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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낙서의 서재입니다.

아이템 씹어먹고 인생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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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김낙서
작품등록일 :
2024.05.08 11:53
최근연재일 :
2024.05.24 00:13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1,797
추천수 :
29
글자수 :
145,152

작성
24.05.10 02:17
조회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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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009 강해지면 하고 싶은 것

DUMMY

하람은 자기 안에 스며들어 흐드러진 풍미를 묘사하기 시작했다.


“처음 입안에 짜장면을 넣었을 때, 치명적인 향이 내 안에 가득 퍼졌거든? 마치 살아있는 듯한 면발이 입안에서 꿈틀거리며 씹히고 있어. 식용유에 정성스레 볶은 밑재료들이 밤하늘의 별빛처럼 일렁이며 내 주변을 도는 것이 느껴져···! 금방이라도 하늘로 떠오를 것처럼 고양감이 벅차올라! 이건 정말이지, 최고의 짜장면이야!”

“···.”


하율이 전혀 들어볼 수 없었던 휘황찬란한 묘사였다. 그만큼 하람의 체험은 각별했다. 하율이 물었다.


“그렇게나 감동적이야?”

“응! 짜장면이 입안으로 들어올 때마다 행복해. 짜장면이 내 이빨에 씹힐 때마다 감격스러워! 그래서 줄어드는 짜장면을 보면 아쉬워. 안타까워···.”


대단히 마음에 들었나 보다. 하율은 하람에게 감사했다.


“그렇구나. 최고의 찬사야, 고마워.”

“앞으로 맛있는 거 많이 만들어줘!”

“그럴게.”


두 사람은 짜장면을 계속 먹었다. 행복의 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시간은 야속하게 흘렀고, 남매는 짜장면을 완식했다.


그리고 두 사람에게 새 스킬이 생겼다. 하율은 하람에게 생긴 스킬을 감정안으로 들여다보았다.


[‘천군천마’ 스킬, 치유사 버전.]

[1000명의 의무병이 1000마리의 말을 타고 전장을 휩쓴다. 이 인파에 휩쓸리면 전장의 아군들이 전부 말끔히 치료받고 회생한다. 이 스킬은 1회 사용하면 사라진다.]

[3레벨 이상이어야만 사용할 수 있는 스킬. 현재 레벨 제한으로 사용 불가.]


동생은 놀라서 입을 가렸다.


“오, 오빠. 나···.”

“스킬 생겼지?”


끄덕끄덕.


“그런 식으로 내가 강해진 거야. 템밥을 먹고.”

“굉장해···.”


하람은 자신에게 생긴 능력을 들여다보고 읽어보기를 거듭했다. 1레벨에게 허락되지 않을 만한 엄청난 스킬이어서 그럴 만도 했다.


사실 이번 경우는 그냥 아이템을 사용하는 것하고 별 차이가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아무려면 어떤가. 하람의 경우엔 레벨 제한이 사라졌지 않은가.


또한 맛있는 템밥을 먹을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템밥은 맛있다.


하율은 설거지를 하면서 그동안 그가 가지게 된 힘에 대해 이야기했다.


-레벨 5에 해당하는 종합적 경험치.

-검, 활, 철퇴, 방패 등의 사용법과 숙련도.

-공격력, 방어력, 마력 5레벨

-근력, 명중률, 회피율, 민첩성 4레벨.

-항마력, 집중력 6레벨.

-‘감정안’ 스킬. 먼 거리에 있거나 사진에 찍히거나 화면 안에 있는 것들도 감정할 수 있다.

-‘전기 충전’ 스킬. 휴대폰 등의 전자기기를 고속으로 충전할 수 있다.

-‘능력 증폭’ 스킬. 금반지 절임을 씹어먹으면 1시간 동안 2레벨 상승, 24시간 쿨타임.

-‘환각’ 스킬. 파란 수정구슬 절임을 한 스푼 먹을 때마다 1시간 동안 사용 가능.

-‘저주 내성’ 스킬. ‘망토 비누 잼’을 한 스푼 먹으면 24시간 동안 저주에 안 걸림.

-‘천군천마’ 1회 스킬. 1000명의 기마병을 동원할 수 있다.

-‘자가 치유’ 스킬. 몸의 병이나 상처를 천천히 스스로 치유한다.


대충 이 정도. 하람은 바닥에 이불을 깔면서 놀란 표정을 지었다.


“우와. 굉장해···.”

“그치?”


하람은 이불 속으로 들어가서 잠옷으로 갈아입었다. 머리만 내밀고 하율에게 물었다.


“듣기만 해도 엄청난데, 오빠는 앞으로 더 강해질 거지?”

“응. 지금까지는 미궁의 보물을 먹어서 성장했다면, 이쪽 차원에서는 이쪽에서 구할 수 있는 물건들을 절여서 먹으면 돼.”


하람은 몸을 꿈틀거리며 이불 밖으로 갈아입은 옷을 꺼내놓았다. 그리고 물었다.


“아무거나 막 먹어도 되는 거야?”

“아직은 몰라. 시험해봐야 알아. 그런데 아마 될 거야.”


하람은 이불로 입을 덮고 음흉한 웃음소리를 냈다.


“우후. 우후후후···. 아. 빨리 강해져서 복수하고 싶다.”

“복수?”


화상 입은 괴물 취급을 받는 하람이었다. 하율 못지않게 세상에 원한을 많이 품었을 것이다. 하람은 하율과 재회한 뒤 며칠 동안 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꺼냈다.


“내가 지금 다니는 직장의 보스가 좀··· 원한을 많이 샀어.”

“어떤 사람인데?”

“오빠도 알 거야. 여진리.”


여진리. 그 이름이 여기서 나오다니. 하율을 가축처럼 부려먹고 미궁에 버린 4인의 원수 중 하나다. 하율은 순간 혈압이 오르는 것을 애써 진정시키고 답했다.


“여진리. 내가 따라다니던 파티의 치유사였는데.”

“오빠한테 못된 짓 많이 했지?”

“응. 많이 당했어.”


하람은 이부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리고 여진리에 대한 깊은 반감을 드러냈다.


“1년 전 즈음에, 오빠가 실종되었다고 나한테 연락을 하더니, 대뜸 자기가 돌리고 있는 포션 공장에 취직할 생각이 없느냐는 거야. 나도 생활이 쪼들리고 일도 없고 해서 승낙했거든? 그런데.”


하람은 물을 컵에 따라 한 모금 마시고 계속 이야기했다.


“그런데 취직한 뒤에 나한테 엄청난 폭언을 쏟아부으면서 괴롭히더라고. 오빠처럼 굼뜨고 멍청해서 일을 잘 못하는구나. 오빠는 실종되었지만 분명 죽었을 거다. 일 똑바로 안 하면 오빠 꼴 난다.”

“뭐야. 주로 내 험담이잖아?”

“오빠 험담이 아닌 것도 있어.”

“뭔데?”


하람은 컵을 씻어서 식기 건조대에 올려놓고 말했다.


“네 얼굴 징그러워. 가면이라도 쓰고 출근해. 치유사 주제에 제 상처 하나도 못 고치는 병신. 혹시라도 포션 만든 거 얼굴 고친답시고 훔쳐 갈 생각 마. 밤중에 거울 보면 막 괴물이 튀어나올 것 같아서 무섭지 않니?”


여진리는 건드려선 안 될 하람의 얼굴 화상에 대해 집요하게 험담을 퍼부었다고 한다. 하율은 분노했다.


“야 진짜 못된 여자인 줄은 전에도 알고 있었지만, 굳이 널 자기 작업장까지 끌고 들어와서 한다는 게 그따위 험담이야?”

“못됐지. 나, 복수하고 싶어.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람의 인생 상담. 상담할 상대를 매우 잘 만났다. 하율은 조금 고민하더니, 아공간 인벤토리에서 병을 하나 꺼냈다.


‘금반지 절임’이었다. 하율이 말했다.


“동생아. 출근한 뒤에 이걸 먹도록 해.”

“이거 뭔데?”

“절인 금반지. 먹으면 1시간 동안 레벨이 2만큼 올라가. 즉 너는 레벨 3이 될 거야.”


하람의 눈이 커졌다. 무려 2레벨이나 높아지다니. 기적 같은 아이템이었다. 하람이 물었다.


“우와··· 근데 그걸로 어떻게 복수를 할 수 있어? 난 치유사니까 피해를 주는 능력은 없는데.”


좋은 질문이었다. 하율은 핑거 스냅을 튕기며 말했다.


“오버 힐.”

“···아! 그거 실제로 가능해?”

“가능해. 걔 평소에도 오버 힐을 많이 두려워했어.”


오버 힐이라는 것은 치유해야 할 정도의 상처나 병 이상으로 힐을 하는 것이다. 보통은 기운이 나고 활력이 넘치게 만들지만, 이게 꼭 좋기만 하진 않다.


보통 치유사는 치유사에게 힐을 해주지 않는다. 치유사가 힐을 받으면 힐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현상은 일시적이고, 저하된 능력은 곧 회복된다.


하지만, 자기보다 높은 레벨의 치유사에게 힐을 받는다면? 그리고 하필 그 힐이 오버 힐이라면? 그게 노골적으로 상대 능력을 상회하는 오버 힐이라면?


제대로 오버 힐을 받은 치유사는 힐 능력을 상실한다.


다만 그 힐 능력을 되찾으려면 오버 힐을 해줬던 치유사가 한 번 더 힐을 해주기만 하면 되므로, 아예 돌이킬 수 없는 일은 아니다.


그래서인지 치유사들은 다른 직군에 비해 자기들끼리의 위계질서가 투철한 편이다. 아랫등급의 치유사는 윗등급의 치유사 앞에서 한없이 약해지므로. 하율이 말했다.


“지금 하람이 레벨이 1이니까, 그 금반지 씹어먹으면 레벨 3이 될 거야. 여진리의 레벨이 2지? 너는 바로 걔가 기피하는 상위 레벨 치유사가 될 수 있어.”

“우오오···.”


하람의 목소리에서 생기가 느껴졌다. 하율이 물었다.


“걔네 작업장에 직원들 많아?”

“한 100명 정도 돼.”


하율은 손가락으로 미간을 짚었다. 약간 골치 아픈 문제가 있었다.


“여진리가 무능력자가 되면 그 사람들이 전부 일자리를 잃겠네.”

“응. 그건 조금 바라는 바가 아닌데, 괜찮을 거야.”

“그래? 어째서?”


하람은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주문 받아와서 납품하는 일 하는 직원 언니가 하나 있는데, 그 언니가 날 위로해주면서 항상 하는 이야기가 있었어. 내가 조금만 더 능력이 있었다면 여기 직원들 싹 쓸어서 딴 데서 회사 차릴 거라고. 그러면 나는 꼭 데려갈 거라고 했어.”


와. 뭔가 통이 큰 분이신가보다. 하율은 감탄하며 물었다.


“그게 가능해?”

“가능할 거야. 그 언니, 일 잘하거든. 도움받을 수 있는 사람도 주변에 많은 것 같고.”


하율이 걱정하던 부분도 해법이 있을 것 같았다. 하율이 말했다.


“좋네. 그럼 한 바탕 휩쓸고 와.”

“응!”

“아. 맞다.”


하율은 깜빡 잊고 있었던 것을 이야기했다.


“그 반지 절임, 약간 부작용이 있어.”

“뭔데?”

“하나 먹을 때마다 수명이 1년씩 줄어.”

“어, 으음···.”


조금 고민하는 하람. 곧 자기 입장을 밝혔다.


“상관없어! 이 한 번의 복수를 위해서라면 수명 1년쯤은 줄어도 돼!”

“그렇구나. 알았어. 화끈하게 갈아엎어 버려!”

“응! 처절하게 복수해주고 올게!”


두 사람은 새벽 2시가 되어서야 잠을 청했다. 벌써부터 출근이 기대되는 하람은, 잠들어서도 뭔가 기분 좋은 꿈을 꾼 것 같았다.


*


아침.


둘 다 오후 2시에 일어났다. 12시간을 잤다!


“뭐야! 오빠도 늦잠 자버렸잖아! 오빠 바보!”

“흐아암. 어차피 늦은 거 느긋하게 다녀와.”


하람은 황급히 출근 준비를 하면서 말했다.


“조별로 벌 받는단 말이야! 나 하나 늦어도 우리 조 전체가 임금 삭감에 단체 기합도 받고 회초리도 맞을 거야!”

“엥? 한 조가 몇 명인데?”

“다섯 명!”


환경이 열악한 산업체의 고용주들은 고용자들에게 특히 가혹했다.


“···그게 무슨 시대착오적인 연대책임이야. 게다가 회초리라니.”

“내 말이! 으아아. 미안해서 어쩌지.”


이미 엎질러진 물은 어쩔 수 없고. 하율은 하람을 응원했다.


“이게 다 여진리 때문이야. 연대책임의 복수도 여진리한테 하기로 해.”

“끄응. 알았어! 이기고 돌아올게!”

“다녀와. 맛있는 거 해놓을게.”


하율의 예고에 하람이 활짝 웃었다.


“맛있는 거! 크큭. 벌써 기대된다. 그럼, 이만!”


하람은 낡은 빌라의 반지하 쪽방을 뛰쳐나갔다. 하율은 하람이 어질러놓은 방을 주섬주섬 치우며 콧노래를 불렀다.


“이제부터가 복수의 시작이구나. 잘 다녀와라, 동생아.”


여진리에게는 하람만이 아니라 하율도 잔뜩 원한을 품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응징한다고 생각하니, 하율의 기분이 무척 좋아졌다.


*


그리고 기분이 좋은 것은 신하람도 마찬가지였다. 골목을 빠져나와서, 출퇴근 시간도 아니라 한가한 거리를 내달리며 하람은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하늘을 나는 새들도, 찬란한 태양도, 길에서 마주친 고양이들도 모두 행복해 보였다.


텅 빈 전철을 타고 가는 길도 설렜고, 버스를 갈아타고 공장지대로 들어서는 길도 기쁘기 그지없었다.


나쁜 일들로 가득했던 하람의 일상이 거짓말처럼 즐거움과 기쁨과 기대감으로 벅차올랐다.


오늘이 기대된다니. 내일이 기대된다니.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 줄은 몰랐다. 이런 감정을 느낄 줄은 몰랐다. 하람은 그런 감정을 처음 겪었다. 삶이 행복으로 가득 찬다는 것은 굉장한 일이었다.


신에게 감사하진 않았다. 지금껏 하람을 힘들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 대신 오빠에게는 마음 깊이 감사했다. 오늘의 행복을 잔뜩 누리고 나누고 싶었다.


하람은 공장 안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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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021 저기 곽동길이 있다 24.05.20 24 1 13쪽
20 020 마지막 한 명 24.05.19 30 1 13쪽
19 019 시한폭탄 템밥 24.05.18 30 1 12쪽
18 018 슬라임은 물에 뜬다 24.05.18 35 1 13쪽
17 017 쓰레기 섬 24.05.17 41 1 12쪽
16 016 인터뷰 24.05.16 45 1 11쪽
15 015 여객기 퐁듀 24.05.15 56 1 13쪽
14 014 좀도둑이 들었다 24.05.14 55 1 11쪽
13 013 레벨 12 24.05.13 60 1 15쪽
12 012 헬스장으로 만든 흑탕 24.05.12 59 0 13쪽
11 011 드러난 악행 24.05.11 70 1 12쪽
10 010 복수의 오버 힐 24.05.11 77 1 13쪽
» 009 강해지면 하고 싶은 것 24.05.10 82 1 12쪽
8 008 템밥은 동생과 함께 24.05.10 79 1 12쪽
7 007 리빙 아머 24.05.09 101 1 13쪽
6 006 템밥에 미치다 24.05.09 116 2 12쪽
5 005 검은 게이트 24.05.08 139 1 12쪽
4 004 귀환하다 24.05.08 143 1 13쪽
3 003 첫 요리 24.05.08 153 1 11쪽
2 002 마왕의 비밀 주방 24.05.08 158 2 13쪽
1 001 복수는 실패했다 24.05.08 182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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