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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낙서의 서재입니다.

아이템 씹어먹고 인생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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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김낙서
작품등록일 :
2024.05.08 11:53
최근연재일 :
2024.05.24 00:13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1,787
추천수 :
29
글자수 :
145,152

작성
24.05.17 08:07
조회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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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017 쓰레기 섬

DUMMY

엑스타시가 아니라 엑스타. 비교적 신종 마약이다.


약 자체는 무색 무향 무취의 액체인데, 보통은 사탕으로 만들어 먹는다.


향정신성의약품 특유의 쾌감 같은 것은 없다.


약을 섭취하면 정신이 맑아지고 몸의 통증이 사라진다. 그 상태가 너무나도 쾌적해서, 마치 새로 태어난 듯한 기분이 든다. 그러나 1주일이 지나면 없던 통증이 생기고 정신이 탁해진다.


점점 그 정도가 심해지지만, 약을 정기적으로 복용하기만 하면 적어도 1주일 동안은 통증은 씻은 듯이 낫는다. 그리고 그 1주일에서 하루만 지나도 엄청난 후유증이 밀어닥친다.


이 약은 사용자의 몸과 마음을 망가뜨리는데, 그것이 마법의 작용이라는 것이 특이한 점이다. 오염된 마핵의 성분이 인간을 점점 망가뜨린다.


이 약은 능력자에게는 치명적이다. 약을 복용한 지 1주일이 지나면 능력을 사용할 수 없게 되어버린다.


곽동길은 이런 약을 안나리에게 먹인 것이다.


이 약의 중독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비교적 쉽다. 1달 동안 약을 끊으면 된다. 이후에는 이 약의 냄새를 구분할 수 있게 되며, 구토를 유발해서 다시는 약을 먹을 수 없는 몸이 된다.


다만 그 한 달이 엄청나게 고통스럽긴 하다. 고통을 견디는 과정에서 쇼크로 죽을 수도 있다.


또한 고통을 참는 과정에서 꽤나 흉측한 마법 현상이 일어나는데, ‘키메라화’가 그것이다. 인간의 몸이 괴물의 몸과 뒤섞인다.


이 상태가 되면 약 중독에서 빠져나와도 고쳐지지 않는다. 대개는 자살하거나 토벌당한다.


이 키메라화 현상을 막을 방법은 엑스타를 다시 복용하는 것 말고는 여태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므로 어쩌다가 이 약에 걸리면 인간으로서의 인생은 끝났다고 보면 된다.


곽동길과 배명식은 이런 마약 중독자 고객을 다수 보유 중이라고 한다. 재수가 없게도, 그 고객 중에 안나리도 끼어있다. 나를 괴롭힌 패거리들이었으면서.


안나리가 신하율에게 물었다.


“그래서 날 굶기려고 했다가 다시 밥을 주기로 한 거야?”

“그래. 엑스타의 후유증을 지켜보기 위해서.”

“하아. 난 결국 이런 복수를 당하는구나.”


하율은 안나리를 뒤로 하고 미궁 밖으로 빠져나왔다.


하율은 이대로 안나리를 상대로 실험을 할 생각이었다. 엑스타 복용자의 키메라화를 연구하면 곽동길과 배명식에게 복수할 방법이 떠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오라이~ 오라이오라이~!”


하율과 하람은 더 크고 좋은 집을 사서 냉큼 이사했다. 포장이사를 시키니 이사가 편해서 좋았다. 이삿짐이 별로 없기도 하지만.


경기도 변두리 지역의 낡지 않은 단독주택으로 이사 왔다. 정원도 있고 경관도 좋아서 하율은 냉큼 계약했다.


이사를 마친 하람이 하율에게 말했다.


“오빠. 여기 내 공장하고 가까워서 너무 좋아.”

“출퇴근이 편하겠네.”

“응!”


집은 50평의 2층집이다. 별도의 차고도 마련되어있고, 텃밭도 있다. 둘이 살기에 좀 크긴 한데, 이들이 버는 돈에 비하면 검소한 수준이었다.


“와. 저 이 집에 취직하고 싶어요.”


이사한 곳을 따라온 김주리 씨가 말했다. 자연의 수호자 재단 소속.


“자연의 수호자 재단 일에 만족하진 않으신 건가요?”

“으으. 지긋지긋해요. 인간에게 답이 없다는 걸 매일 체감하면서 살고 있어요.”

“그래도 남들이 해야 할 일을 대신 하고 계신다는 점은 멋지다고 생각해요.”

“힉.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아.”


김주리 씨는 칭찬에 약한 모양이다. 눈에 띄게 몸을 배배 꼬는 모습이 귀여웠다. 좋았어. 앞으로 칭찬을 더 많이 해서 인간 꽈배기로 만들어주겠어. 하율이 말했다.


“그러면 약속했던 미팅을 해볼까요? 준비 되셨나요?”

“네. 저기 오고 계시네요. 이사님~! 여기에요, 여기!”


때마침 김주리 씨의 상관의 차가 들어왔다. 미팅을 새로 이사한 집에서 하기로 했으므로, 풍광 좋은 정원의 파라솔 테이블에 자리를 마련했다.


“안녕하십니까. 신하율 능력자님. 자연의 수호자 재단 한국지부의 조영춘 이사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아시다시피 신하율입니다. 그리고 이쪽은 제 동생 신하람입니다. 4레벨 힐러죠.”

“오. 반갑습니다. 역시 12레벨 능력자의 가족이라 그런지 유능하시군요.”


하람은 뒷목을 긁적이며 조영춘에게 물었다.


“···칭찬이죠?”

“그럼요.”

“감사합니다.”


떨떠름한 표정으로 악수하는 하람. 기분이 썩 좋진 않은 모양이다. 비교당한 것 같아서. 조영춘은 하람의 머쓱한 반응을 보고 아차 했다. 그러게 그냥 인사만 하지.


조영춘은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선물을 꺼냈다.


“차 마시면서 이거 드셔보십시오. 유명한 맛집에서 사온 과자입니다.”

“와. 잘 먹겠습니다!”


하람은 기뻐하며 과자를 집어 먹었다. 그리고 외쳤다.


“우와! 오빠가 구운 과자보다 맛있어!”

“그야 당연한 거 아니냐. 유명 맛집이라는데.”


하율은 전문 과자점의 솜씨와 비교당했다. 전문가와 비전문가를 비교하는 건 좀 그렇다. 하람이 말했다.


“오빠의 다른 요리는 좋아하는데 과자는 좀 별로였어. 앞으로 노력해, 오빠.”

“그래. 노력하마. 내가 구운 과자가 아니면 만족할 수 없게 만들어주지.”


우리 남매의 대화를 듣고 김주리가 웃으며 말했다.


“우후후. 과자를 구워주다니, 다정한 오빠네요.”

“네. 오빠 요리 잘해요. 과자 빼고요.”

“사온 과자가 마음에 드셔서 다행이에요.”

“앞으로 선물은 과자만 가져오세요. 와. 맛있다.”


과자 덕분에 어색했던 분위기가 풀어졌다. 안도의 한숨을 쉬는 김주리 씨와 조영춘 이사.


조영춘 이사는 본론을 꺼냈다.


“저희 쪽이 원하는 일을 한 가지 해주신다고 들었습니다. 실은 저희가 부탁드리고 싶은 일이 있어서요.”

“뭔가요?”

“이걸 봐주십시오.”


조 이사는 태블릿을 꺼낸 다음에 사진 하나를 보여주었다.


쓰레기더미였다. 쓰레기. 쓰레기. 여러 장의 사진과 동영상에는 쓰레기가 잔뜩 담겨 있었다. 하율이 조 이사에게 물었다.


“이건··· 쓰레기네요?”

“맞습니다. 엄청난 크기의 쓰레기 섬입니다. 면적이 무려 한반도의 7배에 달하는 155만 제곱킬로미터입니다. 무게는 약 8만 톤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한반도의 7배.


하율은 설마설마하며 물었다.


“이거, 누가 안 치우나요?”

“못 치웁니다. 너무 크기도 하고, 이걸 처리할 만한 획기적인 기술이 발명되지도 않았죠.”


역시 그렇구나. 하율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걸 저더러 치워달라는 말씀이시죠?”

“네. 그렇습니다.”


하율은 허리를 뒤로 젖히며 깊은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말했다.


“후아. 너무 엄청난 일인데요.”

“하실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12레벨이시니까요.”

“···.”


지금 장난하나? 전 지구적인 공해를 치워달라고?


조 이사 이 사람···. 묘하게 신경을 긁는다. 내 눈치를 보고는 있지만, 듣자 하니 날로 먹으려 드는 느낌이다.


꿀꺽. 조 이사는 마른침을 삼켰다. 이 사람도 긴장하고 있는 모양.


침묵이 흘렀다.


‘그렇지. 이걸 어쩌라고.’


하율은 머리를 굴렸다. 그리고 물었다.


“이거 해주면, 보수가 얼마나 되나요?”

“공짜로 해주시는 거 아니었나요?”

“아닌데요.”


당연하지. 이걸 어떻게 공짜로 해 줘. 하율은 조 이사의 눈을 빤히 쳐다봤다. 허허허. 조 이사는 웃으며 하율에게 이야기했다.


“보수는 1조 원 정도로 검토 중입니다.”


1조 원.


하율은 태연함을 가장하기 위해 애썼다. 하율이 짐작도 못 할 만큼 엄청난 액수였다.


“···1조?”

“네. 1조입니다. 1000억의 10배죠.”

“······.”


미끄덩. 의자에서 쓰러질 뻔한 것을 겨우 중심을 잡았다.


미궁 안에 있는 보물을 다 팔아도 벌지 못하는 돈이 아닐까? 하율은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겨우 부여잡고 진정했다. 이런 엄청난 돈을 개인이 받아도 되는 것일까. 다시 확인하기 위해 하율은 인벤토리에서 뭔가를 꺼냈다.


감정사들의 목에 채우는 거짓말 판독기. 이름하여 ‘감별목줄’. 착용자가 하는 말이 참이면 파란불이, 거짓이면 빨간불이 켜진다. 조 이사는 목걸이를 알아보고는 받아서 자신의 목에 채웠다.


하율이 물었다.


“쓰레기섬을 치우면 제게 주실 수 있는 보수가 얼마죠?”

“1조 원입니다.”


파란불이 켜졌다. 하율도 하람도 정신을 잃을 뻔했다. 조영춘 이사와 김주리 대리가 말했다.


“반응이 없으시군요.”

“기절하신 거 아닐까요. 눈이 풀렸는데요.”


황급히 제정신을 찾은 하율이 물었다.


“솔직히 무시무시한 돈인데···. 재원은 어떻게 마련하실 건가요?”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 조 이사는 유창하게 이야기했다.


“각국에 비용을 모금하면 그 정도는 충당이 가능합니다. 이 사업의 모금 내역은 투명하게 공개할 예정입니다. 이 사업을 성공할 경우 많은 나라가 어업이나 관광 사업에서 반사이익을 볼 겁니다. 또한 이 사업의 참여 정도를 놓고 통상 압박을 하는 것도 가능해지겠지요. 해당 해역을 이용할 권리를 얻어 산업 측면에서는 물론이고 군사적 측면에서도 유리해질 겁니다. 그리고 이 사업에 성의를 보이지 않는 나라의 정부는 국내외 정세에서 입지가 불리해질 겁니다.”


지나치게 크고 아득한 이야기라 적응이 안 되는 하율이었다. 조영춘 이사는 하율에게 문서 뭉치를 내밀고 말했다.


“천천히 살펴보시고, 천천히 생각해주세요. 하실 수 없는 일이라고 해도 원망하지 않겠습니다.”

“네. 일단 저도 실현할 수 있을지 방법을 고민해봐야겠네요.”


비록 신하율이 12레벨은 아닐지라도, 궁리해보면 방법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고민해봐서 나쁠 것은 없을 것이다. 1조 원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또 언제 찾아오겠는가. 혹시라도 템밥으로 상황을 풀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율은 그렇게 머리를 굴리느라 입을 다물었다.


조 이사는 감별목줄을 반납하고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그러면 오늘은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 그리고.”

“아, 네네.”

“신하율님의 일정 관리 말인데요. 김주리 대리에게 일임한 김에, 아예 당분간 김주리 대리가 이쪽에 파견근무를 하도록 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조 이사는 기회를 잡은 김에 자기 쪽 사람을 하율의 곁에 박아둘 생각이었다. 하율이 물었다.


“김주리 씨가 제 비서가 되는 건가요?”

“네.”


비서 업무를 해줄 사람이 오는 것은 바라는 바였다. 하율은 승낙했다.


“그럼, 방을 하나 비워둘게요. 그냥 같이 살죠, 뭐. 저야 고맙죠.”

“네. 그럼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허락해주신 대로 김주리 대리는 내일부터 이쪽으로 출근해서 상주하도록 할 겁니다.”


조영춘 이사와 김주리 씨는 자리를 떠났다.


하율과 하람은 과자를 마저 집어먹었다. 하람이 하율에게 물었다.


“오빠. 저 쓰레기 섬 치우는 거, 정말 할 수 있어?”

“아니.”

“그럼 1조 원은 어떻게 할 거야? 먹고 튈 거야?”

“아니. 이제부터 쓰레기 섬을 치울 방법을 찾아봐야지.”

“어휴. 나도 몰라. 이렇게 일이 커지다니.”


어려운 일이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다. 나는 궁리했다. 어떻게 쓰레기 섬을 치울까.


나는 이 의뢰 덕분에 인류의 민폐가 되느냐, 인류의 구원자가 되느냐의 기로에 섰다.


해낸다. 반드시.


아. 맞다. 나 곽동길하고 배명식한테 복수해야 하는데.

그 둘의 사정은 조금 미뤄둘까? 아니지.


가만.


떠올랐다.

복수와 인류 구원을 동시에 할 방법이 생각났다.


전부 템밥으로 만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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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022 사진 속의 해법 24.05.21 19 1 13쪽
21 021 저기 곽동길이 있다 24.05.20 24 1 13쪽
20 020 마지막 한 명 24.05.19 29 1 13쪽
19 019 시한폭탄 템밥 24.05.18 30 1 12쪽
18 018 슬라임은 물에 뜬다 24.05.18 35 1 13쪽
» 017 쓰레기 섬 24.05.17 41 1 12쪽
16 016 인터뷰 24.05.16 44 1 11쪽
15 015 여객기 퐁듀 24.05.15 55 1 13쪽
14 014 좀도둑이 들었다 24.05.14 55 1 11쪽
13 013 레벨 12 24.05.13 59 1 15쪽
12 012 헬스장으로 만든 흑탕 24.05.12 59 0 13쪽
11 011 드러난 악행 24.05.11 70 1 12쪽
10 010 복수의 오버 힐 24.05.11 76 1 13쪽
9 009 강해지면 하고 싶은 것 24.05.10 81 1 12쪽
8 008 템밥은 동생과 함께 24.05.10 78 1 12쪽
7 007 리빙 아머 24.05.09 100 1 13쪽
6 006 템밥에 미치다 24.05.09 116 2 12쪽
5 005 검은 게이트 24.05.08 139 1 12쪽
4 004 귀환하다 24.05.08 143 1 13쪽
3 003 첫 요리 24.05.08 153 1 11쪽
2 002 마왕의 비밀 주방 24.05.08 157 2 13쪽
1 001 복수는 실패했다 24.05.08 181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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