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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귤 님의 서재입니다.

몬스터를 뜯어 먹는 기생충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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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귤
작품등록일 :
2024.01.22 17:10
최근연재일 :
2024.06.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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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2,308

작성
24.05.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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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리치, 카르셀(2)

DUMMY

- 제가 게이트를 닫고 얌전히 물러나겠습니다.


‘몬스터가 자의적으로 게이트를 닫을 수 있다고?’


그것이 카르셀의 주장이었다.


“거짓말하면 어떻게 되는지 다 보여준 거 같은데?”


내가 피어 이터를 들어 그의 몸에 가져다 대니, 그는 다시 몸을 부들부들 떨며 말을 이었다.


- 저는 가능합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제가 가능한 게 아니라, 가능한 아이템을 갖고 있습니다.

“뭐?”


그는 망토 안쪽을 뒤적거리다가, 스위치 하나가 있는 리모컨을 꺼내 보였다.


‘저거··· 인벤토리 기능이 있는 망토인 건가?’

< 그렇게 보이는구나. >

‘탐나는데?’


분명 카르셀은 내 공격을 수십 번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망토는 이상하리만큼 온전했다.


품에서 나온 아이템 또한 마찬가지였다. 아주 멀쩡했다.


그렇게 내가 ‘인벤토리’ 망토를 탐내고 있을 때, 카르셀은 그 스위치를 들곤 계속 말을 이었다.


- 이건 타키온 님의 연구 결과물로, 공간에 게이트를 여닫을 수가 있습니다. 비록 일회용이긴 하지만···!

“타키온의···. 연구 결과물?”

- 모르셨습니까? 지금의 전쟁은 모두 타키온 님의 과학 발전으로부터 이뤄진 겁니다!


다시 말을 꺼내려던 카르셀.


하지만 그 순간,


- 와르르!


그의 몸은 조각조각 나며 바닥으로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뭐야! 왜 저래!”

- 크윽······. 머릿속에서 더 이상의 정보는 유출하면 안 된다고 울리고 있습니다···.

“뭐가? 타키온의 목소리가···?”

- 아니요···. 무섭고, 기괴하고, 소름이 돋는······. 다른 이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상황을 지켜보고 있자니, 갑자기 곰의 채팅창이 눈에 들어왔다.


< 시스템이 저자에게 개입한 모양이구나. 아무래도, 네게 너무 많은 양의 정보를 전달하니까···. >

‘엥? 그럼······. 우리 애들한테도 입단속 시켜야 하는 거 아니야?’

< 샐러맨더들은 괜찮을 게다. 저자가 유독 많은 양의 정보를 갖고 있기도 했고, 개입이라는 통증 자체가 ‘죽을 정도’까진 아닐 테니. >


나는 고통스러워하는 카르셀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래서 이 스위치만 있으면 게이트를 여닫을 수 있다는 건가?”

- 그렇습니다! 양방향으로 1회씩으로만 사용할 수 있는 게 단점이긴 하지만···!

“아···!”


카르셀의 말에 따르면, ‘게이트 개폐 장치’는 대부분의 군단장급은 하나씩 가지고 있다 했다.


대지의 이뮨도, 듀라한도 여러 개의 게이트를 동시에 연 게 다 이 도구 때문이라고도 했다.


“근데, 딱히 나한테 구미가 당기는 말이 아닌데? 게이트는 너가 죽어도 닫히는 거고.”

- 그··· 그게 말입니다! 제가 죽으면···!

“개폐 장치랑, 네 망토도 떨구겠지?”


다시 피어 이터를 들어 그를 협박하자, 그는 무릎을 꿇으며 내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졌다.


- 아직은, 아직은 더 살고 싶습니다. 그러니···. 제발 살려주세요···.

“흠, 맨입으로?”

- 그··· 제, 제가 생전에 사용하던 아티팩트 하나를 드리면···.


그의 말에 내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인벤토리 망토를 주려나? 그렇다면, 더 이상 귀찮게 게이트를 안 열어도 되는 것일까.


“네 망토가 좋아 보이는데?”

- 그게···.


내 말에 카르셀은 곧장 몸을 일으켜 어느 한 무덤으로 빠르게 날아가더니, 관 뚜껑을 열어 무언가를 뒤적뒤적 찾기 시작했다.


< 저기에 코어도 있는 것 같구나. >

‘그러게···. 이렇게 보니, 조금 귀엽기도 하고···.’

< 저 해골이 말이더냐!? 취향이 독특하구나···. >

‘아니···. 그런 뜻이 아니잖아···.’


마음 같아서는 내 게이트 안으로 들여 창고 정리를 맡기고 싶을 정도였지만, 그는 어쨌거나 게이트 보스였다.


존재가 사라지지 않으면 게이트가 닫히질 않는, 보스.


‘아니, 망토만 벗어주면 되는 거 아니야? 뭘 저렇게 오래 찾아? 더 좋은 게 있는 건가?’


좀처럼 돌아오지 않는 그의 모습에 답답해하고 있던 찰나, 그가 뼈밖에 남지 않은 손가락을 하늘 높이 들어 보이며 안도의 한숨을 지어 보였다.


- 찾았습니다!


그리곤 곧장 내 쪽으로 날아와 무릎을 꿇고는 손에 들고 있던 아티팩트 하나를 내게 건네주었다.


“이게 뭐야?”

- 아티팩트입니다!

“그래, 그걸 준댔으니까, 아티팩트겠지. 뭐 하는 건데?”

- 아! ‘영혼의 추적자’라고 제가 생전에 사용하던 아티팩트입니다! 그 아이템만 있으면 어디로든지 이동이 가능합니다! 다만······.

“뭐?”


그런 아이템이 존재한단 말인가.


하마터면 그가 내민 반지를 곧바로 가져갈 뻔했다.


‘······조금만 더 자극하면 쟤가 가진 거 다 뜯을 수 있을 거 같은데?’


나는 최대한 ‘영혼의 추적자’라는 아티팩트에 관심이 없는 척 다른 곳을 바라보았다.


- 아니, 관심이 없는 겁니까···. 어디든 갈 수 있는 아티팩트입니다. 물론, 공짜는 아니지만요.

“공짜가 아니야? 너 잘도 그런···.”


살짝 피어 이터를 들어 다시 카르셀을 위협하자, 그는 다급하게 아티팩트에 대해 설명을 이어 나갔다.


- 100갭니다. 영혼 100개! 근데, 요즘 같은 전쟁 시기에 영혼 100개는 흔하지 않습니까?

“무슨··· 그런···. 내가 영혼이 어디 있는지 어떻게 알고!”

- 그건 상관없습니다! 일단, 이 창부터 거둬주시면··· 차근차근히 설명을···.


그의 부탁에 나는 곧바로 피어 이터를 거두었고, 카르셀은 다시 평온하게 설명을 이어갈 수 있었다.


- 주변의 영혼을 자동으로 흡수하는 아티팩트입니다. 이 ‘영혼의 추적자’의 해골 눈이 반짝이면 ‘링크 스피릿’이라는 스킬을 사용할 수 있죠!


반지는 촌스러운 해골 모양의 무광 검은색 반지였다.


“그리고?”

- 그리고, 이 아티팩트는···.

“아니. 이거 말고, 다른 아티팩트들은 더 없어?”

- 아니··· 제가 그런 아티팩트가 어딨겠습니까···.


내가 만족스럽지 않은 표정을 짓자, 카르셀은 한숨을 내뱉었다.


- 진짜 없습니다···. 제가 가진 것들 중에서는 ‘영혼의 추적자’만큼 좋은 아이템이···.

“것‘들’? 그럼 더 있긴 하단 거네?”

- 아니··· 없···.

“필요한지 아닌지는 내가 판단해!”


나는 카르셀을 피어 이터로 찍어 누른 뒤, 아까 그가 뒤적거리던 관 쪽으로 향했다.


- 아니! 선생님! 저기요! ······야!


카르셀은 몸을 재구성하느라 나보다 한발 늦게 무덤으로 다가왔고, 나는 그 안에 들어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 저 파란 것은 정령의 물방울이구나! 저 아티팩트를 챙기거라! 오호라, 저건 불사조의 깃털이 아니더냐! 저것도 가져가거라! >


이번만큼 곰이 듬직한 적은 없었다.


뭘 털어야 할지 모르는 빈집에서 곰은 내게 도둑 내비게이션이 되어주고 있었다.


- 제발요! 이건··· 제가 열심히 모은 것들이란 말이에요···.


다시 내 곁으로 다가와 울먹이는 카르셀.


그때, 커다란 유리구슬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저건 뭐지?”


그리고 손을 뻗으려는 순간,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있던 카르셀이 몸을 던지며 그 유리구슬을 품에 안았다.


- 이··· 이것만큼은···. 이 ‘베슬’이 사라지면··· 제가 죽습니다···.

“······그럼 이게 너 코어야? 어차피 너도 죽이거나, 죽거나 하기 위해서 우리 세계로 온 거잖아.”

- 그건 아닙니다···. 무엇 때문에 우리 세계의 존재들이 이쪽 세계를 침략하는지가 궁금해서 한 번 기웃거려 본 겁니다···.


울먹이는 목소리와 강하게 부정하며 좌우로 돌아가는 고개.


그리고 어떻게든 살고 싶어 하는 손짓과 발짓.


그의 말이 거짓말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그럼···. 벗어.”

- 예? 저는 이미 살가죽이 다 벗겨진 상태입니다···.

“아니, 그런 거 말고. 망토 달라고. 이것들이랑 망토 주면 진짜 안 죽일게.”


어차피 목적은 오롯이 망토뿐이었다.


내가 사용해도 좋고, 필요 없어지면 비싼 값에 팔 수도 있는 ‘인벤토리’ 옵션이 붙어있는 망토였으니까.


물론, 덤으로 많은 아티팩트도 얻은 것 같아서 뿌듯했다.


한편, 카르셀은 마지막까지 주저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망토의 끝자락을 만지작거리는 모습을 보이더니, 이내 한숨을 크게 내뱉으며 망토를 벗기 시작했다.


- 이제······. 정말 살려주시는 거죠?

“그럼. 나는 약속 지켜.”


그리곤 멀리서 놀고 있는 드라코와 아신을 바라보았다.


드라코는 아신이 뿜어대는 물줄기를 피하며 진땀을 빼고 있었고, 아신은 그런 드라코의 모습이 재밌는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사아악! 삭, 사악! (자! 이제 너네도 집 갈 시간이야!)”

- 삭, 사아악! 삭. (알겠습니다, 보스!)

- 쨔아아! 쨔쮸우···. (흐앙. 더 놀고 시푼데.)


그래도 말은 잘 듣는 샐러맨더들이었다.


그들은 내 말에 곧바로 내가 열어준 게이트로 몸을 옮겼다.


- 매일 다림질을 해 주셔야 합니다···. 우리 망토는 빳빳한 걸 좋아하니까요.


카르셀은 손을 덜덜 떨면서 내게 망토를 내밀었고, 나는 과감하게 그의 손에서 망토를 뺏어 들었다.


“고마워. 잘 입을게.”


그리곤 망토의 안쪽으로 손을 뻗어, 이 던전에서 뜯어낸 아티팩트들을 쑤셔 넣었다.


“그럼 이제 끝인 거지?”

- 네에···. 하, 이번 인생은 망한 것 같습니다. 뭐 하나 제게 남은 게 없네요···.


처음의 기세등등한 모습은 어디 갔는지, 지금은 그저 초라한 스켈레톤이 된 카르셀.


그는 마지막으로 한숨을 한 번 내뱉고는, 손에 들고 있던 마지막 아티팩트인 ‘차원 개폐장치’의 스위치를 눌렀다.


그러자 내 눈앞에 밖으로 나가는 게이트가 열렸고, 나는 그 게이트를 통해 원래의 세계로 돌아올 수 있었다.



* * *



한편, 게이트 주변에서 유도진을 기다리고 있던 하성우는 입가에 침을 닦으며 게이트를 바라보았다.


“아니, 언제 나오는 거야.”


그는 기다리다 지쳐 유도진이 있는 게이트로 내달렸다.


그리고 그가 게이트에 들어섬과 동시에··· 게이트가 흔들리더니, 그 안에서 유도진이 모습을 드러냈다.


“헤헤··· 아티팩트들 개꿀이네.”


등 뒤에 걸친 망토를 흡족하게 만지작거리면서.



* * *



- 아니, 아까 분명 다 드렸잖습니까···. 아니, 너는 누구냐!

“뭐야··· 유도진 님은?”


한편, 유도진이 떠난 게이트에 들어서는 하성우.


그는 주변 정리를 하고 있던 카르셀과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그 순간, 말 그대로 공간이 ‘찢어지면서’ 다른 공간이 카르셀과 하성우의 앞에 나타났다.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는, 여태까지 봐왔던 평범한 게이트가 아닌 다른 공간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이상한 게이트였다.


- 짐은 이제 곧 물러날 것이다. 그러니, 더 이상은 상대하고 싶지 않구나!


유도진을 처음 상대할 때처럼, 카르셀은 위엄있는 모습으로 하성우에게 말을 전달했지만, 그의 말은 하성우의 귀에 들어가질 않았다.


그의 눈은 수많은 로봇을 만들어 내고 있는, 색다른 게이트 안의 공간을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이것이··· 하성우와 이제 막 세상에 태어나려 하는 새로운 군단장과의 만남이었다.


작가의말

미리 말씀드리자면... 이 에피소드 정말 깁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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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한일, 동맹을 맺다(2) 24.06.13 14 1 12쪽
144 한일, 동맹을 맺다(1) 24.06.12 10 1 12쪽
143 몬스터를 사냥하는 몬스터(2) 24.06.11 11 1 12쪽
142 몬스터를 사냥하는 몬스터(1) 24.06.10 13 1 12쪽
141 호타루의 트롤링(3) 24.06.09 13 1 12쪽
140 호타루의 트롤링(2) 24.06.08 14 1 12쪽
139 호타루의 트롤링(1) 24.06.07 15 1 12쪽
138 유도진은 일본으로(2) 24.06.06 13 1 11쪽
137 유도진은 일본으로(1) 24.06.05 13 1 12쪽
136 제일 길드와 쿠노이치(3) 24.06.04 15 1 13쪽
135 제일 길드와 쿠노이치(2) 24.06.03 18 1 11쪽
134 제일 길드와 쿠노이치(1) 24.06.02 14 1 12쪽
133 일본으로(3) 24.06.01 17 2 12쪽
132 일본으로(2) 24.05.31 17 2 13쪽
131 일본으로(1) 24.05.30 18 2 12쪽
130 보이드 타입: 불명이(3) +1 24.05.29 19 2 11쪽
129 보이드 타입: 불명이(2) +1 24.05.28 20 2 12쪽
128 보이드 타입: 불명이(1) 24.05.27 18 2 12쪽
127 사라진 하성우(4) 24.05.26 22 2 23쪽
126 사라진 하성우(3) 24.05.25 29 2 12쪽
125 사라진 하성우(2) 24.05.24 23 2 15쪽
124 사라진 하성우(1) 24.05.23 26 2 11쪽
123 고장 난 아기즈(5) 24.05.22 24 2 12쪽
122 고장 난 아기즈(4) 24.05.21 21 2 13쪽
121 고장 난 아기즈(3) 24.05.20 24 2 12쪽
120 고장 난 아기즈(2) 24.05.19 21 2 12쪽
119 고장 난 아기즈(1) 24.05.18 25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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