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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수선화 님의 서재입니다.

다 부르지 못한 노래

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김한나
작품등록일 :
2017.11.20 09:18
최근연재일 :
2017.12.17 22:45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1,982
추천수 :
4
글자수 :
79,679

작성
17.11.26 23:16
조회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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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사랑, 보듬다

오르쉐에서의 첫 만남 그리고 유다희와 강민석의 학교 캠퍼스의 두번 째 만남으로 그들은 서로 사랑하게 된다.




DUMMY

다음 날 다희는 집에 온 민석 손을 잡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섰다. 그녀의 방은 작은 발레박물관이었다.

벽면에 어릴 적부터 찍은 그녀의 앙증맞은 사진부터 지난 번 졸업무대의 사진까지 대형액자에 담겨져 있었다.

유치원시절에는 아민이랑 같이 찍은 사진도 있었다. 그 사진에서두 사람은 예쁜 발레복을 입고 플리에를 연습하고 있는 듯했다.

플리에란 바를 잡고 무릎을 굽히는 동작을 말하는데 커다란 거울 앞에서 얼굴을 잔뜩 찌푸리며 두 어린소녀가 자세를 잡으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민석은 그냥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다희도 덩달아 환하게 웃었다.

“ 아민이랑 같이 찍은 사진.”

“ 둘 다 앙증맞네.”

“ 발레학원에서 만나 쭉 같은 길을 걸었죠.”

또 다른 사진은 아기천사의 모습이었다. 조그만 두 아이가 천사의 날개를 달고 구유 안에 누인 아기예수를 보는 사진이었다.

“ 이건 교회 성탄절 때 ?”

“ 둘 다 아기 천사로.”

작은 토슈즈가 차례대로 놓여있는 곳으로 그들은 다가갔다. 정말 작은 토슈즈는 거기에 날짜가 적혀있었다. 어머니는 딸의 아무것도 그냥 버리지 않았다.

여중 때에 복숭아 빛 튀튀를 입고 아라베스크 자세로 찍은 사진은 너무 어름다웠다. 화장을 짙게 하였지만 어딘지 앳된 모습이었다.

“ 아직은 어린 것 같아.”

“ 그건 여고 일학년 때 교내 예술 대회.”

“ 아민이는 보이지 않아?”

“ 여고 때는 다른 학교였지요. 3년간만 그리고 대학 때 다시 만났고요.”

“ 그랬구나.”

“ 그래도 방과 후 발레학원에서 매일 만났어요.”

여고 때는 발레 콩쿠르에 나가서 두 사람은 입상도 하지 못했고 거기에 충격을 받아 공부하는 시간외에 발레에 매달렸다.

토슈즈가 땀에 젖어 망가질 때까지 두 사람 연습벌레였다. 아마도 둘이 친구지만 사이좋은 경쟁자였기 때문이리라.

그녀들의 화려한 발레의 사진을 보면서 민석은 다희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 대학 때는 스위스에 있는 국제 콩쿠르에 갔는데 둘 다 나란히 입상만하고 왔어요.”

“ 국제 콩쿠르에도?”

“ 그렇게 많은 이들이 발레를 사랑하는 줄 몰랐거든요. 하긴 러시아 애들이나 영국 애들이나 세계 각국의 애들이어서... 동양인에게는 좀 힘든 거지요.”

“ ... ”

“ 난 후회하지 않아요. 내가 어린소녀 때부터 좋아해서요.”

“ ... 문외한이지만 백조를 보고 그 아름다움에 빠져버렸지.”

“ 엄마는 늘 내 뒷바라지에 올인 하셨죠.”

다희가 쓸쓸한 얼굴이 되어 말했다. 결혼 후 오랜만에 얻은 딸이어서 사랑이 아닌 집착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딸의 발병으로 어머니는 아예 몸져 누워있었다. 그래도 자신의 아픔보다 얼마나 더 아플까? 하는 생각에 몸을 추스르며 일어나 다희 곁을 지키고 있었다.

“ 엄마가 내게 너무 사랑을 쏟았어요.”

“ 훌륭한 어머니다.”

“ 맞아요.”

그녀의 침대에 걸터앉자 민석이도 곁에 앉아 다희의 손을 잡고 쓰다듬었다. 보이는 한강은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두 사람은 민석이의 차를 타고 그의 집으로 출발했다. 집에 가기 전에 다희는 말했다.

“ 꽃 좋아하시죠?”

“ 어머니가 특히 좋아하셔. 아버님도 그렇고.”

“ 그럼 꽃집에 들려요. 우리.”

다희가 밝게 웃으며 가까이에 있는 꽃집으로 함께 들어가 풍성한 여러 가지 색색의 꽃을 꽂아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바구니를 샀다.

곁에 서있던 민석이가 얼른 꽃바구니를 들고 그녀의 팔을 잡아주었다. 그의 집은 이문동의 작은 이층집이었다.

아버지 강교수가 가까운 대학에서 근무하여서 오래전에 마련한 집이었다. 꽃을 좋아하는 아버지가 가꿔놓은 정원은 간밤에 내린 눈으로 더 아름다웠다.

그의 집으로 들어가서 어머니에게 꽃바구니를 건네고 인사를 했다.

“ 고마워요. 앉아요.”

“ 아버지는요?”

“ 서재에 계셔.”

“ 제가 가겠습니다.”

민석은 서재로 들어갔고 이내 두 사람이 나왔다. 다희는 어색하게 서 있었다. 아버지가 앉으며 말했다.

“ 앉아요.”

“ 네.”

민석이 앉고 그 옆에 다희가 앉았고 어머니는 차를 내온다며 주방 쪽으로 걸어갔다. 아버지와 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어머니는 차를 내왔고 유자차는 향기로웠다.

“ 들어요.”

어머니의 목소리가 부드러웠다. 다희도 웃으며 찻잔을 들었다.

“ 이제 서로 힘든 결정을 했으니 양가부모가 상견례를 해야겠지?”

“ 그럼요. 졸업하고 나서 곧 결혼을 해야지요.”

“ ...”

“ 아버지 방학이 끝나기 전에 만나면 어떨까요? 신학기엔 바쁘고요.”

“ 그렇게 하기로 하자. 다음 주 목요일에 우린 좋은데...”

“ 다희네 가서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 ... ”

민석이 조심스레 말을 하자 그것도 좋은 생각이라며 다음 주에 상견례를 하기로 했다. 거실에 침묵이 흐르고 두 사람은 함께 이층 방으로 올라갔다. 그곳에서 창문을 여니 정원수에 눈꽃이 피어있었다.

오랜 동안 가꾸어진 정원임을 알 수 있었다. 그의 방은 서재나 마찬가지였다. 창문이 있는 곳을 제외하고 온통 책으로 꽉 차 있었다.

불문학을 전공했어도 한국문학 특히 시를 좋아한 그의 서재에는 시집이 한 면을 차지하였고 한국시집 그리고 외국시집들이 꽂혀 있었다.

다희는 시집들을 바라보다가 ‘텃밭에 몰래 심은 나의 사랑은'이라는 권천학 시인의 시집을 꺼내어 책장을 넘기다가 ‘나의 사랑은’ 이라는 시가 눈에 들어왔다.


나의 사랑은


고작 키스로 고백하다니

말도 안돼

영혼이어야 해.


홀소리와 닿소리

혹은 가로와 세로 속에

갇힐 순 없어

자유야 사랑은.


차라리 침묵이어야 해

빈 봉투 가득 채운

그리움으로 남는 한

잊지 못해.


나의 사랑은 시 ( 詩 )일 수 없어

언제나 본론으로 살고자 하는

내 영혼의 빈칸에

말없음표로 살고 있는

나의 사랑은

텃밭에 몰래 심은 양귀비야

드러낼 수 없는 벅참이야

말 할 수 없는 슬픔이야

감추어 두고 싶음이야.


시를 다 읽고 나자 민석이가 환히 웃으며 박수를 쳐주었다. 홍당무가 된 다희는 창가에 서있는 그에게 다가가 밖을 바라보았다.

눈이 쌓인 나뭇가지 위로 참새들이 이 가지에서 저 가지로 옮겨 다니는 게 보였다. 나뭇가지에서 눈이 떨어지고 있었다.

“ 학교 교정엔 눈이 얼마나 쌓였을까요? 보고 싶어요.”

“ 우리 가보자.”

민석은 의자에 걸쳐놓은 반코트를 입고 그녀의 손을 잡으며 방을 나섰다. 부엌에서 점심을 준비하던 어머니가 이층에서 내려오는 발소리에 나오며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 지금 식사 준비하는데 어디 가니?”

“ 눈 오는 날에 학교에 가보려고요. 점심은 밖에서 먹을게요. 아버진요?”

“ 서재에 계신다.”

“ 네 알았어요. 인사드리고 가겠습니다.”

두 사람은 아버지에게 인사를 드리고 밖으로 나왔다. 가까운 거리였지만 그들은 택시를 타고 학교로 향했다.

교정에서 올려다 본 하늘은 구름 한 점 없는 맑디맑은 하늘이었다. 눈이 시리도록 투명한 푸른 하늘이었다.

두 사람은 선동호로 천천히 다희가 그의 팔을 꼭 붙들고 걸어갔다. 작은 연못에 하얀 눈이 호수 위로 내리고 있었다. 그 곁의 나무 가지에 눈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다희의 블루 코트가 더 아름답게 느껴져 민석은 그녀를 와락 끌어안았다.

선동호를 떠나 두 사람은 교문 앞 찻집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찻집에 들어가 따뜻한 커피를 마시자 다희의 얼굴이 발그레 홍조를 띠었다. 그녀를 바라보는 민석의 눈빛이 아득해지고 있었다.

“ 다희 너 지금 얼마나 예쁜지 모르지?”

“ 내가? 왜?”

다희가 자신의 얼굴을 감싸며 묻는다. 민석이가 마주 앉는 자세로 얼굴을 바짝 들이밀며 그녀의 볼을 살짝 두드려주었다.




두 사람은 아이와 함께 빛나는 빛속으로 하늘로 오르고...


작가의말

내일 손님이 오는 날이라 오늘 밤에 올립니다.  육십 후반에 이르니 시간이 화살처럼 날아간다는게 실감이 납니다.

벌써 2017년이 한달을 남기고 나에게 손을 내미는 것 같아요. 독자님들도  귀한 시간들 보내세요. 고맙습니다. 평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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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아름다운 빛속으로 +2 17.12.17 69 0 9쪽
19 서귀포 앞 바다는 눈부시다 17.12.15 90 0 11쪽
18 민석, 생일 맞다 17.12.14 76 0 10쪽
17 다희, 숏 커트하다 17.12.13 62 0 9쪽
16 다희, 아기 갖다 17.12.12 73 0 9쪽
15 엄마, 그리운 이름 17.12.11 181 0 9쪽
14 윤슬, 파도 타다 ( 3 ) 17.12.08 75 0 9쪽
13 윤슬 파도 타다 ( 2 ) 17.12.07 82 0 10쪽
12 윤슬, 파도 타다 ( 1 ) 17.12.06 75 0 7쪽
11 오월, 푸르른 날에 +2 17.12.05 106 0 9쪽
10 연지 찍고 곤지 찍고 17.12.04 112 0 9쪽
9 아민부부의 밀월여행 17.12.01 82 0 9쪽
8 특별한 프로포즈 17.11.30 119 0 9쪽
7 주희, 서울에 오다 17.11.29 76 0 9쪽
6 눈꽃, 그리기 17.11.28 119 0 9쪽
» 사랑, 보듬다 17.11.26 94 0 8쪽
4 겨울 숲, 울음소리 +2 17.11.24 107 1 9쪽
3 다시 날아오르다 17.11.23 97 1 8쪽
2 백조 날지 못하다 +2 17.11.21 124 1 9쪽
1 오르쉐 미술관에서 17.11.20 164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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