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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낙서의 서재입니다.

아이템 씹어먹고 인생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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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김낙서
작품등록일 :
2024.05.08 11:53
최근연재일 :
2024.05.24 00:13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1,792
추천수 :
29
글자수 :
145,152

작성
24.05.08 12:08
조회
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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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3쪽

001 복수는 실패했다

DUMMY

신하율은 감정사다.


아이템이나 사물, 건물, 시체와 생체, 동물과 인간 등등의 정보를 읽을 수 있는 직업이다. 능력자들의 세계에서 꼭 필요한 능력이긴 하지만 흔한 직업이기도 하다.


또한 감정사들은 대체로 전투 능력이 없다. 그래서 천대받는다. 그래도 쓸모가 아예 없지는 않아서, 감정사는 보통 공략을 뛸 때 짐꾼이 되어 동행한다.


그런 신하율에게 팀의 리더가 감정을 의뢰한다.


“어이, 감쟁이. 이리 와 봐. 이거 좀 살펴봐.”


감쟁이. 감정사의 멸칭이다. 짐을 운반하고, 이런저런 감정을 하고, 하찮은 심부름도 한다. 저렴하긴 해도 급료를 받는 이상 성실하게 해줘야 신하율의 일감이 끊기지 않는다.


리더가 신하율에게 내민 것은, 작은 과자 포장지. 쓰레기를 모으는 것도 감쟁이의 일이다. 리더는 하율에게 쓰레기를 버려 달라는 명령과 함께, 그 쓰레기를 감정해 달라는 명령을 한 것이다. 요청도 의뢰도 아니고 명령이다.


키들키들. 팀원들은 어수룩하게 쓰레기를 받아 드는 하율을 보고 비웃었다.


능력자의 지위와 신분은 평등하지 않다. 그리고 1레벨 감정사인 신하율은 능력자 중에서는 최하층민이다. 그러니 이런 놀림을 받아들여야 한다. 하율은 마음속으로 욕을 토해냈다. 빌어먹을.


하율은 과자 포장지를 감정했다. 그리고 그 결과를 말했다.


“과자를 먹고 난 빈 포장지. 안에는 씹던 껌이 들어있다. 아무런 쓸모가 없다.”


킬킬킬킬. 팀원들이 하율의 설명을 듣고는 비웃었다. 그의 목에 채워진 목줄이 파랗게 반짝거렸다. 감정을 하면서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표시다. 거짓말을 했을 경우에는 목줄이 붉게 빛난다.


거짓말을 감별하는 이 목줄, ‘감별목줄’은 능력자 협회에서 제작하여 유상으로 제공한다. 리더는 감별목줄을 구입하여 감정사에게 대여한다. 대여비는 감정사의 수당에서 제한다.


이런 목줄을 협회 차원에서 제공한다는 것은, 그만큼 감정사들을 믿지 못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리더는 하율에게 명령했다.


“감쟁이. 그거 먹어.”

“예? 이건 썩지도 않는 비닐 쓰레기인데···.”

“알아. 먹으라고.”


쓰레기를 먹으라니, 이건 너무하지 않나? 신하율은 속으로만 격렬히 항의했다. 실은 싫다고 목청껏 외치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그럴 수 없었다. 지위도 낮고 힘도 없는 감정사였기 때문이다.


신하율은 결국 쓰레기를 먹었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탈이 났다.


“켁! 켁!”


최선을 다해서 잘 씹어먹었는데도 불구하고 목구멍 위에서 걸렸다. 토해내려고 했지만 토해지지 않았다. 숨구멍이 막혔다. 하율은 쓰러졌다. 호흡을 못 해서 바닥을 구르며 괴로워했다. 리더가 물었다.


“어, 죽는 거냐? 힐 해줘?”


하율은 고개를 끄덕였다. 리더는 치유사에게 물었다.


“치유사. 얘 죽으려나 봐. 힐 해주라.”

“싫은데? 내 비싼 힐을 감쟁이한테 써야 할 이유가 있나?”


치유사가 말을 안 들으니 조금 속이 상한 리더였다. 하지만 리더도 치유사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만큼 감쟁이는 그들에게 하찮았고, 혐오스러웠다.


리더가 말했다.


“성깔하고는. 그럼 감쟁이는 죽든 말든 확 버리고 가자.”


리더의 말에 도적이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면 짐은 누가 들어줘? 심부름은 누가 해주고?”


리더는 어깨를 으쓱하며 치유사 쪽을 바라보고 말했다.


“치유사가 해야지. 힐 안 해준 힐러가 해야지. 감쟁이가 죽도록 내버려 뒀으니까.”


치유사는 발끈 화를 냈다.


“아니지! 원인 제공자는 쓰레기를 먹으라고 한 리더잖아! 리더가 짐 들고 심부름도 해줘야지!”

“리더가 심부름? 미쳤냐?”


리더와 치유사가 옥신각신하는 사이에 도적이 말했다.


“둘 다 살인죄하고 견사불구(見死不救)죄로 신고할 거야.”

“견···뭐?”


도적은 둘의 모습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으며 말했다.


“죽는 사람 내버려 둔 죄.”

“그런 죄가 우리나라에 있어?”


도적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미안. 그 법은 중국에 있어. 하지만 우리나라에도 응급조치 불이행죄는 있어. 치유사는 의사나 간호사처럼 의료법을 적용받으니까. 증거는 내 손안에 있고. 리더도 현행범이지만 치유사도 무죄는 아니라는 거지.”

“큭.”

“경찰 앞에서 잘 진술해 보시지. 감별목줄 끼고.”

“찍지 마! 알았어! 알았다고!”


대체로 3레벨 이하의 능력자들은 경찰의 제재를 받는다. 총포로 무장한 경찰이 능력자들보다는 강하다는 뜻이다.


도적이 딱히 신하율에게 선의를 베푼 것은 아니다. 신하율에게 호의적인 감정이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도적은 그저 리더와 치유사의 꼬투리를 잡고 괴롭히고 싶었을 뿐이다.


동료 간의 의리? 그런 것은 없다.


신하율을 제외한 이곳의 멤버들은 모두 악당들이니까.


“커헉!”


힐을 받자 신하율의 숨통이 트였다. 그가 토해낸 쓰레기가 소화액에 범벅이 된 채로 바닥에 흩뿌려졌다. 치유사가 드러누운 하율의 어깨를 짓밟으며 말했다.


“힐값은 네 수당에서 깐다. 불만 없지?”


하율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짐꾼 수당이 얼마나 한다고 거기서 몫을 또 갈취해가는 건지. 하율은 불평도 못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리더가 일어나며 외쳤다.


“자! 휴식 끝! 출발하자, 출발!”


자기들 때문에 하율이 죽을 뻔했다는 사실은 덮어둔 채로, 그가 속한 파티는 다시 게이트 공략에 나섰다.


[‘버려진 마왕성의 지하미궁’ 레벨 1. 보물 많음.]


이 던전의 입구, 게이트의 감정 결과로 드러난 명칭이다. 세상에 마왕이 존재했는지에 대한 어떤 의심도 하지 않고, 이 게이트를 여타의 게이트들과 같은 것으로 분류했다. 그래서 팀원들은 공략을 시도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저 레벨 1이라는 편의적으로 매겨진 등급과 보물이 많다는 짤막한 정보에 의미를 두었을 뿐이다.


그런데, 아니었다.


신하율은 게이트에서 읽힌 추가적인 정보는 일부러 읽지 않았다. 감별목줄은 거짓말을 감별할 수 있지만, 하지 않은 말에 대해서는 참 거짓을 판별할 수 없다.


[노란색. 공략 가능한 게이트가 아님. 들어가면 입구가 사라져서 나오지 못함.]


즉, 이 파티와 함께 신하율은 이 게이트에 갇혀서 죽을 것이다.


감정사만이 식별할 수 있는 게이트의 색깔이 있는데, 노란색이 지니는 의미가 바로 그것이다. 보물이 많지만 공략이 불가능한 게이트.


다른 능력자들이 이 던전에 들어오지 않은 이유는 나올 수 있는 던전이 아니었기 때문. 몇몇 길드는 그 사실을 알고도 모른 척하고 있었을 것이다.


어차피 능력자들은 서로 경쟁 관계이므로, 이 던전의 위험성을 다른 능력자들에게 알릴 의무는 없다. 이 많은 게이트와 능력자들 틈바구니에서 빈약하게 기능하는 협회가 이 게이트에 대해 먼저 알아보고 손을 쓰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이 멍청이들은 여기서 죽을 것이다. 신하율과 함께.


하율은 홀로 남을 여동생 하람을 걱정했다. 피가 섞인 여동생은 아니다. 어쩌다 보니 서로 불쌍한 처지에 부모님에게 입양되었다.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신 뒤에도 하율과 하람은 서로를 지탱해주던 사이였다. 그런 그녀가 혼자 남을 것이 걱정되었다.


하지만 하율은 곧 고개를 저어 걱정을 지웠다. 그리고 외면했다. 능력자들에 대한 거센 분노를 감춰왔던 하율은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곽동길. 검사. 3레벨.

여진리. 치유사. 2레벨.

배명식. 궁수. 3레벨.

안나리. 도적. 3레벨.

신하율. 감정사. 1레벨.


이제 이 다섯 사람은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


고립된 모두는 서로 죽여서 서로를 뜯어먹다가 굶어 죽을 것이다. 그런 흉한 꼴을 겪기 전에 하율은 자살해버릴 예정이었다.


‘꼴 좋다. 무력한 자의 분노를 느껴봐라!’


신하율은 그들이 자신들의 처지를 깨달을 즈음에 사실을 말해주려고 마음먹었다. 당혹스러워하는 표정들을 보고 싶어 했다.


탐색하던 치유사 여진리가 범상치 않은 것을 발견했다.


“어? 여기 좀 이상한데?”


문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문을 밀어서 열었다. 안 열렸다. 문을 당겼다.


열렸다.


“우와.”


일행들은 탄성을 터뜨렸다. 문 안쪽에는 보물이 들어있었다. 10평 정도의 공간에 무기와 방어구와 보물들이 채워져 있었다.


“보물이네.”

“끼얏호! 보물이다!”


과묵하던 궁수 배명식이 외쳤다.


“···나 혼자 다 가질 거야! 전부 죽어라!”

“멍청아! 혼자서 이걸 어떻게 다 가지고 나가려고? 어차피 보물이 넘치기 때문에 우리 숫자가 많든 적든 한 사람당 가지고 나갈 수 있는 양은 똑같아!”


리더 곽동길이 외치자 궁수 배명식은 순간 표정이 굳었다.


“···뭐? 그게 그렇게 되나?”

“어휴. 멍청이.”


킥킥킥킥! 푸하하하! 치유사 여진리와 도적 안나리는 배를 잡고 쓰러져서 웃었다. 괜히 입을 열었다고 생각한 배명식의 얼굴이 빨개졌다. 그는 다시 과묵해졌다. 도적이 신하율에게 외쳤다.


“감쟁이! 보따리 내놔!”

“아, 넵!”


하율은 짐에서 더블백 4개를 꺼냈다. 그리고 보물을 열심히 주워 담았다. 하지만 다 담으니 가방을 들 수 없을 정도로 무거워졌다. 아무리 이 가방이 크고 튼튼하다고 해고 이 보물들을 모두 담는 것은 무리였다.


“우와. 무게가 엄청나.”

“그래서 게이트 밖에 짐꾼들 따로 준비해뒀잖아. 일단 들고 나가면 그다음은 어떻게든 될 거야.”

“하긴 그렇지.”


신하율은 오가는 대화를 들으면서 일그러진 웃음을 머금었다.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구나. 어차피 다 같이 갇혀서 못 나갈 거면서.


더 참을 수 없어서, 하율은 웃었다. 입가에서 웃음이 새어 나왔다.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작게 웃었다. 더 크게 웃었다.


“으흐흐흐. 크히히히! 크하하하하!”


이윽고 온몸이 들썩이도록 미친 웃음을 터뜨렸다. 하율이 웃는 모습을 네 악당들은 우두커니 바라보았다.


도적 안나리가 하율의 배를 걷어찼다. 퍽.


“크억!”

“야, 감쟁이! 보물이 많아서 너도 정신이 나갔냐? 너한테 나눠줄 건 없어, 등신아.”

“크윽. 큭큭큭. 크하하하하!”


도적 안나리의 폭력도 하율의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궁수 배명식이 쓰러져서 웃고 있는 하율의 머리를 걷어찼다. 웃음이 멈췄다.


리더 곽동길이 쭈그리고 앉아서 드러누운 하율에게 물었다.


“뭐가 그렇게 웃겨?”

“다들 여기서 죽을 텐데, 좋아하고 있는 꼴들이 한심해서. 크크크···.”


잠시 일동 침묵.

그리고 4인은 일제히 웃었다.


“크하하! 그게 웃은 이유야?”

“아하하! 지금 상황이 어떻게 굴러가는 건지 모르나 봐?”

“깔깔깔! 내 말이 맞지? 저렇게 착각하게 될 거라니까!”

“크헤헤! ···크헤헤헤헤!”


분위기가 조금 이상했다. 분명히 하율의 계략대로 넷이 함정에 빠지고 절망해야 했는데. 리더 곽동길이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며 말했다.


“흐흐. 감쟁아. 이거 뭔지 알아?”


깃털 모양의 금속 장식이 달린 액세서리였다. 리더 곽동길이 말했다.


“귀환의 깃털이라고 하는 건데. 던전 밖으로 탈출하게 해주는 아이템이야.”


신하율의 표정이 굳었다. 그는 뭔가 잘못된 것을 알아챘다.


“이 던전은 들어올 수만 있고 나갈 수는 없는 던전이었지. 그런데 그걸 우리 감쟁이가 숨기고 말을 안 해줬단 말이지. 우리하고 같이 고립되어서 죽으려고.”

“그, 그걸 어떻게···?!”


리더 곽동길은 툭툭 하율의 볼을 치며 말했다.


“아무리 목줄을 차고 있어도 감쟁이 말은 못 믿어. 그래서 다른 감쟁이 둘을 불러서 확인했지. 그래서 알게 됐어.”

“크윽···!”


낭패였다. 신하율은 여태껏 상황이 자기 뜻대로 돌아가는 줄 알았다. 사실은 아니었다.


“나도 있어.”

“나도 있지롱.”

“···크헤헤.”


다른 멤버들도 금속 깃털을 주머니에서 꺼내 보였다. 다들 이 던전을 빠져나갈 수 있다.


죽는 것은 신하율 뿐이다.


“근데 이 깃털 엄청 비싸더라고. 그래서 대출 땡겨서 장만했어. 빚은 보물 싸 들고 나가서 갚으려고.”


주륵. 한줄기 눈물이 하율의 눈 옆으로 흘러내렸다.


복수는 실패했다.


퉤. 리더 곽동길은 신하율에게 침을 뱉으며 인사했다.


“감쟁아. 그럼 잘 죽어라. 우린 간다.”


4인의 악당들은 보물을 잔뜩 싸들고 귀환의 깃털을 작동시켰다. 깃털은 소멸되면서 소유자들을 빛으로 감싸안았다. 그들은 이 미궁 밖으로 빠져나갔다.


신하율은 고립되었다. 넘쳐나는 보물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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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025 행복의 맛 24.05.24 11 1 18쪽
24 024 블러핑 24.05.23 15 1 15쪽
23 023 Now Loading 24.05.22 18 1 14쪽
22 022 사진 속의 해법 24.05.21 19 1 13쪽
21 021 저기 곽동길이 있다 24.05.20 24 1 13쪽
20 020 마지막 한 명 24.05.19 29 1 13쪽
19 019 시한폭탄 템밥 24.05.18 30 1 12쪽
18 018 슬라임은 물에 뜬다 24.05.18 35 1 13쪽
17 017 쓰레기 섬 24.05.17 41 1 12쪽
16 016 인터뷰 24.05.16 45 1 11쪽
15 015 여객기 퐁듀 24.05.15 55 1 13쪽
14 014 좀도둑이 들었다 24.05.14 55 1 11쪽
13 013 레벨 12 24.05.13 60 1 15쪽
12 012 헬스장으로 만든 흑탕 24.05.12 59 0 13쪽
11 011 드러난 악행 24.05.11 70 1 12쪽
10 010 복수의 오버 힐 24.05.11 76 1 13쪽
9 009 강해지면 하고 싶은 것 24.05.10 81 1 12쪽
8 008 템밥은 동생과 함께 24.05.10 79 1 12쪽
7 007 리빙 아머 24.05.09 100 1 13쪽
6 006 템밥에 미치다 24.05.09 116 2 12쪽
5 005 검은 게이트 24.05.08 139 1 12쪽
4 004 귀환하다 24.05.08 143 1 13쪽
3 003 첫 요리 24.05.08 153 1 11쪽
2 002 마왕의 비밀 주방 24.05.08 158 2 13쪽
» 001 복수는 실패했다 24.05.08 182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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