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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낙서의 서재입니다.

아이템 씹어먹고 인생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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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김낙서
작품등록일 :
2024.05.08 11:53
최근연재일 :
2024.05.24 00:13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1,789
추천수 :
29
글자수 :
145,152

작성
24.05.16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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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16 인터뷰

DUMMY


하율과 하람은 꽃말이 ‘정직’인 가문비나무 비빔밥을 들고 미궁 안에 갇힌 안나리에게 가는 중. 하람이 말했다.


“와. 미궁 캄캄해.”

“어지간한 게이트들도 다들 캄캄하잖아.”

“그치. 이런 데에서 오빠는 용케 1년을 버텼네.”


정말 용케 버티긴 했다. 하율이 말했다.


“웬걸. 힘들기도 했지만 재미도 있었어.”

“템밥 연구하느라?”

“응.”


하람은 하율에게 물었다.


“템밥의 비밀이 세상에 퍼지면 어떻게 될까?”


하율도 수도 없이 생각했던 문제다. 하율은 담담하게 자신의 예상을 이야기했다.


“템밥이 흔해져서 나는 망하는 거지 뭐. 레드 슬라임 양식하는 사람도 많아지겠고, 세상 모든 물건들이 템밥의 재료가 될 거야. 그리고 강한 사람이 엄청나게 늘겠지. 선인도, 악인도.”

“멋진데? 그치만 유출되지 않게 조심해야겠다.”


뭔가 새로운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는 건 분명했다. 하지만 하율이 바라는 바는 아니었다.


“응. 적어도 내가 죽기 전까지는 템밥의 비법은 공개하지 않을 생각이야.”

“나도 비밀 지켜줄게.”

“고마워.”


노닥거리는 사이에 안나리가 갇혀있는 철창 감옥에 도착했다. 안나리는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안나리는 울었다.


“배고파···.”


목소리도 가늘었다. 힘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하율이 물었다.


“물만 먹고 살았지? 그래 보여도 깨끗한 물인데.”

“으으. 뭐라도 좋으니까 먹을 것 좀 줘어···.”


고작 하루 굶었다고 엄살은. 하율은 인벤토리에서 가문비나무 비빔밥을 꺼냈다.


“비빔밥이야.”

“헉. 밥!”


세로 창살 아래엔 밥그릇을 통과시킬 수 있는, 가로로 뚫린 철창이 있었다. 그곳으로 밥그릇을 넣어주었다.


안나리는 고맙다는 인사도 없이 비빔밥을 마구 퍼먹었다. 돼지처럼 꾸역꾸역 먹고 또 먹었다. 그러더니 거의 2분 만에 그릇을 싹 비웠다. 안나리는 그릇을 되돌려주며 외쳤다.


“한 그릇 더!”

“미안하지만 그게 끝이야. 아니, 별로 미안하진 않군. 내가 너한테 당한 일이 얼만데.”

“으으···.”


가문비나무의 꽃말은 정직. 그런 나무를 레드 슬라임 체액에 절인 다음 비빔밥 재료로 넣었으므로, 이것은 일종의 자백제 역할을 한다.


이제 슬슬 약효가 돌 텐데. 아니나 다를까, 곧 안나리에게 반응이 왔다.


“나한테 뭘 먹인 거야? 기, 기분이 이상해.”

“어떻게 이상한데?”

“막··· 내 비밀을 뭐든지 알려주고 싶은 생각이 들어.”


빙고. 약효가 돌았다. 하율은 하람에게 신호했다.


“녹음.”

“오케이.”


하람은 스마트폰으로 녹음을 시작했다.


하율은 메모지를 꺼내서 엄선한 질문들을 안나리에게 던졌다.


-곽동길은 지금 뭘 하고 있는가.


“마약 장사를 하고 있어.”

“마약?”

“‘엑스타’라는 마약이야.”

“뭘로 만든 마약인데?”

“질문 날카롭네. 3가지 주원료가 있어. 주문 제작한 성분의 힐링 포션, 오염된 폐급 마핵 파편, 노숙자.”

“노숙자?”

“노숙자의 장기를 마약을 걸러내는 필터로 사용해. 꼭 인간으로 해야 돼. 돼지 같은 가축으로 하면 원하는 성분을 얻을 수 없어. 노숙자 한 구로 1만 명분을 걸러낼 수 있어.”

“무시무시하군.”

“그런데 최근에는 그 장사가 잘 안 풀리고 있어.”

“왜?”

“여진리에게 사들이던 주문 제작 포션의 공급이 끊겨서, 포션을 구할 다른 경로를 찾는 중이래.”

“주문 제작한 힐링 포션은 대체 뭐지?”

“술하고 포션을 섞어서 뭔가 하는 모양이야. 어떤 술이고 어느 정도 비율로 섞는지, 어떤 처리공정을 거치는 나도 몰라.”

“그렇군. 그럼, 다음 질문.”


-곽동길의 약점은 무엇인가.


“약에 취한 재벌가의 자제를 죽여서 닭모이로 갈아버렸어.”

“···그거 큰일이군.”

“증거가 인멸되어서 처벌받을 가능성은 없지만, 들키면 진짜 끝장이야.”

“그 재벌가에 정보를 흘린 뒤에 곽동길이 죽기를 기다리면 되나?”

“증거는 내가 가지고 있어. 사이 틀어지면 재벌가에 제보할 준비는 갖춰져 있는 셈이지.”

“배신당할 것을 대비해서 보험을 들어둔 건가.”

“그렇지 뭐. 악당끼리 의리가 어디 있어? 언제 통수 맞을지 몰라서 서로 경계하는 거지.”

“그래···. 그럼, 다음 질문.”


-배명식은 지금 뭘 하고 있는가.


“폭력단 두목이 되어 상점가에서 보호비 명목으로 삥 뜯고 있어.”

“갱단 두목이라. 그놈 답군.”

“굳이 그따위 지저분한 짓을 안 해도 벌어놓은 돈으로 호강하면서 살면 될 텐데. 배명식은 그런 걸 좋아하나 봐.”

“갱단 꾸리는 거 귀찮은 일일 텐데, 배명식은 그 짓 하면서 행복하대?”

“그런가 봐. 그리고 다른 사업들도 벌이고 있어.”

“다른 사업? 뭔데?”

“곽동길에게 마약의 재료인 노숙자를 공급해 줘. 그리고 마약을 팔기도 하고.”

“끔찍하네. 그럼, 다음 질문.”


-배명식의 약점은 무엇인가.


“조직의 수하들이 배명식을 싫어해. 명분 다툼에서 밀리고 있어. 측근들이 언제 어떻게 반란을 일으킬지 몰라. 외부 세력을 끌어올 가능성이 높아.”

“그런 상황에서 배명식 같으면 측근들 전부 목을 칠 것 같은데, 안 그러네.”

“측근들이 전부 2레벨 능력자야. 걔들 목을 치면 배명식의 조직 자체가 약해져. 외부에서 치고 들어오기 딱 좋은 상태가 되는 거지.”

“진퇴양난이겠군. 그럼, 다음 질문.”


-안나리는 지금까지 뭘 하며 살았나.


“우후. 나한테 관심 있어? 날 여기서 풀어주면 온몸으로 가르쳐줄 수도 있는데.”

“허튼 소리 말고.”

“칫. 튕기긴. 너도 좋으면서.”

“귀찮으니 한 3일 굶겨줄게.”

“알았어. 항복.”

“질문에 답해 봐.”

“아. 그래. 내가 뭘 하고 살았냐면, 게이트 공략. 내가 리더인 파티를 따로 가지고 있어.”

“그래?”

“게이트를 공략한 뒤에는 오염된 폐급 마핵 파편을 채취해서 곽동길에게 납품하고 있어.”

“보물 많으면서 궂은 일을 하는 이유는 뭐야?”

“그 보물, 다 털렸어.”

“어쩌다가?”

“···코인. 주식. 도박.”

“큭큭큭.”

“웃지 마.”

“흐흐. 알았어. 그럼, 다음 질문.”


-안나리의 약점은 무엇인가.


“나, 마약중독자야. 일주일에 한 번, 정기적으로 투여하는 약을 끊으면 실성해.”

“저런. 그럼 슬슬 몸이 안 좋아지겠네?”

“그러겠지. 그러니까 나 좀 풀어줘. 곧 약이 필요해.”

“그 약을 받기 위해 곽동길의 일을 해주고 있었구나?”

“반은 맞아. 나머지 반은 진짜 돈이 없어서고.”

“이대로 계속 가둬두면 곤란하겠네?”

“그렇지. 밥을 굶는 것도, 약을 굶는 것도 엄청 고통스러울 거야.”

“약 굶는 게 고작 밥 굶는 것에 비할까.”

“맞아. 당장 밥은 아무래도 좋으니까 약. 약이 필요해. 날짜가 돌아오고 있어.”

“날짜가 돌아오다니, 꼭 생리주기가 돌아오는 것처럼 말하네.”

“그거 비슷해.”

“참아. 이 미궁에서 내 덕에 약 중독 끊게 되면 감사하라고.”

“아, 이러지 마. 제발.”

“또 궁금한 거 있으면 올게.”

“안돼! 가지 마! 가지 마아아아!”


하율과 하람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람이 일어서며 물었다.


“여진리에 대한 건 안 물어봐?”

“걔는 몰락했잖아. 굳이 물을 필요가 있을까.”

“무르게 굴지 말고. 필요한 정보는 다 들어야지.”

“그럴까? 흐음. 그래. 들어보자.”


다시 안나리에게 돌아와서 물었다. 울먹이던 안나리는 만면에 희색이 돌았다.


-여진리의 근황과 약점에 대하여.


“연락 끊었어. 단톡방에서 퇴출. 친구목록에서도 차단.”

“정보는 그게 끝?”

“아니. 또 있어. 걔도 나처럼 마약 중독이야. 힐링 능력을 상실했으니 돈 벌 곳도 없고. 아마 지금 많이 곤란할 거야.”

“그게 전부?”

“응. 애초에 별 볼 일 없는 년이었으니까.”

“그렇군. 그래. 오늘은 이쯤 하자.”

“가려고?”

“응.”

“가지 마. 더 이야기해줄게! 내 비밀도 얼마든지 알려줄게! 내가 첫 경험을 한 상대는 동네 오빠였는데에~!”


하율과 하람은 뒤돌아보지 않고 나왔다. 하람은 녹음을 껐다.


필요한 정보는 그럭저럭 얻은 것 같다. 이제 이 악당들에게 어떤 복수를 해줄까.


*


하율이 집 밖으로 나와보니, 이번엔 기자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모였다.


각종 단체에서 하율을 영입하려고 한다. 다채로운 모습의 스카우터가 12레벨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실은 아닌) 하율을 반겼다.


세계 모험가 길드. 국제 마법사 연합. 자연의 수호자 재단. 세계 귀족 클럽. 토너먼트 리더스 협회. 그 외 기타 등등의, 각종 단체들에서 파견한 영입 담당자들이 대기 중이었다.


“세계 모험가 길드에 가입하시면 탑 오브 탑 랭커로 모시겠습니다!”

“기적을 일으킨 당신은 이미 최고의 마법사입니다. 마법사 연합으로 오십시오.”

“부탁드립니다! 부디 저희와 함께 인류의 난제인 환경위기를 나서서 해결해주세요!”

“사람 위에 사람이 있습니다. 품격이 다른 당신을 모시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저희 협회의 이번 주 심사 결과, 당신은 세계 3위의 능력자입니다. 랭커의 증표로 금메달을 드리겠습니다.”


이 사람들이···. 비좁은 골목에 리무진까지 끌고 와서 이게 무슨 짓이야. 그것도 한 대가 아니라 여러 대. 하율은 금메달을 목에 건 채로 사람들에게 불평했다.


“동네 시끄럽게 왜들 이러세요. 또 악몽이라도 꾸고 싶으신 건가요?”


일동 침묵. 스카우터들 뒤에는 하율이 만들어낸 환각을 또 겪고 싶지 않은 기자들이 잔뜩 있었다. 무서운데도 불구하고 하율과 인터뷰하기를 원한다.


그레첸 바그너를 막아낸 뒤로 하율은 아직 제대로 된 입장을 표하지 않았기에, 그 한마디를 듣기 위해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하율은 이 상황을 꺼려했다. 솔직히 부담스럽고 불편했다.


하율은 모여든 사람 중 적당히 한 사람을 골랐다.


“당신.”

“네? 넵!”

“간략한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하율의 질문에 지목받은 사람이 답했다.


“네! 자연의 수호자 재단에서 파견되어 온 김주리 대리라고 합니다!”


하율은 귀찮은 교통정리를 그녀에게 떠넘기기 위해 말했다.


“여기 모인 사람들 전원의 저와의 인터뷰 일정을 순서대로 잡아주세요. 그리고 이후 일정을 관리해주세요.”

“일정 관리···. 그 부분은 향후에 다른 분을 데려와서 맡겨도 되나요?”


하율은 고개를 끄덕였다.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일단 오늘은 당신이 해주세요. 그 대가로 당신이 소속한 자연의 수호자 재단과의 미팅을 최우선으로 하고, 당신들이 원하는 일 한 가지를 해드리겠습니다.”

“흐억. 넵! 맡겨주세요!”

“그러면 저는 외출하러 다녀오겠습니다.”


하율은 ‘비행’ 스킬을 써서 날아올랐고, 전봇대와 전깃줄을 피해서 멀찌감치 여유로운 곳에 착지했다. 딱 그 모습이 동영상으로 찍혔다. 사람들은 탄성을 질렀다. 하긴, 하늘을 나는 능력을 가진 사람도 그리 많진 않으니 놀랄 만도 하다.


다음부터는 옥상으로 올라가든가 창문 열고 날아가든가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사람들을 따돌리고 하율이 가는 곳은 그의 원수, 3레벨 검사 곽동길의 거처. 주소는 안나리의 휴대폰에 입력된 것을 넘겨받았다.


복수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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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022 사진 속의 해법 24.05.21 19 1 13쪽
21 021 저기 곽동길이 있다 24.05.20 24 1 13쪽
20 020 마지막 한 명 24.05.19 29 1 13쪽
19 019 시한폭탄 템밥 24.05.18 30 1 12쪽
18 018 슬라임은 물에 뜬다 24.05.18 35 1 13쪽
17 017 쓰레기 섬 24.05.17 41 1 12쪽
» 016 인터뷰 24.05.16 45 1 11쪽
15 015 여객기 퐁듀 24.05.15 55 1 13쪽
14 014 좀도둑이 들었다 24.05.14 55 1 11쪽
13 013 레벨 12 24.05.13 60 1 15쪽
12 012 헬스장으로 만든 흑탕 24.05.12 59 0 13쪽
11 011 드러난 악행 24.05.11 70 1 12쪽
10 010 복수의 오버 힐 24.05.11 76 1 13쪽
9 009 강해지면 하고 싶은 것 24.05.10 81 1 12쪽
8 008 템밥은 동생과 함께 24.05.10 78 1 12쪽
7 007 리빙 아머 24.05.09 100 1 13쪽
6 006 템밥에 미치다 24.05.09 116 2 12쪽
5 005 검은 게이트 24.05.08 139 1 12쪽
4 004 귀환하다 24.05.08 143 1 13쪽
3 003 첫 요리 24.05.08 153 1 11쪽
2 002 마왕의 비밀 주방 24.05.08 157 2 13쪽
1 001 복수는 실패했다 24.05.08 181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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