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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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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10.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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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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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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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쪽

504화 천하의 사지(四肢)

DUMMY

504화 천하의 사지(四肢)


대리국 내각 대학사 송헌책은 생각했다.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닌데 말이지.’


국왕인 임경업의 고민을 가벼이 여길 생각은 아니다.


송헌책은 전에 임경업을 만난 이래 그를 높이 샀으며, 이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송헌책은 진심으로 이것이 쓸데없는 고민이라고 여겼다.


물론 할 수 있고, 해도 된다.


그러나 배에 올라 먼 길을 가면서 풍랑이 이는 걸 본 순간, 배에 타지 말 걸 그랬다는 건 그저 푸념에 불과하다.


중요한 건 푸념을 했다면, 아니 푸념을 하면서도 당장 닥친 풍랑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궁리하는 것이다.


송헌책이 보기에 지금 임경업의 고민은 이와 같았다.


그러니 할 말은 정해져 있었다.


“대인, 감히 말씀드리리겠습니다.”


감히라는 수사로 지금부터 나올 말이 그저 위로하는 말이 아님을 분명히 한 송헌책은 거침없이 말을 이었다.


“대인께서 어떻게 하는 게 옳았는지, 앞으로 어떻게 하면 그것이 정녕 바른길로 이어질지 저는 알지 못합니다.”

“······.”

“그러나 이것은 말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자신이 그른 길을 갈 거라고 생각하고 걷지 않습니다.”

“······그렇겠지요.”


간신히 나온 작은 수긍에 송헌책은 임경업이 방금 한 말을 그렇게 대단하게 여기고 있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송헌책은 개의치 않았다.


“하여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당장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며, 책임을 내팽게치지 않고 굳건히 도리를 다하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좋은 말입니다.”

“그러면 대인은 그렇게 살았다, 누구에게나 자신할 수 있으십니까?”

“!”


도발하듯이 묻는 말에 임경업은 얼굴에 처음에는 놀람을, 이어서는 분노를 드러냈다.


“선생!”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았다, 내가 주장한 바에 합치하게 살았다고 자신하십니까?”


감정을 담아서 부른 말에 송헌책은 굴하지 않고 차분히 물었다.


이에 임경업은 무언가 느끼는 바가 있는지 가만히 생각했다.


그렇게 말없이 생각에 잠기길 얼마나 지났을까, 임경업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 사람 임 모는 적어도 믿고 살았습니다. 그리고 천하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이곳까지 왔습니다. 다만······.”


자신 있게 말한 임경업은 잠시 주저하다가 이전에 꺼냈던 말을 다시금 입에 담았다.


“······이제는 그것이 옳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그 결과는 명나라의 존속과 대인의 영달로 이어졌습니다. 그러니 결과만 생각하면 옳았던 셈입니다.”

“하, 영달은 모르나 존속이라.”

전자가 달갑게 들리지 않음도 그렇지만 후자의 이야기도 썩 가깝게 다가오는 이야기는 아니니, 임경업이 바랐던 것은 그저 명줄만 이어진 명나라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송헌책의 말은 임경업에게 있어서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내가 바란 건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러면 대인께서 계시지 않았다면 어땠을까요?”

“내가 없었다면?”


생각지 못한 가정에 임경업은 의아한 얼굴이 되었다.


그런 임경업을 향해서 송헌책은 강렬한 말들을 연이어 쏟아냈다.


“장헌충은 살았을 것이고, 동관은 청나라의 공세에서 살아남지 못했을 겁니다. 뿐만 아니라 북경이 함락된 후에 사방에 의지할 곳이 없는 남경은 순나라나 양나라가 있는 자리에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였을 것이니, 남경과 그 일대만 직접 쥐고 있는 지금의 신세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아니, 사방이 적이니 그 이상으로 상황이 좋지 않았을 겁니다.”

“그것은 억측이오.”

“아니라고 자신하실 수 있습니까?”


송헌책이 묻는 말에 임경업은 다시 한번 말문이 막히니,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를 지경이었다.


“물론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일들이 이루어지는 데 대인이 본인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였음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후우, 맞는 말입니다.”


자기자신을 객관화하는 것은 힘들다고 한다.


사람은 아무래도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더 관대하게 굴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비슷한 의미에서 사람은 자신의 노력을 쓸데없다고 폄하하지 못한다.


그리고 임경업은 누가 보아도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다고, 최선을 다해 할 일을 하였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허면 대인은 제가 아까 드린 말씀에 합치하게 살았다고 말할 수 있겠군요.”


주장한 바에 합치하게 살았다고 말하니 임경업은 묘한 얼굴이 되었다.


인정을 받아서 기분이 좋은 거 같으면서도 송헌책이 자신을 이리저리 휘두르는 것이라 느꼈기 때문이었다.


“선생, 무슨 생각이오?”

“중요한 것은 바란 대로 되지 않았다가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은 겁니다.”

“허허.”


바란대로 되지 않음이 중요하지 않다니, 참으로 지독한 말이라는 생각에 임경업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흔들었다.


대화를 거부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모습이나 송헌책은 멈추지 않았다.


“고민도 후회도 좋습니다. 지금까지 해온 일이 틀릴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자신을 배반하지 않고 온 길 끝에 지금 이 자리에 계시다면 부디 그건 한순간으로 그쳐주십쇼.”

“한순간이라. 허면 그 한순간 고민한 끝에 내려놓음을 결정한다면?”

“정말 그 한순간에 결정하여 그렇게 마음을 먹으신다면 그도 좋습니다. 남은 것은 남은 이들이 알아서 할 일입니다. 하지만 그 자리에 앉아서 머뭇거리면 아니 됩니다. 그러면 대인만 잘못되지 않습니다.”


임경업만 잘못되지 않는다고 한 송헌책은 목구멍까지 솟은 여러 말을 애써 참으며 그 모두를 하나에 담은 말을 꺼냈다.


“대리국 모두가 잘못됩니다.”

“······충고는 크게 새기겠습니다. 선생, 오늘은 이만 물러가 주시오. 적어도 그 한순간이 내게는 저기 책봉사가 와서 모든 걸 다 이르기까지는 될 거 아닙니까.”

“알겠습니다.”


임경업이 하는 말에 순순히 수긍하여 물러나고자 한 송헌책이나 그는 마지막 말을 꺼내길 주저하지 않았다.


“허면 전하, 평안한 밤이 되십쇼.”


이 말을 남기고 송헌책이 떠나가니 자리에 남은 임경업은 술잔을 몇 번 더 기울이다가 중얼거렸다.


“평안이라. 정말 내게서 먼 말이로구나.”



***



“이건 놀랍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이렇게 안정하다니, 순나라나 양나라도 제법 전란에서 비켜난 모습이었지만 대리국은 상상 이상입니다.”


금양군 박미가 꺼낸 말에 좌의정 이성구가 곧장 고개를 끄덕이며 사방을 살폈다.


지금까지 지나온 곳들은 이제 봉해질 삼국들의 수도로, 가장 번화하고 각각의 역량이 집중된 땅들이었다.


남양이 그러했고, 장안이 그러했다.


그러니 당연하다고 하듯 그곳들은 모두 최전선이라는 분위기보다는 후방, 그것도 안전한 후방이라는 인상이 강했다.


허나 그러한 것도 지금 이곳 성도에 비하면 부족하니 그들이 보기에 이곳 사람들은 이미 바깥에 큰 전쟁이 있고 앞으로도 있을 거라는 사실을 모르는 거 같았다.


‘아니면 외면하고 있을 수도 있고.’

두 사람의 말을 들으며 비슷한 감상을 품었으나 한편으로는 냉소적인 생각을 품은 주청사 김류는 멀리 보이는 관청을 보았다.


관청이라고 하나 성도라는 역사가 있는 도시의 중심이니 그곳은 궁이라고 해도 좋을 멋이 있으니 김류는 그 모습을 눈에 새기며 중얼거렸다.


“셋이서 감이 나은가, 아니면 홀로 감이 나은가.”


성도로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명나라 책봉사에게는 조선에서 보내는 서신이 있음을 알렸다.


그리고 그들에게 원하면 아직 자신도 보지 못하여 조선의 임금께서 대리국왕에게 보내는 서신, 봉하여 뜯지 않은 것을 열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한 대답은 놀랍게도 사양이었다.


아니, 그건 사양이라는 이름의 두려움이라고 해야 마땅하리라.


‘상전벽해라고 하더니 명나라 사신이 조선의 눈치를 살펴서 양보하는 일이 있을 줄이야.’


반정 이후 온갖 고생을 하고 명나라 사신이 오면 그저 달래고 비위 맞추기 바빴던 시절을 김류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조선에 와서 임금이 똑똑히 보고 있음도 아닌데 명나라 사람들이 예의에 어긋나게, 혹은 조선이 불편하게 여길 일을 피한다.


물론 이것이 정상적인 일이기는 하다.


정히 원한다면 정식으로 조선이건 대리국이건 물어서 내용을 전해 듣는 것이 옳았다.


허나 이는 격차로 메워질 무례니 이러한 무례를 선뜻 범하지 못하는 책봉사의 모습에 김류는 세상이 변하였음을 느꼈다.


한편으로는 그들이 순나라에서 예상한 것처럼 작게나마 의구심을 품었음도 알았으니 마냥 좋아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렇지만 달라진 처지에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 김류는 그 기분을 되새기는 한편 자신을 자제하기 위해 부던히 노력했다.


“관옥 대감, 무엇이 그리 보기 좋으십니까?”

“음? 아니, 별거 아닙니다. 이곳에서 일을 마치면 이제 돌아가겠거니 싶어서 말입니다.”


그러한 와중에 박미가 말은 건네니 김류는 방금까지 품었던 감정을 감추며 말을 둘러댔다.


이에 박미는 물론이고 이성구 역시 부럽다는 얼굴로 그를 보니 김류는 쓰게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들 보셔도 나는 어찌할 힘이 없습니다.”

“압니다. 하지만 부러운 건 부러운 겁니다.”

“금양군 대감께서 하시는 말씀 대롭니다. 어휴, 요즘에는 종종 성상께서 이 사람들이 여기서 죽은 다음에야 사람을 보내주시는 건 아닐까 싶습니다.”


이성구가 하는 말은 제법 현실적인 걱정이기도 했으니, 박미며 그도 이제 나이가 적지 않았다.


그는 이미 환갑에 달하였고 박미도 지천명을 넘긴 지 제법 되었으니 언제 하늘이 그들을 불러도 이상하지 않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한 사정을 뒤늦게 짐작하니 김류 역시 일정 부분 그들을 이해하며 동정하는 마음이 들었다.


물론 나이로 치자면 이미 칠순을 넘긴 그가 가장 많다.


하지만 그도 지천명을 넘긴 후에는 이리 걱정, 저리 걱정하던 시절이 있으니 어제가 다르고 오늘이 다르고 내일이 또 다른 나이임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조정의 법도가 있으니 어디 그대들을 이리 두겠습니까. 곧 달리 사람이 보내지겠지요.”

“그러면 좋겠지만 순차하는 법도는 여러 사정에 밀리는 것이 현실입니다. 특히나 그것이 성상께서 바라시는 일이라면 더욱 그렇지요.”

“험험, 그 좌상 대감께서 하시는 말씀은 좀 그렇습니다. 이 사람은 관옥 대감 말을 믿으렵니다.”


이성구가 하는 말에 박미는 부정탄다는 얼굴로 눈치를 주며 말했다.


이에 이성구 역시 이것은 괜한 말이었다고 여기며 입을 다물었다.


“크흠.”

“하하, 좋은 일들이 있을 겁니다. 내 돌아가면 반드시 주상 전하께 두 분이 노고를 얼마나 하고 있는지 아뢰겠습니다.”


이렇게 말한 김류는 두 사람에게 희망을 안겨줄 예시를 찾다가 조심스럽게 말을 덧붙였다.


“세자 저하와 대군 자가께서도 돌아오신 마당입니다. 어디 어려운 일이라고요.”


김류가 떠날 때에야 아직 돌아오지 않았으나 그것은 중요한 일이 아니니 그는 제가 본 것처럼 굴었다.


이는 효험이 있었는지 박미와 이성구는 안색을 밝게 했는데, 그 모습에 김류는 살짝 안도하며 이제는 거의 눈앞으로 다가온 성도 관청을 보며 말을 이었다.


“자, 자세를 바로잡으십시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여러모로 특별한 자리가 아니겠습니까.”


김류는 이렇게 말한 후에 멀리 시선을 주다가 이곳을 보는 시선을 느꼈다.


잠시 고개를 들어서 살피니 그는 끝에 누군가 당당히 서 있음을 알았다.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으나 기이하게도 김류는 그것이 임경업이라고 여겼으니, 문득 그는 오래 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허허, 그러고 보니 저치 덕에 제법 곤욕을 치렀었지. 군수와 우의정에서 이제는 번왕과 사신이라. 세상일은 정말 모를 노릇이구나.’



***



한때 자신보다 높았던 이를 보고 한번, 낮았던 이를 보고 다시 한번 격세지감을 느꼈다면 임경업은 오늘 김류를 보고 그걸 느꼈다.


‘낙안 군수로 있던 시절이 어제와 같거늘, 이제 나는 단 위에 있고 우상 대감은 아래에 있구나.’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은 일단 그 사람이 자리를 자각해야 성립하는 말이다.


그런 면에서 임경업은 제가 얼마나 높이 올라왔는지 김류를 보고고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임경업은 책봉사가 칙서를 읽으며 봉작하는 와중에도 자꾸 김류에게 신경이 쓰였다.


“그러니 그간 공을 치하하여 그대를 대리국왕으로 봉한다. 그대의 충성과 대의가 계속되길 바란다. 감축드립니다, 전하.”

“······만세, 만세, 만만세! 황상의 은혜가 실로 하해와 같습니다!”


덕분에 책봉사가 하는 말에 뒤늦게 대답하여 말하고만 임경업은 당황하였으나 그는 별로 개의치 않는 모양이었다.


그저 감격에 겨운 모양이다, 그렇게 여기는 기색이 역력했다.


“조선에서 온 분들이 따로 축하의 말을 건낼 것입니다.”

“그렇습니까.”

“하대하시지요. 전하께서는 일국의 왕이시고 저는 역할을 다한 사신이니 제 자리가 더 낮습니다.”


책봉사가 이르는 말에 임경업은 다소 불편한 얼굴이면서도 허리를 곧게 하여 조선 사람들이 앞에 서는 것을 기다리니 가장 먼저 입을 열어 축하를 건넨 것은 박미였다.


“이렇게 뵈오니 정말 반갑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조선에서는 대리국과 대리국왕이신 전하를 우애로 친교하여 가까이할 것입니다.”


한때 정사와 부사로 명나라에 왔던 일을 떠올린 임경업은 그날 일을 떠올리며 박미에게 미안함을 느꼈다.


그러나 그 감정을 표현하기도 전에 이성구가 입을 여니 임경업은 말할 틈을 놓치고 말았다.


“이미 순나라와 양나라에도 전한바, 조선은 대리국과도 친교하여 그 오가는 일을 통하고자 합니다. 전하께서는 사람을 오가게 할 인원을 정하여 말씀하여 주시고, 원하시면 상주하는 사람을 청하십쇼.”


직접 떠난 땅이나 태어나고 자란 땅에서 온 이들에게 이런 말을 들으니 참 사람 마음이 간사함을 느낀 임경업은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남은 사람, 김류가 나아오니 그는 앞과 달리 그저 고개 숙여 축하하고는 작은 상자를 하나 내밀었다.


“감축드립니다. 이것은 조선의 임금께서 대리국왕께 보내는 서신이니, 부디 보고 답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김류의 말에 임경업은 이제까지 가운데 가장 복잡한 얼굴로 상자를 바라보았다.


다른 것은 몰라도 저것은 반드시 지금 열어보고 싶은 충동이 들었으니, 임경업은 그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손을 뻗었다.


“대리국왕께 드리는 것이니 지금 여셔도 됩니다. 조선은 이것을 가리지 않을 것이며, 이 내용 역시 대리국왕께서 보신 후에는 명나라에 이름도 가하다고 하시었습니다.”


김류가 하는 말에 곁에 있던 책봉사의 얼굴이 달라지니, 내심 그 내용을 살피고 싶던 참이었기 때문이었다.


이에 임경업은 잠시 주저하나 곧장 상자를 열고 봉해진 서신을 꺼내어 읽으니, 오래지 않아 그는 서신에 적힌 한 부분을 보고 그대로 굳었다.


[나는 여전히 조선의 임금이니, 대리국왕에게 묻고자 한다. 그대는 이제 명나라 천하에서 사지(四肢)를 다스리게 되었다. 대리국왕의 천하 안정을 위한 생각은 석년과 같은가?]


작가의말

[첨언 - 임경업과 김류]

별로 연이 없을 거 같은 두 사람이지만 의외로 실록에 남을 정도로 크게 얽힌 일이 있었습니다.

 

아쉽게도 일 자체는 그리 좋은 일이 아니었는데, 당시 낙안 군수였던 임경업이 우의정이었던 김류에게 새해 선물을 보냈다고 합니다.

 

이는 흔하다면 흔한 일로, 새해에는 서로 인정을 나누는 것이 관례이니 이상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인정이 선물과 뇌물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었듯 적당하면 선물이나 과하면 뇌물이라고 보기 십상이니 임경업이 김류에게 보낸 품목이 무려 20가지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다만 이후 기록을 살피면 비싼 것은 없고 그저 특산물을 여럿 보냈다고 하니 부족한 와중에 조금이라도 있어보이려고 물목을 늘린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나 그런 개인사정과 별개로 이는 책잡기에 딱 좋았고, 무엇보다도 당시 임경업은 얼자 출신으로 공격하여도 뒷배가 없이 보였기에 당시 사간 권도라는 사람이 이를 물고 늘어집니다.

 

이로 인해 임경업을 시작으로 김류까지 탄핵을 받는 처지가 되었는데, 인조는 이를 탐탁지 않게 여겨서 오히려 권도를 벌하라고 명을 내렸습니다.

 

권도가 다소 눈치 없게 굴긴 했지만 아주 인맥 관리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는지 당시 간관들은 그를 위해 나서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인조는 뜻이 굳어 그를 벌하고자 했는데 김류가 나서서 그 친구가 잘 몰라서 실수한 겁니다. 그냥 원리원칙대로 말한 걸 어찌 벌하겠습니까?’라고 하여 청하자 그 뜻을 거두었다고 합니다.

 

이후 관련된 이들은 모두 관직에 남았으며 권도도 대사간까지는 올랐다는 기록이 있는 것을 미루어보아 이 일은 그저 한때의 치기나 오해로 치부하고 넘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날아올가즘님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후원하여 주신 기대에 응해 더욱 좋은 글을 쓰도록 정진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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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Lv.99 천년고목
    작성일
    24.02.25 21:51
    No. 1

    임경업 관련 흥미로운 이야기까지 재밌게 보고 갑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67 ageha19
    작성일
    24.02.25 22:41
    No. 2

    안그래도 신념이 흔들려서 방황하는 걸 신하에게 지적받은 상황인데, 주인공에게 다시한번 이에 대한 질문을 받게 됐으니 얼마나 당황스러울지 모르겠군요.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65 g9******..
    작성일
    24.02.25 22:48
    No. 3

    와..대리국왕전하..어떻게..큰일이네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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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8 537화 모두가 아는 비밀 +2 24.03.29 151 14 13쪽
537 536화 승부에서 이기는 방법 +4 24.03.28 150 15 12쪽
536 535화 알고도 모른 척하긴 어렵다 +2 24.03.27 153 14 12쪽
535 534화 미룸은 미정이 아니다 +3 24.03.26 163 14 12쪽
534 533화 허황된 이야기 +2 24.03.25 155 14 16쪽
533 532화 덕은 풍성함이 전부가 아니다 +2 24.03.24 165 12 12쪽
532 531화 소망은 성장한다 +4 24.03.23 167 15 15쪽
531 530화 한가함 뒤에 다가오는 것 +2 24.03.22 157 13 12쪽
530 529화 신부 교환 +2 24.03.21 178 14 13쪽
529 528화 어려운 관계 +3 24.03.20 180 13 11쪽
528 527화 친하면 조금이라도 돌아본다 +1 24.03.19 167 15 13쪽
527 526화 연약한 사람 +6 24.03.18 162 18 12쪽
526 525화 물려받은 천성 +1 24.03.17 164 13 12쪽
525 524화 인정받지 못한 아이 +1 24.03.16 188 15 12쪽
524 523화 뜻은 누구나 품을 수 있다 +2 24.03.15 156 16 13쪽
523 522화 병졸과 역관 +4 24.03.14 164 19 12쪽
522 521화 오는 사람, 가는 사람 +3 24.03.13 173 14 13쪽
521 520화 용기 있는 말 +4 24.03.12 174 16 17쪽
520 519화 정통성 +4 24.03.11 180 19 13쪽
519 518화 그대는 옳다 +3 24.03.10 173 14 11쪽
518 517화 거울 같은 사람 +3 24.03.09 174 14 12쪽
517 516화 우선하여 해결할 일 +2 24.03.08 188 17 13쪽
516 515화 맞수 +3 24.03.07 178 17 14쪽
515 514화 진리는 어디에 있는가 +7 24.03.06 183 16 13쪽
514 513화 소리는 사람을 모은다 +2 24.03.05 183 15 12쪽
513 512화 비상함은 필요하지 않다 +4 24.03.04 175 1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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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1 510화 노인의 일 +3 24.03.02 198 1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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