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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낙서의 서재입니다.

아이템 씹어먹고 인생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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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김낙서
작품등록일 :
2024.05.08 11:53
최근연재일 :
2024.05.24 00:13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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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글자수 :
145,152

작성
24.05.21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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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022 사진 속의 해법

DUMMY


그레첸의 술집.


TV 화면에 한국 홍대입구의 키메라 사태가 스트리밍 중계가 되고 있었다. 매튜 영감은 술집에 죽치고 앉아서 TV를 보고 있었다.


“그레첸. 저거 좀 징그러운데 다른 거 보면 안 되나?”

“내가 보고 있는 거야. 보기 싫으면 보지 마. 눈 감고 귀 막으면 되잖아.”


그레첸의 면박에 매튜는 그르릉 앓는 소리를 내더니 묵묵히 TV를 시청했다. 그레첸은 설거지를 하면서 홍대입구의 상황을 예의 주시했다.


사람들이 좁은 공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증식하는 키메라 곽동길에게 삼켜지고 있었다. 그 상황을 찍고 있는 CCTV 화면이 세계적으로 중계되고 있는 것이었다.


그레첸은 저런 상황에서 저 사람들을 어떻게 구할 수 있을지 상상해보았다. 하지만 그녀의 능력으로는 답이 없었다.


매튜는 혀를 차며 말했다.


“저 사람들 누가 구해줄 수 있을까? 경찰이 몰려가도 소용이 없어 보이잖아. 저걸 해결할 수 있는 능력자가 있으면 좋을 텐데.”

“그냥 다 죽이면 쉬울 텐데. 굳이 능력자가 아니더라도 군대를 투입해서 폭탄이라도 터뜨리면 다 죽지 않을까? 아니면 가스를 살포한다든가.”


그레첸의 잔인한 말에 매튜는 놀라며 이의를 제기했다.


“끔찍한 소리 마. 왜 굳이 사람들을 죽여야 하는데?”

“저 현상이 더 확산되는 건 막아야지. 그러려면 죽이는 게 제일 확실해.”

“그, 그런가? 그래도 그건 좀.”


매튜는 주눅이 든 채로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레첸은 문득 자신이 저질렀던 학살 중 한 사건을 떠올렸다.


그녀는 어떤 전염병을 일으키는 현상을 억제하기 위해 1000여 명에 달하는 사람들을 죽여서 불태워버렸다. 그리고 그 일대를 열로 ‘소독’해버렸다. 시신은 커녕 재도 남지 않게 깔끔하게 태워버렸다. 그대로 놔뒀다간 전세계로 끔찍한 전염병이 퍼져나갔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이 저지른 짓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심심해서 그랬어.”라고.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할 수도 있었지만,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변명하면 뭐 하나. 변명하면 사람들이 증오를 거두고 사랑이라도 해주나. 그렇다고 한들 그렇게 받는 사랑은 무슨 소용이 있나.


사랑 따위 덧없을 뿐인데. 사랑에 빠진 인간은 타인에게 이용당하기 쉬웠다. 그레첸의 어머니, 사라 바그너는 만인의 사랑을 받기 위해 헌신하다가 욕만 먹고 죽었다.


사라는 자선사업가였다. 최대한 많은 이들을 구제하려고 애를 썼다. 그래서 그녀는 구원받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으나, 구원이 채 닿지도 않은 사람들의 비난을 받았다. 자기들을 구해주지 않았다는 원망이었다.


사라는 어떤 이의 총에 맞아 죽었다. 죽인 이유는 얄궂게도 사라가 전쟁 난민을 구제하는 과정에서 조건 없는 선행을 했기 때문이었다. 사라의 선행으로 인해 정치적으로 불리해지는 이들이 있었고, 그들이 킬러를 고용해서 사라를 죽였던 것이었다.


사라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사람들도 많았으나, 사라의 죽음에 환호하는 이들도 있었다. 가해자들이었다.


그리고 얄궂게도 사라를 후원하던 이들도 사라의 행적에 선을 그었다. 사라를 적대시하는 사람들이 저지르지도 않은 사라의 악행을 날조했는데, 그로 인해 여론이 사라를 등지게 되었고, 사라의 후원자들은 사라와 거리를 두어야 비난을 받지 않을 수 있었다.


그 일을 겪은 그레첸은 능력을 각성했다.


그레첸이 가진 능력은 물리현상을 일으키는 것. 그것은 무한한 살상력이기도 했고. 무한한 파괴력이기도 했다.


그녀는 어머니 사라를 죽인 범인을 피떡으로 만들어 죽였다. 범인을 고용한 정치인도 찾아서 끔찍하게 죽였다. 그들의 나라도 멸망 직전으로 몰고 갔다. 그레첸은 핵무기를 능가하는 재앙이었다.


그레첸은 어머니를 잃은 슬픔을 이기기 위해 그 힘으로 악인들을 죽였다. 분노가 사그라들 때까지 학살을 계속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선량한 사람들을 구하지는 못했다. 그레첸은 모두가 두려워하는 악마가 되었고, 만인의 원망을 받았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르고 난 그레첸.


이후에는 모든 참사를 일으키고 “심심해서” 그랬다고 해명했다. 사랑받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 사랑받기 위해 애쓴다는 것은 이용당하는 것이다. 쓰고 버려진다는 것이다. 그레첸은 허무하게 죽은 어머니처럼 살지 않았다.


그런 그레첸은 사태가 벌어진 한국의 상황을 지켜보았다.


과연, 신하율이 사람들을 구하러 올 것인가. 구할 수는 있는 것일까.


그레첸이 일으키려 했던, 능력자 센터 건물의 대참사를 불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막았던 신하율이었다. 그렇기에 저 홍대입구의 키메라 사태에도 신하율이 구원의 손길을 뻗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레첸은 궁금했다. 과연 신하율은 구원자가 될 것인지. 구원자가 되면 어떤 취급을 받을 것인지. 그리고 언제 배신당할 것인지. 배신당한 구원자는 얼마나 타락할 것인지.


그렇게 된다면, 그렇게 배신당한다면, 그렇게 타락한다면, 신하율은 그레첸과 서로를 이해하는 친구가 될 수도 있을 텐데. 어쩌면 연인이 될 수도 있을 텐데.


그레첸이 그런 생각을 하던 와중에, 매튜가 말했다.


“그레첸. 웃는 표정이 무서워.”

“아, 그랬나?”


매튜는 마른침을 삼키며 말했다.


“뭔가 무서운 생각을 하는 건 아니지?”

“내가 무서운 생각을 해봤자 뭘 하겠어. 겁먹지 마.”

“혹시 고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하라고. 들어줄 테니까.”

“···.”


그레첸은 어색하게 웃었다. 이런 관심을 받는 것은 싫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 시골 술집의 생활은 그레첸에게 작은 위안이 되었다.


대참사를 일으키는 악마, 그레첸 바그너에게 어울리지 않게 말이다.


그레첸은 설거지를 마치고 TV를 보았다. 신하율이 등장하기를 기다리면서.


*


엑스와 매란선인은 사고 현장 근처에 있었다. 공연장 입구가 내려다보이는 건물 옥상에서 신하율을 기다리고 있었다. 매란선인이 물었다.


“신하율이 과연 여기로 올까?”

“올 거야. 사람들을 구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몰라도, 저 곽동길이란 사내한테 원한을 품고 있으니까.”

“그런 정보를 용케도 알아냈네.”

“내 심리 조작을 응용하면 일도 아니지. 조사는 어렵지 않았어.”


매란선인은 길게 뻗은 속눈썹을 내리깔며 말했다.


“신하율이 온다고 쳐도, 저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까?”

“해결하기 어려운가?”


매란선인은 쥘부채를 펼치고 입을 가리며 말했다.


“분신술을 써서 키메라화하는 사람을 떼어내려면 제법 애를 먹을걸. 검으로 베어도 아물고 총으로 쏴도 탄환을 먹어버려. 그렇다고 터뜨려버리거나 으깨버리면 합성 당한 피해자들도 함께 죽어.”


매란선인이 곽동길에게 준 능력은 분신 능력. 그리고 엑스타 중독으로 가지게 된 키메라화 현상을 원할 때 끌어낼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다. 매란선인은 신하율이 풀기 까다로운 난제를 만들었다. 엑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레첸이라면 다 죽여버리겠군.”

“그래. 그래서 기대가 되는 거지. 신하율이 어떻게 나올지.”


엑스는 바람에 벗겨지려는 후드를 눌러쓰며 말했다.


“어느 쪽이든 상관없으니, 신하율이 쓸만한 데이터를 제공해주면 좋겠어.”


매란선인은 곁눈질로 엑스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렇게 데이터를 모은다고 13레벨이 될 수 있을까?”

“몰라. 그래도 모으고 봐야지.”

“혹시라도 13레벨이 된 다음에는 뭐할 건데?”


엑스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14레벨이 되는 방법을 찾아야지.”

“···이해가 안 가.”


엑스는 한숨을 쉬었다.


“나도 네가 이해가 안 가. 사람을 절망에 빠뜨리는 게 뭐가 좋은 거지?”

“이유? 좋은데 이유가 어디 있어.”

“하여간···.”


매란선인은 엑스를 타박했다.


“최소한 나는 너처럼 대규모 실험실을 만들어서 사람들 가둬놓고 실험하진 않아.”

“나는 실험체들의 복지에는 꽤 신경 쓰고 있어.”


톡톡. 매란선인은 부채를 쥐고 손톱을 두드리며 말했다.


“그러면 뭐 해? 어차피 죽거나 산채로 해부당하는걸.”

“어디까지나 인류의 진일보를 위한 희생이니 긍정적인 의미가 있어.”

“어휴. 미쳤어.”


엑스는 스마트폰 화면과 입구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매란선인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때, 멀리서 누군가가 날아오는 것이 그들에게 보였다.


*


하율은 고글을 챙겨 쓰고 하늘을 날아가며 공연장의 상황이 스트리밍되는 것을 살펴보았다. 해당 채널은 국내외 동시 접속자 수가 10만을 넘었다.


“키메라 현상, 분신술···. 이걸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하율에게는 곽동길에 대한 복수만큼이나 피해자들을 구제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였다. 이유는 없었다. 그의 힘이 닿는 한 구할 수 있는 사람들은 구하고 보는 것이다.


감정안으로 공연장 상황을 들여다보면서 머리로 생각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활용해서 사람들을 구할 수 있는지, 구한다면 어떻게 구해야 하는지를 고민했다.


고민하다가 낮에 읽었던, 유적지의 석판에 새겨진 마족어 문장들이 떠올랐다. ‘스킬 합성’에 대해 적힌 그 석판을 먹으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세계유적탐사회의쪽에 연락을 취해보면 그 석판의 잔해라도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걸 확보한다고 해도 공연장 사람들을 구하기까지는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되리라 예상했다.


저대로 방치했다가는 공연장 밖으로 융합 증식이 번져서, 키메라 덩어리가 무차별로 사람들을 먹어 치울 것이었다. 결론은 세계유적탐사회의는 이 상황에서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 하율은 그쪽으로 연락을 취하는 것을 포기했다.


그런데, 문득. 석판에 ‘스킬 합성’을 하는 방법의 전문이 다 새겨져 있었음을 떠올렸다.


“아. 혹시···.”


하율이 받은 문서에 그것들이 사진으로 다 찍혀 첨부되어 있었다. 하율은 그 문장들을 이미 전부 읽었다.


어쩌면, 그 문장들을 다시 읽으면, 하율이 그 능력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율은 현장 근처에 다다랐다. 공연장 근처의 건물 옥상에 내려서서, 인벤토리에 넣어두었던 그 문서를 꺼냈다.


그리고 읽었다.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하율은 정신을 집중했다.


그랬더니 마족어로 된 문장들이 하율의 머릿속에 새겨지듯이 읽혔다. 인식이 이루어지고, 해석이 이루어지고, 계산이 이루어졌다. 하율의 뇌는 하율의 의식을 초월해서 ‘스킬 합성’에 대해 이해하기 시작했다.


템밥으로 먹은 것과 같은 효과. 이는 하율이 마족어 교본을 이미 먹었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었다.


[···‘스킬 합성’을 습득하기까지 2퍼센트 진척 중.]


잠시 후에, 하율은 ‘스킬 합성’을 할 수 있게 될 것이었다.


해법을 찾는 과정이 급진전을 이루었다. 하율은 해법을 떠올렸다. 스킬 합성을 아직 쓸 수는 없지만 그게 어떤 것인지는 이해했다. 이제 가지고 있는 스킬을 어떻게 합성하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알았다.


다만 그 과정에서 약간의 도움이 필요했다. 하율은 전화기를 꺼내서 하람에게 전화했다.


“하람아. 어디니?”

{응? 나 지금 택시 타고 홍대입구 가는 중이야. 날아서 가는데 바람 때문에 눈을 뜰 수가 없었어. 그래서 차 타고 가려는데, 주차타워로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와버렸지 뭐야. 그래서 그냥 택시 타고 가. 시간이 조금 걸릴 거야. 지금 내 도움이 필요해서 연락한 거 맞지?}


하람은 모든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 하율은 고글을 쓰고 날아왔지만, 하람에겐 고글이 없어서 날아올 수 없었다. 하율은 하람에게 사과했다.


“아까 내팽개쳐서 미안. 사람들을 구하려면 네 도움이 필요해.”

{그럴 줄 알았어. 지금 바로 필요한 거야?}

“아냐. 맨 나중에 마무리만 도와주면 돼. 자세한 건 오면 알 거야.”

{알았어. 이따가 봐. 오빠. 사랑ㅎ···.}


뚝. 하율은 전화를 끊었다.


이제 공연장 안으로 가서 곽동길을 잡으면 된다. 하율은 다시 스트리밍 중계를 켰다. 곽동길의 육성이 들려왔다.


{신하율! 날 잡으러 와 봐라! 어서 날 찾아오지 않으면 여기 있는 사람들을 하나씩 죽일 테다!}


곽동길은 무대 위에서 키메라화가 진행 중인 기타리스트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신하율의 행동을 재촉했다. 그러나 하율은 바로 들어가서 곽동길을 죽일 수 없었다.


[···‘스킬 합성’을 습득하기까지 5퍼센트 진척 중.]


상황을 해결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밖에서 꾸물대면 사람이 죽을 것이었다. 하율은 먼저 현장에 들어가서 시간을 끌어야 했다.


하율은 날아서 공연장 입구에 내려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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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2 사진 속의 해법 24.05.21 20 1 13쪽
21 021 저기 곽동길이 있다 24.05.20 24 1 13쪽
20 020 마지막 한 명 24.05.19 30 1 13쪽
19 019 시한폭탄 템밥 24.05.18 30 1 12쪽
18 018 슬라임은 물에 뜬다 24.05.18 36 1 13쪽
17 017 쓰레기 섬 24.05.17 41 1 12쪽
16 016 인터뷰 24.05.16 45 1 11쪽
15 015 여객기 퐁듀 24.05.15 56 1 13쪽
14 014 좀도둑이 들었다 24.05.14 56 1 11쪽
13 013 레벨 12 24.05.13 60 1 15쪽
12 012 헬스장으로 만든 흑탕 24.05.12 60 0 13쪽
11 011 드러난 악행 24.05.11 71 1 12쪽
10 010 복수의 오버 힐 24.05.11 77 1 13쪽
9 009 강해지면 하고 싶은 것 24.05.10 82 1 12쪽
8 008 템밥은 동생과 함께 24.05.10 79 1 12쪽
7 007 리빙 아머 24.05.09 101 1 13쪽
6 006 템밥에 미치다 24.05.09 117 2 12쪽
5 005 검은 게이트 24.05.08 140 1 12쪽
4 004 귀환하다 24.05.08 143 1 13쪽
3 003 첫 요리 24.05.08 154 1 11쪽
2 002 마왕의 비밀 주방 24.05.08 158 2 13쪽
1 001 복수는 실패했다 24.05.08 182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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