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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낙서의 서재입니다.

아이템 씹어먹고 인생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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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김낙서
작품등록일 :
2024.05.08 11:53
최근연재일 :
2024.05.24 00:13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1,804
추천수 :
29
글자수 :
145,152

작성
24.05.11 15:15
조회
70
추천
1
글자
12쪽

011 드러난 악행

DUMMY


1시간 뒤.

하람이 외쳐 물었다.


“다들 건강해지셨나요?”

“네!!!”


공장 직원들은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힐링 능력이 사라지긴 했지만, 불구가 나아지는 기쁨에는 비할 바가 아니었다.


오버 힐 해제는, 오버 힐을 시전한 힐러가 다시 한번 힐을 해주면 된다. 다만 오버 힐을 해주었던 수준에서 다시 힐을 해줘야 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하람은 다시 금반지 절임을 먹어야 하는데, 또 수명 1년을 깎이게 된다. 그래도 아무려면 어떠냐. 하람의 수명 1년을 대가로 100여 명의 치유사들의 소중한 힐 능력을 되찾아주는 건데.


하율은 내일 출근해서 치유사들의 힐 능력을 되찾아주려고 마음먹었다. 지금은 마나가 다 떨어져서 못 해준다.


하람과 직원들이 화기애애하게 소통을 하며 즐거워하는 동안, 단 한 명은 그러지 못했다.


여진리였다.


“어엉. 엉···. 나 이제 어떡해··· 엉엉···.”


바닥에 퍼질러앉아서 하염없이 통곡 중이시다. 신하람은 여진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달랬다.


“오구오구. 슬퍼? 왜 그렇게 울고 그래.”

“야이, 씨! 네가 할 말이냐!”


하람은 집게손가락으로 여진리의 턱을 슬쩍 들어올리며 물었다.


“오버 힐, 기분 좋지 않았어?”

“좋기는 개뿔이! 하나도 안 좋아!”


하람은 발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리고 말했다.


“개처럼 내 발을 핥으면 힐 능력을 되돌려줄 수도 있는데.”

“···정말?”


여진리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서 하람을 올려다보았다. 피식. 하람은 웃었다. 그리고 말했다.


“거짓말이야.”

“으아아악!”


하람과 여진리가 옥신각신하는 동안, 위층 사무실에 있던 누군가가 내려왔다. 총무과의 총무과장 구서희다. 평소에 하람과 조금 친하게 지냈다.


구서희가 여진리에게 물었다.


“사장님. 확인해주셔야 할 일이 있습니다.”

“뭔데?!”

“사장님은 이만큼 불법을 저지르셨습니다.”


구서희는 그동안 정리한 자료들을 내밀었다.


부당한 무급 야근과 휴일 근무, 산업재해 은폐, 직원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육체적 벌을 준 일, 수시로 직원들에게 언어폭력을 행사한 일, 직원 사고사를 자살로 위장하고 회사 책임이 없는 것처럼 조작한 일,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하지 않은 일.


“이, 이걸 다 기록한 거야?”

“네. 음성 파일과 동영상 파일도 많이 확보해뒀고요.”


여진리는 버럭 화를 냈다.


“너도 가담했잖아!”


구서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래서 저도 사장님하고 함께 벌 받으려고요. 자수하는 거죠.”

“자수? 뭐라고 자수하려고 그래?”


구서희는 큼큼 목을 가다듬고는, 낭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재판장님. 증거에 보시는 대로 저는 사장님의 부당한 협박과 강요로 어쩔 수 없이 범죄에 가담했습니다. 그 정황에 대한 증거는 여기 있습니다. 이러려고요.”


그리고 스마트폰에서 어떤 음성 파일을 재생했다.


{구 과장.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해. 허튼짓하면 끔찍한 꼴을 당할 줄 알아.}

{어떤 끔찍한 꼴이죠?}

{고문당하다가 비참하게 죽는 거지. 치유사가 작정하고 살인을 저지르면 증거가 안 남아. 치유사가 작정하고 고문을 해도 흔적도 안 남아. 어떻게 괴롭혔는지, 어떻게 죽였는지 알지 못하게 만들 수 있어. 그게 치유사야.}


“···.”


여진리는 할 말을 잃었다. 하람은 혀를 찼다.


“쯔쯔. 아주 대놓고 고문 살해 협박을 하셨네.”

“무서워서 죽는 줄 알았져.”


구서희는 하람에게 애교를 떨었다. 다 큰 언니가 이게 무슨 짓이래? 하람은 푸핫 웃음을 터뜨리며 구서희에게 말했다.


“무서웠겠지. 서희 언니, 정말 힘들게 버텨왔구나.”

“이젠 다 끝났어. 자수할래. 전문 변호사 고용해서 억울하다고 성심성의껏 호소하면 감형은 충분히 받을 수 있을 거야.”


철저히 준비한 티가 났다. 구서희는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 알고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준비성이 하람과 다른 직원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었다. 하람은 웃으며 말했다.


“큭큭. 언니 은근 얌체 같다?”

“나 원래 이런 사람이야. 알잖아. 그래서 말인데.”

“응.”


서희는 하람에게 갑자기 엄청난 제안을 했다.


“하람이가 이 회사를 맡아주지 않을래?”

“엥?”



그러고 보니 그렇다. 고랩의 힐러가 포션을 마무리하지 않으면 고효율 포션을 생산할 수 없다. 즉, 이 회사에는 새로운 대표가 필요했다.


“나더러 사장이 되라고?”

“응. 지금의 하람이는 3레벨 힐러잖아.”

“아, 이거 일시적인 거야. 증폭약을 먹어서 그래. 몇 분 뒤면 이 효과는 사라질 거야.”


하람의 말에 서희는 조금 놀랐다. 그리고 흘려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했다.


“그래? 그럼 곤란한데. 하람이가 사장이 되면 여기는 꿈의 직장이 될 텐데. 월급도 400만 원으로 인상하고 근무는 주 4일로.”


서희의 말을 듣고, 그런 직장에 다니면 정말 행복하겠다고 잠시 생각한 하람.


“어, 진짜 꿈의 직장이잖아. 그거 솔깃하긴 한데. 적자 나지 않아?”

“하람이가 3레벨 포션을 만들어주면 해결돼. 3레벨 포션 얼마인지 알잖아.”

“3레벨 포션··· 병당 1천만 원···.”


2레벨이 50만원인데, 순식간에 20배로 껑충 뛴다. 서희가 말했다.


“그렇게 비싼 주제에 잘 팔리잖아.”

“그치. 언니 말대로 3레벨 포션은 흔치 않아서 가격 방어가 잘 되는 편이지.”

“3레벨부터는 포션보다 치유사 직접 고용이 더 싸게 먹혀서 그렇잖아.”


하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3레벨 치유사 고용은 한 번에 3000만 원···. 그래도 없어서 못 구하는 게 치유사지.”

“그러니까 어떻게든 하람이가 3레벨 치유사가 되어주면 좋겠어. 방법이 있지?”


서희는 간절한 시선으로 하람을 바라보았다. 하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잘은 모르지만, 방법을 찾아볼게.”


오빠하고 상의해봐야겠다고 다짐한 하람이었다. 진짜 3레벨이 되면 치유사들의 힐 능력을 되돌리기 위해서 수명을 깎지 않아도 되니까, 그쪽 가능성도 고려해서.


*


하율과 하람의 반지하 단칸방. 하람은 조기 퇴근했다.


“오빠, 나 돌아왔어.”

“···누구세요? 악!”


하람의 발차기가 하율의 등짝을 후렸다. 하람이 호통을 쳤다.


“이젠 동생도 못 알아보냐?!”


그러나 하율은 억울하다고 항변했다.


“억울하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 너 같은 미인이 없었다고! 얼굴도 예쁜데다가 자세는 쫙 펴지고 옷도 전부 새로 입고 목소리도 허스키하게 새는 소리가 싹 없어져서 돌아왔는데 어떻게 알아보라는 말이야!”

“아, 어, 그, 그랬어? 그랬지···.”


하람은 얼굴을 붉히고 수줍어했다. 하율은 조금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팔짱을 끼었다.


“뭣보다 그렇게 된 거 전부 내 덕인 거 같은데! 폭력으로 되갚아도 되는 거야?”

“맞다. 오빠 덕분이었지! 사과하는 의미로 뽀뽀해줄게!”


하람의 기습공격에 하율은 화들짝 놀라서 하람을 뿌리치고 뒷걸음질 쳤다.


“으악! 징그러! 됐어! 얘가 예뻐지더니 갑자기 무슨 짓이야?”

“치잇. 그래도 징그러운 건 심했다.”


하율은 하람과 거리를 두었다. 하람은 그런 하율을 뒤에서 끌어안았다.


“오빠 덕분에 복수하고 왔어!”

“이거 놔.”

“싫어.”

“그럼, 설명이나 해 봐. 구체적으로. 출근한 다음에 어떻게 됐어?”


하율의 설명 요구에 하람은 충실하게 답했다.


출근했더니 지각 때문에 같은 조가 벌을 받고 있더라. 여진리가 벌을 주려고 했지만 거부했다. 그리고 여전히 얼굴 병신이라고 욕을 하더라. 그래서 금반지 절임을 꺼내서 씹었다. 그리고 힐 볼을 꺼내 보이니 여진리가 무서워서 도망치더라. 하지만 여진리는 사원들에게 포위되어서 도망치지 못했다. 하람은 그 자리에서 천군천마 스킬을 썼다. 치유사 1000명이 말을 타고 나타났다. 여진리를 비롯한 모든 사원들이 오버 힐을 당했다. 여진리는 힐 능력을 잃어서 절망하고, 공장에 있던 모든 직원들이 병과 불구를 고쳤다. 그리고 회사의 직원 언니가 여진리가 저지른 악행들을 착실하게 모아뒀다가 그걸 풀면 여진리는 회사도 잃고 꼼짝없이 감방행이다. 그 과정에서 회사는 새 주인을 필요로 하는데, 그 자리엔 3레벨 치유사가 있어야 한단다. 직원 언니는 하람에게 물었다. 회사를 가지지 않겠느냐고.


이야기를 들은 하율이 말했다.


“그런데 지금 너는 레벨 3이 아니잖아. 잠깐 레벨 3이 되었을 뿐이지.”


하람은 고개를 슬쩍 끄덕이고는 하율에게 물었다.


“그래서 말인데. 오빠. 날 진짜 레벨 3으로 만들어줄 수 있어?”

“안 그래도 그렇게 해줄 생각이었는데.”

“한 달 내로.”


하율은 한쪽 눈썹을 내리깔며 물었다.


“꼭 한 달 내로 해야겠어?”

“그 기간 내에 새 사장을 못 찾으면 회사가 나라에 넘어가.”


하율은 믿음직스럽게도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


“빠듯하지만, 가능해. 해줄게.”

“와! 역시 오빠야! 오빠 최고!”


하람은 바로 구서희에게 전화했다. 그리고 신나는 목소리로 잠깐 통화했다. 전화를 끊고 하율에게 보고했다.


“한 달 동안 직원들 전부 유급 휴가 보내준대. 나도 포함해서.”

“그게 마음대로 돼?”

“총무과장 언니가 아직 사퇴하지 않은 여진리한테 결재받아서 괜찮아.”


하율은 멀뚱한 표정으로 물었다.


“여진리가 그렇게 고분고분해?”

“응. 여진리는 오버 힐을 당해서 능력을 잃었으니까, 더 이상 그 회사 사장직을 유지할 자격이 없어. 곧 법정에 서고 벌을 받고 대표직을 상실하겠지. 꽤 아까울 거야. 쬐끄만 회사긴 해도 돈은 참 알짜로 많이 버는 곳이었는데. 능력까지 소실되어버렸으니 정말 화려하게 몰락한 거야.”

“아···.”


하율은 하람의 두 어깨에 손을 얹고 말했다.


“하람아. 내 복수를 해줘서 고마워.”

“오빠의 원한이 아니더라도 내 원한도 많이 쌓여서 복수한 거니까, 딱히 고마워하지 않아도 돼.”


하율은 앞치마를 두르며 말했다.


“템밥 맛있게 만들어줄게. 이제부터 하람이는 엄청나게 강해질 거야.”

“히히. 오빠 최고!”


하람에게 템밥을 먹인 보람이 있다. ‘천군천마’를 그렇게 빨리 쓸 줄은 몰랐는데, 아주 적절하게 써먹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템밥으로 얻은 스킬은 지나치게 아끼다가 쓸 기회를 놓치고 사라져버리는 경우도 있는 만큼, 하율도 적절한 곳에 써먹어야겠다고 다짐했다.


하율은 밥을 차리면서 하람에게 물었다.


“동생아.”

“응. 오빠.”

“회사에서 여왕님 모드 개화했냐?”


하람은 토마토처럼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응. 쑥스럽네.”

“크크. 직접 보면 볼만했을 텐데.”


하람이 빡치면 거만한 여왕님의 인격이 떠오른다. 우렁차게 웃으면서 상대를 짓밟는다.


하람이 하율하고 대전 게임을 하다 보면 감정이 격해지곤 하는데, 그러다가 하람의 분노 게이지가 선을 넘으면 여왕님 모드가 개화하곤 했다.


왜 개화라고 하냐면, 한 송이 거대하고 요란한 꽃이 피는 것처럼 거창해서다. 언젠가는 여왕님이 막 “오호호호호호!” 웃으면서 요란하게 비디오 게임을 하니까 옆집 윗집 아랫집의 항의가 장난 아니었다.


하람은 얼굴에 입은 화상 때문인지, 오빠인 하율을 제외한 타인에게는 말수도 적고 두려움도 많고 소심한 캐릭터였다. 아마 이번 여왕님 개화 덕분에 그 주변인들에게 박힌 하람에 대한 인상은 완전히 깨졌을 것이다.


“누가 녹화를 해두진 않았을까? 신하람 여왕님이 여진리를 굴복시키는 장면.”

“아까 통화했던 구서희 언니가 녹화해뒀을 거야.”


하율의 눈이 초롱초롱 빛났다. 하율은 하람에게 부탁했다.


“나중에 좀 달라고 해. 평생 소장하고 싶으니까.”

“오케이. 문자 보내둘게.”


하람이 문자를 보내자마자 해당 동영상 파일이 바로 전송되었다. 이제 두고두고 보고 즐기면 된다.


이후로 하율과 하람은 1달 간의 폐관 수련을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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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021 저기 곽동길이 있다 24.05.20 24 1 13쪽
20 020 마지막 한 명 24.05.19 30 1 13쪽
19 019 시한폭탄 템밥 24.05.18 30 1 12쪽
18 018 슬라임은 물에 뜬다 24.05.18 36 1 13쪽
17 017 쓰레기 섬 24.05.17 41 1 12쪽
16 016 인터뷰 24.05.16 45 1 11쪽
15 015 여객기 퐁듀 24.05.15 56 1 13쪽
14 014 좀도둑이 들었다 24.05.14 56 1 11쪽
13 013 레벨 12 24.05.13 60 1 15쪽
12 012 헬스장으로 만든 흑탕 24.05.12 60 0 13쪽
» 011 드러난 악행 24.05.11 71 1 12쪽
10 010 복수의 오버 힐 24.05.11 77 1 13쪽
9 009 강해지면 하고 싶은 것 24.05.10 82 1 12쪽
8 008 템밥은 동생과 함께 24.05.10 79 1 12쪽
7 007 리빙 아머 24.05.09 101 1 13쪽
6 006 템밥에 미치다 24.05.09 117 2 12쪽
5 005 검은 게이트 24.05.08 140 1 12쪽
4 004 귀환하다 24.05.08 143 1 13쪽
3 003 첫 요리 24.05.08 153 1 11쪽
2 002 마왕의 비밀 주방 24.05.08 158 2 13쪽
1 001 복수는 실패했다 24.05.08 182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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