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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낙서의 서재입니다.

아이템 씹어먹고 인생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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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김낙서
작품등록일 :
2024.05.08 11:53
최근연재일 :
2024.05.24 00:13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1,801
추천수 :
29
글자수 :
145,152

작성
24.05.14 07:28
조회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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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14 좀도둑이 들었다

DUMMY

하람은 하율을 집에 데려다주고 공장으로 갔다. 하율은 집안에서 탈진된 채로 시름시름 앓았다. 집 청소를 깔끔하게 해둬서 다행이었다. 기력이 회복되는 느낌이 들었다.


하율은 주사위 망토 볶음을 먹은 적이 있어서 ‘자가 치유’ 스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자가 치유 능력으로는 회복이 더딘 편이라 하람의 힐을 받았다.


간신히 몸을 가누게 된 하율은 스마트폰을 켰다. 여객기 사건의 목격자 증언이 sns를 통해 번지고 있었다. 다들 비행기가 구겨져서 사라졌다는 목격담 위주로 이야기했다.


와중에 능력자 센터 직원의 목격담이 있었다. 하율이 여객기를 멈춘 일이라든가, 그레첸 바그너가 등장했다든가 하는 이야기를 했다. 그의 신상을 어떻게 캤는지, 현장에 있던 레벨 4의 치유사와 남매지간인 것까지 알아냈다. 레벨 1인데 여객기를 멈췄다는 제보까지, 그야말로 세부적이고 구체적이었다.


지금 하율이 당혹스러워하는 이유는 2가지였다.


하나는 복수에 지장이 생긴다는 것. 하율이 유명인이 되고 그 사실이 원수들에게 알려지면 그들은 몸을 사리게 될 테니까, 추적과 응징이 귀찮아지게 되리라는 것.


다른 하나는 하율에게 무한한 의무의 굴레가 지워지게 될 거라는 것. 세상이 하율에게 기대하고 바라는 것이 많아질 것이다. 그리고 그걸 거부하면 세상이 욕을 하게 될 것이다. 하율은 가만히 있는데 그냥 욕을 먹는 것이다. 강하다는 이유로. 하율의 멘탈이 그걸 흘려넘길 정도로 단단하진 않아서 곤란했다.


하율의 주변에서 그 전조가 이미 벌어지고 있었다.


집 근방에 기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잔뜩 몰려왔다. 스트리머들도 잔뜩. 귀찮은 관심이었다. 아. 귀찮은데. 하율은 환각 능력을 사용하기로 결심했다.


“캬오오오오오!”

“으아아아아악!”


하율은 ‘파란 수정구슬 푸딩’을 먹고 공룡들이 기자들을 잡아먹는 환각을 보여주었다. 기자들은 혼비백산해서 도망쳤고, 하율은 프라이버시를 지킬 수 있게 되었다.


조용. 환각 효과가 좋네.


하율은 평온함을 되찾았다. 두세 시간이 지나자 온전히 기력을 되찾았다.


“한가해졌으니 템밥이나 만들어 보실까···.”


오늘의 수확은 여객기 뭉치. 하율은 그 재료를 레드 슬라임의 체액에 퐁당 담갔다. 어떤 요리가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결과가 기대되었다.


* * *


악당들은 놀랐다.


[곽동길: 12레벨이라고?]


하율의 원수들은 뉴스와 소문을 접했다.


[안나리: 그렇다니까. 나도 내 눈을 의심했는데, 틀림없는 신하율이었어. 몸이 탄탄한 근육질이라서 잠깐 다른 사람인가 싶었는데, 역시 신하율이 맞아.]

[곽동길: 그래?]


배명식은 흥분했다.


[배명식: 그따위 감쟁이 하층민이 12레벨이라니. 믿을 수가 없어. 뭔가 착오가 있는 거겠지. 그 불쌍한 감쟁이가 그레첸하고 힘겨루기를 할 정도의 능력을 가졌을 리가 없잖아? 그럴 리가 없어. 그럴 리가 없어!]


말수가 적은 배명식의 말이 많아질 정도로 의외의 사태였다. 안나리가 물었다.


[안나리: 어쩌지? 죽일까?]

[곽동길: 12레벨짜리를 무슨 수로 죽여! 12레벨은 신이라고! 신!]


악당들 모두가 하율의 존재와 수준을 부정했다. 그러나 이대로 두고 볼 수는 없었다. 사실확인을 하고 조치를 취해야 한다.


만약 12레벨 능력자가 작정하고 그들에게 복수하려 한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한 악당들이었다. 참다못한 안나리가 말했다.


[안나리: 안 되겠어. 조만간 확인하러 가야지.]

[곽동길: 직접 갈 생각인가? 바로 죽일 건가?]


다급한 곽동길과는 달리 안나리는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안나리: 몰래 살펴보기만 하고 와야지. 혹시라도 진짜면 내가 상대할 수 없으니까.]

[곽동길: 그렇군. 소식을 기다리지.]


안나리는 신하율의 집으로 잠입하기로 했다.


*


하람이 귀가할 동안에 하율은 여객기 요리를 준비하기로 결정했다. 몸이 회복되려면 며칠은 더 걸리겠지만 꾹 참고 움직일 수는 있게 되었다.


이번 식재료는 12레벨 능력자 그레첸 바그너가 준비해준 것이다.


왜, 무엇때문에 거대한 여객기를 한국의 능력자 센터가 있는 건물에 들이받으려 했는지는 불명이다. 하지만 세간의 평판으로 추측해볼 수는 있다.


그 이유는, 심심해서.


그레첸은 빌딩 파괴는 실패했지만, 하율을 만나서 재미를 충족시켰다. 그리고 여객기를 접고 구겨서 야구공만 하게 압축한 덩어리를 하율에게 선물로 줬다.


대단히 고마웠다. 이것으로 하율은 새로운 템밥을 만들 수 있다.


템밥! 맛있는 템밥! 오로지 템밥! 결국은 템밥!


먼저 슬라임 체액에 절인 여객기 뭉치가 어떤 재료인지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요리의 방향성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율은 여객기 뭉치의 한쪽 끝을 떼어내서 먹어보았다.


“이건··· 초콜릿?”


놀랍게도 초콜릿 맛이었다. 최대한 원재료의 맛을 살려서 조리하는 방법이 있을까.


있다.


“결정했다. 오늘의 템밥은 ‘여객기 퐁듀’다.”


하율은 마침 근처 마트에서 퐁듀 포트를 파는 것을 봐두었다. 어차피 휘핑 크림도 사 와야 하고, 여객기 절임을 완전히 하는 데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리므로, 겸사겸사 사러 다녀오기로 했다. 조금 있으면 마트 문 닫을 시간이니 서둘러야겠다.


“다녀왔습니다!”


하율이 문을 나서려고 하자, 때마침 하람이 귀가했다. 하람은 하율을 보고 놀랐다.


“오빠. 몸은 좀 괜찮아? 움직여도 돼?”

“멀쩡해. 회사에선 별일 없었어?”

“멋지게 복귀 성공했어. 4레벨 포션 만들기 성공!”


동생은 핸드백에서 4레벨 포션을 꺼냈다. 영롱한 붉은 빛이 해안의 윤슬처럼 자글거렸다. 하율은 ‘감정안’으로 포션을 감정했다.


[‘힐링 포션’]

[4레벨의 효과가 있다.]


4레벨 포션의 시중 가격은 2억 원. 하율은 기뻐했다.


“이제 우린 부자가 되겠네?”

“웬걸. 오빠는 이미 부자잖아. 보물들 잔뜩 가지고 있으면서.”


하율은 정색했다. 그것들을 팔 수는 없었다.


“그 보물들은 재물이 아니라 식재료야. 먹을 수 있는 걸 돈으로 쓰긴 아깝잖아.”

“어휴, 이 템밥 중독. 근데 어디 가려던 참이었어?”


하람의 질문에 하율은 주먹 만하게 접힌 장바구니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마트 다녀오려고. 퐁듀 포트하고 휘핑크림을 살 거야. 초코 퐁듀 만들어 먹자.”

“초콜릿이 있어야 하잖아.”


하율은 아공간 인벤토리에서 절임병을 슬쩍 꺼내 보이며 말했다.


“그레첸이 나한테 주고 간 여객기 뭉치가 초콜릿이더라고.”

“우와. 대박.”


하람은 흥미를 보였다. 하율과 마찬가지로 템밥 중독이 되고 만 하람. 하율은 씨익 웃으며 물었다.


“장 보러 같이 갈래?”

“응! 같이 가!”


퇴근한 하람과 집에서 쉬던 하율은 바로 마트로 갔다.


가는 길에 기자들이 잠복해 있어서, 이번에는 환각으로 다른 남매인 것처럼 보이게 했다.


*


도적 안나리는 갈등했다.

이대로 남매의 뒤를 쫓느냐, 아니면 빈집을 터느냐.


남매의 뒤를 쫓으면 두 사람의 행태를 관찰하기 쉽다.


반면, 빈집을 털면 얻을 것이 많고, 감시 장비를 설치할 수 있다.


안나리가 여기에 온 목적은 신하율의 동향을 살피는 것.


혹시 신하율이 진짜 12레벨이면 곤란하니까. 그런 그에게 복수라도 당하면 곤란하니까.


그냥 집을 털자. 안나리는 집을 털기로 결심했다. 삶의 흔적을 통해 두 남매의 동향도 살피고 값진 게 있으면 조금 챙기기도 하고. 여유가 있으면 도촬 카메라도 달고.


그렇게 많은 짓을 하면 흔적이 남기 더 쉬워진다는 사실도 무시하고 안나리는 욕심을 부렸다. 그녀 딴에는 이게 최선을 다 하는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하율과 하람은 마트를 다녀온댔으니 최대한 빨리 치고 빠지는 편이 안전하다.


안나리는 도적답게 신하율 남매 집의 도어락을 가볍게 풀었다. 문 주변과 퇴로의 CCTV는 모두 배선을 끊어놨다. 안나리는 안으로 들어섰다.


“아, 가난 냄새···. 나 이 냄새 싫은데.”


궁핍하게 살던 남매의 집에서 나는 냄새는, 오래된 빌라에서 나는 구릿한 냄새. 얼마 전에 악취로 온 동네가 한바탕 난리를 치도록 만들었던 곳. 모든 물건을 싹 갈아치웠어도 가난 냄새를 지우지는 못했다.


안나리는 집안 구석구석을 살폈다. 귀중품이 들어있을 만한 서랍이나 침대 밑, 벽장들을 모두 뒤졌다. 공간이 협소한 이유로 살림을 많이 늘리지는 않았으므로, 털어갈 것은 딱히 없어 보인다.


이런 빈곤한 인간의 어디가 무서워서 이렇게 잠입 조사를 하는가.


집을 터는 것은 그만두고, 도촬 카메라나 설치해야겠다. 그렇게 마음먹은 안나리는 천장에 달린 화재경보기를 빠른 손놀림으로 교체했다. 그리고 탁상시계도 해체해서 카메라를 심고 도로 조립했다.


이제 집 밖으로 도망치면 된다. 그런데.


삑. 삑. 삑. 도어락 버튼 누르는 소리. 누구지? 안나리는 황급히 방의 벽장으로 몸을 숨겼다. 덜컥. 문이 열렸다. 목소리가 들렸다.


“하람아. 어서 퐁듀 해먹자. 초코 퐁듀.”

“오빠는 초코 퐁듀 먹어봤어?”

“아니. 너는?”

“나도 못 먹어봤어.”


철컥. 문이 닫혔다. 남매가 귀가했다.


“별거 없을 거야. 초코에 과자 찍어 먹는 건데 뭘.”

“그게 어디야. 여객기 퐁듀~!”


하율은 마트에서 사온 퐁듀 포트를 꺼냈다.


“일단 퐁듀 포트는 씻자.”

“씻는 건 나한테 맡겨! 오빠는 요리 준비해!”

“요리라고 해봐야 별거 없지만··· 알았어.”


한쪽 이어폰을 통해 남매의 대화가 고스란히 들려왔다. 도촬 카메라에 설치된 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안나리는 음성을 유심히 들으며 숨을 죽이고 있었다. 탈출할 타이밍을 놓쳤다. 어딘가 빠져나갈 구멍이···.


덜컹. 엉덩이로 벽장 안쪽의 벽을 밀었더니, 뭔가가 열렸다.


비밀 통로였다. 분명 이 벽장 너머는 도면으로 봤을 때 이웃집인데.


그렇다면 다른 차원으로 연결되는 건가? 게이트 비슷한 거 아닐까? 안나리는 확인을 해보기 위해 문을 열고, 안쪽으로 들어갔다. 문을 도로 닫았다.


지지직. 전파 장애. 남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카메라에서 발신하는 음성이 끊겼다. 물론 카메라에 포착된 화상은 모두 녹화 중이니 나중에 확인해도 된다.


안나리는 등불 주문을 걸었다. 칠흑 같았던 시야가 트였다. 사방이 벽돌로 된, 언젠가 본 복도였다.


이곳은 안나리와 일행들이 예전에 신하율을 버려두고 금은보화를 챙겼던 바로 그 미궁이다. 안나리는 그 미궁 특유의 공기를 기억하고 있었다.


이렇게 연결되어있었구나. 미궁과 집이 바로 연결이 되다니. 그게 가능한 마법 아이템을 발견했다거나 해서 바깥세상으로 빠져나올 구멍을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 안나리는 대충 짐작했다.


손목시계는 10시를 가리키고 있다. 두 사람이 집 밖으로 나설 내일 오전 즈음에 탈출하면 될 터였다.


그때까지는 이 미궁을 탐색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안나리는 생각했다. 잘만 하면 작년의 미궁 탈출 당시에 다 가져오지 못했던 보물들을 다시 챙겨올 수 있지 않겠는가.


안나리는 신하율의 방과 연결된 출구 위치를 기억해둔 채로 미궁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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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022 사진 속의 해법 24.05.21 19 1 13쪽
21 021 저기 곽동길이 있다 24.05.20 24 1 13쪽
20 020 마지막 한 명 24.05.19 30 1 13쪽
19 019 시한폭탄 템밥 24.05.18 30 1 12쪽
18 018 슬라임은 물에 뜬다 24.05.18 36 1 13쪽
17 017 쓰레기 섬 24.05.17 41 1 12쪽
16 016 인터뷰 24.05.16 45 1 11쪽
15 015 여객기 퐁듀 24.05.15 56 1 13쪽
» 014 좀도둑이 들었다 24.05.14 56 1 11쪽
13 013 레벨 12 24.05.13 60 1 15쪽
12 012 헬스장으로 만든 흑탕 24.05.12 60 0 13쪽
11 011 드러난 악행 24.05.11 70 1 12쪽
10 010 복수의 오버 힐 24.05.11 77 1 13쪽
9 009 강해지면 하고 싶은 것 24.05.10 82 1 12쪽
8 008 템밥은 동생과 함께 24.05.10 79 1 12쪽
7 007 리빙 아머 24.05.09 101 1 13쪽
6 006 템밥에 미치다 24.05.09 117 2 12쪽
5 005 검은 게이트 24.05.08 139 1 12쪽
4 004 귀환하다 24.05.08 143 1 13쪽
3 003 첫 요리 24.05.08 153 1 11쪽
2 002 마왕의 비밀 주방 24.05.08 158 2 13쪽
1 001 복수는 실패했다 24.05.08 182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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