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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귤 님의 서재입니다.

몬스터를 뜯어 먹는 기생충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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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글

강릉귤
작품등록일 :
2024.01.22 17:10
최근연재일 :
2024.06.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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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2,308

작성
24.05.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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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유도진과 하성우(1)

DUMMY

“이렇게 쉽게 모습을 보이실 줄은 몰랐습니다.”

“뭐?”

“이렇게 쉬우면서··· 그동안 제 연락을 무시하시고···.”

“연락?”

“제가··· 유도진 님을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게이트를 클리어하고 밖으로 나왔을 때부터 하성우는 어째서인지 황홀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겨우 몸을 가누고 있는 정은진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말이다.


“그게 지금 쓰러진 길드원 앞에서 할 소린가요?”

“뭐, 어쩌겠습니까. 헌터들은 게이트에서 사냥하다가 다칠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뻔뻔한 그의 모습에 나는 주먹을 쥘 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유도진 님이야말로··· 정은진이 이런 길드에 있었다는 걸 알고 있지 않았나요? 그런데도 일부러 무시하고 있던 거 아니에요?”

“뭐···?”

“사람을 저렇게 다치게 만든 것에 대해선 유도진 님의 잘못도 있지 않겠냐는 말입니다.”


< 차라리 강한주가 더 낫구나···. 적어도 강한주는 저런 변태 같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


곰의 말대로였다.


나를 바라보고 있는 하성우의 눈빛이나, 떨고 있는 목소리, 어디에다 둬야 할지 모르겠다는 손짓은 나를 꽤나 거북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마치 꿈에만 그리던 이상형을 만난 듯한 모습이었다.


‘근데 그럼··· 나한테 더 친절해야 하는 거 아닌가? 왜 나한테 띠껍지?’


적어도 내가 우상이라면 나한테 저런 식으로 대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유도진 님?”

“뭐요.”


내가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성우를 바라보자, 그는 행복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유도진 님의 주변인들이 지금 어떤 처지인지 아시죠?”


······처지?


그의 말에 나는 준혁이 내게 보냈던 메시지들을 떠올렸다.


길드에서 나가고 싶어도 위약금이 걸려있기 때문에 나갈 수 없다는 것.


그리고 길드장이 지정한 게이트를 공략하지 않는다면 길드에서 무단이탈하는 것과 다름없이 똑같이 위약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내용의 계약서였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지?”

“하하~ 뭐겠어요? 지키고 싶지 않아요? 유도진 님의 사람들?”

“뭐?”

“당장 다른 사람들도 내일 A급 게이트를 클리어해야 하거든요. 물론, 정은진도 마찬가지고요.”


그 말은 즉, 내일도 오늘 같은 게이트 강행군이 이어질 거란 이야기였다.


그렇게 되면, 저랭크의 헌터들은 또다시 상위 게이트를 가야 했고, 들어가지 않는다면 위약금을 물어야 할 것이었다.


< 저런 무엄한!!! 저자를 데리고 다시 게이트로 들어가거라! 짐이, 짐이 다시 저 파렴치한을 직접 처리하겠노라!!!!! >

‘아니, 그런 일이 있으면 내가 직접 하지···. 하지만 이건 지금 다른 헌터들도 엮여있는 상황이야. 차라리··· 윤혜성 헌터님한테 이 일을 의논하는 게···.’


내일 있을 게이트 공략도 다른 S급 헌터들에게 부탁해야 하나.


그러나 그 사람들도 각자의 스케줄이 있을 터였다.


‘도움은 한 번으로 족해.’


“그러니까, 같이 활동하는 게 어때요? 우리 길드랑.”


뻔뻔해도 너무 뻔뻔한 그의 모습에 진짜 얼굴을 한 대 쥐어패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나 왜 S급 헌터야···.’


S급 헌터는 어떤 상황이든 싸움에 끼면 안 된다는 헌터법이 있었다.


“오빠···. 아니야, 저 새끼 말 듣지 마···.”

“그럼 내일도 너 혼자 이렇게 고생해야 하잖아.”

“내가 고생하면 되지. 길드장이 x 같아도 돈은 많이 주거든···.”


그게 문제였다.


길드원 중 대부분은 돈을 보고 길드에 들어갔고, 그 탓에 반밤 길드에 묶여버린 것이었으니까.


‘찬영이만 불쌍하게 됐지···. 열심히 해보겠다고 길드에 들어갔는데···.’


잠깐의 잡생각 후, 나는 은진에게 내 생각을 전달했다.


“은진아. 너 무리 안 해도 돼.”

“······뭐? 그럼 오빠가 대신 하려고?”

“아니. 난······.”


내 발언에 정은진도, 멀리서 나를 훑어보고 있는 하성우도 동시에 나를 바라보았다.


“반밤 길드를 없앨 거야.”


헌터들을 고생시킬 뿐 아니라, 이런 더러운 계약을 잡고 있는 길드를 내 모든 힘을 써서라도 없애겠다고 다짐했다.


‘죽이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악의 방법으로 저 새x를 조진다.’


지금 내 머릿속엔 분노밖에 없었다.



* * *



- 네, 유도진 헌터님. 제가 알아봤는데··· 어느 정도는 헌터님이 말씀하신 쪽으로 길드를 분해시키는 것도 가능할 것 같긴 해요.

“정말인가요?”


정은진과 같이 집으로 향하는 택시 안.


나는 곧바로 장서윤 팀장에게 방금 전에 있었던 사실을 전달했고, 길드를 없앨 수 있는 방법을 물어보았다.


- 사실, S급 한 명이 길드를 없앤 사례가 아직 국내에는 없긴 한데··· 일본만 나가도 S급이 길드권을 잡고 있거든요.

“네.”

- 게다가, 지금 가장 중요한 부분은 C, E급 헌터들한테도 상급 게이트를 돌게 했다는 거니까.

“그리고 꺼림칙하단 말이죠. 하성우라는 남자······.”

- 개인적인 혐오까지는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일단은 저도 일본 측 헌터 협회랑 연락해서 어떻게 길드를 분해시켰는지 연락해 보겠습니다.

“장서윤 팀장님···. 오늘 처음 연락했는데, 저 때문에 너무 고생하시는 거 아니에요?”

- S급 헌터님을 적극 케어하는 게 전담 팀장의 일이죠. 특히나, 길드에 가입하지 않은 유도진 헌터님은 더더욱이요.

“감사합니다.”

- 일단··· 최대한 빠르게 협회장님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내일 안으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네!”


장서윤 팀장은 곧바로 해결책을 제시하겠다며 연락을 끊었고, 나와 정은진은 택시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곧바로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가는 도중에도 우리는 아무런 대화도 하질 않았다.


“씻고 쉬어.”

“응···.”


물론, 저녁에 정준혁이 퇴근하자마자, 금세 조용한 분위기는 깨졌지만 말이다.



* * *



「게이트. 마력으로 다른 차원들을 이어주는 통로.

다른 차원은 실제로 있는 차원이기도 하고, 누군가가 임의로 만든 가상의 차원이기도 하다.

그리고 특히나, 누군가가 임의로 만든 가상의 차원은··· 게이트를 만든 당사자의 마력 크기에 따라 그 차원의 크기가 넓어진다.」

- 레테 제이 홀링스워스, ‘차원학개론.’


.

.

.


한편, 유도진이 소유한 게이트는 어딘가 심상치 않았다.


“여기, 뭔데 자꾸 처음 보는 공간이 생겨?”

“보스의 마력이···. 또 한 차례 증가했나 보군.”

“드라코, 너는 처음부터 여기서 살았던 거지?”

“그렇지.”


라이덴과 드라코는 중앙 광장에서 한가롭게 용암푸치노를 마시고 있었다.


“압바! 나 놀러 가따 올래!”

“어디로?”

“저기 글포니 이모가 노라준대써!”

“그럼 조심히 다녀와야 한다? 아무 데서나 물 뿜으면 안 돼?”

“왜?? 왜 물 뿜뿜 안 대?”

“그거 샐러맨더들한테는 무서운 공격이야.”

“힝···. 물 뿜뿜이 안 대······.”


샐러맨더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붉은빛이 아닌, 약간의 푸른빛을 띠는 아신.


그는 아예 새로운 종족으로 진화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너도 아들 앞에서는 물렁하군.”

“어휴, 네가 뭘 알겠냐.”


평화로운 오후를 보내고 있던 도중, 갑자기 두 사람 사이에 그리폰 한 마리가 걸어왔다.


“드라코 님을 뵙습니다.”

“어우, 그런 말 하지 마세요. 리글.”

“엌헉헉헉. 무슨 타이거 담배 피우던 시절 때 듣던 무협 이야기인 줄 알았다.”


리글. 실버의 부탁으로 인해, 게이트 안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그리폰들의 새로운 대장이었다.


“안 그래도 저, 리글한테 물어보고 싶었던 게 있었거든요.”

“뭐죠?”

“일단 차 한잔하시죠. 여기 용암푸치노가 맛있, 아···. 그리폰은 용암을 못 먹는군요···. 화염초 홍차를 마시면 되겠네요.”


잠시 난잡한 메뉴 선택 시간 이후, 드라코와 리글, 라이덴은 진중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들의 주제는··· 과거 자신들이 속해있던 세계에 점차 소문이 나고 있는 헌터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긴 대화 끝에 드라코가 입을 열었다.


“저번에 그······. 실버?”

“렉타르 님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모르겠고··· 그 실버라는 보스가 그러지 않았습니까. 몬스터의 기술을 사용하는 헌터를 따라가라고···.”


드라코가 아무 망설임 없이, 그리폰을 게이트 안으로 들인 이유 중 하나는 ‘실버’의 입에서 나온 유도진에 대한 이야기 때문이었다.


“맞아, 드라코. 칠흑의 군단에 있을 때에도 보스에 대한 소문이 들리긴 했었지.”

“어떤?”

“우리가 있었을 때엔··· 샐러맨더의 불꽃을 사용하는 사람이 있다고. 그자는 우리를 물어뜯고 우리의 기술을 배운다고.”

“저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라이덴. 거기에 조금 더 말을 붙이자면··· 그자가 몬스터들을 보호한다고 했었습니다.”

“뭐?”

“무리에서 이탈한, 싸우고 싶지 않아 하는 자들을 보호한다는 소문이 나 있었습니다.”

“······그게 사실이야?”


드라코의 물음에 리글은 고개를 끄덕였다.


“렉타르 님을 따르던 우리들에겐 희소식이었죠. 하지만 우리는 얼마 뒤··· 전선에 어쩔 수 없이 뛰어들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당연하게도 무리의 우두머리인 실버가 죽임을 당했단 거군.”

“실버가 아니라 렉타르입니다. 드라코.”

“······그래, 실버.”


드라코는 앞에 놓인 용암푸치노를 한 모금 날름한 뒤, 다시 말을 이었다.


“리글, 자네는 천공의 군단이었나?”

“그렇죠.”

“천공의 군단도 전력이 슬슬 딸리는 것인가···.”

“아무래도, 전쟁이 오랜 시간 동안 이어지고 있으니까요···. 실버 님도··· 아니, 렉타르 님도 우리의 후손만큼은 전쟁 없는 세계를 살길 바랐습니다···.”

“대지의 군단과 비슷하군.”


드라코와 리글의 대화에서만큼, 라이덴은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야, 싸우고 싶지 않아 하던 두 마리와는 달리, 자신은 어떻게 해서든 싸우고 싶어서 신체를 개조했었으니까.


“보스 같은 자가 있다는 걸 조금 더 빨리 알았다면, 우리도 신체 개조는 하지 않았을 텐데···.”

“그건 라이덴, 네가 의지가 없어서 그런 거다. 그러니, 칠흑의 군단 따위에 들어간 것 아니냐.”

“칠흑의 군단이 왜!”


그러더니, 대뜸 호탕하게 웃기 시작하는 라이덴.


“우리 모두, 속했던 군단장이 죽은 입장에서, 어떤 군단이 더 좋았는지를 따지니 웃기는구나.”

“라이덴. 죄송하지만, 저희 군단장께선 아직 살아계십니다.”

“어차피 죽을 목숨이야. 소문이 거기까진 안 났나 보네. 드라코랑 내가 보스로 부르는 그자는··· 군단장 둘을 상대한 자거든.”


정확히는 레데르 피어, 이뮨, 듀라한 셋이었지만, 레데르 피어의 존재를 세 마리가 알 리는 없었다.


“리글, 그래서 새로운 보금자리는 마음에 들고?”

“어쩜, 저희에게 너무 맞춤형 거주지라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최근, 유도진의 마력이 증가하면서 늘어난 게이트 공간.


그중 한 곳에는 밖으로 통하는 통로가 있었다.


그리고 그 밖으로 펼쳐진 것은 끝없는 초원이었다.


물론, 잡아먹을 것들은 없었지만, 그만한 보금자리라도 얻은 게 다행이었다.


“리글, 먹을 게 필요하면 내게 말하면 돼.”

“아, 안 그래도 게이트에 들어올 때 봤습니다. 창고 구역에 몬스터 고기가 쌓여있더라고요.”

“보스가 언젠간 먹을 거라며 창고에 넣어둔 거긴 한데··· 몇 마리 사라져도 모를 거야.”

“그래도 됩니까?”

“제발 그래 주면 좋겠어. 창고 좀 비우고 싶거든.”


어떻게 해서든 창고를 비우고 싶은 드라코의 욕망을 뒤로하고, 세 마리는 각자의 일터로 돌아갔다.


드라코는 지금의 이야기를 ‘나중에’ 유도진에게 전달할 생각이었다.


겸사겸사 창고 정리를 부탁하면서.


작가의말

유도진의 마력이 늘어날 때마다, 몬스터들이 살고 있는 동굴은 더욱 커집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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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한일, 동맹을 맺다(2) 24.06.13 13 1 12쪽
144 한일, 동맹을 맺다(1) 24.06.12 10 1 12쪽
143 몬스터를 사냥하는 몬스터(2) 24.06.11 11 1 12쪽
142 몬스터를 사냥하는 몬스터(1) 24.06.10 13 1 12쪽
141 호타루의 트롤링(3) 24.06.09 13 1 12쪽
140 호타루의 트롤링(2) 24.06.08 14 1 12쪽
139 호타루의 트롤링(1) 24.06.07 15 1 12쪽
138 유도진은 일본으로(2) 24.06.06 13 1 11쪽
137 유도진은 일본으로(1) 24.06.05 13 1 12쪽
136 제일 길드와 쿠노이치(3) 24.06.04 15 1 13쪽
135 제일 길드와 쿠노이치(2) 24.06.03 18 1 11쪽
134 제일 길드와 쿠노이치(1) 24.06.02 14 1 12쪽
133 일본으로(3) 24.06.01 17 2 12쪽
132 일본으로(2) 24.05.31 17 2 13쪽
131 일본으로(1) 24.05.30 18 2 12쪽
130 보이드 타입: 불명이(3) +1 24.05.29 19 2 11쪽
129 보이드 타입: 불명이(2) +1 24.05.28 20 2 12쪽
128 보이드 타입: 불명이(1) 24.05.27 18 2 12쪽
127 사라진 하성우(4) 24.05.26 22 2 23쪽
126 사라진 하성우(3) 24.05.25 29 2 12쪽
125 사라진 하성우(2) 24.05.24 23 2 15쪽
124 사라진 하성우(1) 24.05.23 26 2 11쪽
123 고장 난 아기즈(5) 24.05.22 23 2 12쪽
122 고장 난 아기즈(4) 24.05.21 21 2 13쪽
121 고장 난 아기즈(3) 24.05.20 23 2 12쪽
120 고장 난 아기즈(2) 24.05.19 21 2 12쪽
119 고장 난 아기즈(1) 24.05.18 25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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