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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낙서의 서재입니다.

아이템 씹어먹고 인생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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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김낙서
작품등록일 :
2024.05.08 11:53
최근연재일 :
2024.05.24 00:13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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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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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글자수 :
145,152

작성
24.05.08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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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05 검은 게이트

DUMMY


신하율과 신하람의 반지하 쪽방.


옷장 안쪽에 마왕성의 지하미궁과 연결된 포탈이 열렸고, 그곳을 신하율이 넘어왔다. 그랬는데, 옷장 바깥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신하람과 집주인이 실랑이를 벌이는 소리였다.


“드린다니까요. 1주일 안으로 드릴게요.”

“그걸 어떻게 믿어. 무슨 수로 벌어와?”


하람이 밀린 집세를 내지 못해서 집주인이 받으러 온 상황이었다.


옷장 안쪽의 옷걸이에는 아직 하율의 옷이 걸려있었다. 하율은 하람이 옷장을 버리지도 않았고 이사를 가지도 않았다는 것에 감사했다. 만약 그랬다면 포탈을 넘어오는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하율은 잠자코 옷장 밖의 대화를 들어보기로 했다. 하람이 말했다.


“저 이래 보여도 1레벨 능력자예요. 벌어올 수 있어요.”

“그 얼굴로 무슨 돈을 벌어오냐고. 자기 얼굴 화상도 못 고치는 치유사를 누가 써?”


침묵이 흘렀다. 하람은 반박할 수 없었다. 하람의 능력이 부쳐서 최소한의 식비도 충당하지 못하는 상황인데, 어떻게 집세를 낼 수 있을지.


띠링. 하람의 휴대폰으로 문자메시지가 왔다. 하람은 메시지를 읽었다. 뭔가 기다리던 연락이 온 것으로 보였다. 집주인은 하람을 계속 노려보았다. 하람에게 할 말이 있어 보이니, 뭐라도 말해 보라는 태도로 팔짱을 끼고 턱을 들어서 자기보다 키가 큰 하람을 내려다보았다.


동생은 무거운 침묵을 깨고 말했다.


“···실은, 아까 검은 게이트에 공략 신청서를 넣었어요.”

“검은 게이트? 진짜로?”

“네. 신청 접수되었다는 문자가 왔어요. 보세요.”


검은 게이트. 검은 게이트라니. 아무리 돈이 쪼들려도 그렇지. 얼마나 궁핍하고 절박했으면 그런 곳에까지 내몰린 건가. 하율은 귀를 의심했다. 집주인이 물었다.


“정말이네? 죽을지도 모르는데?”

“달리 생각해보면 별거 아니잖아요. 능력자들은 항상 죽을 고비를 마주해요. 저도 능력자예요. 거기서 돈 구해올게요. 선금 받으면 바로 송금해드릴게요. 밀린 집세 다 갚아드릴게요.”


검은 게이트는 쉽게 말해서 저주에 물든 게이트다. 이 게이트를 공략하는 사람들은 모두 강력한 저주에 걸린다. 저주는 게이트를 공략하면 풀리지만, 대부분 공략하기 전에 저주 때문에 죽는다. 그래서 공략에 참여하는 능력자들에게 조금 더 많은 급료를 지급하고, 선금도 두둑하게 지급한다.


그래서 이 검은 게이트는 막장에 치달은 자들이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곳으로 통한다.


집주인은 밝아진 목소리로 하람에게 물었다.


“정말이지? 딴말하기 없기다? 언제 가는데?”

“3일 뒤에 새로 공략하는 검은 게이트가 있어요. 거의 당일치기로 다녀올 가능성이 높아요. 대금도 귀환 즉시 받을 거고요.”

“오. 그래그래. 잘 생각했어. 죽지 말고 돈 많이 벌어오도록 해.”


검은 게이트는 여러 명의 능력자가 함께 들어가는데, 게이트 안에서 죽으면 죽은 사람이 받아야 할 수당을 산 사람들에게 쪼개서 나눠준다. 그래서 살아서 나오기만 하면 좀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집주인이 말했다.


“혹시 검은 게이트 들어갔다가 안 돌아오면 방 치워버릴 거니까, 그렇게 알아. 선금 보내주는 거 잊지 말고.”

“네.”


매정하고 삭막하다. 힘들게 버텨왔었구나, 동생아. 하율은 어금니를 악물었다.


집주인은 콧노래를 부르며 나갔다.


방은 다시 조용해졌다. 하율은 옷장의 문을 열 수가 없었다. 기다렸다가 하람이 잠들면 열고 들어갈까 싶기도 했다. 그러나 그렇게 몰래 들어가면 낭패다. 하람을 지탱해주는 사람이 하나도 없을 상황인데, 오빠가 되어서 하람을 피하면 어쩌자는 건지.


하율은 자신의 어리석은 선택과 미망으로 복수하겠답시고 수작을 부렸다가 마왕성의 지하 미궁에 1년 동안 갇혔기 때문에, 죄책감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때, 하람은 방에서 혼잣말을 했다.


“난 오빠가 죽었다고 생각하지 않아. 언젠가 오빠가 집으로 돌아올 거라고 믿었어. 그래서 이 집을 포기할 수 없었어. 그런데, 그것도 며칠 뒤면 끝날 것 같아. 검은 게이트에 가면 난 분명 죽을 거야. 아마 집주인 아주머니에게 선금만 부쳐주고 죽겠지. 무사히 살아나와서 집을 지킬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럴 가능성은 너무 낮아. 나는 약하고 흉하니까.”


그리고 다시 침묵이 찾아왔다. 그 말을 들은 하율의 마음이 찢어질 것 같았다. 하율은 이 옷장을 열고 나가서 잘못했다고 빌기로 마음먹었다.


하율은 하람에게 답했다.


“하아. 미안하다, 하람아. 이제 겨우 돌아왔어.”

“···?!”


벌컥. 하람은 하율이 문을 열고 나가기 전에 먼저 옷장 문을 열었다.


두 사람은 1년 만에 만났다.


하람은 재회의 포옹을 하는 대신 하율의 멱살을 붙들고 옷장 밖으로 끌어냈다. 하람은 무게중심을 잃고 넘어질 뻔했다.


하람은 하율의 멱살을 조르면서 이리저리 흔들었고, 엉덩이를 연신 걷어찼다.


“악! 악! 악!”

“이 빌어먹을 오빠야! 죽은 줄 알았잖아! 으이익! 으익!”

“아얏! 아파! 아프다고!”


하람은 주먹으로 하율을 마구 때렸다. 하율은 하람의 폭력을 피해서 옷장으로 도로 들어갔다. 안쪽 문짝을 열고 마왕성으로 도로 넘어가 버렸다. 포탈을 닫자, 하람은 하율을 찾지 못했다.


그곳에 통로가 있는 줄은 꿈에도 모르는 하람은 울음을 터뜨렸다.


“또 어디 간 거야! 으허엉~!”


하람은 주저앉아서 오열했다. 하율은 조심스레 포탈을 다시 열고 방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또 처맞았다.


하람은 하율을 마구 때리더니, 마침내는 끌어안고 펑펑 울었다.


잠시 후.


하람과 하율은 마주 보고 앉았다. 하율은 어떻게든 하람이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꼬인 상황을 풀어야 했다. 검은 게이트라니. 안 될 말이다. 하율이 물었다.


“검은 게이트에 꼭 가야겠니?”

“이미 결정 난 거야. 안 가면 안 돼. 안 가면 위약금 물어야 해.”


위약금. 하율도 알고 있었다. 계약해놓고 공략에 출석하지 않으면 막대한 위약금을 물어야 했다. 하율이 물었다.


“위약금이 선금의 10배지?”

“응. 오빠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돈이 아니야. 이젠 어쩔 수 없어. 받아들여.”


하람은 그냥 죽을 생각으로 검은 게이트 공략 계약을 한 것이다. 죽어버리면 하율을 만날 수 없게 되는 줄 알면서도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이었다. 어쩌면 집주인 앞에서 알량한 자존심이라도 세우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저 그따위 돈 다 갚을 수 있다고 떳떳하게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하람은 어리석었다. 하율이 미궁에 갇힌 이유만큼이나 어리석었다. 돈을 못 갚아도 그냥 끝까지 떼를 쓰고 버티든지, 차라리 도망가버리든지 할 것이지. 검은 게이트는 왜 가겠다고 설치느냔 말이다.


하율은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야단치는 것보다 상황을 해결하는 데 집중하는 쪽을 택했다. 하율이 말했다.


“알았어. 위약금은 내가 내줄게.”

“···뭐?”


검은 게이트 공략 선금이 5백만 원. 잔금도 5백만 원. 그리고···


위약금은 5천만 원.


신하람이 말했다.


“오빠. 오라버니. 신하율 씨.”

“응.”


하람은 다시 하율의 멱살을 잡았다.


“5천만 원이 어디서 나오는데? 오빠한테 그런 돈이 어디 있어?”

“여기.”


하율은 목이 살짝 졸린 채로 인벤토리에서 보석이 박힌 황금 펜던트를 꺼냈다.


“이거 팔면 5천만 원 정도는 나올걸?”


하람의 눈이 커졌다. 하람은 진짜 보석을 처음 봤는데도 알 수 있었다. 유리나 크리스탈 따위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찬란하고 다채로운 빛깔이 서려 있었다. 그리고 보석 받침의 장식 또한 눈에 잘 보이지 않을 만큼 미세하고, 정교하고, 휘황찬란했다. 하람이 물었다.


“그게 어디서 났어?”

“미궁 안에 있었어.”


하람은 긴장된 목소리로 물었다.


“그걸로 5천만 원이 될까?”

“돼. 내가 감정사라 알아.”

“맞다. 그랬지.”


하율은 감쟁이라 불리는 감정사였으므로, 물건 가치를 감정하는 것만큼은 정확했다. 하람은 고민했다. 저걸 팔아서 위약금을 줘버리면 너무 아까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하율의 눈에는 그렇게 갈등 중인 하람의 마음이 읽히는 듯했다. 감정사로서가 아닌, 그냥 가족의 감으로.


그때, 하람의 휴대폰에 메시지가 도착했다. 하람이 보고 놀랐다.


“어라?”

“무슨 메시지야?”


하람은 문자메시지를 읽었다.


“검은 게이트 공략조한테 온 메시지인데, 위약금을 참가금의 100배로 올리겠대.”

“켁. 탈주하는 사람이 많은 모양이네.”


100배면 5억 원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위약금을 올리는 것은 불법이다. 계약서에 기재한 다음에 서명을 하거나 도장을 찍거나 해야 효력이 있다. 그런 사정에 밝지 못한 하람은 한숨을 푹 쉬며 하율에게 물었다.


“어때, 오빠. 이젠 못 갚겠지?”


5억은 분명 큰돈이다. 하지만 하율은 즉답했다.


“못 갚을 것도 없지. 보석 장신구 몇 개만 더 팔면 충당할 수 있을 거야.”

“아, 왜 그렇게 헤픈데!”


탕! 방바닥을 내려치는 하람. 하지만 하율은 놀라지 않고 침착하게 말했다.


“동생이 죽는 것보다 돈 좀 물어주는 게 나아. 나 돈 많아.”

“거짓말!”


하율은 증거를 보이기 위해 아공간을 들쑤셨다. 인벤토리에서 보석 장신구 한 줌을 집어서 방바닥에 깔았다. 하람의 입이 떡 벌어졌다.


“이, 이게 다 뭐야. 오빠. 해적선이라도 턴 거야?”

“마왕성의 미궁에서 찾은 거야. 우린 이제 부자야.”

“세상에···.”


하람은 현기증을 느끼고 드러누웠다. 그리고 벌떡 일어섰다.


“그러면 일단 밀린 방세부터 갚자! 이거 팔고 와서!”

“그럴까? 하긴, 이걸 팔아야 위약금도 송금해주지.”


하람은 갚아야 할 돈을 꼽아보며 중얼거렸다.


“밀린 방세가 450만 원이고, 마트에 외상값이 30만 원이고, 위약금이 5억이야.”

“아니, 위약금은 5천만 원이야.”

“아니, 5억이라니까? 방금 문자 받은 거 봤잖아?”


하율은 고개를 가로젓고 하람의 오해를 정정해주었다.


“그 바가지 위약금, 계약서에 없으면 강제력이 없어. 100배로 갚을 필요가 없어.”

“그, 그런가?!”

“속을 뻔했구나, 동생아.”


순진한 하람이 살기에 이 세상은 간교하고 흉흉했다. 하람은 웃으며 말했다.


“오빠. 그러면 돈 갚으러 가볼까?”

“오늘 말고 내일 가자. 저녁이잖아. 금은방 문 닫았을 거야.”

“아. 그렇겠네.”


하람은 뚱한 표정을 짓다가 살짝 웃었다.


“그래도 기분은 좋네. 오빠가 날 그렇게 생각해주다니.”

“언제는 안 그랬냐.”


하람은 손가락으로 하율의 코끝을 톡 건드렸다.


“항상 그랬지. 그래서 좋아.”

“좋으면 나 좀 그만 패.”

“싫~어.”


얼굴 반쪽이 화상을 입어서 자존감이 바닥을 기다 못해 땅 밑을 파고 들어가곤 하던 동생이었다. 하율의 앞에서만 이렇지, 밖에 나가면 극히 소심해진다.


그래서인지 하람은 5억을 하찮게 부르며 위약금을 내주겠다던 하율을 따뜻한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그만큼 자신을 소중히 여겨 줘서 고마운가 보다.


하율은 하람에게 물었다.


“그 검은 게이트 정보나 보자. 어떤 대단한 게이트인지 궁금해.”

“응. 보내줄게.”


스마트폰 메신저로 해당 게이트의 자료가 있는 웹페이지 링크를 보내왔다. 나는 받아서 내용을 대충 훑어보았다.


“우와. 정원이 30명이라니, 검은 게이트가 이 정도면 엄청나게 큰 건데.”

“응. 이례적으로 큰 게이트래.”

“어디 보자. 보상이···.”


게이트 공략 보상은 1개. 길드 연합 후원으로, 공략에 가장 많이 공헌한 자에게 지급됨.


[‘천군천마의 완드’]

[‘천군천마’ 스킬로 1000마리의 말을 탄 1000명의 병사를 소환할 수 있다.]


“헐.”

“레벨 2 감정사 5명이 교차검증한 거래. 굉장하지?”

“우와···.”

“오빠? 왜 그래?”


순간 하율의 이성이 마비되었다.


이럴 수가. 이렇게 먹음직스러운 아이템이 있다니! 하율이 말했다.


“이 게이트, 너 대신 내가 참가해야겠어.”

“뭐? 공략 보상이 어마어마해서 맛이 간 거야?”

“그래. 엄청 맛있어 보여.”

“오, 오빠! 침 흘러! 침! 닦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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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014 좀도둑이 들었다 24.05.14 5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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