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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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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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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22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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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를 끝낼 준비3

DUMMY

발해에 처음 온 사람들이 제일 놀라는 이유가 무엇일까.


잘 닦여진 도로?


물론 발해의 도로는 잘 닦여진 편이긴 하나 솔직히 놀랄 만한 것은 아니다. 당나라에 가면 이만한 도로가 깔린 곳이 아예 없지는 않기 때문.


고층 건물들?


이것도 딱히 놀랄 만한 것은 아니다. 고층이라고는 하나 놀랄 정도의 고층은 아니었고 규모가 큰 건축물이라 하면 오히려 당나라에 더 많다.


의외겠지만 가장 놀라는 것은 바로 패션이다.


발해의 의복은 기존 국가들보다 조금 이질적인 것도 섞여 있거니와 여성 의복 중에 윗가슴과 쇄골, 특히 다리를 무릎까지 노출하는 복장이 심심찮게 보이는 것이다!


가슴을 약간 노출하는 거야 이미 당나라에서도 심심찮게 보이는 것이지만(참고로 발해의 노출도는 당나라의 그것보다는 덜하다.) 다리를 노출하는 것은 어디에서도 쉬이 볼 수 없는 귀한(?) 광경이었다.


사실 이건 지영의 탓이 컸다(원 역사랑 좀 다른 부분이 있다면 대부분 이 인간이 원인이다.). 공식 석상에 부인들을 대동하며 패션쇼를 하니 자연스럽게 위에서 아래로 물 흐르듯 퍼진 것.


당연히 문제가 될 만한 복장이었지만 그 대상이 대상인지라 별일이 없었다. 문란하다고 하기엔 지저분한 여자관계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하다못해 흔한 첩 하나 없다. 그렇다고 부부 관계가 소홀하냐 하면 그건 또 아니었고 평소에 받는 지지도 있는지라 유행처럼 퍼진 것.


숭하다 숭하다 하면서도 남자라면 자연스럽게 눈이 가는 광경이라 이번에 새로 대사로 부임한 고덕은 솟아오르는 입꼬리를 애써 억누르며 궁으로 향했다.


“... 혹시 외신이 잘못 들은 것인지요?”


아까까지의 좋았던 기분이 무지개처럼 사라지는 것을 느끼며 되물었지만 돌아오는 답은 변함 없었다.


“흠, 날이 더웠나 보군. 대사, 다시 말하오만 조약을 체결할 당시와 지금과는 여러 부분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소. 변화한 안보적, 경제적 상황 등을 고려할 때 나와 우리 정부는 과거에 맺었던 남북 방위동맹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여 내년 이내로 재협상할 것을 귀국 국왕과 정부에 통고하는 바이오.”

“... 그 말씀은 동맹을 파기하겠다는 소리이온지.”


“흠, 오해가 있나 보군. 어디까지나 검토요, 검토. 파기하겠다는 말은 한 적이 없소만.”


그 말에 고덕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 말이 그 말 아닌가. 지금 검토하자는 건 곧 파기하자는 것과 마찬가지다.


양국의 관계를 호전시키고자 특별히 왕족인 자신이 파견되었는데 조약을 재검토하는 소식을 처음으로 전해야 한다는 사실에 속이 쓰려오기 시작했다.


“양국은 백 년이 넘는 동안 동맹이었습니다. 당연히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만.”


“물론이오. 내 그걸 모르겠는가?”


알면 이런 짓거리를 하지 마십시오! 라고 당당하게 소리치고 싶었지만, 그는 어엿한 외교관이자 사회인이었다. 더럽고 치사하더라도 꾹 참을 능력 하나는 뛰어난 편이었다.


그리고 사실 엄연히 틀린 말은 아니다. 이 조약은 엄연히 갱신형이었고 한 국가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협의하에 조건을 조금 바꿀 수 있으니까. 물론... 지금의 상황이 문제지만 아무튼 원론상으로는 틀린 것이 없다.


그는 자신의 생각이 틀렸길 빌면서도 고구려로 보낼 보고서 마지막 줄에 한 문장을 더했다.


‘상상하고 싶지는 않으나 최악을 고려할 필요 있음.’


안타깝게도 그의 상상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냉병기 생산 인력의 삼 할 내지 사 할만 남기고 모두 새로 건설된 하남 조병창으로 옮겼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기존에 생산량을 예측한 것에서 오 할 정도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훌륭하네. 얼마 전 조병창을 방문했는데 아주 후끈하더군. 시설도 빵빵하고 말이야.”


이미 대략적인 화약 무기 생산은 시작되었다. 모르긴 몰라도 전쟁 전 한 개 여단을 무장시킬 정도는 충분히 될 것이라고 모두가 예상하고 있었다.


아니, 인원을 재배치하기 이전에도 이미 한 개 여단을 무장시킬 수 있었으니 어쩌면 더 많은 병력을 무장시킬지도 모르고.


“조약 갱신 검토를 통보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네만”


기민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되물었다.


“괜찮은 겁니까? 전쟁 준비를 하기 위해서는 삼 년 정도는 더 필요했습니다만.”


“인원을 늘렸지 않나.”


“그야... 그렇긴 합니다만.”


“그리고 조약 검토를 하는 데에만 시간이 소요될 것이고 그 뒤로도 몇 가지 공작을 더 할 생각이네. 삼 년보다는 약간 짧아지겠지만 큰 변화는 없을 걸세.”


동원령의 선포는 장단점이 너무나도 뚜렷했다.


우선 인력이 여유가 생기니 전투 병력을 온전하게 전장에 투입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전선의 인력을 신속하게 보충해줄 수 있으며 별로 권장되지는 않지만, 급히 훈련해 추가적인 병력을 투입할 수 있게 된다.


단점이라면 우선 전의를 끌어낼 필요가 있었고 동원령을 한다는 것 자체가 국가의 성장 동력을 깎아먹는 행위였으며 무엇보다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의도가 명확하게 드러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시간이면 고구려는 일차적인 방어 준비 정도는 확실하게 할 수 있었다. 고구려의 준비가 되면 될수록 발해가 흘려야 하는 피는 늘어난다. 그러니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여야 했다.


“하긴... 동원령을 선포하려면 시간이 걸리긴 하죠.”


“음, 뭔가 하나는 놓칠 수밖에 없지.”


일이 이렇게 풀리니 고구려로서는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순 미친놈들 아닌가!”


“허허, 이 무슨 어리석은 짓인지...”


“저들의 흑심이 드러났으니 속히 대비를 하셔야 합니다!”


당나라는 혼란스럽고 고구려와 발해는 힘을 충분히 비축했다. 그러니까... 두 국가가 힘을 합쳐 중원에 진입할 각이 충분히 있었다는 뜻!


힘을 합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겠지만 두 국가가 힘을 합치면 병력만 삼십만을 넘게 동원 가능한데다 인구만 천만이요. 식량, 물자가 모두 넉넉한 강국이 된다.


중국 주위의 이민족들도 이때다 하고 들어갈 테니 전부를 얻지 못하더라도 충분히 넓은 땅을 흡수할 수 있었던 것.


지금이야 관리가 안 되어서 그렇지 중원은 중원이다. 제대로 관리만 한다면 한 개 도로 한 국가의 힘을 뽑아낼 수도 있는 그야말로 기회의 땅.


당연히 발해도 이를 알 것이고 중원을 욕심내리라 생각했기에 이들이 받은 충격은 상당했다.


온건파들도 이번만큼은 입을 열기 어려웠다. 여기서 ‘진짜 조건을 재논의하기 위해서’라고 머리에 꽃밭 가득한 주장을 할 만큼 멍청한 사람은 적어도 여기에는 없었기에.


“당장 쳐들어가야 합니다!”


“무, 무슨! 말도 안 되오!”


그렇다고 저렇게 극단적인 주장을 한다면 반대 의견을 내놓을 수밖에 없긴 했지만.


“그러면 앉아서 적을 기다리란 말이오!”


“적어도 지금은 안 됩니다! 지금 쳐들어간다면 남들이 보기엔 우리가 먼저 혈맹을 배신하는 것처럼 보일 것입니다. 다른 나라들이야 그렇다 치고 발해 백성들을 도대체 어찌 관리하려 그러십니까? 많게는 우리의 두 배나 되는 백성을 거느린 나라입니다. 그럴듯한 이유 없이 쳐들어간다면 도리어 우리가 무너질 것입니다.”


마음에는 들지 않는 소리였지만 안타깝게도 일리가 있었기에 한순간 대전에 고요함이 찾아왔다.


만약에 뒤통수를 후린다? 처음에야 쭉쭉 밀고 나가겠지만 발해가 대처하기 시작한다면 전황은 어떻게 뒤바뀔지 모른다. 무엇보다도 상대해야 하는 적이 고작해야 십몇만 언저리에서 순식간에 몇십만, 몇백만으로 불어날지도 모르고.


어쨌건 모두가 보기에 발해는 그저 동맹에 대해 논의하자고 한 것이 아닌가? 내부적으로 준비를 하는 것이라면 몰라도 선제적 공격은 힘들었다.


하지만 이렇건 저렇건 고구려의 조정은 하나의 결론을 내렸다.


대비해야 한다!


...


이 두 나라의 은근한 경쟁에 제풀에 놀란 나라가 하나 있었으니 바로 당나라였다.


마치 피자 나뉘듯 쫙쫙 나뉜 당나라가 갑자기 왜 한반도-만주 사정에 놀라냐... 하면 여기엔 의외로 깊은 이유가 있었다.


우선 당나라의 상황. 다들 알겠지만, 당나라는 절도사들에 의해 나뉜 상태다. 디테일은 조금 다르겠지만 마치 삼국지의 군웅할거를 상기하면 간단하다.


즉, 엄연한 내전이고 승리하는 쪽이 황제를 끼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잡는... 그런 상황이다. 끽해봐야 황실과 혈연을 맺고 왕작을 받는 수준에서 그친달까? 물론 황제 입장에서는 복장 터질 일이지만 어쨌건 황실이 있어야 권력이 유지되는 것이기에 일단 황제는 멀쩡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원 역사의 주전충은 그런 욕심을 넘어서 스스로 황제가 되긴 했지만, 그 외의 세력들은 그 욕심까진 내진 않았다.


하지만 만약 여기서 외국 세력이 끼어든다면 이야기가 많이 달라진다. 발해나 고구려나 한가락씩 하는 나라들이고 지금의 중원 상황이라면 충분히 중원 내의 상황을 어느 정도는 주도할 수 있는 힘을 가졌다.


각 국가의 힘이 이럴진대 하물며 두 나라가 연합해서 들어온다면 막을 세력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했다. 이 두 나라가 중원을 먹으면 과연 ‘황제 폐하 만세!’를 외칠까? 아예 갈아엎고 반씩 나눌 가능성이 훨씬 높았다.


그런데 이 두 국가가 자세한 사항은 모르지만 서로 물자를 쌓고 전쟁 준비를 하는 것 같다고?


“절대, 절대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아니 되느리라!”


자신의 목과 함께 나라가 함께 사라지는 환상을 생생하게 체험한 이엽은 기겁하며 얼마 없는 재산을 털어 진짜로 두 나라의 다툼인지, 아니면 안심시키고 힘을 합쳐서 쳐들어오려는 것인지 알아보게 했다.


원래라면 어려운 일은 아니었겠지만 워낙에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 자체가 작아진 황제인지라 결과는 장담하기 어려웠다.


음으로 양으로 향한 사신 중 일부는 지영을 만나...


“... 이렇기에 천자께서 심히 걱정하시고 계십니다.”


“아아, 별일 아니오.”


“하오나...”


“흠... 그래, 내 천자께서 걱정하시는 것이 무엇인지는 알겠네. 그래, 이리하는 게 어떤가? 결국엔 양국이 다투는 것이 신경 쓰인다는 것 아닌가. 내 양국이 다투지 못하게 저 고구려에게 서신을 보내 우리의 군을 천자께 보내겠네. 마침 천하에 역적이 가득하다 하니 양국이 힘을 합쳐 천자를 모신다면 이보다 더 아름다운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그 말에 당나라 사신은 넘어가려는 숨을 겨우겨우 붙잡고 애써 사양했다. 계속 보내주겠다는 걸 감격한 척 하며 무릎을 꿇고 대가리를 박아가며


“흐음, 하긴, 천자께서 하시는 일인데 괜히 이 미욱한 신하가 나서서 일을 그르치면 안 되겠지.”


라는 답을 받아내고서야 놀란 가슴을 몰래 쓸어내릴 수 있었다.


“... 정말 필요 없겠나? 천군만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나름 도움이 될 것인데.”


“정말, 정말 괜찮사옵니다, 전하! 그 마음만으로 천자께서도 전하의 그! 뜨거운! 충성을 알아주실 것이옵니다!”


지영은 정말 아쉽고 죄스럽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듣자 하니 백 년 넘게 묵은 요물이라더니... 정말 사람을 머리끝까지 화나게 하는 재주 하나만은 뛰어난 모양이었다.


작가의말

발해: 우리가 도?와 줄까?

당나라: 제발 오지 마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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