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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낙서의 서재입니다.

아이템 씹어먹고 인생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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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김낙서
작품등록일 :
2024.05.08 11:53
최근연재일 :
2024.05.24 00:13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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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0
추천수 :
29
글자수 :
145,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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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0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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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08 템밥은 동생과 함께

DUMMY

검은 게이트 안의 적은 보스 빼고 전멸. 아군은 하율 빼고 전멸. 이제 보스 리빙 아머와 하율만이 남았다. 혼자서 적을 상대해야 했다.


하율은 활을 꺼냈다. 미궁에서 구한 각궁이다. 물소의 뿔로 만든 것이라 위력은 보장한다.


화살을 장전했다. 활시위를 당겼다. 쐈다.


텅.


명중했다. 하지만 죽지 않았다. 분명 코어의 위치에 명중시킨 것처럼 보였는데, 코어가 위치를 이동한 것 같았다.


게다가 이 보스, 코어가 모두 다섯 개다. 저걸 다 파괴해야 저 보스는 죽는다.


보스는 한 손에 검, 다른 한 손에 몽둥이를 들고 달려왔다. 작정하고 공격 위주 전술을 취할 모양이었다. 하율은 보스를 피하면서 철퇴를 다시 꺼내 휘둘렀다.


붕. 붕. 붕. 보스는 하율의 철퇴 공격을 모두 피했다.


“어쩔 수 없지. 받아라!”


하율은 보스에게 손을 뻗고 벼락을 쳤다. ‘보조 배터리 커틀렛’을 먹고 생긴 ‘전기 충전’ 스킬에서 발전한 ‘전기 충격’ 스킬이었다.


보스는 사지가 뻣뻣해져서 그대로 나자빠졌다. 절호의 기회다.


하율은 근처에 굴러다니는 오함마를 들고 보스를 마구 두들겨 팼다.


쩍! 쩍! 쩌억!


핀포인트로 마핵의 위치를 두들기니 보스는 작살이 났다.


다섯 개의 마핵이 파괴되었고 팔찌에는 5개의 카운트가 올랐다. 이것으로 내가 잡은 마핵은 총 13개.


공략 완료. 끝났다.


무대 내부가 환하게 빛났다. 시체들과 갑옷들이 널브러져 있는 실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하율이 유일한 생존자다.


정상적인 공략이었다면 마핵 파편들을 회수해서 나가야 하겠지만, 하율은 별로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그냥 한시라도 빨리 목표한 아이템을 받고 하람을 만나러 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쿠르르르르. 게이트가 열렸다. 게이트 너머에는 감독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하율은 게이트 밖으로 나가면서 감독관에게 팔찌를 빼서 주었다.


감독관은 팔찌에 찍힌 ‘13’ 숫자를 보고 놀랐다.


3명의 감쟁이, 감정사들이 던전 내부로 들어가서 생존자 확인을 했다. 잠시 뒤에 감정사 한 명이 두 팔을 위로 들어서 교차시켰다. 전멸했다는 신호다.


감독관이 말했다.


“그러면, 신하람씨가 성공수당을 모두 가져가시게 되겠네요.”

“신하율입니다. 신하람의 오빠고요. 대타로 들어가는 수속도 마쳤습니다.”

“아, 네.”


감독관은 볼펜으로 명부를 수정하고 말했다.


“성공수당은 모두 1억 5천만원입니다. 개인당 5백만 원으로 30인분입니다.”


혼자 살아남은 덕분에 다른 사망자들의 보상을 전부 쓸어 담게 된 것이었다. 하율이 물었다.


“아무리 제가 유일한 생존자라고 해도, 이렇게 막 퍼줘도 되나요?”

“검은 게이트에서 살아남았더니 일확천금을 했다. 그런 환상을 보여줘야 다음 신청자가 또 모일 겁니다.”


결국은 이것도 계산에 따른 것. 이들은 이런 비용을 지불하고도 훨씬 더 큰 이익을 취한다는 의미다. 하율은 납득하기 싫지만 납득했다.


“장사에 도움이 된다는 거군요.”

“그렇죠. 저희도 이익이 있으니까 돈을 뿌려서 이 짓을 하는 거고요.”

“···.”


사람 목숨 가지고 장난 치는 놈들이었다. 하율도 굳이 깊이 파고들지는 않았다.


하율은 감독관에게 가장 중요한 용건을 물었다.


“제가 받게 될 아이템은 어디 있나요?”

“아. 저기 위에 있습니다. 따라오시죠.”


하율은 감독관을 따라 가건물 2층으로 올라갔다. 그곳에는 작은 금고가 하나 있었고, 금고 안에는 ‘천군천마의 완드’가 있었다. 감독관이 말했다.


“아. 인제 와서 말씀드려서 죄송합니다만, 그 완드는 사용 횟수의 제한이 있습니다.”

“몇 번이죠?”

“2번입니다. 그리고 사용 레벨 제한이 있습니다.”

“몇이죠?”

“3레벨입니다.”


하율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모르는 척 고개를 끄덕였다. 하율은 감독관에게 손을 내밀었다.


“흐음. 알겠습니다. 주세요.”

“네. 여기. 의심이 가시면 감쟁이한테 감정해달라고 해보셔도 되고요.”

“그럴 필요까진 없을 것 같네요.”


하율은 씁쓸했다. 받은 돈과 아이템이 29인분의 목숨값이었다는 것이.


이제 이들은 공략한 게이트 안에서 채굴을 시작할 것이다. 검은 게이트는 녹색 게이트로 바뀐다. 녹색 게이트 안에는 희귀한 광물이 많고, 이들은 그 광물을 캐내서 팔아먹고 산다. 이후는 하율이 관여할 바가 아니다.


원하는 아이템을 구했으니, 빨리 돌아가서 템밥을 해 먹어야지.


하율은 자리를 뜨기 전에 감독관에게 물었다.


“그런데, 저주는 어떻게 된 거죠? 검은 게이트에는 항상 저주가 따른다고 했는데.”

“저주에 안 걸리셨나요? 하긴. 안 걸리셨으니 이렇게 무사히 나오셨겠죠. 이번에는 이겁니다.”


감독관은 타블렛에 문서 하나를 띄워서 보여주었다. 저주에 대한 감정사의 감정 결과가 적혀 있었다.


[‘절반의 프래깅’ 저주]

[게이트 안에 들어간 인원 중 절반이 아군에게 살해당한다.]


“···.”


그들의 죽음은 예견되어있었다는 것인가. 괜히 물어봤나 싶었다. 이걸 알면서도 사람을 소집해서 투입한 사측은 정말 쓰레기들이었다. 그것에 죄책감도 느끼지 않고 하율에게 알려준 감독관도 마찬가지다. 어차피 하율이 알아봐야 그들의 활동을 어쩌지 못하리라는 자신감도 있었으리라. 하율이 물었다.


“저한테 굳이 보여주실 필요가 있었나요? 알려지면 장사에 지장이 있을 수도 있는데.”

“알려드리는 데 별다른 문제는 없을 것 같아서 알려드리는 겁니다. 어차피 더 흉악한 소문도 도는 검은 게이트입니다. 검은 게이트 전담 대행사의 운영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역시 그랬다. 다행히 하율은 ‘망토 비누 잼’을 먹어서 저주를 면할 수 있었지만,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하율은 보상을 모두 수령하고 대기실로 갔다. 하람이 하율을 반겼다.


아프고 씁쓸했다.


‘술이라도 마실까. 술과 템밥으로 울적한 기분을 달래자.’


하람과 하율은 집으로 돌아갔다.


*


다음 날.


하람은 포션 공장으로 출근했는데, 돌아올 때가 되었다.

하율은 템밥을 만들었다.


오늘의 템밥은 짜장면이다. 술하고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 술은 다음에 마시기로 했다.


하율이 예정에 없는 요리를 해서 그렇다. 완드 절임의 맛이 짜장 맛일 줄이야. 정말 예상 밖이었다.


준비물은 다음과 같다.


슬라임 체액에 절인 천군천마의 완드, 갑옷, 활, 나무공, 보석 가루들.

시중에서 구한 간장, 밀가루, 식용유, 참기름, 오이, 계란, 물.


하율이 집으로 돌아온 이후로는 마트에서 식재료를 살 수 있어서 좋았다. 당연하지만 미궁 안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로는 만들 수 있는 요리가 한정적이어서 은근히 불편했었다.


그러면, 요리 시작.


먼저 활과 나무공을 잘게 다지고, 갑옷도 작은 크기로 썬다.


면을 만들기 위해 밀가루 반죽을 한다.


중화 냄비에 식용유를 두르고 갑옷을 넣어 중불에 볶는다. 갑옷이 반쯤 익었을 때 활과 나무공을 투입. 함께 볶는다.


재료가 잘 섞여서 볶아지면 완드를 넣고 녹이면서 볶는다. 잘 녹을 때까지, 눌어붙지 않도록 꾸준히 저어주는 것이 좋다.


완드가 고르게 잘 풀어지면 물을 붓고 섞는다. 중약불에서 끓여주면서 보석 가루와 간장을 넣어서 간을 맞춘다.


면을 뽑는다. 어떻게? 손으로. 납작하게 펴서 돌돌 만 다음에 칼질로 면을 잘라낸다. 그걸 별도의 냄비에 넣고 익힌다.


면이 다 익었으면 찬물에 헹궈준 후 참기름을 뿌려서 면이 뭉쳐지지 않도록 한다.


그릇에 면을 담고 그 위에 만들어둔 짜장 소스를 부어주면 완성··· 이긴 한데, 마무리가 남았다.


오이를 채썰어서 얹어주고, 계란 반숙 후라이를 해서 얹어준다. 통깨를 손으로 비벼서 뿌린다. 이것으로 진짜 완성.


때마침 하람도 돌아왔다. 완벽한 타이밍.


“으음~ 맛있는 냄새! 오빠가 요리한 거야?”

“그래. 같이 먹자.”


하람은 재킷을 벗고 밥상을 폈다. 그리고 물었다.


“고맙긴 한데, 어제 던전 다녀오느라 힘들지 않아?”

“괜찮아. 너야말로 이렇게 늦게 퇴근하다니. 포션 만드느라 힘들지 않아?”


하람은 우는소리를 했다.


“히잉. 오늘은 작업량이 평소보다 많더라고. 이제 오빠가 돈 잘 버니까 이 일도 때려치울 거야. 그런데 질문.”

“뭔데?”


하람은 어제 차마 하지 못했던 질문을 했다.


“어제 얼마 벌었어?”

“1억 5천만 원.”

“···.”


떠억. 하람의 입이 크게 벌어졌다. 입안으로 파리가 들어갔다. 에퉤퉤. 하람은 입안을 마구 헹구고 이를 닦았다. 그리고 돌아왔다. 물었다.


“거기서 어떻게 그만큼 돈을 벌어?”

“몰라? 성공수당은 살아남은 사람한테 몰아주잖아.”

“아, 맞다.”


하람은 조금 주저하다가 물어보았다.


“몇이나 살았는데?”

“나 혼자.”

“···.”

“아얏!”


하람은 하율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한 서너 번을 걷어차다가, 멱살을 붙들고 흔들다가, 하율을 끌어안았다.


“다음부터 그런 위험한 곳은 가지 마. 알았어?”

“그럴게.”

“오빠가 그 게이트에 간 건 나 때문이지만, 다음부터는 절대 그런 데 가지 마!”

“알았어.”


하람은 죄책감을 느꼈다. 애초에 하람이 검은 게이트에 간다고 하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테니까.


하지만 결국은 아무 일 없어서 다행이었다. 하람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말했다.


“으으. 내가 갔더라면 틀림없이 살아남지 못했을 거야. 오빠가 강해져서 돌아와서 다행이야.”

“하긴. 검은 게이트는 실패하거나 몰살하는 경우가 더 많았지.”

“그러니까.”


하율은 밥상을 차리며 하람에게 물었다.


“등급 재검사 받을까?”


하람은 두 손으로 엑스 표시를 만들었다.


“레벨 1에서 갑자기 레벨 5가 된 사람을 세상이 어떻게 받아들여 주겠어. 오빠가 붙잡혀서 실험실로 끌려가는 건 아닐까 걱정돼.”


하긴, 등급이 크게 오른다고 해서 좋은 일만 있으리라는 법은 없었다. 하율은 수긍했다.


“그래. 내가 이렇게 된 비결을 알아내려는 사람이 많겠지.”

“응. 말이 레벨 5지, 하율 오빠는 안 좋은 의미로 세간의 이목을 끌 가능성이 더 높아.”


하율은 약간 상상력을 발휘해 보았다.


“어쩌다가 나쁜 악당에게 걸리면 하람이한테 위협이 갈 수도 있고. 비결을 알려주면 동생의 목숨만은 살려주지. 이러면서.”

“맞아.”


하율과 하람은 팔짱을 끼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율이 말했다.


“음. 역시 내 재검사는 미루는 게 좋겠네.”

“언제까지?”


하율은 아무렇지도 않게 엄청난 이야기를 했다.


“12레벨이 될 때까지.”


하람은 말을 조금 더듬으며 하율에게 따져물었다.


“시··· 12레벨이라니. 현존하는 최고 레벨이잖아. 아예 누구에게도 위협당하지 않을 정도로 강해지는 거야?”

“응.”

“그게 가능해?”

“가능해.”


하람은 답변을 듣고 고개를 신중하게 끄덕였다. 하율이 일으키는 기적 때문에 하람도 많은 고민을 했었다. 하람은 하율에게 부탁했다.


“그러면 오빠. 부탁이 있어.”

“뭔데?”


하람은 자기 가슴 한복판을 주먹으로 치며 말했다.


“나도 강하게 만들어줘. 오빠만큼.”


하람의 눈에서 단호한 의지가 엿보였다. 하율이 더 강해지는 것을 막을 수도 없을 것 같으니, 하람이 하율의 짐이 되는 것만큼은 피해야겠다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람도 강해져야 했다. 하율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 물론이지. 나도 그럴 생각이었어.”


하율은 흔쾌히 수락했다. 하람은 자기 얼굴을 매만지며 말했다.


“얼굴하고 몸에 난 화상도 치료하고 싶어.”

“그건 당장이라도 한 5천 들여서 힐 받으면 나아질 텐데. 돈도 있고.”


하람은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더 강해지기로 마음먹은 이상, 내가 스스로 고치고 싶어. 난 치유사니까.”

“음. 알았어.”


하율은 자신이 강해지는 것 못지않게 동생이 강해지는 것을 기대했다. 각박한 세상에서 힘을 얻는 것만큼 간절한 일이 또 있을까. 하율은 기원했다. 앞으로 하율에게도 하람에게도 더 좋은 일이 많이 있길.


하율은 요리를 내놓았다.


“짜장면이야.”

“우와. 맛있겠다.”


딱 2인분의 짜장면이 나왔다. 하람은 짜장을 비벼서 한 입을 먹어보았다. 그리고 놀랐다.


“헉···!”

“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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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023 Now Loading 24.05.22 18 1 14쪽
22 022 사진 속의 해법 24.05.21 19 1 13쪽
21 021 저기 곽동길이 있다 24.05.20 24 1 13쪽
20 020 마지막 한 명 24.05.19 29 1 13쪽
19 019 시한폭탄 템밥 24.05.18 30 1 12쪽
18 018 슬라임은 물에 뜬다 24.05.18 35 1 13쪽
17 017 쓰레기 섬 24.05.17 41 1 12쪽
16 016 인터뷰 24.05.16 45 1 11쪽
15 015 여객기 퐁듀 24.05.15 55 1 13쪽
14 014 좀도둑이 들었다 24.05.14 55 1 11쪽
13 013 레벨 12 24.05.13 60 1 15쪽
12 012 헬스장으로 만든 흑탕 24.05.12 59 0 13쪽
11 011 드러난 악행 24.05.11 70 1 12쪽
10 010 복수의 오버 힐 24.05.11 76 1 13쪽
9 009 강해지면 하고 싶은 것 24.05.10 81 1 12쪽
» 008 템밥은 동생과 함께 24.05.10 79 1 12쪽
7 007 리빙 아머 24.05.09 100 1 13쪽
6 006 템밥에 미치다 24.05.09 116 2 12쪽
5 005 검은 게이트 24.05.08 139 1 12쪽
4 004 귀환하다 24.05.08 143 1 13쪽
3 003 첫 요리 24.05.08 153 1 11쪽
2 002 마왕의 비밀 주방 24.05.08 157 2 13쪽
1 001 복수는 실패했다 24.05.08 181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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