등학교가 폐교되자 김영갑 사진작가는 인수하여 그만의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을 만들었다.

입구에 들어서자 그가 생전에 사용하였던 많은 카메라는 현관 왼쪽 사무실에 주인을 잃고 그리 서 있었다. 오른쪽 교실에 작은 갤러리 사무실이 있었다.

팜프렛을 들고 다음 교실로 들어서니 교실 두 개를 툭 터서 그야말로 그의 운무에 갇힌 제주도가 다희에게 다가왔다.

사진 아래로 제주도 특유의 검은 돌들로 깔아놓은 한 마디로 환상적인 사진에 맞는 것이었다. 그의 사진도 걸려있었다.

제주도에 반해 서울생활을 정리하고 아예 제주도에 푹 빠져버린 김영갑은 필름 살

돈을 아끼려 배가 고플 때면 밭의 당근이나 고구마 등을 캐먹었다고 전해진다.

그의 사진에서 운무에 갇힌 오름을 보았다. 그 사진은 뭐라 말로 표현하기엔 부족했다. 들판에 바람이 불어오는 사진을 보았다.

눈. 비. 안개 그리고 바람환상곡이라 붙여진 사진에서 그녀는 너무 평안함을 느며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사진 속에서 파도는 끝없이 포개져 달려오고 있었다. 구름은 먹구름도 그리고 하얀 구름도 그의 사진에서 나타났다.

이 십 여 년 동안 거의 매일 제주의 모든 것을 담기위해 그는 제주의 들판과 오름을 다녔고 셔터를 눌렀다.

비 오는 들판에서 말들이 소나기를 맞고 그대로 서 있는 사진이 다희에게 그녀의 마음에 와 닿았다

‘ 나도 저 말들같이 황량한 비 내리는 들판에 서 있는 거 같아.’

하지만 다희는 그 말을 할 수 없었다. 그 대신에 민석의 손을 찾아 꼭 잡았다. 그도 다희의 손을 꼭 쥐어주었다.

김영갑 사진작가는 어느 날부터 카메라를 들고 셔터를 누를 수 없게 되자 그는 병원에 가게 되었다. ‘루 게릭 ’이 그에게 찾아온 것이다.

점차 몸 상태는 나빠져 갔고 이제 카메라조차 들 수 없었다. 그 마음을 누가 헤아릴 수 있을까? 사진작가가 카메라를 들 수 없다는 건 살아있어도 산 게 아니었을 것이다.

하루 24시간 그를 사로잡은 건 무엇이었을까? 죽음에 대한 공포였을까? 아님 다시 카메라를 보듬으면서 셔터를 눌러야지 하는 바램이었을까?

두모악을 만들면서 그는 모든 것들을 지휘했다. 그 아픈 몸으로... 제주도사람보다 더 제주를 사랑한 충청도 사람 김영갑. 그는 제주를 떠났지만 여전히 김영갑 갤러리 곳곳에 그는 시퍼렇게 살아있었다.

운동장에 감나무가 이파리를 다 떨어뜨리고 까치밥은 높이 달려있었다. 그가 만들었다는 작은 소품들이 운동장 여기저기에 앙증맞게 진열되어 있었다.

예전에 초등학교여서인지 작은 인형들은 거의 어린아이들이었다.

교정 한 쪽으로 높은 나무들이 아직 채 이파리를 떨어뜨리지 않고 가는 가을을 서러워하고 있었다.

다희는 두모악이 한라산의 옛 이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교실을 지나 뒤편으로 나가면 차를 마시는 공간이 있었다. 만추라 두 사람은 따뜻한 커피를 마시고 싶었다.

민석이가 커피를 타 다희의 손에 꼭 쥐어주었다. 커피 향과 그 따뜻함에 다희가 환히 웃으며 말했다.

“ 고마워요. 민석씨.”

“ 커피 한 잔에 그리 감격을 하다니 자주 타야겠다.”

“ 사양하지 않을게.”

두 사람은 작은 찻집에서 커피를 마시고 다희는 엽서를 쓰다가 아민에게 전화를 했다.

“ 아민아. 나야.”

“ 언제오니?”

“ 내일 가. 모레보자.”

“ 꿈같은 시간들이겠다.”

“ 응. 주소 카 톡으로 보내줘. 여기 엽서를 보내는 우체통이 있다.”

“ 알았다. 곧 보낼게.”

이어서 카 톡 하고 아민이의 주소가 떴다.

다희는 ‘ 고마웠다. 사랑해.’ 두 줄로 썼는데 초등학생 글씨처럼 삐뚤빼뚤했다. 그도 어머니와 주희에게 엽서를 부쳤다.

그가 곁에서 쓰고 있는 다희 어깨너머로 짓궂게 보자 그녀가 얼른 두 손으로 가렸고 그들은 크게 웃었다.

엄마에게 간단하게 서툰 글씨로 ‘ 사랑해 ’ 쓰고 민석이를 바라보았다. 주소는 그에게 써 달라 하고 우표를 붙여 빨강우체통 큰 입속으로 떨어뜨렸다.

그곳을 나와 항아리가 바르게 또는 거꾸로 서있는 산책길을 함께 돌아다니다가 교정으로 나왔다.

그의 병명이 루 게릭이었으며 그리고 그의 한 줌 재가 그 교정에 뿌려져있다는 것을 알았다.

다희는 그냥 휠체어에서 운동장으로 미끄러지듯 내려와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녀가 무릎을 꿇고 울고 있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민석은 다희를 안고서 주차장으로 달렸다. 다시 운동장에 있는 휠체어를 가지고 와서 차 트렁크에 싣고 그가 운전을 하며 갔다.

흔하지 않은 가을 장마였다. 빗줄기가 점점 굵어져 갔고 그들은 차를 타고 천천히 그 길을 돌아 숙소로 가고 있었다. 비는 차츰 더 세차게 내리기 시작했다.

늦가을인데도 천둥과 번개가 치고 있었다. 그리고 갑자기 어둠이 내려앉았고 비는 더욱 세차게 앞 유리창을 덮치듯이 내렸다.

두 개의 와이퍼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다희가 옆에서 민석의 손 위로 자신의 손을 얹어놓았다. 그가 바라보며 환히 웃었다.

숙소로 가는 길에 그들이 탄 차를 커다란 덤프트럭이 와 순식간에 덮쳐버렸다.



두 사람은 아기를 안고 눈부시게 아름다운 빛 속으로 환하게 웃으며 올라가고 있었다.




두 사람은 아이와 함께 빛나는 빛속으로 하늘로 오르고...


작가의말

내일 친정어머니를 만나러 외출합니다. 그래서 마지막 회를 밤에 올리게 됨을 양해해주세요. 내 외사촌 동생은 오랜 투병끝에 천국으로 갔습니다.

결혼하자는 전도사님에게 짐이 되기 싫다며 그렇게 홀홀히 떠났습니다.

참 마음이 고운 아이였습니다. 그 힘든 투병중에 만나면 ‘ 언니 왔어. ’ 하며 웃고는 제 방으로 들어가던 아이. 맑은 목소리와 얼굴이 떠오릅니다.

성탄과 2017년을 보내는 시간들로 쉬고 2018년도에 다른 작품을 싣게 됩니다.

 ‘ 벚꽃, 조선에 흩날리다 ’ 장편소설입니다.  그동안 작품에 애정을 보내주신 여러분께 고맙다는 말씀 꼭 전하고싶습니다. 날씨가 찹니다. 강건하세요. 평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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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2 kk*****
    작성일
    17.12.18 14:12
    No. 1

    오늘 이곳은 눈이 가득 내렸습니다.
    깨끗한 눈처럼 늘 맑은마음을 갖고 계시는 작가님.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을 두줄로 아름답게 끝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두 사람 아니 세사람이 함께 영원한 행복을 누리기를....
    2018년을 기다립니다. 파이팅!!!!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3 김한나
    작성일
    17.12.18 16:20
    No. 2

    서울도 눈세상이 되었네요. 감기로 발 내딛기도 어려운데 내과에가서 약타가지고 지금은 목소리도 완전 나오지 않아 힘들어요. 2018년 개인적으로 기도하며 기대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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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부르지 못한 노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아름다운 빛속으로 +2 17.12.17 69 0 9쪽
19 서귀포 앞 바다는 눈부시다 17.12.15 89 0 11쪽
18 민석, 생일 맞다 17.12.14 74 0 10쪽
17 다희, 숏 커트하다 17.12.13 62 0 9쪽
16 다희, 아기 갖다 17.12.12 72 0 9쪽
15 엄마, 그리운 이름 17.12.11 181 0 9쪽
14 윤슬, 파도 타다 ( 3 ) 17.12.08 73 0 9쪽
13 윤슬 파도 타다 ( 2 ) 17.12.07 81 0 10쪽
12 윤슬, 파도 타다 ( 1 ) 17.12.06 73 0 7쪽
11 오월, 푸르른 날에 +2 17.12.05 104 0 9쪽
10 연지 찍고 곤지 찍고 17.12.04 112 0 9쪽
9 아민부부의 밀월여행 17.12.01 82 0 9쪽
8 특별한 프로포즈 17.11.30 119 0 9쪽
7 주희, 서울에 오다 17.11.29 76 0 9쪽
6 눈꽃, 그리기 17.11.28 119 0 9쪽
5 사랑, 보듬다 17.11.26 93 0 8쪽
4 겨울 숲, 울음소리 +2 17.11.24 107 1 9쪽
3 다시 날아오르다 17.11.23 96 1 8쪽
2 백조 날지 못하다 +2 17.11.21 122 1 9쪽
1 오르쉐 미술관에서 17.11.20 163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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