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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수선화 님의 서재입니다.

다 부르지 못한 노래

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김한나
작품등록일 :
2017.11.20 09:18
최근연재일 :
2017.12.17 22:45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1,989
추천수 :
4
글자수 :
79,679

작성
17.11.24 09:45
조회
107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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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겨울 숲, 울음소리

오르쉐에서의 첫 만남 그리고 유다희와 강민석의 학교 캠퍼스의 두번 째 만남으로 그들은 서로 사랑하게 된다.




DUMMY

4 부 겨울 숲, 울음소리


겨울방학이 시작되었고 민석은 혼자 강원도로 스키여행을 떠났다. 유학시절 산악스키도 탔던 그는 폭설이 쏟아지고 있는 평창의 한 스키장에서 스키를 타고 있었다.

그는 소나무 가지마다 꽃처럼 쌓인 곳에서 그만 털썩 주저앉아 오열하기 시작했다. 민석은 스키를 곁에 아무렇게나 두고 곁의 소나무를 끌어안고 그렇게 통곡하고 있었다.

그의 몸 위로 하얀 눈이 떨어지고 있었다. 사방은 고요하고 산새들도 숨죽이고 통곡소리를 듣는 듯했다.

소나무 위에 눈꽃들이 떨어지고 어디선가 장끼 한 마리가 힘껏 날개 짓을 하며 날아가고 있었다.

그는 얼어붙은 듯이 앉아서 울고만 있었다. 그렇게 오래도록 통곡하던 그가 눈물을 닦으며 일어난 얼굴에 결연한 의지가 엿보였다. 그날 밤 쏟아지는 함박눈을 맞으며 오래도록 서 있었다.

다음날 오전에 민석은 차를 몰고 서울의 다희네 아파트 앞에 오래도록 차안에 앉아

있었다.

그날 밤에 만취한 민석은 집에 들어가 이층 방으로 오르면서 혼자 횡설수설했다. 그의 어머니는 평소와 다른 흐트러진 아들을 보며 무언가 말 못할 일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다음 날 해가 중천에 떴어도 아들이 일어나지 않자 어머니는 이층으로 올라가 방문을 열었다.

베개에 얼굴을 묻고 일어나지 못한 아들의 얼굴을 돌려보았다.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었고 눈동자는 충혈 되어있었다.

“ 이게 무슨 일이니?”

평소의 아들답지 않는 것에 어머니는 겁이 덜컥 났다. 민석이가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나 어머니를 끌어안았다.

“ ...”

“ 요즘 너답지 않아.”

“ ... ”

“ 무슨 일 있는 거지?”

“ 나 결혼할까?”

“ 그럼. 엄마는 환영하지. 누군데?”

“ 아버지는 집에 계셔?”

“ 아니 오늘 점심 교수들하고 약속했다고 나가셨어.”

“ 그럼. 아버지 오시면 이야기할게요.”

그리고 민석은 이불을 머리 위까지 올렸고 어머니는 환한 얼굴로 방을 나섰다. 방문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그는 평소에 즐겨 듣던 에디뜨 삐아프의 ‘ 사랑의 찬가’를 볼륨을 최대치로 하여 방안에 가득 넘치도록 울리게 했다.

그녀의 호소력 있는 노래가 더욱 아프게 하고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있었다. 저녁시간에 거실에 앉은 민석과 그의 부모들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어머니는 결혼이야기가 나오지 않자 민석을 바라보며 눈짓을 했다.

“ 아버지. 저 결혼하고 싶습니다.”

“ 듣던 중 반가운 말이네. 상대는 누군데.”

“ 유다희라고 저희학교 무용과 학생인데 이월에 졸업합니다.”

어머니가 놀란 얼굴로 말했다.

“ 무용학과 학생들은 부잣집 딸이잖니? 난 평범한 집 아이가 좋아.”

“ 여보. 그건 몰라요. 가정교육이 중요한 거지. 말해 봐.”

“ 아버지는 병원 운영하고 어머니는 그냥 주부입니다.”

“ 그 집에도 말했니?”

“ 아직 아닙니다. 그런데 다희가 몸이 아파서...”

“ 뭐? 아프다고?”

“ 올 가을에 발병을 했어요.”

“ 무슨 병인데?”

“ 루 게릭...”

그리고 민석은 부모님 앞에 무릎을 꿇었고 말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어머니도 아버지도 아들을 바라보았다.

아버지는 그냥 거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고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어머니도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거실에서 눈물만 흘리던 그도 조용히 일어나 자신의 방으로 올라가 커튼을 걷고 마당을 내려다보았다.

함박눈이 쏟아지는 곳에서 아버지가 어머니 등을 두드려주는 모습이 그를 더 아프게 했다. ‘ 정말 죄송합니다.’그대로 서 있었다.


유 다희 스무 세 살 꽃다운 나이에 피지도 못한 채 무너져버리는 삶에 그녀도 어머니도 가혹한 처사라며 울부짖는다.

“ 이건 아니지요. 당신에게 난 충성스런 성도가 되지못했나요?”

평소의 어머니답지 않게 목 놓아 울부짖었다. 그러나 딸 앞에서는 그냥 웃어주며 말을 하곤 했다.

“ 이건 우리가 이길 수 있는 시험일거야.”

“ 엄마.”

어머니는 딸을 끌어안았다. 졸업무대에 오르고 나서 집으로 온 다희는 그냥 자신의 방에서 한강이 흐르는 것을 하루 종일 바라보고 있었다.

다만 병의 진행을 느리게 할 수 있다는 약만 처방받아 복용할 뿐이었다. 아민이가 다희를 보려 집을 찾아왔는데 예전과는 달리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며 그것도 마음에 걸렸다.

“ 오늘 우리 영화나 볼까?”

“ 싫어. 그냥 집에 있을래.”

“ 너 영화 좋아했잖아.”

“... ”

다희가 말을 하지 않자 아민이도 옆에서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고 말았다. 단짝 친구 아민이가 와서 함께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도 마음은 아팠다.

여전히 우울한 날들을 보내고 있었고 아민이도 그녀에겐 아무런 즐거움도 주지 못했다.

“ 아민아 나 피곤해.”

“ 갈께.”

방문을 열고 침대로 가 눕는 다희를 보고 나서 그녀는 아파트를 나왔다. 뭐라 알 수 없는 슬픔과 함께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아민은 아파트 언덕을 걸어가며 손을 들고 하늘을 향해 마구 울분을 쏟아내었다.

“ 하나님. 난 당신을 믿지 않아요. 하지만 다희는 모태신앙인이잖아요? 왜 그런 내 친구에게 이런 병을 주셨어요?”

아민이는 자신도 알 수 없는 말들을 토해내고 있었다.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아파트 입구에서 장미꽃 한 아름 안고 민석이 그녀를 기다리

고 있다. 다희가 초췌한 얼굴로 그에게 다가왔고 두 사람은 집으로 들어갔다.

다희의 뒤를 따라 들어서는 민석을 보며 애써 외면하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옆모습에서 깊은 슬픔을 보았다.

다희 옆에 무릎을 꿇고 민석이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 우리들의 결혼을 허락해주십시오.”

그의 목소리가 심하게 떨려나왔다. 그리고 긴 침묵의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 세상 어떤 부모가 이 결혼 승낙 하겠는가?”

다희 아버지가 민석에게 애써 감정을 누르고 말했다. 이 한마디가 모두에게 비수처럼 날아와 꽂혀 거실 안은 순식간에 울음바다가 되었다.


집에 돌아 온 민석은 그들의 결혼을 양가에서 쉽게 승낙하기는 어려울 것을 알았다. 세상에 그 어떤 부모가 그들의 결혼을 흔쾌히 승낙하겠는가? 역시 민석 부모도 완강히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부모를 설득할 수 없어 민석은 제 방으로 올라가 문을 걸어 잠그고 단식투쟁에 들어갔다.

일주일이 지나도 그의 단식투쟁은 계속 되었다. 아버지는 아침식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며 말했다.

“ 우리가 져야지. 어쩌겠소? 하루를 살아도 사랑하는 아이와 산다는 데”

“ 내 피가 다 마르는 거 같아요. 어쩜 좋아요. 저러다 죽이겠어요.”

“ 당신이 가서 내려오라고 해봐요. 이야기 좀 합시다.”

“ 알았어요.”

어머니는 이내 이층 아들 방으로 가서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 아버지께서 보자고 하신다. 얼른 내려와라.”

“ ...”

대답이 없자 어머니가 방문을 열고 들여다보았다. 머리가 헝클어진 채로 눈만 껌벅이며 누워있는 아들을 보았다.

지친 민석이는 일어날 힘도 없어 누워있었다. 어머니는 아들의 손을 와락 잡고 통곡을 했다.

“ 사랑이 뭔데... 이게 뭐야.”

아내의 통곡에 이층으로 뛰어올라온 아버지도 아들의 얼굴을 보며 그 자리에 서버렸다.

민석의 단식투쟁은 결혼 승낙으로 끝을 맺었지만 아직 다희 가족의 결단이 남아있었다. 다시 워커힐 아파트를 찾아간 그는 다희 부모 앞에 끓어 엎드려 결혼을 승낙해주시라고 말했다.

“ 상대방에게 짐이 되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고 보네. 내 딸을 사랑한다는 자네의

말을 못 믿는 게 아니라네. 형편을 잘 알잖나?”

“ ... ”

다희 부모는 그저 말없이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선남선녀 루 게릭 병만 아니라면 딸의 훌륭한 신랑감이었다. 그러나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그건 아니었다. 천 번을 생각해도 아닌 건 아닌 것이다.

그렇게 민석은 또 돌아갔다. 다희는 그가 현관문을 열고 나가는 소리를 들으며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겨울방학이 끝나갈 무렵 민석은 다희 부모에게 와서 내일은 집에 같이 가야한다고 말했다.

“ 그건 무슨 말인가? 다희를 데려가다니?”

“ 그렇습니다. 부모님들께서 다희를 보고 싶어 합니다.”

“ ... ”

“ ... ”

“ 어려운 결정을 하셨네.”

“ 내일 오전 열시에 다시 오겠습니다.”

민석의 말에서 힘이 느껴졌다. 그리고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다희가 코트를 걸치고 힘들게 뒤따라 나섰다. 민석 옆자리에 앉아서 다희는 주저함 없이 말했다.

“ 나 못가요. 민석씨.”

“ 다희야 아직도 뭘 망설이는 거니.”

“ 날 잊어버려요. 우리가 만나지 않았던 일 년 전으로 돌아가요.”

“ 단 하루만이라도 너와 바다위로 아침 해가 뜨는 걸 보고 싶다.”

민석은 눈물을 흘리는 그녀를 꼭 안아주자 그의 쿵쾅거리는 심장소리가 들려왔다.




두 사람은 아이와 함께 빛나는 빛속으로 하늘로 오르고...


작가의말

독자분들이 사는 곳이 어딘지 몰라도 여기는 어느 시인의 시처럼 정말 밟으면 사라지는 습자지 눈이 왔네요. 어린 시절 시골집 창호지문 밖으로 눈이 내리는 그 고요한 소리가 그리운 아침입니다. 오늘 하루도 평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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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2 kk*****
    작성일
    17.11.24 20:59
    No. 1

    습자지 눈!
    작가님 다운 표현입니다. 여기 충주 변두리에는 10센티미터의 함박눈이 쏟아졌답니다. 첫눈치고는 참 많이 온거랍니다. 눈이 사라지기전에 찰칵! 지인들에게 보냈지요.
    장독대에 소복히 쌓였던 그 많은 눈 오후가 되니 요술처럼 깜쪽같이 사라졌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3 김한나
    작성일
    17.11.24 23:03
    No. 2

    서울엔 1.5쎈티의 눈이 왔지요. 충남에 사는 내 동생이 눈덮힌 해바라기 꽃 위로 날아오는 곤줄박이를 찍어보냈는데 너무 예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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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다희, 아기 갖다 17.12.12 73 0 9쪽
15 엄마, 그리운 이름 17.12.11 181 0 9쪽
14 윤슬, 파도 타다 ( 3 ) 17.12.08 75 0 9쪽
13 윤슬 파도 타다 ( 2 ) 17.12.07 82 0 10쪽
12 윤슬, 파도 타다 ( 1 ) 17.12.06 75 0 7쪽
11 오월, 푸르른 날에 +2 17.12.05 106 0 9쪽
10 연지 찍고 곤지 찍고 17.12.04 113 0 9쪽
9 아민부부의 밀월여행 17.12.01 83 0 9쪽
8 특별한 프로포즈 17.11.30 120 0 9쪽
7 주희, 서울에 오다 17.11.29 76 0 9쪽
6 눈꽃, 그리기 17.11.28 120 0 9쪽
5 사랑, 보듬다 17.11.26 94 0 8쪽
» 겨울 숲, 울음소리 +2 17.11.24 108 1 9쪽
3 다시 날아오르다 17.11.23 97 1 8쪽
2 백조 날지 못하다 +2 17.11.21 124 1 9쪽
1 오르쉐 미술관에서 17.11.20 164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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