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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낙서의 서재입니다.

아이템 씹어먹고 인생역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모전참가작

김낙서
작품등록일 :
2024.05.08 11:53
최근연재일 :
2024.05.24 00:13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1,805
추천수 :
29
글자수 :
145,152

작성
24.05.24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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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025 행복의 맛

DUMMY

소용돌이에서 수면 위로 떠오른 괴생명체는 잠깐 하율과 시선을 마주치더니, 다시 물 밑으로 가라앉았다. 하율은 갑판 난간을 힘껏 쥐며 태연한 척을 했다.


하율을 비롯한 모든 탑승자들이 그 인간형 괴물을 보았고, 영상으로 찍었다.


하율은 그 괴생명체를 보고 13레벨이라 말했고, 그 말을 곁에 있던 조 이사도 들었다.


바람도 소용돌이도 점차 잠잠해져 갔다. 하율은 안전해진 상황을 확인하며 조 이사에게 당부했다.


“조 이사님. 제가 방금 한 말은 못 들은 걸로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13레벨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세상은 난리가 날 테니까요.”

“쉿.”

“네.”


하람에게만 말하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아야겠다고 하율은 다짐했다.


하율이 탄 배는 길고 먼 여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향했다.


*


하율이 2개월 동안 전 지구의 바다를 맴돌 동안, 하율의 집에서 크게 두 가지 사건이 있었다.


하나는 비서 김주리 씨가 뜨개질로 코트 두 개를 완성했다는 것.

또 하나는 하율의 동생 신하람이 귀한 아이템을 손에 넣었다는 것.


하율이 집에 들어오자 하람과 주리가 하율을 반겼다.


“대표님, 어서 오세요!”

“오빠! 어서 와!”


하율은 녹초가 되어서 거실 바닥에 길게 엎드렸다.


“아아. 피곤해. 이대로 잘래.”

“오빠가 빈틈을 보였다! 이때다! 이럇! 이럇!”


하람은 하율의 등에 올라타서 엉덩이를 찰싹찰싹 때렸다. 이히히힝. 하람은 맥이 빠진 말 흉내를 내었고, 김주리는 그 광경을 얼굴을 붉히며 바라보았다.


하람과 주리의 시선이 마주치자, 하람은 헛기침을 두어 번 하고는 조용히 하율의 등에서 내려섰다. 그리고 하율의 몸을 일으켜서 공주님 안기로 들어 올렸다. 하율은 눈을 감은 채로 비실비실 감탄했다.


“하람이가 힘도 참 좋아. 이대로 침대에 날 눕혀줘.”

“옷도 갈아입혀 줄까? 잠옷으로.”

“응.”


하람은 하율을 침대 위에 눕히고 몸을 이리저리 굴려서 옷을 갈아입혔다. 속옷 차림의 탄탄한 몸매가 드러났고, 그 광경을 김주리도 지켜보았다. 김주리가 말했다.


“웃. 하람 씨. 이건 자극이 조금 심한데요.”

“크크. 사진이라도 찍어두실래요?”

“아, 아뇨. 그냥 눈에 새겨넣을게요.”


하람은 하율의 온몸을 물수건으로 닦은 뒤에 잠옷을 입혀주었다. 이불을 덮어주고 이마에 키스했다. 하율은 긴 잠에 빠져들었다.


*


다음 날 아침.


“흐아아암.”


잠에서 깨어난 신하율. 침대에 몸을 걸친 채로 바닥을 찰싹찰싹 때리며 그곳이 집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역시 육지가 안정감이 있어서 좋았다. 바다를 떠도는 2개월 동안 배멀미를 한 것은 아니었지만, 언제나 흔들리고 출렁이는 배 위에서 생활하는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향긋한 냄새가 나서 거실로 나가보니, 주방 쪽에서 복작거리는 소리가 났다.


하람과 주리가 요리를 하고 있었다. 하율이 있을 때는 언제나 하율이 밥을 해서 먹였는데, 하율이 없을 동안에는 이 두 사람이 요리해서 끼니를 챙겨 먹었을 것이다. 하율이 물었다.


“뭐 도와줄 거 있어?”

“오빠는 식탁에서 기다리고 있어, 그냥. 우리가 다 해줄게.”

“그거 고맙네.”

“뭘. 이런 날도 있어야지.”


오늘 아침의 메뉴는 카레 돈가스와 김밥. 분식집 메뉴이긴 하지만 집에서 만들면 냄새도 맛도 사뭇 다르다. 그런데 김밥 만드는 거, 은근히 손이 많이 가는데.


김밥이라면 예전에 배명식이 할머니로 변신해서 마약을 탄 김밥을 가지고 왔던 기억이 떠올랐다. 하율은 감정안으로 오늘의 메뉴들을 면밀히 살폈다. 당연하고도 다행스럽게도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하람과 주리도 자리에 앉았다. 주리가 기도를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셋이 함께 식사를 시작했다. 하율은 김밥 꼬다리를 하나 집어서 먹었다.


“우와. 맛있어!”

“정말?”

“응!”


하람과 주리의 표정이 행복하게 녹아내렸다. 하율은 김밥과 돈가스를 정신없이 먹었다. 순식간에 자기 몫을 다 먹어버린 하율. 젓가락을 빨며 눈치를 보자, 하람과 주리는 자기 몫을 하율에게 나눠주었다. 그것도 순식간에 다 먹어 치웠다.


상황을 눈치챈 하율은 사과했다.


“어, 미안. 내가 다 빼앗아먹었네.”

“아냐. 우리는 빵 먹으면 돼.”

“···내 빵도 있어?”

“킥킥. 물론이지!”


세 사람은 동네 빵집에서 사온 빵과 우유로 후식을 때웠다. 평소 먹는 양보다 훨씬 많았다. 배 위에서의 식사가 별로 마음에 안 들었던 모양.


아마 음식은 잘못이 없을 것이고, 배 위라는 점이 마이너스로 작용한 것 같았다. 하율은 아직 안 가본 크루즈 여행을 언젠가 떠나도 별로 즐기지 못할 것이 틀림없었다.


식후가 되자 김주리는 쇼핑백 두 개를 가져왔다. 그리고 무거운 쪽을 하율에게 내밀었다.


“대표님. 이거 선물이에요.”

“오, 뭔가요?”

“꺼내보세요.”


하율은 내용물을 꺼냈다.


그것은 무려 뜨개질로 만든 롱코트였다. 하율은 놀랐다.


“우와! 이걸 직접 만드신 거예요?”

“대표님 다녀오실 동안 시간이 남아서 만들어봤어요. 두 달이면 두 벌 만들고도 남더라고요.”

“잘 입을게요! 고마워요, 주리 씨!”

“히히.”


하율은 코트를 이리저리 들어보고 만져보고 살펴봤다. 손뜨개 코트라니. 감동 받았다. 하율은 주리에게 물었다.


“무슨 좋은 일이 있으셨던 건가요?”

“에, 제가 실은 파견근무로 여기서 일하는 것보다 이쪽으로 이직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회사에 이야기했거든요. 그랬더니.”

“그랬더니?”


주리는 손으로 브이 사인을 하며 말했다.


“퇴사하지 말라고 연봉을 두 배로 올려줬어요! 추가 상여금도 챙겨주고요!”

“오! 축하드려요!”

“히히. 두 분 덕분이에요!”


주리는 생글생글 웃으며 남매에게 감사했다. 주리에게 하율의 비서 자리는 충분히 대박 인생이다. 하는 일도 별로 없는데 급여도 높으니 이것이야말로 꿈의 직장이 아니겠는가.


물론 주리는 주어진 일에 더해서 미팅 상대의 공개된 정보를 꼼꼼히 파악해서 하율에게 전달하는 업무를 자진해서 하고 있고, 충분히 하율의 일에 기여하고 공헌하고 있다. 그래도 주리에게는 쉬운 일이었다. 거저먹는 정도로.


그런 관계로, 주리는 감사의 의미를 담아서 하율과 하람에게 손뜨개 코트를 짜서 선물한 것이다.


하율은 코트를 입어보았다. 거울을 보고 이리저리 몸을 돌려보았다. 짙은 회색의 코트가 하율에게 무척 잘 어울렸다.


그런데 문득. 하율의 눈빛이 달라졌다. 코트의 이모저모를 살피더니, 벗어서 또 살피더니, 입에 침이 고였는지 꿀꺽 침을 삼켰다. 하람은 하율의 반응을 눈치채며 말했다.


“오빠.”

“응.”

“하지 마.”

“···.”


하람은 뭔가를 눈치챘다. 주리가 하람에게 물었다.


“하지 말라뇨? 그게 무슨 뜻이죠?”

“아, 그런···거 있어요. 아하하하.”


하람은 웃음으로 얼버무리며 퍽퍽 하율의 엉덩이를 발로 찼다. 주리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


다음 날 새벽.


김주리는 곤히 잠들었고, 하람은 잠에서 깼다. 슬쩍 일어나서 하율의 방을 들여다보았다. 하율은 침대에 없었다.


불안한 마음에 하람은 옷장을 열었다. 그리고 마왕성으로 통하는 포탈로 들어갔다. 살금살금 어둠을 헤치고 벽을 더듬으며 마왕성의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목격하고 말았다.


하율이 오븐에서 과자를 꺼내는데, 동그랗게 커팅된 생지의 패턴이 마치 뜨개질을 한 것처럼 섬세했다. 아니, 그냥 뜨개질한 것이 맞았다.


하람은 발끈해서 소리쳤다.


“오빠! 이게 무슨 짓이야!”

“헉! 깜짝이야!”


하율은 화들짝 놀랐다. 하람은 성큼성큼 하율에게 다가가서 멱살을 잡고 탈탈 털며 말했다.


“이거 선물 받은 코트잖아! 이걸로 템밥을 만들다니!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정성이 든 물건일수록 훌륭한 템밥이 된다고오오!”

“정성이 든 줄 알면서 먹었다고? 와! 오빠는 인간도 아냐! 벌레야! 템밥 벌레!”


짤짤 털리던 하율은 하람의 입에 쿠키 하나를 집어넣었다.


하람은 오물오물 쿠키를 씹으며 신체적인 변화를 겪었다. 몸에서 포근하고 폭신하고 훈훈해지는 효과가 일어났다.


“움. 우움···. 오빠. 이거···.”

“과자 하나만 먹어도 거의 6개월 동안 감기 걸릴 걱정이 없어지는 코트 쿠키야.”

“뭐야. 추운 날에 담요를 덮고 잠들면 기분 좋은 꿈을 꿀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이 쿠키··· 장난 아니잖아?”


하율은 딱! 핑거스냅을 날리며 말했다.


“바로 그거야! 추워지는 날에 이 쿠키를 먹으면 행복해져! 이게 바로 행복의 맛이야!”

“세상에···. 진짜 행복해지는 느낌이야. 이 맛이라면 오빠를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렇지?”


하람은 하율에게 두 손을 모아 내밀며 물었다.


“하나 더 먹으면 안 돼?”

“안 돼. 두 개 먹으면 몸이 불편할 정도로 더워져. 1년에 한 개 먹는 게 정량이야.”


하람은 눈물을 글썽였다.


“으웃. 아쉽다. 이렇게나 포근하고 행복한데.”

“내년 이맘때까지 참아. 그러면 평생 먹을 수 있어.”

“그래도···.”


차라리 잘 되었다 싶은 하율은 하람에게 협상을 제안했다.


“우리끼리만 알고 아껴먹자. 오래오래.”

“···.”

“왜?”


하람은 얼굴을 붉히고 몸을 꼬으며 말했다.


“그래도 주리 씨도 하나 정도는 맛보게 해주는 게 좋다고 생각해. 이렇게 행복해지는데, 이 행복을 만들어준 건 주리 씨잖아. 주리 씨의 정성이 우리의 행복이 된 거잖아.”


하람의 말은 설득력이 있었다. 하율은 납득하여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아···. 그렇지. 그렇게 하자. 내일 날이 밝으면 주리 씨도 하나 먹여주자.”

“응!”


하율과 하람은 그렇게 합의하고, 방으로 돌아가서 잠을 청했다.


*


아침.


“좋은 아침이에요!”


김주리는 부지런히 일어나서 아침 운동을 다녀왔다.


근무시간은 10시에서 4시 사이이기 때문에 나머지 시간에는 충실히 자기 관리를 했다. 동거하는 처지라 가사 일을 분담할 수도 있을 텐데, 잡다한 일은 하율이 다 해치워버리기 때문에 주리가 할 일은 그다지 없었다.


그래서 하율 하람 주리는 느긋하게 아침 식사 시간을 가졌다. 주리 씨는 조금 복에 겨운 투정을 부렸다.


“근무지하고 주거지가 같아서 그런지 출근하는 분위기는 안 나네요. 아. 지금이 싫다는 건 아니에요.”


하람은 감자 포타주(라고 속이고 있는 금화 포타주)를 오랜만에 먹으며 주리에게 물었다.


“일도 집이고 사생활도 집이니까 밖으로 나돌아다닐 일이 적어서 조금 갇혀있는 느낌인 걸까요? 아니면 사생활을 우리하고 같이 하니까 사생활까지 감시당하는 느낌인 걸까요?”


하람의 질문에 주리는 손사래를 쳤다.


“아니, 그건 아니에요. 저는 이 근무생활에 무척 만족하고 있어요. 오히려 두 분이 너무 제 가족 같아서 곤란해져요. 제가 혹시라도 예의를 못 갖출까 싶어서 조심하고 있어요.”


하람은 주리의 밥그릇에 튀김을 올려주며 말했다.


“그럼 아예 가족이 되는 건 어때요? 예를 들면 오빠하고 주리 씨가 사귄다든가.”


푸컥. 콜록콜록. 이야기를 듣던 하율은 사레가 들렸다. 주리는 얼굴이 빨개졌다.


“네? 말도 안 돼요! 제가 어떻게 신하율 대표님하고 사귀어요? 저한테는 너무 과분한걸요?”

“···.”


주리는 극구 사양했지만, 하율은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설마 주리에게 마음이 있는 것은 아닐까 싶어서, 하람은 하율을 찔러보았다.


“오빠. 주리 씨하고 사귀면 아이는 몇이나 가졌으면 좋겠어?”

“하람 씨! 질문의 진도가 너무 빨라요! 사귀는데 아이라뇨!”

“···.”


하율은 여전히 대답을 못하고 있었다. 시원하게 싫으면 싫다고 표현을 해야 주리도 호응을 할 텐데, 그러지 않아서 주리는 싱숭생숭하기만 했다. 키 크고 잘 생겼고 능력도 좋고 성격도 좋은 신하율이 만약 김주리와 맺어진다면.


그 상상을 하자, 김주리의 정신이 천국으로 승천하는 것 같았다. 주리는 도수 높은 술이라도 마신 것처럼 화끈 달아올라서 고개를 숙이고 웃었다.


“헤···. 헤헤···. 헤헤헤헤···. 하나···. 둘···.”

“···.”


뭔가 행복한 상상에 빠진 김주리. 흔들흔들 상체를 흔들며 식탁보 위의 꽃무늬에 달린 잎새 수를 세기 시작했다. 의외의 성과를 올린 하람은 두 사람의 침묵에서 커플 성사의 가능성을 읽었다.


‘후후. 오빠. 고맙지?’


하람은 여태 연애 한 번 해보지 않은 하율을 구제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당장 눈에 보이는 김주리와 엮어줄 생각이었다.


그렇게 어색한 식사 시간이 끝나고. 하람이 설거지를 하는 동안 하율과 주리는 소파에 나란히 앉아서 TV를 보았다. 채널을 틀다 보니 영화의 한 장면. 두 연인이 키스하는 장면이 나왔다. 화들짝 놀란 주리는 TV를 꺼버리고 리모콘을 하율에게 넘겼다.


“으, 으악. 깜짝이야. 그만 티비를 꺼버리고 말았네요. 대표님 보시고 싶은 거 보세요.”

“아. 괜찮아요. 지금 티비 볼 생각은 없어요.”

“아. 네에.”

“···.”


정적이 흘렀다. 하율과 주리는 서로 반대 방향을 바라보았다. 어색한 분위기를 풀기 위해 하람은 음악을 틀었다. 끈적한 재즈 음악이 흘러나왔다. 리모콘으로 커튼을 내리고 실내조명도 붉은 무드등으로 바꾸었다.


집안의 분위기는 사뭇 에로틱했다. 하람은 무슨 상상을 하는지 혼자 들떠서는 스마트폰으로 두 사람의 모습을 찍었다. 동영상으로. 하아. 하아. 하람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하율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주리 씨.”

“네, 네. 대표님.”

“이거 받으세요.”


하율은 초코파이만 한 쿠키를 주리에게 건넸다. 새벽에 구웠던 손뜨개 코트 쿠키였다. 주리는 그 쿠키를 받고는 놀라워했다.


“와. 대표님이 직접 구우신 건가요?”

“네.”

“대표님 솜씨에는 볼 때마다 감탄하게 돼요. 어떻게 반죽으로 이런 패턴을 만드셨을지 상상이 안 가요.”


하율은 주리 쪽으로 돌아앉았다. 시선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곁눈질을 하며 말했다.


“드셔보세요. 먹으면 행복한 기분이 들 거예요.”

“행복해져요? 마약이라도 넣은 건 아니죠?”

“절대 아니에요.”


주리는 쿠키의 한쪽을 씹었다. 그리고 놀랐다.


“세상에. 어떻게 쿠키가 이렇게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고···!”

“그리고, 느껴지시나요?”


주리는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네! 기분이 포근해지고 아늑해지고 행복해져요. 세상에. 제가 먹어본 쿠키 중에서 이게 제일 맛있어요! 대표님은 신이에요! 요리의 신!”

“마음에 드신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와. 이런 맛이!”


주리는 쿠키를 조금씩 베어먹다가 점점 크게 베어 물더니 결국은 쿠키 전체를 입안에 넣고 말았다. 전신이 행복감에 부풀어 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주리는 마치 솜털 구름이 된 것처럼 몸이 가볍고 포근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런데.


우득,


뭔가 덩어리가 씹혔다. 주리는 이물감을 느끼며, 입 안에 씹힌 것을 뱉었다.


“···?!”


그것은 단추였다. 주리에게 아주 익숙한 색과 모양의 단추였다.


“어, 이거···.”

“왜요?”

“···제가 짜드린 코트의 단추가 여기 왜 들어있는 거죠?”


하율은 아차 싶었다. 대충 둘러대며 말했다.


“꼭 그 코트의 단추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 않나요?”

“그 단추가 맞아요! 호박으로 만든 귀한 단추여서 여간해서는 다른 단추로 착각할 수가 없어요!”

“호박으로 만들었다고요? 제가 단호박은 좋아하긴 하지만···.”

“그 호박 말고요! 펌킨이 아니라 앰버! 보석 호박이요! 섬세한 문양이 조각되어있어서 엄청 비싸다고요!”

“아···.”


레드 슬라임의 체액으로 보석을 절이는 데는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한 것을 하율은 간과했다. 그래서 주리는 단추를 생으로 씹어야만 했다.


주리는 절규했다.


“그러고 보니 쿠키 색깔도 제가 짜드린 코트 색깔이었어요! 쿠키 반죽도 뜨개질 패턴을 닮았어요! 대표님! 저한테 뭘 먹이신 건가요? 설마 제가 선물해드린 코트를 먹이신 건가요? 제 가 낳은 자식처럼 공들인 그 코트를요?”

“아, 주리 씨. 그게 아니라···.”

“12레벨 정도 되면 이런 신기한 짓도 할 수 있나 봐요? 이런 잔혹한 짓도 할 수 있나 봐요? 제가 어떤 마음으로 짜드린 코트인 줄 알아요? 제 마음을 이렇게 짓밟아버리시는 건가요? 말해 봐요! 대답해 봐요! 왜 저한테 이러신 건가요?”


주리는 참담한 기분을 느끼며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그리고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갔다.


“대표님! 저 그만둘래요! 으아아아아아앙!”


콰당! 주리는 울면서 집 밖으로 뛰쳐나갔다. 낭패였다. 주리가 템밥에 대한 진상을 다 알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하율이 물건으로 음식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알아채게 되었다.


하율이 하람을 불렀다.


“하람아.”

“응, 오빠.”


하율은 반성과 질책의 마음을 담아 하람에게 말했다.


“앞으로는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템밥을 먹이지 말자.”

“···응. 주리 씨도 과자를 먹어보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던 내가 나빠. 그러면 다 같이 행복해질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봐.”

“···선물 받은 물건으로 템밥을 만들어버린 내 잘못이지.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아야지.”


충격을 받은 김주리는 근무지를 이탈해서 1주일 뒤에 돌아왔다.


그들의 서먹한 분위기가 풀어지는 데는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여기까지가 하율이 출장 간 사이에 벌어진 첫 번째 사건, 김주리가 하율·하람에게 선물하기 위해 뜨개질로 코트를 짠 사건이다. 그리고 그로 말미암아 벌어지게 된 참극이다.


*


두 번째 사건은 하람이 희귀한 아이템을 입수한 이야기다.


때는 하율이 집으로 돌아오기 1개월 전으로 다시 거슬러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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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020 마지막 한 명 24.05.19 30 1 13쪽
19 019 시한폭탄 템밥 24.05.18 30 1 12쪽
18 018 슬라임은 물에 뜬다 24.05.18 36 1 13쪽
17 017 쓰레기 섬 24.05.17 41 1 12쪽
16 016 인터뷰 24.05.16 45 1 11쪽
15 015 여객기 퐁듀 24.05.15 56 1 13쪽
14 014 좀도둑이 들었다 24.05.14 56 1 11쪽
13 013 레벨 12 24.05.13 60 1 15쪽
12 012 헬스장으로 만든 흑탕 24.05.12 60 0 13쪽
11 011 드러난 악행 24.05.11 71 1 12쪽
10 010 복수의 오버 힐 24.05.11 77 1 13쪽
9 009 강해지면 하고 싶은 것 24.05.10 82 1 12쪽
8 008 템밥은 동생과 함께 24.05.10 79 1 12쪽
7 007 리빙 아머 24.05.09 101 1 13쪽
6 006 템밥에 미치다 24.05.09 117 2 12쪽
5 005 검은 게이트 24.05.08 140 1 12쪽
4 004 귀환하다 24.05.08 143 1 13쪽
3 003 첫 요리 24.05.08 153 1 11쪽
2 002 마왕의 비밀 주방 24.05.08 158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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