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강릉귤 님의 서재입니다.

몬스터를 뜯어 먹는 기생충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새글

강릉귤
작품등록일 :
2024.01.22 17:10
최근연재일 :
2024.05.23 18:00
연재수 :
124 회
조회수 :
13,247
추천수 :
297
글자수 :
717,714

작성
24.05.07 18:00
조회
21
추천
1
글자
13쪽

유도진, 진짜 휴일(3)

DUMMY

“이게 무슨···.”


갑자기 나타난 물난리에 정신없는 와중, 드라코가 헐레벌떡 내 곁으로 뛰어왔다.


- 사아아악! (아신, 이 녀석!)


드라코는 작은 샐러맨더 한 마리를 들어 올렸다.


‘가만···. 얼마 전, 아빠가 됐다고 했지?’


나는 순간 화들짝 놀라, 눈으로 아기 샐러맨더를 살펴보았다.


드라코를 닮아 몸 곳곳에 뾰족하게 돋아나 있는 돌기, 그리고 드라코의 붉은 눈을 그대로 이어받은 눈동자.


< 샐러맨더의 눈은 모두 붉다만? >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그것보다도 중요한 것은 드라코의 아들, ‘아신’에게서 흘러나오고 있는 마력이었다.


“어머, 아기 샐러맨더···네요?”


지형의 학부모 상담을 하려던 선주는 난데없는 물난리에 놀라 황급히 내 쪽으로 달려왔다.


“예···. 이 아이가 드라코의 아들이래요···.”

“세상에···!”


그러다가 해맑게 웃는 아기 샐러맨더 한 마리를 발견하곤 순간 엄마 미소를 지어 보였다.


- 사악, 사아악···. 삭, 사아아악···. (저 아이는 제··· 아들, 아신이라고 합니다. 얼마 전부터, 씨-드레이크를 야금야금 먹더니···.)


아신은 아직 팔뚝도 안 되는 작은 크기의 샐러맨더였다.


그는 다른 샐러맨더들과는 달리 물을 무서워하지 않았고, 그저 태연하게 물장구를 치고 있었다.


‘설마 씨-드레이크를 먹어서···.’

< 그게 맞을 게다···. 심지어 각성까지 한 모양이구나. >

‘그건 저 아이한테서 흘러나오는 마력으로 어렴풋이 느끼긴 했어···.’


선주는 아신에게 살금살금 다가가 살며시 손을 내밀었다.


“그럼 이 아이가, 국내에 존재하는 세 번째 각성 샐러맨더네요.”

“예? 두 번째가 아닌···.”


선주의 말에, 그녀의 옆에 있던 지형이 뿌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


학부모 상담이라는 것이, 각성자가 된 샐러맨더를 관리하는 방법을 익히러 가는 상담이었나보다.


“드라코, 플레임, 아신. 이렇게 세 마리씩이나 각성을 하다니···. 특히나, 드라코와 아신의 관계는 좀 더 면밀하게 관찰하고 싶군요. 각성이 유전되는 건가?”

“그건 아닌 것 같아요.”


드라코는 불을 다루는 각성 능력을 얻었지만, 아신은 정반대의 능력인 것 같았다.


- 샤아! 샤앙! (물! 콸콸이다!)


아직 마력을 조절하는 방법 따위 알 리가 없는 어린아이였기에, 아신은 연구실의 여기저기를 물바다로 만들고 있었다.


마력 조절이 서툰 지금의 아신은, 내딛는 걸음마다 강, 연못, 바다를 창조해 냈다.


“사아악, 사악. 삭스윽. 스으윽? (언제부터 저런 능력이 있었던 거지?)”

- 사아악, 스윽. 슥, 스으윽.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없었습니다. 제가 밖에 나와 있는 동안에 발생한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나는 한숨을 내뱉으며 멀리 있는 피드를 불렀다.


“사아악, 사악. 삭, 사아악. (피드, 혹시 게이트 안에 다른 피해 상황은 없는지 알아봐 줄 수 있어?)”

- 사악! 스으윽, 스윽! (껌이지! 금방 보고 올게요!)


내 말에 피드는 곧장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게이트 밖으로 빠져나왔다.


- 슥, 스으윽. 사아아악, 삭사악. (딱히 문제는 없는 것 같아요. 일단··· 물이 생겨나서 다른 샐러맨더들이 겁을 먹은 것 같지만, 뭐 지금은 한 모금씩 마시고 있는 걸로 봐선 다친 샐러맨더들은 없어요!)

“다행이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물과 상극인 샐러맨더들도 순식간에 아신의 ‘물 콸콸’ 기술에 적응했다는 것이다.


- 사악, 사아악. 스윽, 슥. (보스, 소란을 일으켜서 죄송합니다. 아신은 제가 나중에 따끔히 혼내도록 하겠습니다.)

“스윽, 삭. 삭, 사악. (아니야! 오히려 이 기회에 네 아들을 봐서 좋은걸? 조만간 축하 파티 열자!)”


그리고 치료가 끝나고 내 쪽으로 걸어오던 리토에게도 이 말을 전달했다.


- 사아아악!? 삭, 사악! 스으으윽! 슥슥슥슥슥. (보스, 제 아들도 챙겨주시는 겁니까? 너무 감동입니다, 보스. 흑흑흑.)


다만, 내 말에 감명을 받곤 곧바로 울음을 터뜨렸지만.


- 쌰아! 쌰아아! 스으응! (리토 삼촌도! 물! 콸콸이야! 재밌다! 히히힛! 물 발사!)


‘······마냥 해맑은 저 아기 샐러맨더를 키울 드라코가 걱정이네.’


“그럼···. 플레임, 아신. 이 두 마리는 바로 각성 능력부터 측정해 봐야겠네요···.”


일이 늘어난 것에 선주는 잠시 한숨을 내뱉었지만, 이내 두 마리의 샐러맨더를 보곤 금세 웃음을 지었다.


“그럼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으니까, 소희 님과 가시려던 산책부터 다녀오시는 게 좋을 것 같군요.”

“아···. 네.”

“그 전에, 지금부터 물을 만들어 내면 안 된다고 말만 좀 전달해 주실 수 있나요?”

“알겠습니다.”


선주도 연구실이 망가지는 건 무서운 모양이었다.



* * *



“자, 여기···. 내가 만든 특제 젤리야! 몸에 나쁜 건 하나도 없으니까 괜찮지?”

“오빠, 오히려 너무 감사하죠! 근데, 뭐로 만들었는데요?”

“그······. 묵 같은 거 만들 때 쓰는 거···.”


뒤뜰에서 내가 꺼낸 거대 젤리에 감탄하는 소희. 그리고 흥분한 듯 입맛을 다시는 두 마리의 도마뱀들.


‘너넨 먹어봤잖아. 왜 입맛을 다셔···.’


거기에 드라코와 라이덴까지.


“악, 이거면 될 줄 알았는데! 무슨, 젤리 만드는 게 이렇게 힘들어?”


이건 창고에서 남는 재료로 만든 몬스터 젤리였다.


‘젤라틴을 넣는 대신 몬스터의 지방층을 푹 끓여서 뽑아낸 콜라겐으로 몬스터 육수를 굳혀, 중간중간 넣은 과일 모양의 큐브로 보는 맛까지 살린 오크의 살점. 이거 만드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


“맛있어?”

- 모옹! 몽! 몽!

- 메헹헹헹헹! 헹! 메엥!

- 사아악···. 삭, 사악. (저 맛, 나도 잘 알지. 어제 먹었는데도 또 먹고 싶어지네.)

- 슥, 스윽. 사아악. 삭사악. (드라코, 네 선택이 옳았다. 새로운 보스를 따르는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 그러니··· 보스, 제게도 저 젤리를 하나···.)


나는 하는 수 없이, 두 마리에게도 거대 젤리를 꺼내주었다.


“사아악, 사악. (너넨 언제든 먹을 수 있잖아.)”

- 사악, 사아악. (그치만 저들이 너무 맛있게··· 잘 먹겠습니다!)


그렇게 입을 크게 벌린 뒤, 젤리를 와앙하고 깨무는 드라코.


그 모습이 괜히 귀여워 나는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요즘 너무 바쁜 거 아니에요?”


그때, 소희가 뒤뜰에 놓인 벤치에 앉으며 내게 물었다.


“그치···. 진짜 너무 바쁘다. 나는 먹고 살 정도로만 벌고 싶었는데···.”

“하핫. 저희 창화 길드 안 잊으실 거죠?”

“어떻게 잊어. 잊으면 우리 애들 치료도 못 받는데!”

“어? 그러기에요?”


직장을 다니던 소희는 직장을 그만두며 좀 더 길드 업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나 못지않게 바쁜 생활을 보내게 되었다고 하소연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몬스터가 나타날 수도 있으니까 집 갈 때까지 지켜달라는 건, 너무하지 않아요?”

“그 정도면 광진구 한정 보안관 아니냐고. 경찰도 그렇게는 안 해주잖아.”

“제 말이요!”


한 민간인이 집에 갈 때까지 동행해달라고 의뢰를 한 것에 대한 소희의 푸념이었다.


“물론, 그런 걸 제외하면······. 좀 편하긴 해요. 광진구 자체가 그렇게 넓은 것도 아니고.”


창화 길드는 광진구에서만 활동하는 길드였다.


물론, 간혹가다가 전투 실력을 높이기 위해 타지역 게이트까지 토벌하는 일은 있었지만.


“길드원들은 다 그대로 있고?”

“아뇨···. 이번에 길드원들도 엄청 바뀌었어요. 현서는 이번에 강원도에서 일어났던 일로 본가에 가 있고···.”


김현서. 창화 길드에 힐러로 들어와 치료를 도맡아 했던 어린 나이의 헌터였다.


소희의 말을 통해 알게 된 사실 중 하나는 그녀의 고향이 강원도 인제라는 거였다.


“이번에 게이트 폭주 후에, 살아남은 몬스터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당분간은 본가에서 지낸다고 하더라고요.”

“충분히 그럴 만하지···. 진짜 엄청난 대군이었으니까.”

“네, 맞아요.”

“그럼 성재는?”


그림자 속을 드나들며 적을 공격하는 암살자 클래스의 헌터, 임성재.


과거, 망고와 유한송, 현서와 더불어 오크 게이트를 토벌했던 길드원이었다.


“다른 길드로 옮겼어요···. 저희보다 돈을 더 잘 주는 곳이라는데··· 좀 아쉽긴 해요.”

“아···.”

“그래서 지금 정예 멤버 중에서는 오빠가 아는 사람을 뽑아보면··· 송이, 망고, 자몽이 밖에 없어요.”


사실 나에게 있어서 김현서나 임성재의 존재감은 그다지 크질 않았지만, 소희에겐 달랐던 것 같다.


두 사람을 말하는 소희의 표정은 암울 그 자체였으니까.


- 메엥! 메에에엥!

- 몽! 몽! 모오오오오오오옹!

“아니, 이망고! 자몽이 꺼 뺏어 먹지 마!”

- 메에엥···.


물론, 소희의 암울한 표정은 두 도마뱀 덕분에 금방 밝아졌지만.


그때, 젤리 그릇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 라이덴의 감탄사가 내 귀에 들려왔다.


- 사아악···. 사악, 사악. (맛있군. 정말, 언제 먹어도 맛있어.)

“사아악, 사아악. 슥, 스윽. (너네 그거 많이 먹지 마···. 괜히 오크처럼 진화할까 무섭다.)”


드라코와 라이덴에게 건넨 젤리들도 이미, 밑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 삭, 사아악. 사악, 사아악? (보스, 나온 김에 하나만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삭? (뭔데?)”


젤리 접시에 코를 박고 있던 드라코가 젤리를 다 먹어 치웠는지, 고개를 들어 나에게 물었다.


제법 비장한 표정을 하고 있는 드라코의 물음에 나는 덩달아 비장한 기분으로 그에게 물었고···.


- 사아아악, 사악. 삭, 스으윽, 슥사아악! 삭! (도대체, 창고는 언제 정리하실 겁니까? 매번 정리하겠다는 말은 이제 지쳤습니다! 이번엔 제발 확답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내, 드라코의 마음속에서 캐캐 묵었던 진득한 잔소리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 메헹! 헹헹헹헹!

- 모홋···. 흐음···.


망고는 터지는 웃음을 막을 생각이 없었고, 자몽은 웃어놓고는 아닌 척 시치미를 떼었다.


그리고 라이덴은··· 난생처음 보는 드라코의 모습에 놀라 몸이 경직된 상태였다.



* * *



“세실, 한국에서는 자유 일정이 언제부터지?”

“근 한 달 동안은 전국적으로 강연이 있어서 아무래도 한 달 이후에서야···.”

“일정을 누가 이렇게 무식하게 짜래!”

“그··· 레테 님이 직접 짜신 일정입니다. 한 번에 몰아서 일하고, 그자를 찾는 데에 열중하겠다고요.”


한편, 인천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


그중 비즈니스석에 앉은 두 여성은 레테 제이 홀링스워스와 비서인 세실이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곧바로 왔어야 했는데 공항에서 몬스터들이 나타날 게 뭐람···.”

“그것까지는 못 보신 겁니까?”

“아무 때나 보이는 게 아니라니까···.”


그들은 갑자기 일어난 일본의 게이트 폭주 사태를 해결한 뒤에야 한국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그나마 일본 헌터들은 말이 통해서 좋았네요.”

“마냥 좋아하지 마. 그 녀석들··· 앞에선 웃지만, 뒤에서는 칼을 갈 녀석들이니까.”


이번 일로 일본 헌터들과 합을 맞춘 레테.


그러던 도중, 미래를 보게 되었고, 그 미래는 끔찍하기 짝이 없었다.


모두가 자멸하는 최악의 미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에 도착해서 누굴 찾으면 됩니까?”

“가장 약한 남자를 찾아. 고블린이랑 싸워도··· 겨우 이길 것 같은 헌터. 그자를 찾으면 될 거야.”


5년도 더 된 동양인 찾기.


그녀는 자신이 그를 찾는 날이 머지않았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도 착각하고 있는 게 하나 있었다.


자신의 데이터가, 한참 전의 데이터라는 것을 말이다.


작가의말

그러고 보니, 유도진이는 고블린한테 겨우 이겼었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몬스터를 뜯어 먹는 기생충 헌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4 사라진 하성우(1) NEW 5시간 전 4 0 11쪽
123 고장 난 아기즈(5) 24.05.22 9 0 12쪽
122 고장 난 아기즈(4) 24.05.21 13 0 13쪽
121 고장 난 아기즈(3) 24.05.20 14 0 12쪽
120 고장 난 아기즈(2) 24.05.19 13 0 12쪽
119 고장 난 아기즈(1) 24.05.18 17 0 14쪽
118 리치, 카르셀(2) 24.05.17 19 0 12쪽
117 리치, 카르셀(1) 24.05.16 18 0 13쪽
116 유도진과 하성우(2) 24.05.15 12 0 13쪽
115 유도진과 하성우(1) 24.05.14 15 0 13쪽
114 광신도(5) 24.05.13 18 0 13쪽
113 광신도(4) 24.05.12 15 0 13쪽
112 광신도(3) 24.05.11 15 0 12쪽
111 광신도(2) 24.05.10 15 0 12쪽
110 광신도(1) 24.05.09 18 0 13쪽
109 유도진, 진짜 휴일(4) 24.05.08 18 1 12쪽
» 유도진, 진짜 휴일(3) 24.05.07 22 1 13쪽
107 유도진, 진짜 휴일(2) 24.05.06 26 1 13쪽
106 유도진, 진짜 휴일(1) 24.05.05 27 1 12쪽
105 S급 헌터(4) 24.05.04 30 1 12쪽
104 S급 헌터(3) 24.05.03 30 1 13쪽
103 S급 헌터(2) 24.05.02 29 1 12쪽
102 S급 헌터(1) 24.05.01 36 1 11쪽
101 칠흑의 갑옷, 듀라한(6) 24.04.30 30 1 12쪽
100 칠흑의 갑옷, 듀라한(5) 24.04.29 32 1 13쪽
99 칠흑의 갑옷, 듀라한(4) 24.04.28 36 1 12쪽
98 칠흑의 갑옷, 듀라한(3) 24.04.27 35 1 13쪽
97 칠흑의 갑옷, 듀라한(2) 24.04.26 34 1 13쪽
96 칠흑의 갑옷, 듀라한(1) 24.04.25 40 1 13쪽
95 곰에 대한 의문(4) 24.04.24 36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