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숲에서 산을 보내다(아파트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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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만 까마귀 소리로 울부짖던 방공호에는
볼 때마다 낯선 남자가 사글세 들어있다.
포크레인에 덜미 잡혀 버둥거리며 온 뒤
이삿짐 질펀히 풀던 길로 부랴부랴
변신하고는 스치는 자동차 소리를
꼭 파도소린 줄로 아는
환청증세에 시달리어
토종벌 희롱하던 밤꽃향기 틈새마다
칡덩굴 옷 입고 꼬불꼬불 심심풀이하던 산길이
층층이 베란다 유리창에 얼굴 맞대어 간지러운
입김이나 호호 불어대고
한 십년 할미꽃이나 피고 지던 무덤자리 저쯤엔
온실에서 자란 호접란이 집들이 선물로
날갯짓도 가볍게 한들한들 날아들고
눕거나 서거나 한 글자 한 사연 들어가
한 순간의 사랑, 한 백년의 고행
오히려 아름답던 죽음도 잉태하며
이미 부질없어진 원고지로 변하여 켜켜이
쌓이는 아니 산처럼 울뚝불뚝 아우성치던 바다가
쉬어터진 목울대를 바지랑대 하나 없이 하늘에 걸고
내 일거수일투족을 지배하던
당신이 내 마음에서 떠난
이 텅 빈 자리에도 해일이 밀려오더니
아파트가 된다, 에이포 용지가 된다.
칸칸이 새기던 우리의 이야기가 오늘은
인터넷 다음 호를 타고카페에 왔다
전체목록에다 격리시켜놓고도 두고두고
못 잊던 겨울숲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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