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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귤 님의 서재입니다.

몬스터를 뜯어 먹는 기생충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새글

강릉귤
작품등록일 :
2024.01.22 17:10
최근연재일 :
2024.06.0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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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2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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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뜯어 먹어야 사는 헌터(1)

DUMMY

[system]

[고유 특성 ‘괴식’ 발동]

[임프를 뜯어 먹었습니다. 현재 임프 종족의 괴식 수치 100%]

[임프를 완벽하게 복사합니다. 임프의 언어를 알아듣게 됩니다.]

[임프의 발동 스킬인 ‘임프프’를 획득했습니다.]

< 아주 이 주변 몬스터는 다 뜯어 먹으려고 작정했나 보군. 하마터면 임프 개체가 천연기념물이 될 뻔했네. >


마침내 얻었다.


도진은 기쁜 표정으로 시스템창을 훑었다.


후줄근한 차림.


하지만 자기 딴에는 가장 아끼는 후드티를 입고 전장에 뛰어든 서른 살의 유도진.


직업?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만년 백수.


하지만···.


‘내가 이거 하나 때문에 배가 터질 것 같아도 몬스터를 계속 뜯어 먹었다고.’


왜냐고?


임프를 완벽하게 복사하기 위해서?


임프의 언어를 알아듣기 위해서?


임프의 창술을 배우기 위해서?


아니.


그저 살아남기 위해서였다.


스킬을 얻은 도진은 손에 쥐고 있던 임프 고기를 바닥에 집어 던졌다.


그리고 자신에게서 도망치던 임프들을 향해 소리쳤다.


“이제 고블린 코스프레한단 소리는 안 들어도 된다! 나도 이제 다른 스킬 쓸 수 있다!”


도진은 발에 채는 임프의 팔을 바라보았다.


그 팔에는 자신의 치아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흐흐.”


오늘도 살아남았다는 사실과 계속해서 시달리던 ‘고블린 헌터’라는 별명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에 도진이 웃음 지었다.


이어 도진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다음 사냥감을 바라보았다.


자기들의 동족을 잡아먹는 도진의 괴식 행위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도망치는 임프.


“이제 남은 건 게이트 클리어인가?”


도진은 어느새 멀리 도망간 임프의 곁으로 바짝 달라붙었다.


“어디 가니?”


그는 씨익 웃으며 임프에게 말을 걸었고, 경악하며 뒤를 돌아본 임프는 그대로 얼어버렸다.


“그럼 한번 써볼까아~ ‘임프프!’”

- ···잉샤악! (···저리 가!)


새로 얻은 스킬인 것치곤, 어째선지 그 모습은 멋있어 보이진 않았지만.


--------------------------------------------------

EP. 01


“더, 던전 브레이크다!”

“헌터 협회에 연락해!”


5년 전, 전 세계에 나타난 의문의 공간 ‘게이트.’


그리고 그 게이트를 통해 넘어온 몬스터들은 대부분 사람을 공격하거나 잡아먹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에 맞서 ‘각성자’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인간의 능력을 아득히 뛰어넘은 힘으로 몬스터들과 대항했다.


흔히 소설이나 만화에서 보던 히어로와도 같은 모습이었다.



* * *



그리고 나는······. 누가 봐도 만년 백수.


헌터와는 상당히 거리가 먼 무능력자 ‘유도진’이다.


그나마 헌터와의 연결고리가 있다면 중소 길드 ‘미르’의 매니저 ‘정준혁’을 룸메이트로 뒀다는 것 정도?


“여보세요? 지금 어대 쪽에 게이트 터졌거든? 아주 옅은 연보라색이야. 아마 E급? 뭐? 병아리들 어디 갔는데? 던전? 하··· 일단 알겠어. 다른 길드에 한 번 알아볼게.”


우리는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는 사람들 사이에 멈춰 섰다.


준혁은 이런 일이 흔한지, 대수롭지 않게 핸드폰 전화번호 목록을 뒤졌다.


그의 손가락은 유명 길드의 이름인 ‘제일’이나, ‘운명’을 지나 한곳에 멈춰 섰다.


“아주 옅은 연보라면··· E급이거든? 옆에서 헌터들이 사낭하는 거 보든지, 도망가든지 알아서 해. 어차피 이번 게이트는 고블린이라니까.”


던전 브레이크는 요즘 너튜브에 검색만 해도 영상 몇천 개가 뜨는 흔하디흔한 일이라고는 하지만, 그게 눈앞에서 벌어진 탓일까?


처음 겪어보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나는, 전신에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그럼 난! 도망가겠다!”

“그래, 그럼. 사람들 따라가.”

“야, 너도 조심해.”


난 준혁과 짧은 인사를 건넨 뒤, 곧장 사람들이 도망친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전시 상황이라는 것을 알리려는 듯 사방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사이렌 소리가 거칠게 울려댔다.


“허억허억. 몬스터라니, 도무지 익숙해지질 않···.”


빠른 걸음으로 어린이대공원역을 빠져나가려던 순간이었다.


순간 내 몸을 휘감는 이질적인 기운에 나는 걸음을 멈췄다.


‘이 께름직한 느낌은 내 착각일까···?’


- 크샤아아악!


바로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몬스터의 울음소리에 살며시 뒤를 돌았다.


그곳에는 천 쪼가리로 중요 부위만을 가린 초록색 피부의 고블린 한 마리가 침을 질질 흘리며 우두커니 서 있었다.


“아, 시x!”


고블린은 이미 이곳까지 오면서 많은 공격을 받았는지 몸 곳곳이 상처투성이였다.


그것은 비교적 약해 보이는 나에게 화풀이하려는지 악에 받쳐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댔다.


- 크샤아악! 크샤!


순간 언젠가 들었던 [몬스터를 만났을 때, 제일 먼저 해야 할 기본 상식 30개]가 떠올랐다.


근데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랴? 몸은 내 이성을 따라주지 않았다.


“기본 상식 첫 번째, 몬스터와 눈을 마주치지 말 것. 그리고 두 번째, 혹시라도 눈을 마주쳤을 경우, 큰 행동하지 말 것. 예를 들어 비명이라던가, 뜀박질이라던가···.”


그 러 나,


“으아아악!!!”


나는 여태까지 쌓아온 기초 상식을 왜 외웠을까 싶을 정도로 곧장 앞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비명도 있는 힘껏 지르며 말이다.


30세 평생을 들어 제일 빨리 달린 느낌이었지만, 소용이 없는 도망이었다.


도망치는 내 모습에 흥분한 고블린이 더 빠르게 달려 내 앞을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 크샥! 크샤아악!


고블린은 손에 들고 있던 몽둥이를 거세게 휘두르기 시작했다.


“시x! 널 그렇게 공격한 애한테 화풀이를 하지! 왜 나한테 지랄인데!!”


고블린의 무차별적인 공격에 나는 중심을 잃고 그대로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틈을 놓치지 않은 고블린은 내 몸 위에 올라타더니, 굿하는 무당처럼 배 위에서 방방 뛰기 시작했다.


‘이, 이 미친것이!!’


어찌나 세게 뛰는지, 속에 있는 내장이 다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키도 작고 팔다리가 얇아 가벼워 보였는데, 생각보다 무게가 나갔다.


- 크샤아악! 크샤! 크샥!


“시x! 제발 좀 꺼지라고···! 이 더러운 새x야!”


고블린을 떨쳐내려 했지만, 내 저항은 소용이 없었다.


되려, 고블린은 들고 있는 몽둥이로 내 얼굴을 있는 힘껏 내리쳤다.


그렇게 몇 번의 공격이 몰아쳤는지도 아득해질 무렵.


나는 눈물 콧물을 줄줄 흘리며, 고블린이 내 몸에서 떨어지길 기도하고 애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애원하면 애원할수록, 고블린은 마치 자신이 우월하다는 것을 아는지, 더욱 잔인하게 크샥 거릴 뿐이었다.


“제발요···. 네? 제발요···. 살려주세요···.”

- 크샥! 크샤아! 아하학! 학!

“아, 아 쫌!! 살려달라고! 씨x!!!”


······나는 그렇게 서서히 정신을 잃어가고 있었다.


마지막 이성까지 사라져가던 그때, 고블린은 목에 무언가 걸린 듯 거세게 기침하기 시작했다.


- 크···샥추! 크추! 칵아아칵! 칵···츄!

“······?!”


그 순간, 희미하게 고블린의 입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오는 게 보였다. 마치 덩어리 같았다.


그 ‘무언가’는 자연스럽게 벌어진 내 입으로 들어와 자리 잡았다.


기분 나쁘게 미끄덩거리는 느낌이었다.


그것을 뱉어내려 억지로 고개를 돌려봤지만, 이미 그 무언가는 꿈틀거리며 내 식도를 지나간 뒤였다.


그러던 그때, 멀리서 준혁과 사람들이 달려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고,


‘던전 브레이크 때문에··· 출동한··· 헌터들···인가···?’


준혁이 부르는 외침에 안심한 나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 * *



“정밀 검사를 진행했는데···. 이상한 점이 발견됐습니다.”

“예?”


헌터 협회 내부의 의료시설.


하루에도 수백 명의 헌터들이 치료받고 가는 곳.


민간인이지만, 몬스터에게 직접적인 공격을 받은 민간인들은 헌터 협회의 의료시설에서 치료받을 수 있었다.


“이게 지금··· 아, 이걸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까요.”

“왜요? 어디가 안 좋은 건가요?”

“그게··· 저도 처음 보는 케이스라 다른 선생님들 소견도 들어봐야 하는 거긴 한데···.”


의사는 말을 빙빙 돌리면서도 이미 마음속으로는 확신을 한 듯, 모니터를 돌려 내게 초음파와 x-ray, ct, mri 사진을 보여주었다.


배, 그러니까 정확히 위가 위치하는 부분부터 그 밑으로 연결된 장들까지 깨알 같은 점들이 무수히 박혀있었다.


마치 은하수처럼 말이다.


“이게 환자분의 위거든요? 그런데···.”


저게 제 위라고요? 에이 설마요. 저건 은하수···일 리가 없겠구나···.


입을 닫는 의사의 얼굴에서 지금 상황이 무엇보다 심각하다는 걸 직감했다.


의사는 내 눈치를 보다가 다시 힐끗 모니터를 바라봤다.


이미 검사란 검사는 다 끝난 상태.


다른 병원으로 가서 재검사를 받아본다고 내 상태가 달라질 리는 없었다.


“고블린한테 장시간 공격받았다고 들었습니다. 그때, 환자분을 발견한 ‘창화 길드장’분이 그런 이야길 했더라고요.”

“어떤···?”

“입에 고블린의 피와 같은 초록색이 묻어 있었다고요.”


입에 고블린의 피를 묻히고 있었다는 의사의 말에 그 당시 기억을 더듬었다.


분명, 고블린의 입에서 나온 무언가가 내 입 안으로 들어왔던 느낌이 있었다.


“그게···!”

“사람에게 이런 증상이 보고된 것은 처음입니다만···.”


나는 의사의 말을 집중했다.


뒤이어 의사에게서 들려온 의학적 소견은 바로,


“마치 이 모습이 온갖 회충에 노출된 야생동물 같습니다.”

“예?”

“이 상황에서는 가정을 할 수밖에 없는데···. 고블린의 초록색 피에 잠들어 있던 기생충이나 병균이 옮은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그니까 쉽게 말씀을 드리자면, 이계 기생충에··· 감염이 된 것 같습니다.”

“······.”

“제가 말씀드린 케이스가 맞다면, 뱃속에 구멍이 뚫리면서 아무것도 먹지 못하게 되고, 그렇게 된다면······. 사망까지도 생각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죽어요? 제가요? 왜요?!”

“지금은 뭣도 먹을 수 없는 상태로 보이거든요. 그 어떤 약물 치료로도···. 노력은 해보겠지만···.”


지금 이렇게 쌩쌩한데, 갑자기 죽는다니.


“물론 사람들한테는 처음 보는 케이스이긴 한데··· 저도 100% 확신은 아니라···.”


의사의 말은 더 이상 귀에 닿지 않았다. 괜히 배를 만져봤지만, 역시나 이상은 없었다.


아니, 없을거라 생각했다.


.

.

.


그날 저녁, 나는 미칠듯한 고통에 바닥을 나뒹굴었다.


입에서는 절로 신음이 뱉어졌으며, 위 벽이 뜯겨나가는 통증이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더불어 느껴지는 엄청난 허기는 자꾸만 나를 괴롭혔다.


이 느낌은, 차라리 죽여 달라 말하고 싶은 정도였다.



* * *



고통에 몸서리치다 간신히 잠든 새벽.


갑작스러운 안전 재난 문자에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깨버렸다.


일어나자마자 옆자리를 바라봤지만, 준혁은 야근하는지 아직 들어오지 않은 상태였다.


[※광진구청 근방, 게이트 폭주, 던전 브레이크 발생. 근방에 사시는 분들은 대피소로 이동.]


“또 게이트 폭주야?”


이는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날 때 벌어지는 게이트 붕괴 현상이 아닌, 애초에 게이트가 발생하면서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게이트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이 현상을 ‘게이트 폭주’라고 명명했으며, 이에 따른 다양한 가설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렇다 할 결론은 아직 나오지 못한 상태였다.


“광진구청은 여기서 거리가 좀 있으니까 괜찮겠지···.”


집과는 조금 떨어진 거리. 그렇기에 안심하며 다시 잠이 들었다.


다시 눈이 떠진 건 그로부터 20분 정도 지난 후, 고막을 찢을 정도의 비명을 들은 직후였다.


비명은 점점 집 앞까지 가까워졌다.


나는 살금살금 숨을 죽인 채, 사태를 살펴보고자 창문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때, 정말 운명처럼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고 있던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것도 뒤에는 신이 난 고블린 한 마리가 딸린 채로···!


“어엇···! 저기요! 살려주세요!”


눈이 마주치자, 여자는 우리 집 쪽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미친 듯이 문을 두드렸다.


호기심에라도 창문을 내다보는 게 아니었는데···.


그녀는 내가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문을 부숴버릴 기세였다.


‘그래! 고블린 때문에 시한부가 됐는데, 죽더라도 복수는 하고 죽어야지.’


이건 어쩌면, 이대로 죽어갈 불쌍한 나를 위해 하늘이 내려준 기회일지도 모른다.


의지를 다진 나는 마대 걸레를 들고 문밖을 나섰다.


고블린에게 죽도록 얻어맞은 나한테 또다시 찾아온 고블린이라니.


고블린한테 기생충이 옮아서였을까?


나는 저번과는 달리, 고블린을 진심으로 상대할 마음이 들었다.


엄밀히 말해서 이건··· 복수전이다. 날 사지로 몰고 간 고블린을 향한 복수!


“윽···.”


그 순간, 갑자기 다시 속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불타는 내 의지가 아니라, 정말로 다시 속이 아파졌다.


하지만 휘청거리는 몸과는 다르게, 내 코끝에는 맛있는 음식 냄새가 들어왔다.


‘아마 이 상태로는 음식을 소화하기가 힘들 겁니다···.’


그러자 의사의 말이 떠올랐다.


그런데··· 왜···. 왜!! 닭발 냄새가 나냔 말이야!


그럴 리가 없어···. 진짜 내가 죽기는 하는가 보다. 이런 상황에서 환취가 느껴지는 걸 보면.


나는 아픈 배를 부여잡고 한숨을 세게 내뱉었다.


‘후! 가자.’


이윽고 나는 고블린과 여성이 있는 쪽으로 다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여성은 문이 열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지, 이미 저 멀리 도망쳐 있는 상태였다.



* * *



“야!”

- 크샤악? 크샥!


분명 마음을 깊게 다잡고 나왔음에도 고블린이 나를 쳐다보자 다시 다리가 후들거렸다.


낮에 고블린에게 죽기 전까지 얻어맞은 게 결국 트라우마가 된 것 같았다.


하지만···.


‘트라우마? 다 x까라 그래. 지금 내 속이 이렇게 아픈 것도, 내가 죽어가는 것도 다 저 새x 때문인데?’


나를 컨트롤하는 건 나 자신이었다.


그렇게 다시 마음을 먹고, 의지를 불태웠다.


‘그리고 지금이라면 사람이 두 명이다. 고블린 한 마리쯤은 충분히 승산이 있어.’


라고 생각했는데···?


“꺅! 감사합니다아!”

“에? 네? 어, 어디 가세요!?”


인생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고블린에게 쫓기던 여자는 내 등장에 멀리서 감사를 표하곤 그대로 사라졌다.


자신을 대신할 희생양으로 여겼던 걸까, 아니면 나를 헌터로 알았던 걸까.


‘히끅. 같이 싸우는 거 아니었나···. 아무리 그래도 조금은 도와주고 가야지-!’


은혜를 원수로 갚은 여자 때문에, 결국 남은 건 나와 고블린 한 마리뿐이었다.


서로가 서로를 노려보고 있는 긴박한 대치 상황이 이뤄졌다.


눈치를 보다가 내가 먼저 공격하기로 마음먹었다.


우선은 마대 걸레를 좌우로 휘둘렀다.


다행스럽게도 고블린은 팔이 짧아 반격 없이 공격을 퍼부을 수 있었다.


나는 뜨거운 속을 억지로 참아가며 고블린에게 무차별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고블린은 공격에 맞을 때마다 윽, 엑, 하는 기분 나쁜 소리를 냈다.


마대 걸레였기 때문에 어디를 자른다거나, 찌르는 공격은 할 수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공격이라곤 결국 마구잡이식의 ‘후드려 패기’ 밖에 없었다.


“으윽···.”


그러던 순간, 복부에서 느껴지던 통증이 더 강해졌다.


‘스윽-’


고통에 몸을 웅크리자, 고블린의 나무 몽둥이가 눈앞을 ‘부웅’하고 스쳐 지나갔다.


틈을 놓치지 않으려는 고블린의 공격이었다.


“······어?”


뭐지? 이 냄새는.


‘부웅’하는 공격과 함께 바람이 일었다. 익숙한 냄새였다.


정체는 아까부터 나를 따라다니던 음식 냄새와 비슷했다.


“킁킁. 근데··· 너 왤케 맛있는 냄새가 나냐?”


고블린에게서 매콤한 냄새가 났다.


킁킁. 이건······.


그래! 매콤 숯불 닭발 냄새!


- 크샤악···?


은은한 안광을 내비치며 고블린에게 다가갔다.


눈빛이 돈 걸 알아차린 걸까?


계속해서 공격을 퍼붓던 고블린은 잠시 주춤하며 나에게서 점점 멀어지기 시작했다.


“너··· 한 입만 뜯어 먹어 봐도 되냐?”


반쯤 풀린 눈, 광견병에 걸린 들개처럼 침이 뚝뚝 떨어지는 입.


내 몸 하나하나가 핸들이 고장 난 8톤 트럭과도 같았다.


‘내가 미쳤지··· 아주 미친 거야···. 저게 맛있을 리가 없잖아···. 근데 너무 맛있어 보여···. 지금이라도 한 점 뜯어 먹고, 소주를 들이켜고 싶은 정도야. 아니야. 정신 차려. 저건 몬스터야. 저걸 뜯어 먹으면 야만인이 될 뿐이야. 아니, 육회도 잘 못 먹는데 내가 왜 고블린 팔을 보고 침을 흘리는 거지?’


짧은 시간, 하지만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가기에는 충분한 시간.


결국 내린 결론은···.


- 크샤?


순식간에 고블린의 손을 붙잡아 끌었다.


고블린은 놀란 눈빛으로 멍하니 나를 바라보았다.


제 앞에 닥친 일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순진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나는 마치 영롱한 닭 다리를 뜯듯 고블린의 팔을 크왕! 하고 물었다.


고블린의 비명이 울려 퍼짐과 동시에 질겅한 가죽이 쭈욱 하고 찢어졌다.


- 키에에엑! 크샤아악! 끼이익!


‘사람의 이가 이렇게 단단했구나. 하긴 돌도 씹어 먹을 나인데. 아닌가, 지났으려나.’


원망스러운 고블린의 눈동자에 내 얼굴이 비쳤다.


입가에는 초록색 피가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그런데도 전혀 더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음, 이 맛은······?”


내 입에서 감격 섞인 외침이 튀어나왔다.


.

.

.


“이야~!!! 이 집 닭발 잘하네! 아유 꼬소해!!”


나는 다시 눈이 돌아 고블린의 팔을 사정없이 물어뜯기 시작했다.


고블린은 남은 팔로 내 머리를 밀고 때리는 등 발악했지만, 이미 돌아버린 상태의 나를 말릴 순 없었다.


- 크샤아아아아악!!!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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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제일 길드와 쿠노이치(2) 24.06.03 13 0 11쪽
134 제일 길드와 쿠노이치(1) 24.06.02 12 0 12쪽
133 일본으로(3) 24.06.01 14 1 12쪽
132 일본으로(2) 24.05.31 14 1 13쪽
131 일본으로(1) 24.05.30 16 1 12쪽
130 보이드 타입: 불명이(3) +1 24.05.29 17 1 11쪽
129 보이드 타입: 불명이(2) +1 24.05.28 16 1 12쪽
128 보이드 타입: 불명이(1) 24.05.27 15 1 12쪽
127 사라진 하성우(4) 24.05.26 19 1 23쪽
126 사라진 하성우(3) 24.05.25 24 1 12쪽
125 사라진 하성우(2) 24.05.24 19 1 15쪽
124 사라진 하성우(1) 24.05.23 20 1 11쪽
123 고장 난 아기즈(5) 24.05.22 18 1 12쪽
122 고장 난 아기즈(4) 24.05.21 17 1 13쪽
121 고장 난 아기즈(3) 24.05.20 20 1 12쪽
120 고장 난 아기즈(2) 24.05.19 18 1 12쪽
119 고장 난 아기즈(1) 24.05.18 22 1 14쪽
118 리치, 카르셀(2) 24.05.17 24 1 12쪽
117 리치, 카르셀(1) 24.05.16 23 0 13쪽
116 유도진과 하성우(2) 24.05.15 16 1 13쪽
115 유도진과 하성우(1) 24.05.14 21 1 13쪽
114 광신도(5) 24.05.13 24 1 13쪽
113 광신도(4) 24.05.12 21 1 13쪽
112 광신도(3) 24.05.11 21 1 12쪽
111 광신도(2) 24.05.10 20 1 12쪽
110 광신도(1) 24.05.09 26 1 13쪽
109 유도진, 진짜 휴일(4) 24.05.08 23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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