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푸른수선화 님의 서재입니다.

다 부르지 못한 노래

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김한나
작품등록일 :
2017.11.20 09:18
최근연재일 :
2017.12.17 22:45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1,986
추천수 :
4
글자수 :
79,679

작성
17.12.13 07:39
조회
62
추천
0
글자
9쪽

다희, 숏 커트하다

오르쉐에서의 첫 만남 그리고 유다희와 강민석의 학교 캠퍼스의 두번 째 만남으로 그들은 서로 사랑하게 된다.




DUMMY

어느 날 오전에 다희는 아민에게 전화를 했다. 사실 그녀도 임신으로 입덧이 심하여 침대에 누워있었다.

“ 아민아. 뭐해?”

“ 응. 그냥 있다. 넌?”

“ 나. 미장원에 가고 싶은데... 같이 가줬으면 해서.”

“ 그래. 곧 갈게.”

다희의 미장원 가자는 말을 그냥 흘러 들을 수 없었다. 아민이도 어제 영양제를 맞

고 겨우 몸을 추스렸다.


택시를 타고 다희의 오피스텔에서 내려 걸어가고 있었다. 차임벨이 울리고 다희가 웃으며 문을 열어주었다.

“ 와줘서 고마워.”

“ 얘는.”

“ 어서 들어와.”

“ 너 그런데 얼굴이 왜 그래? 입덧이 나보다 더 심한가보다.”

“ 새 생명이란.”

“ 우리들도 그랬겠지 뭐.”

“ 나 머리 자를까 해서 ”

“ 긴 머리를 어떻게 자르니?”

“ 정말 오랫동안 긴 머리였는데... 이제 그만 자르기로 했다.”

“ ...”

“ 어디로 갈 건데?”

“ 워커힐 3층에 엄마가 다니더라. 나도 한번 따라갔어.”

“ 가깝네. 가자.”

두 사람은 미장원에 들어서고 있었다. 다희는 어머니의 머리를 해주던 이 선생을 찾아서 그녀에게 말했다.

“ 어머니와 함께 왔었는데 기억나나요?”

“ 맞다. 사모님이랑 같이 왔었죠?”

“ 네. 짧게 잘라주세요.”

“ 아까워서 어떻게요.”

“ 이젠 지겨워서요. 정말 오랫동안 길렀거든요.”

“ 그래도... 자리로 앉아요.”

의자에 앉자 그녀는 긴 머리칼을 싹둑싹둑 자르기 시작하더니 오래오래 다듬고 있었다.

거울속의 그녀가 짧은 머리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아민이가 곁에서 더욱 생기발랄해 가는 그녀를 보며 좋아했다.

“ 잘 어울린다.”

"그러니?"

다희가 마음속으로 말했다. '그가 매일 샤워 후 내 머리칼을 만지며 드라이하는 것 힘들어 보였단다. 이 머리는 드라이가 필요 없잖아 나는 더 이상 그에게 짐이 되기 싫어 '

다희가 아민을 보며 활짝 웃어주었다.

두 사람은 미용실을 나섰다. 그리고 가까운 곳에서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며 오후를 보내고 있었다.

“ 다희야. 나 가야해. 그이가 일찍 퇴근한다고 했거든 .”

“ 그래? 어서 가봐. 하루 종일 널 잡고 있었네?”

“ 아니. 또 놀러올게.”

집에 돌아와 둘이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던 아민이가 다희의 등을 어루만지고 나서 현관을 나섰다.

자동으로 문이 닫히고 나자 그녀는 거실에 있던 찻잔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창가로 가서 한강을 보았는데 물 위로 커다란 물고기가 공중으로 솟아오르다 한강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민석이가 퇴근하고 돌아와 그녀의 머리를 보고 놀랐다.

“ 머리를 잘랐네? 잘 어울린다.”

“ 이젠 여름이 되어 무덥고 귀찮아서.”

“ 그래? 예쁘다.”

“ 나 배고프다.”

“ 응 아줌마가 식탁에 차려놨는데. 국이 식어서.”

“ 내가 할게.”

민석은 인덕션으로 다가가서 불을 켰다. 그리고 양복 윗옷을 벗어 식탁의자 뒤에 걸쳐놓았다.

그들은 마주 앉아서 식사를 하기 시작하고 다희가 이내 수저를 내려놓았다.

“ 왜?”

“ 아민이가 와서 늦게 점심을 먹었더니 생각이 없네.”

“ 응. 미용실에 같이 갔구나? 아민이도 잘랐니?”

“ 나만 잘랐어.”

민석이는 마주 바라보는 그녀에게 눈웃음을 보내고 다시 밥을 먹기 시작했다.

“ 민석씨 오늘은 나 머리 감지 않아도 돼. 미장원에서 머리 감겨줬거든.”

“ 그렇구나.”

식사를 끝내고 대충 식탁을 정리한 민석이가 소파에 앉아 있었다. 뭔가 생각에 잠긴 모습이었다.

오늘 아침에도 머리 자른다는 말이 없었는데... 그 마음을 내가 알 수 없어 다희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

“ 무슨 생각을 하고 있어?”

“ 응. 아무 것도... 곧 현충일인데 너 창덕궁에서 오디 먹는다 했지?”

“ 맞다. 같이 가요. 따지 않아도 그냥 떨어져 있는 것 주워 먹어도 돼.”

“ 재밌겠다. 우리 같이 가자.”

민석이가 샤워를 하면서 물줄기를 가장 세차게 틀어놓고 울어버렸다. 다희가 머리를 자른 것은 자신을 위한 배려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입덧으로 못 먹어서 더 야위어가는 그녀가 너무 안타까워 그냥 마음 놓고 울어버렸다.


현충일에 두 사람은 창덕궁에 가서 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창덕궁을 돌아보았다. 그러나 그들은 마지막에 뒤로 약간 천천히 걸어 다리 건너기전에 땅 위에 까맣게 떨어져있는 오디를 볼 수 있었다.

그가 주워서 그녀 손수건 위에 가득 놓아주었고 함박웃음으로 기쁨을 표시했다. 두 사람은 천천히 창덕궁 옆 주차장으로 갔다.

점심은 시댁에서 먹기로 약속이 되어있어 주차장에서 두 사람은 함께 집으로 갔고 오디를 먹으며 그에게도 건네었다.

집에 도착할 때에는 두 사람 모두 입이 진보랏빛으로 변해 있었다.

“ 너 입술 빛이 달라졌다.”

“ 나? 민석씨도 마찬가지야.”

“ 그래. 우리 너무 웃긴다.”

“ 맞아.”

시댁에 들어서자 어머니가 두 사람을 보고 크게 웃다가 이내 작은 소리로 웃는다.

“ 너희들 뭘 먹었니?”

“ 오디. 맛있던데?”

“ 어디서 샀니?”

“ 아니 창덕궁에서 주워서.”

“ 창덕궁에서 그럴 시간이 없을 텐데?”

“ 그냥 뒤로 빠져서... 오다가 다 먹어서 어머니한테 드릴게 없네.”

“ 난 괜찮아. 입덧이 나서 그런 거구나?”

어머니의 말에 다희의 얼굴이 붉어졌다.

“ 나도 입덧으로 고생 좀 했단다.”

“ 네.”

“ 생각지도 못한 게 떠올라서... 어서 들어 와. 서재에서 기다리고 계셔.”

“ 네.”

어머니의 뒤를 따라 두 사람은 서재로 들어갔다. 아버지도 두 사람을 보며 빙그레 웃었다.

“ 오르라 수고했다. 다희 너도...”

“ 아니에요.”

“ 민석이 방으로 가서 좀 쉬어라.”

“ 괜찮습니다.”

“ 너 민석이 말고 다희.”

“ 네. 그럼 올라갑니다.”

휠체어로 올라가지 못해 민석은 그녀를 업고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그 방안 책상 위에는 화려한 꽃다발이 놓여있었다.

그가 침대에 있는 다희에게 꽃다발을 안겨주었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고 꽃다발 속에 어머니가 쓴 쪽지가 들어있었다.

‘다희야. 축하한다. 우리도 내년엔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겠구나. 힘들텐데 잘 이

겨내고 ... 고맙다.’

다희는 쪽지를 읽으며 기어이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민석이가 다가와 쪽지를 보고나더니 그녀를 놀렸다.

“ 울보랍니다. 다희는 울보래요.”

“ 민석씨... 너무 고마워요.”

얼마나 지났을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더니 쟁반에 오미자차를 들고 어머니가 들어왔다.

“ 어머니 고맙습니다.”

다희의 말에 그냥 그녀를 살짝 안아주며 어머니가 앉았다. 그리고 민석이를 바라보았다.

“ 어제 주희가 전화했어. 곧 결혼식 뉴욕에서 올린다고...”

“ 주희가? 하긴 거기에서도 해야겠지.”

“ 비행기 표를 몇 장사야 되냐고 하더라. 오늘 오빠 온다고 했으니까 결정되면 연락한다고 했다.”

“ 다희는 무리고 세 장만 사면되겠네. 언제래요?”

“ 아무래도 아버지도 너도 강의가 끝나고 요즘 더워도 워낙 냉방시설이 잘 되어있

어서... 칠월 중순경이면 좋겠다. 그치?”

“ 그렇게 하라고 해요.”

“ 알았다. 이거 받아라.”

다희에게 어머니가 봉투를 내밀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 아니에요. 어머니 괜찮아요.”

“ 내가 괜찮지 못해서 그래. 친정 가깝다고 너무 무심했다.”

“ 고맙습니다. 어머니”

“ 그래. 태명은 뭐니?”

“ 강 다민”

“ 예쁘네. 남자든 여자든. 어울리는 이름이다.”

“ 네.”

다희가 어머니에게 잡힌 손을 빼며 말하자 어머니가 그녀의 등을 부드럽게 두드려주었다.

민석이가 물끄러미 바라보며 웃어주었다. 그 날 저녁 식사를 함께 하고 그들은 집으로 돌아왔다.


피곤한 다희가 샤워도 못하고 그냥 잠들었고 먼저 씻고 나온 민석이가 그녀를 오래도록 바라보고 있었다.

거의 열두시가 되어서야 눈을 뜬 다희가 곁에서 자고 있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자신이 옷도 갈아입지 못하고 잠든 것을 알고 일어나려 하자 민석이도 눈을 떴다.

“ 내가 잠들었나봐. 자는 모습이 너무 평안해 보여서 어서 씻자.”

“ 응. 혼자해도 돼. 물만 받아줘요.”

“ 알았어. 들어가자.”

샤워를 하기위해 들어갔지만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민석이가 샤워기를 틀고 온도를 조절한 후 나갔고 다희는 혼자서 씻기 시작했다.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인지 그녀의 눈물인지 오래도록 그렇게 앉아있었다.




두 사람은 아이와 함께 빛나는 빛속으로 하늘로 오르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다 부르지 못한 노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0 아름다운 빛속으로 +2 17.12.17 69 0 9쪽
19 서귀포 앞 바다는 눈부시다 17.12.15 91 0 11쪽
18 민석, 생일 맞다 17.12.14 76 0 10쪽
» 다희, 숏 커트하다 17.12.13 63 0 9쪽
16 다희, 아기 갖다 17.12.12 73 0 9쪽
15 엄마, 그리운 이름 17.12.11 181 0 9쪽
14 윤슬, 파도 타다 ( 3 ) 17.12.08 75 0 9쪽
13 윤슬 파도 타다 ( 2 ) 17.12.07 82 0 10쪽
12 윤슬, 파도 타다 ( 1 ) 17.12.06 75 0 7쪽
11 오월, 푸르른 날에 +2 17.12.05 106 0 9쪽
10 연지 찍고 곤지 찍고 17.12.04 112 0 9쪽
9 아민부부의 밀월여행 17.12.01 82 0 9쪽
8 특별한 프로포즈 17.11.30 120 0 9쪽
7 주희, 서울에 오다 17.11.29 76 0 9쪽
6 눈꽃, 그리기 17.11.28 120 0 9쪽
5 사랑, 보듬다 17.11.26 94 0 8쪽
4 겨울 숲, 울음소리 +2 17.11.24 107 1 9쪽
3 다시 날아오르다 17.11.23 97 1 8쪽
2 백조 날지 못하다 +2 17.11.21 124 1 9쪽
1 오르쉐 미술관에서 17.11.20 164 1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