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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수선화 님의 서재입니다.

다 부르지 못한 노래

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김한나
작품등록일 :
2017.11.20 09:18
최근연재일 :
2017.12.17 22:45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1,983
추천수 :
4
글자수 :
79,679

작성
17.11.28 08:43
조회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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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눈꽃, 그리기

오르쉐에서의 첫 만남 그리고 유다희와 강민석의 학교 캠퍼스의 두번 째 만남으로 그들은 서로 사랑하게 된다.




DUMMY

찻집에서 나와 두 사람은 학교로 걸어갔고 먼저 온 학생들로 눈 위에 발자국이 나 있었다. 학교의 노천극장에 빈자리가 남아있어 다희는 어릴 적 놀던 것처럼 그의 손을 잡고 빙빙 돌면서 해바라기를 그려놓았다.

다희가 그만 그 자리에 앉아버렸다. 그녀의 등 위로 함박눈이 쏟아지고 있었다. 민석이 마주 앉아 다희의 얼굴을 차가

운 두 손으로 어루만져주었다.

“ 다희 맞구나?

아민이의 반가운 소리가 들려오자 두 사람은 돌아다보았다.

거기에 아민이와 동규가 눈사람이 되어 웃고 있었다.

“ 너 언제 왔니?”

“ 우린 눈이 쏟아질 때부터 넌?”

“ 조금 전에 왔다. 너 해바라기 몇 개 그렸니?”

“ 너무 많이 그려서 셀 수도 없다. 동규씨 그렇죠?”

“ 아마 스무 송이는 족히 되겠지.”

“ 와 많이 그렸구나. 난 이제 겨우 한 송이 그리고...”

“ 일어나자 우리도 한 송이만 더 그리자.”

민석이가 그녀의 손을 잡고 일으켜 세웠고 두 사람은 이내 커다란 해바라기를 그려

놓았다.

“ 와 크다. 민석씨 발자국이다.”

아민이가 환히 웃으며 다희를 안아주었고 그녀의 얼굴을 찬찬히 보더니 말했다.

“ 너 좋은 일 있구나?”

“ 아니?”

“ 애는 너 나 못 속인다. 우린 뭐든 다 알잖아”

“ 맞춰 봐.”

다희가 웃음을 참으며 아민에게 대답하였다.

그녀가 다희를 쏘아보더니 두 손을 마주 쳐 울리며 말했다.

“ 결혼이구나?”

“ ... ”

다희가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었다. 아민이가 그녀를 와락 끌어안아 주었다.

“ 축하해.”

“ 축하합니다.”

아민이와 동규가 똑같이 말을 하였고 그들은 모두 오랜만에 환하게 웃었다.

“ 다희씨 오늘은 내가 밥 살게요.”

“ 고마워요.”

그들은 함박눈이 내리는 노천극장을 걸어 나와 비탈진 길을 걷다가 다희와 아민은

앉아서 민석과 동규의 손잡고 미끄럼타고 내려갔다.

그리고 교문을 나와서 근처의 일식집으로 들어갔다.

실내는 따뜻하였고 방으로 안내된 네 사람은 마주 앉아서 차림표를 보았다. 그냥

간단한 식사가 아니었다.

“ 다희야. 그냥 마음대로 시켜라. 동규씨 년말보너스 두둑하게 받았대.”

“ 그래도.”

“ 점심정식으로 시키자. 그게 무난하겠다. 그치?”

“ 응.”

그들은 두 사람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아민이가 앞에 그녀에게 말했다.

“ 우리 결혼식은 사월에 하기로 했다.”

“ 아름다운 봄이네.”

“ 우리 결혼식은 내가 다니던 교회에서 하기로 했어. 목사님 주례로.”

“ 잘 했네.”

“ 고마워.”

아민이가 다희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 들러리는 니가 해줘.”

“ 아민아 고맙지만 난 사양할래. 오래는 힘들다.”

“ ...”

갑자기 분위기가 어색해지자 아민이가 수습하고 나섰다.

“ 알았다. 그냥 들러리는 없는 걸로 한다, 그래도 참석은 할꺼지?”

“ 그럼. 축하해. 동규씨도.”

네 사람은 식사를 다 마치고 나와 언제 시간되면 만나자며 헤어졌다.

두 사람은 다희네 집으로 가서 꽃차를 마시며 그가 어렵게 말했다.

“ 다음 주 목요일에 상견례하기로 하였습니다.”

“ 우리가 정말 잘하고 있는지.”

어머니가 낮은 목소리로 말을 하였고 그리고 긴 침묵이 흘렀다.

어색한 분위기를 깨고 민석이가 일어나서 인사를 하고 돌아갔다.

다희는 제 방으로 들어가 창문을 활짝 열고 강바람을 맞고 있었다.

상견례는 시내 일식집에서 두 가족은 좋은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 아버님 우리 결혼식은 서울을 벗어나 작은 교회에서 양가부모와 최소한의 하객

들만 모시고 하고 싶습니다.”

“ 너희들 뜻이라면 그렇게 해.”

“ 저희들도 좋습니다.”

민석이의 조심스런 제안에 양가부모님들도 찬성했고 다희 어머니가 말했다.

“ 저...다희 신혼집은 저희 집에서 가까운 오피스텔로 하면 어떨까요?”

“ 사둔 좋으실 대로 하세요. 다희도 친정이 가까우면 좋겠죠.”

“ 이해해주시니 고맙습니다.”

그들의 신혼집은 다희 어머니의 제안과 같이 근처 오피스텔을 얻기로 했다.

상견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다희 어머니가 딸의 손을 만지며 말했다.

“ 시어머니가 멋쟁이시다.”

“ 네. 엄마.”

“ 어려운 결혼도 허락하고 집도 우리 집 근처로 하는 것도 이해하시니.”

“ 그러게요.”

오랜만에 행복한 얼굴들이 되어 다희 가족들은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두 사람은 다음날 오후에 창덕궁으로 눈꽃을 보러 나갔다.

빨강 모자 달린 코트에 검정바지 그리고 앵클부츠를 신은 그녀가 천사처럼 보였다.

저리 예쁜데... 공평하지 않아 그는 다희에게 눈을 떼지 못하고 혼잣말을 했다.옥천교에서 다리 아래로 쌓인 눈 사이로 가느다란 한줄기 실개천이 흐르고 있었다.

“ 민석씨. 여기요. 예쁘죠?”

“ 그래 실개천이 흐르고 있네. 얼지 않고.”

“ 그러게요. 우리 가요.”

자연스럽게 다희는 그의 팔에 매달렸다. 겨울이라 관광객들은 많지 않았고 대부분

함께 돌아다니는 그들은 연인들이었다.

부용정에도 꽁꽁 언 그곳에 마침 함박눈이 쏟아지고 있었다.

민석은 다희의 빨강 모자를 씌워주었는데 그녀의 웃는 얼굴은 숲속의 요정처럼 아

름다웠다.

두 사람은 오랜만에 모두를 잊은 채 대나무가 심겨진 곳에서 발길을 멈추었다.

거기에 작은 안내판에 취병이라 설명이 되어있었다.

“ 민석씨. 여기 설명서 봐요. 겨울에도 여전히 푸르름을 간직한 대나무.”

민석이가 어느새 차디찬 언 손을 잡아 호호 불어주며 취병을 바라보았다.

자연친화적인 담장이었다. 고궁의 길을 따라 걷다가 비틀거리는 다희를 업고

천천히 휘파람을 불며 걸어가고 있었다.

오래된 그 숲속에 고요뿐이었다. 나무 가지위에서 눈이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그들은 이렇게 오래도록 숲속에서 한나절을 보내고 있었다.

해가 서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창덕궁을 빙 둘러 나오다가 다희가 한 나무를 가키

며 말하였다.“ 민석씨. 저 나무는 뽕나무다.”

“ 나는 모르겠는데? 잘 아네?”

“ 엄마가 어렸을 때 유월이면 여기 데리고 와서 까맣게 익은 오디를 내게 주었거

든요. 얼마나 맛있는데”

“ 우리 이번 유월에 오자 그럼 되지?”

“ 그래요. 더 맛있겠다. 같이 오니까.”

다희는 내려서 창덕궁을 나와 인사동 골목길로 접어들었다.

눈 오는 날에 인사동 골목길은 사람으로 붐비고 있었다.

따뜻한 개성만두집 앞에는 어느 새 줄지어 서 있었다.

“ 두 분 들어오세요.”

그들은 종업원이 가리키는 곳에서 마주보고 앉아 식탁 위에 있는 차림표를 보았다.

“ 나두 볼래.”

“ 여기”

민석은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차림표를 보고서 말을 하였다.

“ 나는 조랭이 만둣국. 민석씬?”

“ 떡만둣국.”

종업원은 주문을 받고 돌아갔고 금방 따뜻한 음식들이 나왔다. 두 사람은 천천히

먹기 시작하였다.

추운 고궁에서 한나절 있는 바람에 그녀는 얼굴이 얼었고 손도 고부라져 잘 펴지지 않았다.

그래도 뭐가 그리 좋은지 그와 방글거리며 식사를 하는 모습이 평안해보였다. 두 사람은 식사 후 앞에 있는 경인미술관으로 걸어갔다.

여러 개의 전시관이 있는데 수채화를 좋아하는 민석이와 함께 그녀도 전시관을 둘

러 보았다.

어느 동호회작품 전시회였다. 서툴지만 정성이 묻어나는 작품 옆에 장미 한 송이가 붙어있었다.

한 여름에 담장위로 능소화가 소담스럽게 피어나고 있었다.

장독대 옆에 접시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 예쁘다. 그렇죠?”

“ 응. 마음이 평안해진다.”

그들은 전시관을 나와 찻집에서 방으로 안내되었고 한 자리가 비어있었다. 창호지를 단 문 쪽으로 앉아 뜨거운 유자차를 마셨다.

곁에 일본여행객이 있어서 양해를 구하고 문을 살짝 열었다. 마침 눈이 또 쏟아지

자 그 일본인들도 두 사람도 함께 환호성을 질렀다.

감나무 가지 맨 꼭대기에 까치밥을 쪼아대던 참새가 놀라 날아가 버렸다.

다희가 까르르 웃었다. 오랜만의 그 웃음소리가 민석의 마음을 흔들어놓았다.

두 사람은 오래도록 앉아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겨울에는 쉬 어둠이 몰려와 그들도 일어나 인사동을 빠져나왔다. 종로거리에 군밤장수 아저씨 앞에서 다희가 걸음을 멈추었다.

“ 아저씨 군밤 한 봉지 주세요.”

“ 예.”

다희가 군밤 한 봉지를 사 민석의 장갑을 낀 손 위에 놓았다. 군밤의 따뜻함이 전해왔고 두 사람은 다시 눈이 펑펑 쏟아지는 종로거리를 걸어가고 있었다.




두 사람은 아이와 함께 빛나는 빛속으로 하늘로 오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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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0 아름다운 빛속으로 +2 17.12.17 69 0 9쪽
19 서귀포 앞 바다는 눈부시다 17.12.15 90 0 11쪽
18 민석, 생일 맞다 17.12.14 76 0 10쪽
17 다희, 숏 커트하다 17.12.13 62 0 9쪽
16 다희, 아기 갖다 17.12.12 73 0 9쪽
15 엄마, 그리운 이름 17.12.11 181 0 9쪽
14 윤슬, 파도 타다 ( 3 ) 17.12.08 75 0 9쪽
13 윤슬 파도 타다 ( 2 ) 17.12.07 82 0 10쪽
12 윤슬, 파도 타다 ( 1 ) 17.12.06 75 0 7쪽
11 오월, 푸르른 날에 +2 17.12.05 106 0 9쪽
10 연지 찍고 곤지 찍고 17.12.04 112 0 9쪽
9 아민부부의 밀월여행 17.12.01 82 0 9쪽
8 특별한 프로포즈 17.11.30 119 0 9쪽
7 주희, 서울에 오다 17.11.29 76 0 9쪽
» 눈꽃, 그리기 17.11.28 120 0 9쪽
5 사랑, 보듬다 17.11.26 94 0 8쪽
4 겨울 숲, 울음소리 +2 17.11.24 107 1 9쪽
3 다시 날아오르다 17.11.23 97 1 8쪽
2 백조 날지 못하다 +2 17.11.21 124 1 9쪽
1 오르쉐 미술관에서 17.11.20 164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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