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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수선화 님의 서재입니다.

다 부르지 못한 노래

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김한나
작품등록일 :
2017.11.20 09:18
최근연재일 :
2017.12.17 22:45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1,985
추천수 :
4
글자수 :
79,679

작성
17.12.15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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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서귀포 앞 바다는 눈부시다

오르쉐에서의 첫 만남 그리고 유다희와 강민석의 학교 캠퍼스의 두번 째 만남으로 그들은 서로 사랑하게 된다.




DUMMY

대학 1학년 때 다희는 부모님들과 제주도에서 사박오일의 여행을 한 적이 있었다. 한 여름이어서 바닷가에는 인파로 제대로 구경 할 수 없었다.

가을학기에 가을축제로 약 일주일간의 시간이 민석에게 주어졌고 다희는 가고 싶은 생각에 제주도로 삼박사일의 여행을 졸랐다.

“ 민석씨. 우리 제주도 가요.”

“ 몸이 무거운데 괜찮을까?”

“ 아빠한테 전화해보자. 가능하면 가기다.”

“ 그래. 전화 드려.”

다희가 폰을 누르기 시작하고 신호음이 기자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 다희구나. 웬 전화니?”

“ 아빠. 나 제주도 가도 되요?”

“ 갑자기 제주도는 왜?”

“ 민석씨 일주일 학교 축제라 시간이 있어서요.”

“ 비행기 오래타면 그런데... 제주도는 괜찮겠다.”

“ 네. 그럼 갔다 올게요.”

“ 거기서 무리하면 안된다.”

“ 네. 알아요.”

아버지와 이야기를 들은 민석이는 제주도 가는 비행기티켓을 예약하고 만추에 두 사람은 제주도 여행을 떠났다.


짙은 감색의 스카프를 늘어뜨리고 바바리 차림의 그녀는 민석이 미는 휠체어를 타고 환한 얼굴로 김포공항에서 비행기에 올랐다.

제주공항 주차장에서 예약한 렌트카를 인수받아 공항을 미끄러지듯 빠져나왔다. 제주시내 가로수는 다른 나라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제주도 바다는 가까이 또 멀리서 쪽빛으로 손짓을 하고 다희는 민석의 운전하는 손 위로 손을 겹쳐 올렸다. 그리고 어린아이처럼 즐거워했다.

서귀포 남원에 있는 금호리조트에 여장을 풀고 그들은 가벼운 차림으로 신영영화박물관으로 이어진 올레5길로 들어섰다.

까마귀가 날아가면서 ‘까악 까악’ 그렇게 울고 있었다. 소나무가 솔향기를 내뿜어 주었고 두 사람은 심호흡을 했다.

오솔길에서 민석은 향기 나는 작은 꽃을 꺾어 다희의 귓가에 꽂아주었다. 바라보이는 바다 위로 윤슬이 보석처럼 빛나는 오후였다.

“ 보석이네요.”

신영영화박물관에는 지나간 영화의 주인공들이 있었고 다희는 명절에 단골로 나온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여주인공 비비안 리를 만났다.


은퇴 후 아프리카에서 봉사활동을 한 세기의 미녀 여배우 오드리 헵번을 만날 수 있었다.

로마의 휴일에서 공주의 짜여 진 스케쥴에서 나와 자유분방한 일탈에서 연기했던 그녀가 거기 있었다.

두 사람은 그들과 하나된 것처럼 사진을 찍었다. 야외에는 한국영화 친구들의 네 친구가 서 있었다.

다희는 엄마가 좋아하는 한국의 남자배우 신영균 씨와 여자배우 최은희 씨를 보았다.

“ 민석씬 배우 중에 누가 좋아요?”

“ 난. 외국배우중에는 더스틴 호프만. 여자배우는 소피 마루소.”

“ 와. 나도 소피 마루소 좋아하는데...”

“ 남자배우는 누가 좋아?”

“ 응. 구름위의 산책에서 나온 캐나다배우. 이름이 생각이 나질 않아.”

“ 미남배우지? 나도 갑자기 이름이 생각나질 않네.”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였다. 올레5길 그 길을 따라가 보니 바닷가에 음식점들이 있어서 두 사람은 저녁식사로 싱싱한 다금바리 회를 먹기로 했다.

“ 다희야. 제주도에 와서 꼭 다금바리 회를 먹어봐야한데 그 생선은 제주도에서만 잡힌다고 하더라.”

“ 그럼 꼭 먹고 가야지”

그들은 다금바리 회와 지리를 시켜먹었다. 매운 것을 잘 먹지 못하는 다희를 위하여 지리를 시켰는데 뽀얀 국물이 시원했다.


식사를 마치고 남원으로 가는 어두워진 신작로를 걷는데커다란 트럭이 오가고 그 길은 한적했다.

숙소에 들려 거실 문을 여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두 사람은 심호흡을 하며 오래 서있었다.

“ 바람이 차갑다.”

민석은 거실의 유리문을 닫고 다희와 의자에 앉았고 실내의 환한 불빛은 끄고 돌아왔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바다 위로 스물한척의 갈치 잡이 배가 집어등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밤을 지새우며 갈치를 잡으려 마치 사열하는 듯 그리 밤바다 수평선에 일렬로 서 있었다. 하늘위로 손톱만큼 작은 초승달이 떠 있었다.

얼마나 바라보았을까? 그녀는 자연스레 민석의 어깨에 기대고 잠이 들었고 그는 다

희를 안고 침대로 갔다.


아침식사 전에 두 사람은 숙소 근처의 국도를 걸어 다녔다. 휠체어에 자연스럽지 못했어도 다희는 마냥 즐거워했다.

집집마다 서너 그루의 귤나무가 있었고 귤이 잘 익어가고 있었다. 두 사람이 걷는 길가 집에서 할머니가 귤을 따서 건네주었다.

“ 고맙습니다.”

다희가 공손하게 인사를 하며 받아들었다. 그 길가에 커다란 귤 하우스도 있었다.

다희가 귤을 까 민석에게 주었고 두 사람은 맛있게 먹었다.

“ 나무에서 바로 따니 더 맛있네요.”

“ 그런가 봐 서울에서 먹는 귤하고 맛이 다른 거 같아.”

해가 환하게 바다 위로 윤슬을 빛내며 반짝이는 화창한 날이었다. 차를 운전하여 오전에 사려니 숲을 찾았다.

두 사람은 아예 신발을 벗고 붉은 길을 걸어서 갔다. 만추에 큰 천남성은 마치 커다란 왕관처럼 가을 숲에서 이제 겨울을 채비하는 듯 보였다.

그 숲속은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듯 그리 고요하였다. 그 고요함...

너무 일찍 도착한 탓에 아무도 오지 않은 길 아무도 스쳐 지나가지 않는 길이었다. 민석이 앞장 서 가게하고 다희는 휠체어에서 일어나 맨발로 발레의 동작중 하나인 아라베스크를 했다.

비록 튀튀가 아닌 바지 차림이었어도 자연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자태였다.

뒤돌아본 민석은 박수를 치며 환호하고 다희는 자세를 풀고 휠체어에 주저앉았다.

혼신의 동작이어서 다희의 몸은 비 오듯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민석이 다가와서 흐르는 땀을 닦아주었다.

" 저 붉은 흙 위에서 하고 싶었어."

" 잘 했어. 아직 녹슬지 않았어. 멋진 아라베스크였단다."

그리고 그 붉은 길이 끝나고 시멘트길이 시작되자 두 사람은 뒤돌아 걸었다. 숲속에서 노래하는 이름 모를 작은 새들의 합창 모든 것이 큰 축복이며 기쁨이었다.

바람이 숲속을 지나며 나뭇잎들을 어루만지는 거 같았다. 사려니 숲의 풍경에 두 사람은 오래도록 바라보고 있었다.

민석이 주차장에서 나올 때 까지 다희는 혼자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눈이 시리도록 푸르디푸른 하늘을 삼나무가 둘로 갈라놓은 듯 보였다.

흰 구름이 유유히 흘러가고 다희는 민석이 누르는 크략션 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방긋 웃어주었다.

그리고 차는 산굼부리를 향하여 천천히 올라갔다. 산굼부리는 억새꽃들로 가득 차

있었다. 올라가는 작은 야산에 왼쪽으로 제주도 특유의 무덤이 있었다.

멀리 작은 나무가 보였다. 화산으로 깊지 못한 땅을 뚫고 잘 버티고 서있었다. 제주도는 흙이 깊지 않아서 장사한 후 무덤을 돌로 네모나게 담이 둘러져있었다.


산굼부리의 넓은 분화구에는 계절마다 다른 꽃들이 피고 지고 만추에는 억새꽃들이 많은 관광객들을 불러 모아 넘쳐났다.

가족단위로 혹은 연인으로 아니면 노부부들도 디카를 찍으며 즐거워했다. 산굼부리를 돌아서 내려오는 길에도 하얀 바다가 바람에 밀리듯이 일어나고 눕기도 하며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했다.

바라보이는 푸른 나무숲도 아름다웠고 돌아 나오는 길에 양지 바른 곳에 또 하나의 무덤이 영면을 못하고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 때문에... 하지만 어느 아줌마가 참 좋은 명당자리라며 언제나 햇볕이 드는 양지라 말하고 걸어갔다.


섭지코지로 가기 위해 민속마을을 지나 차는 성산 읍으로 달리고 있었다. 가는 길가로 밭에 검은 빛의 돌담이 경계선을 나누고 있었다.

그 안에 연두 빛 당근 이파리와 너무 잘 어울리는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가는 곳마다 귤 밭에는 노랗게 귤이 익어가고 있었다.

점심식사 후 섭지코지에 들러 그 언덕길을 내려가고 있었다. 바다와 바람이 만나는 언덕이라고 들었는데 맞는 말이었다.

억새도 흔들거리고 걸어가는 길가에 노란 들국화도 피어있었다. 드라마의 촬영장소로도 유명해서 그 셋트를 관광지화 하고 사람들을 맞았다.

하얀 말이 파란 풀을 한가로이 뜯고 있었다. 정말 한 폭의 수채화였다. 그녀가 바다를 바라보며 전설로 내려오는 서있는 선돌을 찾았다.

선녀와 용왕신의 아들이 못다 이룬 사랑의 전설이 담긴 촛대 모양의 선돌바위가 작아 보였다. 그때 마침 한 척의 통통배가 그 앞을 지나니 작은 게 아니라 큰 선돌이었다.

바다바람이 불어와 다희의 쪽빛 스카프를 날렸다. 바라보이는 성산일출봉은 바다 끝에 서 있었다. 그곳에서의 일출은 장관이라는데 두 사람은 섭지코지에서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다음 날 아침에 다희는 구름이 사람의 입술을 하늘에 그려놓은 걸 보았다.

“ 민석씨. 입술이야. 저 구름...”

“ 구름이 우리보고 뽀뽀하란다.”

장난꾸러기 같은 얼굴로 다가온 민석이가 그녀를 안고 기습 뽀뽀를 했고 서귀포 앞 바다를 보던 다희는 그에게 안기게 되었다.

리조트의 레스토랑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두 사람은 이중섭 거주지로 향했다.

가난한 그가 가장 행복한 한때를 보낸 곳이다.

일본인 아내 야마모토 마사꼬와 두 아들과 함께 지낸 정말 작은 한 칸의 방과 부엌 하나가 전부인 집이었다.

가난이 평생 그를 따라다닌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와 마사꼬의 숨결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언제나 비어있었을 쌀독이 뿌연 먼지를 그대로 덮어쓴 채 있었다. 그 옆 돌담길로 올라야 이중섭 미술관을 갈 수 있었다.

그냥 그 골목길을 돌아 나와 이중섭 미술관에 도착했다.

미술관 앞 대리석에 소를 형상화한 작품과 이중섭 그의 얼굴과 그가 쓴 소의 말이 서 있었다.

대향 이중섭 그는 화가이며 시인이었다. 소의 눈이 얼마나 크고 선하고 아름다운지 그건 소의 눈을 가까이에서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미술관 문을 열고 들어서니 이제 곧 달려올 듯 황소 머리상이 조각으로 그를 기리고 있었다. 아마 이중섭은 소에 푹 빠진 사람이었는지 모를 일이다.

그의 아내가 구상시인에게 보낸 편지도 작은 그림들도 그의 지독한 가난을 말하고 있었다.

생전에 그는 자신의 이중섭 미술관이 서귀포에 세워질 것을 생각이라도 했을까? 아무도 돌보지 않은 그의 마지막이 너무 안타까웠다.



미술관을 돌아 나오며 보니 가을국화가 한 무리 환하게 피어있었다.




두 사람은 아이와 함께 빛나는 빛속으로 하늘로 오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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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아름다운 빛속으로 +2 17.12.17 69 0 9쪽
» 서귀포 앞 바다는 눈부시다 17.12.15 91 0 11쪽
18 민석, 생일 맞다 17.12.14 76 0 10쪽
17 다희, 숏 커트하다 17.12.13 62 0 9쪽
16 다희, 아기 갖다 17.12.12 73 0 9쪽
15 엄마, 그리운 이름 17.12.11 181 0 9쪽
14 윤슬, 파도 타다 ( 3 ) 17.12.08 75 0 9쪽
13 윤슬 파도 타다 ( 2 ) 17.12.07 82 0 10쪽
12 윤슬, 파도 타다 ( 1 ) 17.12.06 75 0 7쪽
11 오월, 푸르른 날에 +2 17.12.05 106 0 9쪽
10 연지 찍고 곤지 찍고 17.12.04 112 0 9쪽
9 아민부부의 밀월여행 17.12.01 82 0 9쪽
8 특별한 프로포즈 17.11.30 120 0 9쪽
7 주희, 서울에 오다 17.11.29 76 0 9쪽
6 눈꽃, 그리기 17.11.28 120 0 9쪽
5 사랑, 보듬다 17.11.26 94 0 8쪽
4 겨울 숲, 울음소리 +2 17.11.24 107 1 9쪽
3 다시 날아오르다 17.11.23 97 1 8쪽
2 백조 날지 못하다 +2 17.11.21 124 1 9쪽
1 오르쉐 미술관에서 17.11.20 164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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