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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귤 님의 서재입니다.

몬스터를 뜯어 먹는 기생충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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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귤
작품등록일 :
2024.01.22 17:10
최근연재일 :
2024.06.0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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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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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유도진, 진짜 휴일(4)

DUMMY

“사아아악, 사악. 스으윽. (창고에 있는 것들 우선 다 꺼내줘.)”

- 사악, 삭. (좋습니다, 보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한가하게 보내겠다고 다짐했던 내 휴일은······.


사방이 삭막하게 벽으로 막혀있는 아차산 사찰의 한 동굴에서 바쁘게 지나가고 있었다.


드라코가 하도 잔소리를 하는 탓에, 오늘은 정말로 창고 정리를 하게 된 것이었다.


- 씨아하하항! 쌰아아! (우아. 여기 엄청 높아! 우리 집만큼이나 높아! 여기 조아!)

- 쌰아앙! 슈우우우! 우우! (천천히 좀 뛰어, 아신. 너무 빠르잖아.)


넓은 동굴 안은 어느새, 아기 샐러맨더들의 놀이터가 되어 버렸다.


나는 그 사이에 앉아서 드라코가 꺼내는 물건들을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건··· 와이번 고기고··· 와, 이게 그 씨-드레이크 고기구나. 먹어본 적이 없네.”


나는 대공동 한편에 손질되지 않은 고기들을 척척 쌓아놓았다.


- 사악! 삭, 사아악. 스으으윽. (아, 보스···. 최근 게이트 안에서 화염초가 많이 자라는 것 같아서 수확을 했습니다.)


그러던 도중, 드라코가 풀 뭉치 여러 개를 건넸다. 그것들은 모두 화염초였다.


“사악, 사아악? 스윽, 스으윽? (너네 먹지, 아. 이 정도구나···. 아니, 더 있어? 이거 팔아도 되겠는데?)”


헌터들에게 화염초나, 각종 상태 이상을 치료하는 약초는 필수 요소로 작용한다.


불을 사용하는 몬스터를 잡을 때 ‘화염 저항’이 없다면, 화상을 입어 죽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약초를 쓰는 사람도 봤고 말이야···.’


심한진 이야기였다.


그는 자신이 공략할 게이트에 맞춰 매번 다양한 약초 및 물약들을 챙겼었다.


“사아악, 삭. 스윽? (그럼 이거는 내가 처분해도 되는 거지?)”


내 물음에 드라코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씨-드레이크를 먹고 다시 창고 정리를 시작해 볼까.”


나는 한쪽에 놓아둔 씨-드레이크를 이리저리 뒤집고는, 불 위에 씨-드레이크를 올려두었다.


- 쌰아아! 슈우우으. (이거 머거? 아신이도 이거 머글래. 이거 조아. 맛있서!)


그러더니 아예, 내 무릎에 올라오는 아신.


- 스으윽! 사악! 사아아악! (아신, 이 녀석이! 보스 무릎에 올라가는 버릇없는 행동은 어디서 배운 거냐!)


그리고 아신의 행동을 보고 위엄있게 그를 꾸짖는 드라코.


물론 목소리만 위엄이 있었다.


정작 본인도 내 무릎에 턱을 괴며 쓰다듬을 받고 싶다는 듯 꼬리를 흔들고 있었으니까.


‘모순덩어리잖아.’

< 어허, 그래도 제법 귀엽지 않느냐. >

‘그렇긴 해.’


나는 우선 아신에게 한 조각을 떼어준 뒤, 잘 익은 씨-드레이크의 꼬리를 통째로 들어 뜯었다.


“아씨, 벌써부터 침 나와. 미치겠다.”


내가 이렇게 흥분한 이유.


낯선 고기에서 익숙한 냄새가 코를 미친 듯이 자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드디어 이걸 써 보는구나.”


드라코가 말하길, 창고 제일 안쪽에 박혀있어서 있는 줄도 몰랐던 물건들이었다고.


“간장을 조금 따르고, 거기에 생 와사비를 풀면··· 크으. 고등어 찍어 먹을 장 완성이지!”


해산물, 그중에서 생선을 제일 좋아하는 내게 드디어···


“고등어가 찾아왔다!!!!!”


아쉽게도 회는 아니었지만, 생선은 생선이었다.


씨-드레이크는 동양의 용, 혹은 큰 물뱀의 모습을 하고 있는 몬스터로 팔과 다리가 없는 것이 특징이었다.


물속을 유유히 수영하며, 몸 전체 길이는 최대 10m까지 된다고 들었다.


“그러니까 생선이란 말이지! 10미터나 되는 고등어!”


나는 한숨을 한 번 내뱉었다.


내 안에 있던 불순한 상념을 내보내는 행위였다.


고등어구이를 경건하게 먹기 위한 마음가짐이기도 했다.


< 음식 하나 먹는데, 별 잡소리가 많구나! 얼른 입에 넣지 않고 뭘 하냔 말이다! >


곰은 이런 내 마음도 모른 채, 나를 재촉했고, 나는 다시 경건한 마음으로 잘 익은 꼬리를 간장에 푸욱 찍었다.


그리고 입에 가져다 넣었다.


“아······. 맛있다.”

< 맛있구나···. >


언제나 늘 그렇듯, 몬스터 고기는 맛있었다.


입 안에서는 감칠맛이 홍수처럼 밀려왔다.


고등어 특유의 담백한 맛. 그 끝에 은은하게 들어오는 생선 특유의 바다 향.


“이게··· 미친 거지.”


씨-드레이크의 살결은 내 입속을 유유히 헤엄쳤다.


[system]

[고유 특성 ‘괴식’ 발동]

[씨-드레이크를 뜯어 먹었습니다. 현재 씨-드레이크 종족의 괴식 수치 2.5%]

[이계 기생충이 새로운 음식에 만족합니다.]

< 정말이지··· 훌륭한 맛이로다. 네가 어찌 그리 호들갑을 떨었는지, 짐도 이제야 알 것 같구나. >


씨-드레이크는 곰도 인정한 고등어구이였다.


“이렇게 된 거··· 밥이라도 좀 할까?”


고등어구이만 먹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곧바로 냄비에 쌀을 씻고 그대로 밥을 지었다.


< 네놈은 창고에 별걸 다 넣어뒀구나. 드라코가 왜 그리 유난을 떨었는지 이제 조금 이해가 되는구나. >

“니가 뭘 알아. 한국인은 밥심이야!”


언젠가 쓸 일이 있을 거라며 넣어뒀던 캠핑용품. 그리고 쌀과 생수. 그것들도 처음으로 함께 봉인이 해제되는 시간이었다.



* * *



“그쪽으로 몬다? 모두 준비!”

“네? 네!”


한편, 미노타우로스 게이트를 공략 중인 한 길드.


몬스터를 공격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정은진도 함께였다.


“내려라! 불꽃이여!”

“아웃 쉐도우!”

“열정 버스터!”


그리고 그녀의 곁에 선 여러 명의 헌터.


그들은 모두 유도진과 함께 게이트를 공략한 적이 있는 헌터들이었다.


일광 길드의 정찬영과 이명상, 미르 길드의 고상혁. 그리고 게이트 안에는 없지만, 밖에서 헌터들을 기다리는 매니저 남동우. 마지막으로 창화 길드의 임성재까지.


그들은 맨 앞에서 몬스터들을 유린하고 있는 길드장 뒤에서 서포트를 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성공인가.”

“아···. 길드 나가고 싶네요.”

“그러니까요···.”


하지만 방금 전 몬스터들과 싸울 때와는 정반대로, 사냥이 끝나니 모두가 의욕이 꺾인 모습이었다.


“하하, 쉽네요. 그쵸? 이 정도면··· 유도진 헌터도 저한테 대단하다고 하지 않을까요?”

“우와···. 그러네요···.”


이곳이 바로, 유도진을 거쳐 간 사람들의 집합소.


반밤 길드였다.


“유도진 헌터님처럼···.” “유도진 헌터님은···.”

“유도진 헌터님보다···.”


모든 말을 ‘유도진’으로 시작하는 길드장.


그는 길드를 모집할 당시, 길드원들에게 ‘유도진’을 길드에 섭외하겠다고 선언했었다.


그리고 그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유도진과 관련된 사람들을 하나둘씩 길드에 영입했다.


‘유도진이 관심을 안 가진다면, 우리 쪽으로 관심을 가지게 하면 되는 거지.’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반밤 길드의 길드장, 하성우는 A급 헌터이자, 유도진 팬클럽의 명예 회장이었다.


그는 매일 유도진에게 용병 의뢰를 요청했었지만, 자신에게 전혀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유도진이 야속하기만 했다.


- 유도진 아무나 가지는 줄 아냐.

- ㅋㅋㅋㅋㅋ 명예 회장이면 유도진이 쳐다봐 주는 줄 아는 미x 놈이 여기 있다던데?

- 유도진은 너가 살아있는 것도 모르는데, 왜 혼자 급발진임?


인터넷에서도, 현실에서도 하성우의 꿈을 비웃는 사람들 천지였다.


하지만 이제 모든 준비가 갖춰졌다.


“이렇게 하면··· 유도진도 우리 길드로 안 들어오고 못 배길걸?”


그가 원하는 것은 유도진을 보는 것도, 유도진을 뛰어넘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유도진 자체를 소유하고 싶은 것.


“게이트 토벌도 끝났으니까 퇴근하면 되는 거죠?”

“아, 그래요. 내일부터는 팀 단위로 활동할게요. 정찬영 헌터는 고상혁 헌터랑. 임성재 헌터는 이명상 헌터랑.”

“어? 길드장님, 그럼 저는요?”

“정은진 헌터는 저랑 가면 됩니다.”


게이트 토벌이 끝나고, 모두가 각자 장비를 정비하고 있을 즈음, 하성우의 입에서 다음날부터 있을 스케줄이 발표되었다.


“남동우 매니저는 내일부터 휴가입니다.”

“예?”

“유급 휴가이니, 편히 쉬시면서 업무 효율을 어떻게 하면 높일지 연구하시면 됩니다.”

“아, 감사합니다! 언제까지인가요?” “일주일입니다. 일주일 동안, 우리는 전국을 돌며 팀 단위로 C급 이상의 게이트를 돌 겁니다.”


미친 건가?


그 자리에 있던 헌터 중 대다수는 같은 마음이었다.


언제나처럼 유도진만 외칠 줄 알았던 길드장이, 모처럼 길드 일이라는 걸 하기 시작했으니까.


‘출장을 어디로 가려고···.’


물론, 출장을 탐탁지 않아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길드장의 말을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길드 탈퇴 위약금]


그것 때문에, 저 변태 같은 길드장에게 붙잡혀 있는 사람이 못해도 절반은 될 터였다.


“그럼, 내일 스케줄은 오늘 안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출장 갈 땐, 길드 카드 사용하시고요.”

“네에···.”

“넵!”

“네에에···”


앞으로 하성우의 계획대로라면 유도진은 이 일주일 안에 반밤 길드에 가입하게 될 터였다.



* * *



“은진이는 요즘 일찍 자네?”

“아······. 피곤하대.”


창고 정리 1부를 끝내고, 저녁이 되어서야 나는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 사아악! 사악, 스으윽! (이렇게 어질러 놓고 결국 한 건 끼니 때운 것밖에 없잖습니까, 보스!)

“스으윽, 슥, 스으윽. (아니야. 저거 다 정리한 거야···. 내일 또 할 거니까.)”


물론, 드라코는 내 정리 방식을 탐탁지 않아 했지만 말이다.


“은진이, 길드 활동은 제대로 하는지 모르겠네.”


나는 은진이 자고 있는 방을 한 번 바라본 뒤, 준혁에게 말했다.


“아니, 저 당찬 애가 누구 밑에 들어가서 일한다는 게 안 믿기잖아.”

“그게 문제겠냐···.”


준혁의 얼굴을 보니, 무언가 말을 꺼낼 듯 말 듯 하며 입을 움찔거리는 게 보였다.


“너 혹시, 나한테 뭐 할 말 있냐?”


내가 물었지만, 준혁은 시치미를 잡아뗄 뿐 아무런 말이 없었다.


“미르 길드 문제야?”

“아니야.”

“그럼··· 가족 문제야?” “무슨, 다들 너무 건강한데.”


내가 할 수 있는 건, 하나씩 던져가면서 준혁의 반응을 캐치하는 것뿐이었다.


“흠···. 은진이 진로 문젠가?”

“미, 미쳤냐? 내가 쟤 걱정을 왜 해?”

“흠···. 일단 이거 캐치.”

“뭐? 무···슨 헛소리야···.”

“그럼 정은진이 들어간 길드 문제인가요?”

“시··· 시끄럽다. 유도진. 아무 문제 없으니까 그만해.”

“아주 그냥 대답 자판기네. 이것도 정답이었어?”


그렇게 수십 개의 질문을 던진 결과, 은진의 문제, 그리고 은진의 길드 문제로 좁혀져 갔다.


“은진이 길드에서 은진이를 갈구는 거야? 그 길드 이름 뭐랬지?”

“진짜 제발 그런 거 아니야. 관심 가지지 마. 애 혼자 하게 놔둬야지.”


준혁의 반응을 보니, 준혁도 뭔가를 참고 있는 것 같았다.


“내일부터는 출장 간대. 지방 쪽 게이트부터 돌 생각인가 봐.”

“와씨, 고생하네.”

“정은진 길드 생활 잘하고 있으니까, 유도진, 너는 절대 간섭하지 마.”

“그렇게 말하니까 오기 생기네?”


결국 준혁이 말을 돌려 이야기가 끝나버리고, 깊은 밤이 찾아왔다.


그리고 다음 날 내가 창고 정리 2부를 하는 날은 결국··· 오지 않았다.


“뭐? 달랑 C, D급 둘이서 B급 게이트를?”


정찬영, 임성재에게서 도와달라는 연락이 수도 없이 왔으니까.


작가의말

반밤 길드장의 캐릭터는...

상당히 미x 놈으로 잡았습니다.


어느정도냐면요...

읽다가 거부감이 들 정도로요...


하지만... 떠나지 말아주세요 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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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를 뜯어 먹는 기생충 헌터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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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제일 길드와 쿠노이치(3) 24.06.04 8 0 13쪽
135 제일 길드와 쿠노이치(2) 24.06.03 13 0 11쪽
134 제일 길드와 쿠노이치(1) 24.06.02 12 0 12쪽
133 일본으로(3) 24.06.01 14 1 12쪽
132 일본으로(2) 24.05.31 14 1 13쪽
131 일본으로(1) 24.05.30 16 1 12쪽
130 보이드 타입: 불명이(3) +1 24.05.29 17 1 11쪽
129 보이드 타입: 불명이(2) +1 24.05.28 16 1 12쪽
128 보이드 타입: 불명이(1) 24.05.27 15 1 12쪽
127 사라진 하성우(4) 24.05.26 19 1 23쪽
126 사라진 하성우(3) 24.05.25 24 1 12쪽
125 사라진 하성우(2) 24.05.24 19 1 15쪽
124 사라진 하성우(1) 24.05.23 20 1 11쪽
123 고장 난 아기즈(5) 24.05.22 18 1 12쪽
122 고장 난 아기즈(4) 24.05.21 17 1 13쪽
121 고장 난 아기즈(3) 24.05.20 20 1 12쪽
120 고장 난 아기즈(2) 24.05.19 18 1 12쪽
119 고장 난 아기즈(1) 24.05.18 22 1 14쪽
118 리치, 카르셀(2) 24.05.17 24 1 12쪽
117 리치, 카르셀(1) 24.05.16 23 0 13쪽
116 유도진과 하성우(2) 24.05.15 16 1 13쪽
115 유도진과 하성우(1) 24.05.14 21 1 13쪽
114 광신도(5) 24.05.13 24 1 13쪽
113 광신도(4) 24.05.12 21 1 13쪽
112 광신도(3) 24.05.11 21 1 12쪽
111 광신도(2) 24.05.10 20 1 12쪽
110 광신도(1) 24.05.09 26 1 13쪽
» 유도진, 진짜 휴일(4) 24.05.08 24 2 12쪽
108 유도진, 진짜 휴일(3) 24.05.07 27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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